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 맞서 나라빚 국민이 갚자” 세계 전례없는 국권운동
“일제 맞서 나라빚 국민이 갚자” 세계 전례없는 국권운동
  • 최연청
  • 승인 2015.10.28 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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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유산 등재 추진 ‘국채보상운동 기록물’의 가치와 의미
대구 사회 소외계층의 자발적 운동
취지문·추진과정 문건 등 2천500여종
세계사적 문화유산 가치 ‘충분’
국채보상 정신 계승 움직임
대구정체성 찾기 범시민운동 전개
2.28 국가 기념일 지정 연계 추진
국채보상운동 기록물 유네스코
지난 8월 27일 오후 대구국립박물관 대강당에서 대구여성단체협의회 및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등재 추진위원회가 '국채보상운동 기록물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를 위한 여성포럼'을 열었다. 이날 참석한 여성단체 회원들이 결의문 낭독과 함께 선서를 하고 있다.
박현수기자love4evermn@idaegu.co.kr
과거 일제로부터 국권을 회복하기 위한 운동의 하나로 발단됐던 ‘국채보상운동’은 대구지역에서 사회 소외계층이었던 사람들의 시민적 자각에 의해 자발적으로 시작됐던 시민운동이다. 국가가 진 빚을 국민이 나서서 책임지고 갚겠다고 한 사례는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희귀하면서도 세계가 공유해야 할 소중한 가치를 지니고 있다. 국채보상운동은 1907년 일본의 경제주권 침입에 대항해 우리나라에서 일어난 국민적 경제주권 회복운동이다. 대구에서 시작된 국채보상운동. 대구시는 그 기록물이 진정성, 독창성, 역사성 측면에서 이미 세계사적 문화유산으로서의 가치가 충분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시는 이렇게 세계사적 문화유산으로서의 가치가 있는 국채보상운동기록물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함으로써 인류의 대표적 유산을 보유한 나라로서, 문화적 수준과 자긍심을 높일 수 있다는 의지를 가지고도 있다. 또 이를 계기로 각 지역에 산재한 국채보상운동 자료를 발굴, 수집, 정리해 역사문화자원으로서의 지속가능한 보존관리 및 활용의 필요성이 있다는 것.

국채보상운동의 정신은 1997년 우리나라의 IMF 경제난으로 전 국가적 혼란에 빠졌을 당시 국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전 세계를 놀라게 했던 ‘금모으기 운동’의 전신이 되기도 했다. 지난 8월 문화재청에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신청을 한 국채보상운동 기록물. 그 향배를 짚어본다. <편집자주>

지난 8월 28일 (사)국채보상운동기념사업회는 대구시민의 정체성 근간이자 우리 조상들의 정신이 깃들어 있는 국채보상운동의 취지문, 회문, 통문, 언론보도자료, 통감부 문서 등 2천500여종에 이르는 기록물을 수집·정리해 문화재청에 등재 신청 했다.

이 기록물들은 내달 있을 문화재청 세계유산분과의 국내심사를 통과하면 문화재청에서 내년 3월말까지 유네스코 사무국에 제출하게 된다. 이후 내년 11월부터 2017년 2월까지로 예정돼 있는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국제자문위원회(IAC) 등재심사소위원회의 사전심사와 최종심사를 거쳐 2017년 6~7월에 최종 결정이 나게 된다.

우리나라는 이미 유네스코에 등재된 각종 기록물이 13건 있다. 등재 건수로는 총 347건이다. 훈민정음, 조선왕조실록(1997년)과 직지심체요철, 승정원일기(2001년), 해인사 대장경판 및 제경판, 조선왕조의궤(2007년), 동의보감(2009년), 일성록, 5·18민주화운동기록물(2011년), 난중일기, 새마을운동기록물(2013년), KBS특별생방송 ‘이산가족을 찾습니다’ 기록물, 한국의 유교책판(2015년) 등이 그것이다.

등재신청서를 제출한 국채보상운동 기록물들은 문화재청 심사위원들이 1차, 2차, 3차에 걸쳐 심사를 하게 되며 심사기준은 기록물의 진정성과 세계적 중요성, 그리고 비교기준으로 시간, 장소, 사람, 대상과 주제, 형태와 양식, 사회적·정신적·공동체적 중요성을 따져 보게된다. 보조 요건으로 희귀성과 완전성을 평가하게 된다.

◇ 왜 세계기록유산 등재인가

국채보상운동기록물의 세계기록유산 등재는 자료와 내용면에서 단순히 기록물 자체가 가지는 의미와 가치에 국한하는 것이 아니라 그 기록물을 통해 인류문화의 우수성을 알리고 미래의 인류가 기억해야 할 과거의 기록, 특히 많은 사람들의 삶과 생활 및 정신세계에 영향을 줄 수 있는 훌륭한 기록물을 만드는 데 목적이 있다.

