밝아진 골목길 “어른도 아이도 마음놓고 다녀요”
밝아진 골목길 “어른도 아이도 마음놓고 다녀요”
  • 정혜윤
  • 승인 2015.09.03 2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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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동네 안전마을 만들기… 대구시 ‘셉테드’ 도입

일상속 범죄 가능성 밝은 환경 만들어 예방

지난해 달서구 두류 1·2동 올해 서구 비산 7동 추진

폐가를 안전쉼터로… 범죄 취약지역엔 CCTV

미로같은 길에는 벽화·골목마다 '철문갤러리'

사업지속엔 주민참여 필수… 매주 1회 이상 자율방범

안전학교·리더과정 개설… 공동체 조직 역량 강화
/news/photo/first/201509/img_174596_1.jpg"보안등/news/photo/first/201509/img_174596_1.jpg"
두류 1·2동 구남중학교 담장 옆 길고 좁은 골목에 안전홍보 벽화와 함께 태양열 보안등을 달았다.

/news/photo/first/201509/img_174596_1.jpg"내당초
두류 1·2동 내당초등학교 앞 문구점 등의 셔터에 다양한 그림을 그려넣어 등하굣길을 밝게 만들었다.

/news/photo/first/201509/img_174596_1.jpg"능금공원/news/photo/first/201509/img_174596_1.jpg"
우범지대가 될뻔했던 두류 1·2동 능금공원이 안전마을 사업을 통해 밝고 개방적인 공원으로 바뀌었다.

/news/photo/first/201509/img_174596_1.jpg"안전쉼터/news/photo/first/201509/img_174596_1.jpg"
③건물의 자투리 공간을 활용한 두류 1·2동 안전쉼터 앞에서 한 어린이가 놀고있다.

도시민들이 가지는 불안의 근원은 ‘일상 속 범죄 가능성’이다. 특히 생활의 냄새를 잃은 빈집과 저녁 시간이면 텅 비어버리는 공장 인근, 취객들로 붐비는 유흥가는 대구 전지역에서 위험요인으로 취급되고 있다.

‘안전마을만들기’는 범죄예방 환경설계와 주민 커뮤니티 사업을 통해 안전 위해요소가 있는 지역을 ‘안전한 동네’로 바꾸는 사업이다.

대구시는 지난해 첫 대상지로 달서구 두류 1·2동을 정해 1차년도 사업을 진행했고, 올해 서구 비산 7동을 안전마을로 만든다.

안전취약계층이 많은 주택가 중심의 두류 1·2동과, 염색공단이 있고 외국인 주민이 다수 거주하는 비산7동은 서로 다른 문제를 안고 있다. 하지만 범죄예방디자인(CPTED)을 중심으로 도시재생의 측면에서 접근한다는 방법론에서는 크게 다르지 않다.

특히 원주민들의 참여가 가장 중요하다는 공통점이 있다. 오랫동안 거주하면서 그 지역을 잘 아는 주민들이 합심해 마을공동체를 만들어야 사업 이후에도 안전한 마을의 지속가능성이 확보될 수 있기 때문이다.

◇내가 살고 있는 동네는 안전한가

지난해 대구시의 범죄환경 주민의식 실태조사에 따르면 구·군별 지역안전 평가에 있어 대구 수성구 주민들은 5점 만점에 2.86점을, 중구 주민은 2.62점을 줬다. 이어 동구, 서구 주민 등이 안전하지 않다고 여기고 있었다. 이들 지역의 공통점은 폐·공가나 나대지 등이 동네 곳곳에 있고 단독주택 밀집지역인데다 재개발을 이유로 방치된 곳이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말 기준 대구지역 폐·공가는 2천806곳으로 중구(636곳)가 가장 많았다. 폐·공가는 도심 흉물이기도 하지만 이곳을 중심으로 범죄가 발생할 가능성도 있어 문제다. 실제 폐·공가 기준 100m반경 이내 범죄발생은 전체 범죄 대비 28%에 달한다.

