[칠곡 마을이야기] 소박한 농촌문화 속에서 인문학 꽃을 피우다
[칠곡 마을이야기] 소박한 농촌문화 속에서 인문학 꽃을 피우다
  • 김상만
  • 승인 2015.08.18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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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곡 영오리마을

400년간 천왕제 전통 이어와

郡 ‘인문학 마을 만들기’ 핵심

공모사업 등 5개 영역 진행해

관광객들 발길 끌기 코스 개발

지은지 120년 된 가실성당

영화 ‘신부수업’ 촬영장소로

조선후기 양반 주택 ‘경수당’

유학자 정구, 학업 닦던 사당도
화려한 조명아래 아이들이 즐겨찾는 놀이공원이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역사와 문화를 배울 수 있다. 또한 이웃 간의 소중함이 잊혀지고 있는 지금, 지나가는 나그네라도 물 한 모금과 따뜻한 아랫목을 내어줄 수 있는 고향 같은 인심(人心)이 있다. 여기에 한 가지 덧붙이자면, 고향 같은 마을이 속해 있는 경북 칠곡군은 최근 새로운 여행 트렌드로 자리 잡은 ‘인문학 여행’의 중심에 있다. 그래서 망설임 없이 한걸음에 경북 칠곡군 ‘영오리 마을’로 달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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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오리 마을은 지난 400여 년 동안 마을발전과 안녕을 기원하는 당산제인 ‘천왕제’를 지내고 있다.

◇400년 전통의 영오 천왕제

영오리 마을은 지난 400여 년 동안 마을발전과 안녕을 기원하는 당산제(堂山祭)인 ‘천왕제’를 지내고 있다.

제의를 주관하는 제관(祭官)과 축문을 읽는 축관(祝官)은 그 가족까지 모두 천왕제 기일까지 몸과 마음을 경건히 하고, 비린 것을 먹지 않는다. 또 마을 주민들은 기일 날 잡귀를 쫓는 의미로 대문에 금줄을 치고 붉은 흙을 세 번 뿌린다. 천왕제는 마을회관 앞에서 집합 굿(휘몰이)으로 시작을 알린다. 이어 모여든 주민과 함께 굿거리 행진곡에 맞춰 당산목에 올라 마을 대표가 큰절을 올리고 신대의 떨림(신내림) 후 한바탕 굿판을 벌인다. 계속해서 제관과 축관을 점지하고, 다시 마을로 내려와 악귀와 잡신을 물리치고, 마을의 안강(安康·평안과 건강함)과 풍작, 가정의 다복을 축원하는 지신밟기를 한다.

천왕제가 열리는 정월 초이레, 자시(子時)에 진설(陳設)하고 축시(丑時)에 제(祭)를 올리고 마지막으로 인시(寅時)에 신령에 드리는 마무리 의식으로 작별인사를 올리는 사신(辭神)을 행한다.

이 같은 의식은 조상에게 지극정성으로 드리는 제사를 통해 신령(神靈)이 흠향(歆饗·기쁘게 받음)하게 되며 강복(降福·하늘에서 복을 내리는 일)도 따르게 된다는 믿음이다.

칠곡군은 천왕제의 계승과 발전 등을 위해 마을공동문화 조성사업을 추진 중이다.

이로 인해 천왕제의 의미를 되새기며 과거 사진을 볼 수 있는 오동박물관이 지어졌고, 영오리의 추억을 한 장의 사진에 담을 수 있도록 느티나무 배경의 포토존이 마련됐다.

또 당산나무 주변이 말끔히 정비됐고, 1980년대까지 사용하던 마을 공동 우물이 복원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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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가운데 석불상이 서 있는 동네라 일명 ‘미륵골’이라 불리기도 했다.

◇인문학 여행의 중심 ‘영오리 마을’

영오리 마을은 칠곡군이 추구하는 ‘인문학의 도시’의 중심에 있다. 칠곡군이 사람 사는 재미를 느끼는 기본을 마을공동체 회복에 두고 추진 중인 ‘인문학 마을 만들기 사업’의 핵심 마을이다. 10월이면 ‘칠곡인문학축제’가 천왕제 축제와 함께 영오리 마을에서 열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칠곡군이 추구하고 있는 인문학은 ‘소박한 농촌문화’에서 인문학을 찾아 복원하고 미래성장동력의 자원으로 활용하기 위한 것으로 △주민중심, 마을중심으로 인문학 마을 만들기 △인문학 공모사업 △인문학 기획사업 △인문학 네트워크 사업 △인문학축제의 5개 영역으로 진행되고 있다. 특히 주요 관광지에 왜관철교 탐방과 신라고찰 송림사의 이야기를 덧붙여 ‘인문학여행 코스’를 개발, 관광객의 발길을 사로잡고 있다.

