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심한 취업난·저임금…청년, 바꿀 것인가 떠날 것인가
극심한 취업난·저임금…청년, 바꿀 것인가 떠날 것인가
  • 손선우
  • 승인 2015.12.31 16:57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정치’ 등 돌린 대구 젊은세대…투표가 미래다

수십년간 정당만 따진 ‘묻지마 투표’

50대 이상 선거표심이 절대적 영향력

실질적 청년문제보단 어른문제 초점

정책 만들고 나랏돈 관리하는 ‘정치’

선거참여로 젊은세대 목소리 키워야
/news/photo/first/201512/img_185274_1.jpg"부끄럽지않은
대구는 희망이 없는 도시다. 혹자는 이 말을 들으면 지역에 대한 애향심과 자긍심이 부족하다며 발끈할지도 모른다. ‘문화예술의 도시’ ‘섬유패션의 도시’ ‘육상의 도시’ ‘첨단의료도시’ ‘미소친절도시’ ‘컬러풀대구’ 등…. 대구시가 내세우는 단면만 보면 그럴 수 있다. 하지만, 이런 화려한 문구들 뒤에 숨겨진 대구의 본모습은 ‘GDRP(1인당 지역내총생산·2013년 기준) 20년 연속 전국 최하위’ ‘전국 평균을 밑도는 1인당 개인소득’ ‘전국 최고 수준의 청년실업률’이다.

누가 이렇게 만들었을까? 누구의 ‘책임’일까? 어두운 대구지역 현실의 무게를 가장 무겁게 짊어져야 할 사람들은 정치인이다. 하지만, 이 지경이 되도록 만든 장본인은 선거에 무관심한 당신이다. 대구 경제의 쇠락은 정치와 함께 해왔다. 대구에서는 수십 년간 소속 정당만 따지는 ‘묻지마 투표’라는 관행이 빚어졌다. 기호 1번만 달고 나오면 선거에서 당선됐다. 시민을 외면해도 정치인에게 불이익은 없었다. ‘정치인들은 다 똑같다’ ‘해도 달라질 거 없다’ ‘어차피 우리는 힘이 없다’ 좋은 핑계다. 헌법에는 ‘모든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해 선거권을 가진다’고 규정돼 있다.

<편집자주>

◆ 눈부신 경제 성장과 그 이면의 불편한 진실

우리나라는 한국전쟁 이후 눈부신 경제성장을 해왔다. 1인당 GDP 80불, 아프리카의 나라들보다도 가난했던 나라가 삼사십 년 만에 부자 나라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됐다. 외환위기, 금융위기에 잠시 휘청거리기도 했지만, 경제 규모는 비약적으로 커졌다. 나이 지긋한 대구의 어르신들은 영광스런 과거를 회상하며 깊은 감회에 잠긴다. 귓가를 성기게 덮은 흰머리와 주름진 얼굴에는 눈부신 경제 발전을 이뤄낸 기적을 만든 세계 유일 나라의 중심이었다는 자부심이 담겨 있다. 대구는 과거 우리나라 경제 발전을 주도했던 곳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의 눈부신 성장 뒤엔 어른들의 땀과 희생이 있었다. 할아버지는 배곯으며 돈을 벌었고, 아버지는 산업의 역군으로 열정과 청춘을 바쳤다. 할머니는 온종일 허리를 숙인 채 밭일을 하며 자식을 키웠고, 엄마는 봉제 공장에서 재봉을 돌리며 자식을 대학에 보냈다. 고생이 당연하던 시절의 얘기다. 어른세대는 큰 희생을 감수해야 하는 현실에 대해 불평하지 않았다. 내 자식이 조금이라도 편안하게 살기 위해선 조금 덜 자고, 더 일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어서다. 잊어서는 안 되는 사실이다.