지난해 안전마을만들기 시범사업지로 선정된 달서구 두류 1·2동 역시 서대구시장에서 구남보건고교 구간에 좁고 긴 미로형 골목길과 빈집이 많아 범죄 우려가 높았다. 특히 내당초 등 3개 학교의 학생들이 오가는 통학로가 불안전했고 노후주택과 16곳의 폐공가, 낡은 시장 내 폐업한 업소가 많았다.

안전마을만들기 사업 시작 전인 지난해 4월 두류1·2동 주민들이 실시한 ‘우리 마을은 얼마나 안전한가’란 설문조사에서 마을주민 240명 중 약 58%가 ‘우리 마을이 안전하지 않다’고 응답했다. 집을 비운 사이 도둑이 들거나, 차량이 누군가에 의해 파손된 적이 있는 주민들도 각각 18%와 30%로 높은 수준이었다.

올해 안전마을 사업대상지가 된 비산7동의 상황은 두류 1·2동보다 더 복잡하다. 사업 구역인 북부정류장에서 염색공단 입구의 주택지역에는 공단에서 일하는 외국인이 많이 살고 있다. 총 주민 1만3천여명 중 등록 외국인은 약 700여명이지만 실제 거주 외국인 근로자는 2천여명으로 추산된다. 지역 K마트 등 외국인들이 주로 모이는 장소가 있어 위화감과 함께 주민들이 느끼는 불안감도 크다.

이 일대를 담당하는 서부경찰서 비원지구대 자료에 의하면 비산7동 전체 범죄 6천여건 중 사업 구역에서 발생한 범죄는 1천890건으로 30%를 차지하고 있다.

또 대구지역 최대의 쪽방촌이 밀집해 차상위층, 독거노인, 영세 서민층 등 저소득 소외계층이 많아 화재 등 생활안전 위해요소도 고려해야 한다.

/news/photo/first/201509/img_174596_1.jpg"두류동
두류 1·2동 안전마을 철문갤러리.
◇범죄예방 위한 환경설계 ‘셉테드’

주민들이 가장 원하는 안전시설은 단연 CCTV다. 대구시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대구 시민들은 공공부문과 개인차원 모두 가장 필요한 안전 조치사항으로 CCTV설치를 꼽았다. 이어 방범과 순찰 강화 및 조명을 밝게 유지하는 순으로 나타났다.

안전마을만들기 사업은 환경설계를 통한 범죄예방을 의미하는 셉테드(CPTED:Crime Prevention Through Environmental Design)를 도입했다.

‘셉테드’는 지역 내 범죄발생 공간의 특성을 도출해 CCTV 설치를 비롯, 물리적 환경 개선을 통해 범죄를 예방한다는 개념이다.

즉, 어두운 골목길에 조명을 설치하고 우범지역 및 사각지대에 CCTV와 비상벨을 달거나 우중충한 골목길을 벽화 등으로 밝게 만들어 범죄 가능성을 줄이다는 것.

국내에서는 2000년대부터 일부 지자체에서 도입됐지만 아직 제도적 장치와 체계적인 연구가 부족한 실정이다. 최근 들어 중앙정부와 많은 지자체가 셉테드 가이드라인 수립, 법령 제정, 시범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실제 셉테드를 본격적으로 적용한 곳은 서울 염리동이다. ‘소금길 범죄예방디자인 프로젝트’로 불린 이 사업은 국내서 셉테드 기법을 적용한 최초 사례였다. 시행 1년 후 주민 만족도는 83.3%로 높아졌고 5대 범죄 발생률은 2.91%, 특히 절도 발생률은 7.48%가 감소했다.

대구시 역시 셉테드 도입에 나섰다. 지난해 셉테드 전문가를 건축위원회와 도시경관위원회에 포함시켜 두류 1·2동 안전마을만들기 사업을 통해 시범적으로 실시했고, 이를 바탕으로 최근 ‘범죄예방을 위한 환경설계 표준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두류 1·2동 범죄취약지역에 CCTV를 설치하고 폐공가 3곳을 마을공동체 활동을 이어갈 수 있는 커뮤니티센터와 안전쉼터로 조성했다. 특히 미로같은 골목이 많아 어둡고 음침했던 곳에 벽화를 덧입히고, 비상버튼과 방범용 카메라 등도 설치했다.