칠곡에는 고려황제 광종이 마시고 그의 속병을 낫게 했다는 동명면 도덕암 어정수를 비롯해 북삼읍에 자리한 솟는 샘물 용천수, 시원한 경치를 자랑하는 낙동강, 방벽 가산산성 아래로 흐르는 드무실 청정계곡 등 수많은 관광자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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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공동문화 조성사업으로 복원된 마을 공동 우물. 이 우물은 현재 농업용수로 사용되고 있다.

◇전통역사문화 향기 ‘솔솔’

영오리 마을을 기점으로 칠곡에는 전통 역사문화를 엿볼 수 있는 곳이 많다.

먼저 경북 지역 초기 천주교회인 가실성당(경북유형문화재 제348호)이 있다. 지난 1895년 지어졌으며, 현재는 대구대교구 소속이다. 과거 ‘낙산성당’으로 불리다가 지난 2005년 가실(佳室)이라는 마을의 본래 이름을 되살리면서 성당 이름도 고쳐 부르게 됐다. ‘가실’이란 마을의 본래 이름이기도 하지만 아름다운 집을 뜻한다.

영화 ‘신부수업’에서 권상우와 하지원의 결혼식 촬영지로 스크린을 타면서 더 유명해 졌다.

조선 후기 양반 주택의 면모를 살펴보고 싶다면 경수당(敬守堂·경북문화재자료 제583호)으로 발길을 돌려보자.

이 곳은 조선 중기의 유학자 석담(石潭) 이윤우(李潤雨)가 거처했다. 근대에는 대한제국의 법부 형사국장을 지낸 김낙헌이 소유하다가 유학자 후석 이주후(李周厚)에게 팔아 그때부터 벽진 이씨 후석파(后石派)의 종택(宗家)이 됐다. 총 2천644㎡ 대지에 ‘一’자형의 대문간채, 사랑채, 안채 그리고 광채가 동향으로 나란히 배치돼 있어 조선 후기 영남 내륙지방 양반 주택의 공간 구성과 주(住) 생활상을 잘 보여주고 있다. 일부 부식된 연목과 기둥, 현대 증축부분을 제외하고는 전반적으로 보존 상태가 좋아 고택 연구의 귀중한 자료로 활용되고 있다. 집 뒤 동산에는 500여 년 된 고목이 있어 고즈넉한 분위기를 자아내며, 대문채 앞에 벽진 이씨 후석파 재실인 영모헌(永慕軒)이 있다.

이밖에 역사문화 탐방지로 1651년(효종 2년) 유학자 정구(鄭毬)가 일생동안 학업을 닦았던 사양 서당(泗陽書堂·경북문화재 제117호)과 선사시대 거석문화를 느낄 수 있는 ‘신동입석(경북기념물 제29호)’ 등이 있다.

◇바람과 물이 통하니 대대손손 ‘立身揚名’

영오리의 입향조는 사헌부 장령을 제수 받은 오헌(梧軒) 배한종(裵漢宗)으로 조선조 명종 신해년에 출생했다.

배한종은 문과에 급제해 사헌부 장령을 제수 받았으나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임진왜란 때인 1592년께 영오리 마을인 당시 미륵골로 내려왔다.

고려 평장사(平章事) 달성군 배운룡(裵雲龍)의 16세손이며 훈련원(訓練院) 주부(主簿)를 지낸 휘 배손영(裵孫榮)의 차남이다. 성품과 행실이 고결해 명예와 부귀를 부러워하지 않고 자연 속에서 은거하면서 안빈낙도(安貧樂道·가난에 구애받지 않고 도(道)를 즐김)한 것으로 전해진다.

배한종은 당시 마을이 태좌진향(兌坐震向)으로 큰 소쿠리 형태로 이뤄져 멀리서 불어오는 바람이 잘 통했고, 물길(현재의 이언천)이 북쪽으로(덕천쪽)에서 활궁(弓)자로 돌아 금호강으로 꺾여 빠지니 최고의 명당은 아니나 혼란스런 시기에 후손을 보호하고 입신양명(立身揚名)에는 적지라고 판단해 일가를 형성한 것으로 전해진다.

마을이 형성될 때 신라말기 또는 고려초기 때 만든 것으로 추정되는 석불입상이 서 있어 ‘미륵골’이라 했으며, 이후 ‘먹골’이라고 불렸다.

칠곡=김종오기자 kjo@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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