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군인들, 분단국가 한반도서 평화축제 벌인다
지구촌 군인들, 분단국가 한반도서 평화축제 벌인다
  • 김정석
  • 승인 2015.09.10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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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문경세계군인체육대회 <상> D-17, 준비는 끝났다
120여개국 선수단 8천여명 참가 ‘역대 최고’
군사종목 5개 포함 24개 종목 열흘간 열전
‘전쟁 극복 후 도움 주는 나라’ 인식 확산
체육부대
세계군인들의 스포츠 제전이 2015 경북문경세계군인체육대회가 내달 2일 역대 최대규모로 개최된다. 문경시 호계면 견탄리에 조성된 주경기장 일대.

‘세계 군인들의 올림픽’이라고 불리는 세계군인체육대회가 다음달 2일 문경을 비롯한 경북 일대에서 펼쳐진다.

국제종합대회 가운데 올림픽과 유니버시아드에 이어 세 번째로 규모가 큰 대회인 ‘세계군인체육대회’가 어느새 코앞까지 다가오면서, 경북 전역이 들썩이고 있다.

지난 1995년 이래 여섯 번째 개최되는 이번 경북문경 세계군인체육대회는 120여개국에서 8천여명의 선수단이 참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역대 최대 규모다.

‘스포츠를 통한 우정(Friendship through Sport)’이라는 주제 아래 전 세계 군인들이 우정과 화합을 다지고 인류애를 되새기는 이 자리에서는 각국의 스포츠 외교도 활발하게 전개될 전망이다.

◇스포츠의 외교적 함의…‘평화’와 ‘연대’

스포츠는 갈등 극복과 평화 증진의 매개로 오랜 기간 이용됐다.

1960∼1970년대 중국의 ‘핑퐁외교’가 대표적 사례다. 중국은 당시 미국과 소련 간 분쟁이 일어나자 소련을 견제하고 미국과 친교를 맺기 위해 탁구 경기를 이용했다.

중국은 1971년 3월 초 일본 나고야에서 열린 제31회 세계 탁구선수권대회 참가 의사를 밝혔다.

중국 선수단이 최초로 국제무대에 모습을 보인 속내는 대회 승리보다 미국과의 우호적인 관계를 도모하는 데 있었다.

1971년 4월10일 대회가 끝나고 미국 탁구단 선수들이 중국을 방문하며 두 국가의 관계는 급속도로 좋아졌고 1972년에는 미국의 리처드 닉슨 대통령이 직접 베이징으로 날아가 마오쩌둥 주석과 만나 ‘소련 견제’라는 공동의 목표에 합의하기에 이른다.

2001년 4월에도 미국 정찰기가 중국에 억류됐을 때 미국이 중국의 2008년 올림픽 개최를 돕겠다는 의사를 밝히며 사태가 원만히 해결되기도 했다. ‘스포츠 외교’의 힘이었다.

2015 경북문경 세계군인체육대회는 세 가지의 비전을 내세워 세계평화에 기여할 방침이다.

△스포츠를 통한 우정과 연대(Solidarity) 실현 △소통과 화합을 통한 세계의 평화(Peace) 실현 △영광과 평화를 통한 인류애(Humanity) 정신 실현 등이 바로 그것이다.

선수촌사진
2015 경북문경세계군인체육대회 선수촌은 대회 주경기장 건너편인 문경시 호계면 신기동 제2 일반산업단지에 대형 카라반으로 조성됐다.

◇세계 군인들의 박진감 넘치는 축제

세계군인체육대회의 시작은 지난 1948년 2월 18일 프랑스, 덴마크, 베네룩스 3국 등 5개국이 힘을 모아 세계군인체육회(CIMS)를 설립하면서부터다.

한국은 1957년 그리스 추천으로 21번째 회원국으로 가입했고 1990년대에는 공산권이 무너지면서 구소련과 동유럽 국가들이 대거 가입했다. 1991년에는 체코, 헝가리, 불가리아, 폴란드가 세계군인체육회에 가입했고 북한은 1993년 세계군인체육회의 문을 두드렸다.

현재 133개국의 회원국을 거느리고 있는 세계군인체육회는 세계에서 가장 큰 다분야 협력기구 중 하나며 회원국의 국군을 위해 다양한 스포츠 이벤트를 계획하는 역할을 한다.

세계군인체육회의 궁극적인 목표는 스포츠를 통해 세계의 군을 연합시켜 평화에 기여하는 것이고, 세계군인체육회가 이루고자 하는 모토는 ‘스포츠를 통한 우정’이다.

지난 1995년 세계군인체육회는 처음으로 이탈리아 로마에서 ‘세계군인체육대회’를 개최했다.

당시 개최종목은 17개로 84개국 4천17명의 군인들이 각자 갈고 닦은 기량을 겨뤘다. 이 대회에서 우리나라는 13개 종목에 172명이 참가해 금메달 2개, 은메달 5개, 동메달 7개를 획득하며 종합 17위의 성적을 거뒀다.

