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생·경제 팽개치고 싸움만…국민을 위한 국회는 없었다
민생·경제 팽개치고 싸움만…국민을 위한 국회는 없었다
  • 권기현
  • 승인 2015.12.31 1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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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최악’ 19대 국회

법안 가결률 31.6% 최저 수준

세월호·메르스 사태 등으로 마비

“무능·무책임 기네스북감” 비난

총선 앞두고 여야·집안갈등 심화

선거구·공천룰 논쟁 설상가상

국민들의 ‘정치혐오’ 극에 달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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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6%’ 19대 국회의 법안 가결률이다.(2015년 12월 24일 현재)

19대 국회의 초라한 성적표는 18대 44.4%는 물론, 17대 50.4%, 16대 62.9%, 15대 73.0%에 크게 못 미치는 역대 최저 수치다.

법안을 발의하고 심사하고 처리하는 소위 ‘입법’활동은 국회와 국회의원의 고유권한이자 가장 중요한 역할임을 고려하면, 19대 국회는 역대최악 ‘불임국회’라는 비난의 목소리가 괜히 나온 것이 아님을 이 수치에서 고스란히 드러나는 것이다.

‘유종의 미’를 거둘 가능성도 거의 없어 보인다. 주요 법안처리는 커녕 20대 총선이 코 앞까지 다가온 상황에서 선거의 기본적 ‘룰’조차 정하지 못하고 있다. 이러다보니 “19대 국회의 무능과 무책임은 기네스북감”이라는 비난까지 사고 있다.

◇국회선진화법 탓?…과열된 ‘정쟁’이 원인

19대 국회의 ‘낮은 생산성’을 두고 여당 지도부 등 일각에선 ‘국회선진화법’의 폐해를 들고 있다.

절차와 타협을 중시하도록 한 국회선진화법으로 인해 국회의장의 직권상정이나 원내 과반을 차지한 집권여당의 법안 단독처리가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에서, 야당이 시시때때로 ‘발목잡기’하며 법안처리를 가로막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근본적인 원인은 따로 있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여당 지도부가 발목잡기라고 표현한, 여야 간의 ‘정쟁’이 그 원인이라는 지적이다.

19대 국회는 임기의 반환점을 돌며 극심한 마비사태를 겪었다. 지난해 4월 ‘세월호 참사’를 겪으면서다.

온 국민을 충격과 슬픔에 빠뜨렸던 이 사고로 진상규명과 ‘세월호 특별법’ 문제 등을 둘러싼 정치권의 논쟁이 가열되면서 다른 모든 이슈를 잠식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7시간 행적’,‘피해가족 배·보상 문제’ 등 쟁점들을 둘러싼 갈등은 1년 반이 넘게 지난 지금까지도 현재진행형이다.

이것이 끝이 아니었다. 세월호 참사로 반년 가까이 마비됐던 국회가 정상가동되는가 싶더니 ‘청와대 비선실세’논란, ‘성완종 리스트’ 파문 등이 잇따라 일어나며 여야간 정쟁은 더욱 격렬해져만 갔다.

올해 중순 닥친 ‘메르스’사태는 제2의 세월호 참사로까지 불리며 정치권의 공방을 가속화시켰다.

일련의 사태의 전형적 장면이 있었다. 야당은 여당이 사건을 흐지부지 ‘무마’하려 한다고 비난하고, 여당은 야당이 어쩔 수 없는 ‘사고’들을 마치 현 정부의 잘못처럼 정쟁화한다고 공세를 펼치는 모습이 그것이다.

실제로 이같은 공방은 세월호 이후 국회 안팎에서 끊이지가 않았고, 19대 하반기 국회는 긴 휴업 끝에 잠시 ‘정상화’되는 과정을 반복했다.

정치권의 갈등과 맞물려 우리 사회도 극렬하게 분열되는 조짐을 보였다.

문제는 이같은 분열양상이 과거의 보수-진보, 즉 ‘진영 갈등’보다 더욱 복잡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가 추진한 ‘역사교과서 국정화’ 문제는 학계뿐 아니라 사회 각 분야를 ‘찬-반’ 논쟁에 빠뜨렸다. 임금피크제 등을 골자로 한 ‘노동개혁’은 과거엔 한 ‘계급’층으로 분류됐던 정규직-비정규직 간은 물론 청년-기성세대 간 ‘세대갈등’으로까지 불거지는 모양새다.

정치권에서 나온 이슈가 사회분열을 일으키고 정치권을 이를 수습하지 못하고 갈등을 더욱 부추기는 ‘악순환’이 끊임 없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국민들의 ‘정치혐오’, ‘국회 무용론’이 날이 갈 수록 커질 수밖에 없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가 정치권에서부터 나오는 이유다.

◇여야, 집안싸움으로 국정은 ‘뒷전’

이 와중에 여야의 ‘집안싸움’은 바람 잘 날이 없었다. 이는 여야 모두 의정활동에 집중하기 힘들게 만들었을뿐 아니라, 정치권을 지켜보는 국민들의 피로감을 급격히 고조시킨 가장 큰 요인 중 하나다.

새누리당 친-비박 간 갈등의 상징적 장면은 이른바 ‘유승민 사태’였다. 지난해 김무성 대표가 친박계 ‘맏형’ 서청원 최고위원을 예상 외 큰 표차로 따돌리며 대표로 취임하고 올해 초 유승민 원내대표 또한 ‘범친박계‘ 이주영 의원을 꺾으며 원내대표에 올랐을 때만 하더라도 정치권에선 “비박 지도부가 대통령과 친박세력을 견제하며 당청관계의 주도권을 잡을 것”이라는 전망이 팽배했다.