국채보상운동은 1907년 일본의 경제주권 침입에 대항해 우리나라에서 일어난 국민적 경제주권 회복운동이다. 그 기록물은 진정성, 독창성, 역사성 측면에서 이미 세계사적 문화유산으로서의 가치가 충분하다. 이렇게 세계사적 문화유산으로서의 가치가 있는 국채보상운동기록물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함으로써 인류의 대표적 유산을 보유한 나라로서 문화적 수준과 자긍심을 높일 수 있고, 또한 이를 계기로 각 지역에 산재한 국채보상운동 자료를 발굴·수집·정리해 역사문화자원으로서의 지속가능한 보존관리 및 활용의 필요성이 있다.

◇기록물들, 어떤게 있나

이번에 등재 신청하는 대상 자료는 총 4종류 2천500여종이다.

전 국민에게 국채보상운동의 참여를 호소하기 위해 국채보상운동의 발단과 전개, 취지와 목적 등을 설명하는 발기문·취지문 12건, 각 지역의 연락문(회문, 통문), 보상소 규약, 기부자 명단, 기부영수증 등 국채보상운동이 전국적으로 확산·전개·파급되는 구체적인 과정을 담고 있는 문서 75건 등이 포함돼 있다.

국채보상운동 관련 일제 정부 기록물로 통감부 및 총독부가 국채보상운동의 동향을 파악하기 위해 관계기관으로부터 받은 보고서와 이에 대해 정부의 방침을 하달한 명령서 등 121건, 신문 및 잡지에 게재된 발기문, 취지문, 성금자 명단(의연명단), 논설, 광고 등 관련 기사 2천264건도 함께한다.

이들 자료의 내용은 국채보상운동의 전개상황을 전달한 언론 기록물로 1900년대 초반 국내·외에서 발행된 ‘대한매일신보’, ‘황성신문’등 7종의 신문 및 ‘대한자강회월보’ 등 3종의 잡지에 수록된 국채보상운동 관련 자료다.

언론 기록물은 국채보상운동의 참여를 호소하는 발기문, 취지서, 논설과 광고문, 국채보상운동의 전개 과정에서 나타난 개별지역이나 개인의 상황을 기록한 기사, 모금운동 과정에서 일어난 다양한 사건을 소개한 기사, 성금 참여자와 모금액을 파악할 수 있는 성금자 명단과 금액 등을 담고 있는 기록물이다.

◇세계기록유산 등재의 의미는

대구시와 (사)국채보상운동기념사업회는 국채보상운동기록물이 문화재청 심사의 평가 항목에 모두 우수한 점수를 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국가가 진 빚을 국민이 나서서 책임지고 갚겠다고 한 사례는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희귀하면서도 세계가 공유해야 할 소중한 가치이기 때문에 더욱 그러한 확신을 갖는 것이다.

국채보상운동은 과거 일제로부터 국가의 국권회복운동의 일환으로 발단됐던 국채보상운동은 대구지역에서 사회 소외계층이었던 사람들의 시민적 자각에 의해 자발적으로 시작됐던 시민운동이다.

국채보상운동기록물들이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될 경우 한국 최초의 국민·시민운동으로 우리 지역에서 시작된 국채보상운동의 성격과 역사적 의의를 계승·발전시키고 시민운동으로서의 지위를 인식해 지역민은 물론 전 국민은 큰 자긍심을 가질 수 있을 것으로 대구시는 내다보고 있다.

◇국채보상 정신의 계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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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3일 대구 엑스코에서 진행된 국채보상운동 기록물 유네스코 기록물등재 시민보고회에서 권영진 대구시장이 유네스코 기록물 등재를 위한 백만인 서명운동에 동참, 서명을 하고있다. 대구시 제공
대구시는 현대 지역사회에서 국채보상운동의 정신을 계승·발전시켜 전 국민운동으로 활성화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2.28민주운동기념사업회, 대구경북연구원, 대구·경북지역 대학교수, 경북 청도의 새마을 운동, 구미의 조국 근대화운동 등을 연계한 ‘대구정체성 찾기 범시민 운동’도 야심차게 전개 해 나갈 예정이다.

이를 통해 국채보상운동기록물의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추진과 2.28민주운동기념사업회의 국가 기념일 지정도 연계해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권영진 대구시장은 국채보상운동기록물 유네스코 세계기록물 등재신청과 관련해 “이같은 노력이 최근 지역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는 국채보상운동 정신 재조명 움직임에 마중물 역할과 대구시민들의 내면속에 잠재돼 있는 시민정신을 발현시킬 전환점이 될 것”이라며 “지역을 넘어 국내·외 사람들이 국채보상운동 정신을 올바르게 인식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연청기자 cyc@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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