이어 4년마다 열린 세계군인체육대회는 1999년 크로아티아 자그레브, 2003년 이탈리아 카타니아, 2007년 인도 하이데라바드, 2011년 브라질 리오데자네이루로 개최 장소를 옮겨갔다. 참가국들도 매년 불어나 제2회 대회 80개국에서 제3회 81개국, 제4회 101개국, 제5회 113개국으로 늘어났다.

우리나라는 1995년 제1회 이탈리아 대회부터 2011년 브라질 대회까지 다섯 번의 대회에 모두 참가했다. 뿐만 아니라 세계군인체육회가 주관하는 동계세계군인체육대회, 세계사관생도대회, 종목별 세계선수권 대회 등 크고 작은 150여 대회에 출전하기도 했다.

세계군인체육대회에서 우리나라는 1~5회까지 총 650여명의 선수와 임원이 참가해 금메달 26개 등 80여개의 메달을 획득했다.

가장 최근 열린 2011년 브라질 대회에서는 12종목에 168명의 선수단이 참가해 금메달 8개 등 22개의 메달로 종합 6위의 성적을 거둔 바 있다. 특히 종주국인 태권도와 유도·복싱·레슬링 등 격투기 종목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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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촌 숙소 내부 모습.

◇국격 상승은 물론 경제효과도 막대

이번 대회는 국군의 날 바로 다음 날인 10월 2일부터 11일까지 총 열흘간 국군체육부대를 중심으로 한 문경시와 김천, 안동, 영주, 영천, 상주, 예천, 그리고 해양종목 개최지인 포항 등 8개 시·군에서 경기가 진행된다.

이번 대회에서는 19개의 일반종목과 5개의 군사종목 등 총 24개 종목의 경기가 치러진다.

육상과 마라톤 등 잘 알려진 종목과 함께 군인올림픽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일반 스포츠 대회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경기들도 치러진다. 육군 5종, 해군 5종, 공군 5종, 오리엔티어링, 고공강하는 군인만의 특성화된 경기종목이다.

육군 5종은 영천 3군 사관학교 일원에서 열리고 해군 5종은 포항 해병1사단 일대, 공군 5종은 예천 제16전투비행장에서 진행될 계획이다.

이번 문경대회는 지구상에서 마지막 남은 분단국가인 한반도에서 열리게 돼 개최 의미가 어느 대회보다 크다.

전 세계의 군인들이 다양한 스포츠 종목에서 실력을 겨루는 가장 큰 목적은 세계군인체육회의 이념 아래 스포츠를 통한 세계군인들의 우정 및 위상 향상과 세계군인체육대회 개최를 통한 세계 인류애와 대한민국의 국격(國格)을 업그레이드하는 것이다.

이 가운데 국방부는 이번 문경대회를 통해 6·25 전쟁 후 도움을 받던 한국이 이제는 전쟁 폐허를 극복하고 도움을 주는 나라로 성장했다는 인식을 세계에 확산시킬 계획이다. 또 문경대회가 남북한 신뢰 증진에 기여하고 우호협력을 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또 대회 조직위는 대회 개최를 통해 지역경제 활성화는 물론, 국가 경제발전에 크게 이바지하겠다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 낙후된 지역에 국제경기 수준의 인프라를 구축하고 경북도 및 개최 시·군을 국내외에 홍보하는 직·간접적 효과까지 볼 수 있다는 것.

최근 한국국방연구원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생산 유발효과 3천115억원, 부가가치 유발효과 1천542억원, 취업 유발효과 2천855명으로 분석됐다.

이와 함께 다른 국가 참가 선수들이 한국의 문화와 정을 느끼고 이들에게 한류문화를 확산할 좋은 기회도 될 수 있다. ‘강남스타일’로 세계적인 스타가 된 가수 싸이와 국민배우 안성기 등을 홍보대사로 위촉할 만큼 대회 조직위원회도 한류 확산에 신경을 쓰고 있다.

현재 조직위는 참가국별로 서포터스단을 구성해 군부대, 학교기관, 지자체 등과 연계하고 있다. 자원봉사단 100∼300명으로 구성된 서포터스단은 대회 기간 중에는 해당 국가를 응원하게 되며, 경기가 없을 때에는 지역관광, 지역축제, 템플스테이 등을 지원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김상기 경북문경세계군인체육대회 조직위원장은 “‘스포츠를 통한 우정’이라는 이념 아래 전 세계 군인들이 우호를 증진하고 인류애를 실천하는 평화의 축제 한마당이 경북에서 펼쳐진다”며 “성공적인 대회 개최로 대한민국을 사랑하고 세계 평화를 염원하는 모든 이들의 기대에 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김상만기자 ksm@idaegu.co.kr
김정석기자 kjs@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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