하지만 ‘경제 성장’의 성과는 결코 평범한 시민들의 몫으로 돌아오지 않았다. 빈부격차는 날로 벌어졌고 격차는 대물림되고 있다. 경제 규모는 커졌지만, 분배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연달아 대통령을 배출한 ‘정치의 메카’로 여겨지는 것과 다르게 대구의 경제는 정반대의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1인당 GRDP는 1천915만원으로 울산의 3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한다. 정치적·경제적으로 소외지역으로 평가받는 광주(2천110만원) 보다도 낮다. 하지만, 소비자물가상승률은 전국 최고 수준이다. 대구보다 경제 규모가 더 큰 지역보다 사교육비 부담도 크지만, 개인소득은 전국에서 하위권이다.

경제 성장의 후폭풍은 청년층에 불어닥쳤다. 일은 더하고 급여는 덜 받는 ‘고생’이 당연스러워졌다. 청년노동자들의 노동조합인 대구청년유니온이 지난해 15~39살 직장인 400명과 20대 아르바이트생 200명을 상대로 노동실태를 조사한 결과, 현행 근로기준법에 명시된 주당 근로시간 52시간을 초과해서 일하는 청년 직장인들은 35%에 이른다. 조사 대상 63%는 야간수당, 연장수당, 휴일수당 등을 받지 못했다. 이렇게 일하고 받는 평균 월급여는 최저임금으로 계산한 156만 원이었다. 노동법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 근로계약서를 쓰지 않은 이는 27.5%, 4대 보험 미가입자는 21.5%로 집계됐다.

결국 청년들은 매력 없고 암울한 고향을 떠나고 있다. 지난 14년간 무려 19만 명의 청년이 대구를 벗어났다. 그 사이 고령화 속도가 빨라졌다. 동북지방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대구지역 고령인구 비율은 12.7%를 기록했다. 인천(10.5%), 광주(11.1%), 대전(10.6%)보다 1~2% 차이가 났고, 전국 평균(13.1%)보다 0.4% 낮았다. 대구는 어른들의 도시가 돼버렸다.

◆ 심각한 사회 문제 ‘청년’…청년이 나서야

문제는 전망도 그리 밝지 않다는 데 있다. 대구 시민이 뽑은 정치인들이 대형사업을 지역에 유치하고 있지만, 지역경제 활성화 효과에는 의문이 든다. 그동안 대구지역에서 투입된 사업에는 정치색을 띠는 단발성 측면이 강했다. 엄청난 액수의 사업이 투입되고도 좀처럼 대구지역의 1인당 생산량이 증가하지 않고 있다는 게 이를 방증한다. 이 때문에 대구지역의 경제적 낙후문제를 정치적인 측면에서 찾아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하지만, 대구의 투표율은 전체적으로 전국 평균을 밑돈다. 지난 2014년 6·4지방선거 결과, 투표율은 52.3%에 그쳤다. 2010년 제5회 지방선거 최종투표율 45.9%에 비해 6.4%P나 상승했으나, 제1회 지방선거(64.0%) 때보다 10% 이상 낮아졌다.

대구의 지방선거 투표율은 1995년 시작된 제1회 지방선거부터 최근까지 단 한 번도 전국 평균을 넘긴 적이 없었다. 투표율을 끌어내리는 것은 청년들이었다. 6·4지방선거 때 대구지역 30대 남성의 투표율은 36.9%, 여성은 44%로 전국에서 가장 낮았다. 사전 투표율도 남성은 10.2%,여성은 5.9%로 전체 평균 8%에 머물렀다. 이러한 결과는 총선 때도 마찬가지였다. 지난 19대 총선 대구지역 투표율을 보면 전체 투표율은 52.3%이지만, 24~34세 투표율은 30~40%에 그친다. 이런 결과는 대구를 ‘누구든 기호 1번만 달고 나오면 선거에서 당선되는 지역’ ‘유권자들의 목소리를 듣고 지지를 호소하는 것보다 당내 공천 경쟁에서 이기는 게 더 중요한 도시’로 만들어버렸다.