골목마다 사랑·안전·소도·추억·철문갤러리로 동네와 어우러지는 테마별 벽화로 꾸며, 밝은 분위기뿐 아니라 볼거리를 통해 유동인구를 늘리는 전략도 적용됐다.

지난달 설계를 마치고 이달 중순 셉테드 적용 지역 환경 정비에 돌입하는 서구 비산 7동 역시 설문조사를 통해 범죄예방 관련 주민 요구사항을 설계에 반영했다.

‘서비스 디자인’을 도입, 주민들이 문제를 겪으며 느낀 경험과 감성을 분석, 실제 필요로 하는 맞춤형 서비스와 디자인을 개발한다는 취지다.

귀가길과 등하교길 등 지역 내 적재적소에 10~15대의 방범 CCTV를 확대 설치하고 방법초소와 취약골목길에 비상벨과 보안등도 추가될 예정이다.

또 공단과 인접한 주택가 임을 감안, 바닥 디자인 도색 등 교통사고 예방시설로 안심길을 꾸미고, 북부정류장 내 빈 점포 등을 활용해 주민 사랑방 등도 조성된다.

/news/photo/first/201509/img_174596_1.jpg"주민밴드/news/photo/first/201509/img_174596_1.jpg"
달서구 두류1·2동 안전마을만들기 사업의 주민참여형 프로그램인 ‘주민밴드’ 연습장면.
◇‘안전마을’ 조성의 힘은 주민참여

안전마을만들기 사업의 1차년도는 대부분 하드웨어적 변화로 특징지어진다. 마을 구석구석 크고 작은 불안 요소를 찾아 안심하고 다닐 수 있는 동네를 만드는 것.

하지만 이같은 외형적 변화보다 더 중요한 것이 주민들의 참여다. 적극적인 주민들이 사업의 중심 축으로 자리잡아야 3년의 사업이 마무리된 후에도 지속가능한 안전마을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비산7동 안전마을 사업 역시 주민참여형이라는 점을 더 강조했다.물리적 환경개선을 물론 주민안전학교와 주민리더과정을 통해 역량을 강화하고 끈끈한 동네 사랑이 바탕이 된 공동체를 조직하는 데 목표를 둔 것.

2년차 사업을 진행중인 두류 1·2동도 안전취약계층 비율이 높아 행정기관의 힘만으로 시민의 안전욕구를 충족시키기는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어 주민이 주도적으로 참여하는 방법을 고민했다.

50~60대 주민을 주축으로 한 주민합창단과 주민밴드가 만들어져 활동하며, 지역 구남중학교 학생들은 연탄봉사활동인 ‘청소년봉go’에, 인근 내당초등학교는 우리동네안전지대 스토리텔링 프로그램인 ‘삐뽀삐뽀’에 참여했다. 이야기를 통해 호흡법과 발성법을 배우는 ‘우리동네 이야기꾼’ 등 주민들의 욕구를 반영한 다양한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다. 또 매주 1회 이상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환경 정비와 자율 방범 활동을 벌인다.

비산7동 주민들도 최근 두류 1·2동에 견학가 향후 우리 마을이 어떻게 바뀔지를 상상해보고 역할을 고민하는 시간을 가졌다.

‘색’을 테마로 한 마을 디자인 설계에 주민들의 의견도 반영될 예정으로, 비산7동을 안전마을로 만들겠다는 의지를 담아 지난달 말 북부정류장에서 대학생서포터즈와 함께 캠페인도 진행했다.

지난해 두류 1·2동에 이어 올해 비산 7동의 주민참여 프로그램을 담당하는 노경민 메세지팩토리 대표는 “비산 7동은 다문화가정과 공장 근로자 등 다양한 층위의 주민들이 살고 있어 이들을 어떻게 어우러지게 할 지 고민했다”며 “매주 금요일마다 주민리더 과정을 통해 자발성을 키우기 위해 애쓰고 있다”고 말했다.

정민지기자 jmj@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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