젊은 세대는 아직도 기성세대가 자신을 걱정해주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한다. 중년은 밥벌이 기간을 늘리느라 허덕이며, 노년은 100세 시대의 여명을 굶지 않으려 발버둥친다. 그러니 그들에게 ‘왜 우릴 챙겨주지 않느냐’고 말하는 건 의미가 없다. 청년들이 직접 나서야 한다. 아무도 챙겨주지 않는다면 직접 해야 한다. 단언컨대 그 힘은 ‘정치’에서 나온다. 정치는 법이고, 법은 일상이다. 나랏돈을 쓰는 것부터, 누군가에게 유리하고, 누군가에게 불리한 제도를 만드는 것까지 모두 정치가 결정한다. 이런 줄도 모르고 20~30대는 투표를 하지 않는다.

◆ 시민은 빠진 20대 총선 예비후보들의 선거 마케팅

이대로라면 아마 20대 총선 결과도 과거와 비슷할 것이다. 지역에서 터줏대감 노릇을 하는 지역구 의원만 더 늘게 될 것이다. 국회의원은 국민의 대표다. 여기서 대표라는 말은 헌법 제7조 1항(공무원은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이며, 국민에 대하여 책임을 진다)과 제46조 2항(국회의원은 국가 이익을 우선하여 양심에 따라 직무를 행한다)에 비춰볼 때, 국민 전체를 대표한다고 보는 게 맞다. 헌법학자들의 의견도 ‘출신 지역구민만을 대표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 전체를 대표하며 국민 전체의 이익을 위하여 활동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정치인들은 당선 직후부터 지역구 민원 해결에만 매진하기 때문이다. 이 지역구 민원 해결이란 청년들의 문제보단 어른들의 문제에 더 가깝다. 의정보고서에 예산 몇 억을 따왔다거나, 내가 힘써서 뭘 지었다는 둥 자랑만 늘어놓으면서 ‘텃밭 가꾸기’에 여념이 없다. ‘시민의 공백’은 처음 선거에 나선 이들도 마찬가지다.

20대 총선을 앞두고 대구에서는 노골적인 ‘박근혜 대통령’ 마케팅이 벌어지고 있다. 시민은 오간데 없다. 대구 북을 지역구의 현역 서상기 의원은 총선을 앞두고 지역구민들을 상대로 배포한 의정 보고서 표지에 박 대통령과 자신의 모습이 담긴 사진과 함께 ‘역시 서상기! 진실한 사람!’이라는 문구를 적었다. 대구 달서을에 출마하는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은 명함에 박 대통령과 나란히 선 사진을 넣었다. 박 대통령과 함께 찍은 사진이 없어 박 대통령의 이름을 크게 적어넣은 예비후보도 있다. 대구 중·남구 예비 후보자인 이인선 전 경북도 행정부지사는 명함 이름 위에 ‘박근혜 대통령이 인정한 경제 전문가!’라고 적었고, 이재만 전 구청장도 사진 대신 ‘동구와 대통령을 지키겠습니다’라고 썼다. 곽상도 전 청와대 민정수석은 지난 14일 대구 달성 출마 기자회견에서 연단 앞에 ‘특명받은 곽상도’라는 문구를 써붙였다. 출마 선언문에는 ‘박근혜 대통령’이라는 단어를 수차례 사용했다.

손선우기자 sunwoo@idaegu.co.kr

  • 대구광역시 동구 동부로94(신천 3동 283-8)
  • 대표전화 : 053-424-0004
  • 팩스 : 053-426-6644
  • 제호 : 대구신문
  • 등록번호 : 대구 가 00003호 (일간)
  • 등록일 : 1996-09-06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대구, 아00442
  • 발행·편집인 : 김상섭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배수경
  • 대구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대구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icbae@idaegu.co.kr
ND소프트
많이 본 기사
영상뉴스
SNS에서도 대구신문의
뉴스를 받아보세요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