그러나 ‘국회법 개정안’파동 당시 박 대통령이 유 원내대표를 겨냥 “배신의 정치”라는 표현까지 써가며 작심 비판하며 분위기는 급반전됐다. 대통령의 발언 이후 비박계는 유 원내대표의 사퇴를 요구하며 일사분란하게 움직였으며, 버티던 유 원내대표는 결국 ‘자진사퇴’ 형식으로 원내대표 직에서 물러났다.

총선을 앞둔 현재 ‘신박’, ‘진박’, ‘가박’ 등의 단어들까지 등장하며 너도 나도 ‘박심’마케팅을 펼치는 모습까지 보이고 있다.

하지만 새누리당의 갈등은 언제든 다시 불거질 수 있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당장 내년 총선을 앞두고 소위 ‘대통령의 진실한 사람들’을 20대 국회서 대거 등용시키려는 친박계와 이들에게 주도권을 뺏길 수 없는 비박계는 총선에 적용할 당내 공천룰 논쟁에서 부딪힐 수밖에 없다.

특히 박근혜 대통령의 임기 말, 정·청뿐 아니라 당에서도 ‘친정 체제’를 구축하려는 움직임이 본격화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어 총선 후 전당대회와 멀게는 대선까지 당권 쟁탈을 위한 갈등이 계속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야당의 내홍은 더욱 복잡하고 심각하다. 지난해 문재인 대표 취임 이후 소위 ‘친노’ 주류측과 비주류 간의 갈등이 극단으로 치달았다.

총선을 앞둔 현재는 단순 내홍의 수준이 아니라 ‘분열’ 위기로까지 치닫고 있다. 안철수 의원의 탈당 이후 비주류·호남 의원들의 ‘탈당 도미노’가 가시화되며 사실상 분당 수순을 밟고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한 사분오열로 야권의 총선 ‘필패’론이 점차 고개를 들고 있다.

야당 내 수 많은 계파간의 ‘잡음’은 어제 오늘 나온 얘기가 아니다. 야당의 내홍에는 많은 말들이 오가지만 근본에는 자신들의 ‘밥그릇’을 둘러싼 주도권 싸움이 있다는 것이 정설이다.

야당 특유의 분위기와 구조도 한 몫한다. 당내 갈등이 있더라도 중요한 위기 때마다 단결된 모습을 보이는 새누리당과 다르게 야당 내에서는 중대한 이슈가 아니면 한 목소리를 내는 경우가 드물다.

이러다보니 국정에도 빈번히 차질이 빚어졌다. 지난해 박영선 비대위 체제 당시 여당과 ‘세월호 특별법’ 합의를 이끌어내고도 당 의원총회에서 추인 받지 못해 합의가 번복되는 일을 시작으로, 지도부가 여야 합의를 이끌어내도 당내 반발에 의해 뒤집어지는 경우가 허다했다. 대여 협상 등에서 혼선이 빚어지는 모습이 당밖으로 표출되는 경우도 많아 원성을 사기도 했다.

적어도 겉으로 표출되는 야당의 내홍은, “집안싸움에 민생이 발목 잡혔다”는 비난을 가볍게 넘길 수 없는 야당의 심각한 ‘아킬레스 건’처럼 보인다.

◇20대 총선은 어쩌려고…

정치권이 정쟁과 집안싸움에 골몰하고 있는 사이 오는 4월 13일 20대 총선이 코 앞으로 다가왔다. 그러나 총선에서 국민과 지역구 지역구를 위해 봉사할 적임자를 뽑을 수 있을까하는 고민은 커녕, 올해 총선을 제대로 치를 수 있을지부터가 걱정이다.

당장 총선에 적용될 ‘룰’조차 제대로 정해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경북 등 선거구 재획정 대상 지역에 출마할 후보들은 자신들이 어디에 출마할지도 모르는 채 선거운동에 임해야 할 판이다.

이에 더해 선거구 획정이 계속해서 무산되며 결국 사상 초유의 ‘선거구 무효화’사태까지 직면했다.

아이러니한 점은 총선에 관한 룰을 정하는 것이 출마 당사자인 국회의원들이라는 것이다.

선거구 무효화로 총선 예비후보 등록은 불가능해지고 기존 예비후보로 등록한 인사들도 후보자격을 상실하게 돼 제한적으로 허용되는 선거운동조차 할 수 없다. 반면 현역 국회의원들은 활동에 큰 지장이 없다. 가뜩이나 지역구 활동 등에 현역의원들보다 불리할 수밖에 없는 정치신인 및 원외 인사들에겐 엎친 데 덮친 격이다.

이 때문에 현역 의원들이 정쟁은 핑계일뿐이고 자신들의 ‘밥그릇 챙기기’를 위해 룰 확정을 막판까지 미루는 것 아니냐는 ‘의혹 아닌 의혹’마저 나온다.

당내 공천룰 논의도 마찬가지다.

새누리당은 김 대표가 지난 추석 연휴 당시 여야 대표의 부산회동에서 합의한 바 있는 ‘안심번호 경선 방식’안이 당내 친박계 반발에 부딪히며 사실상 무산됐으며, 김 대표가 줄기차게 강조해 온 ‘상향식 공천’또한 점차 후퇴하는 양상을 보였다.

이후에도 공천룰에 대한 갑론을박으로 공천룰 논의를 위한 특별기구 인선도 미뤄지다 지난 12월말에야 구성을 완료하고 가까스로 첫 발을 내딛었다. 그러나 ‘우선추천 지역’, 여론조사 등 ‘경선 방식’을 둘러싼 계파간 논쟁은 지금부터 시작이라 논의과정에서 진통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야당은 당 혁신위가 내세운 ‘공천혁신안’ 등을 골자로 한 공천룰을 일찌감치 확정지었지만 비주류의 반발에 부딪히며 난항이 이어지고 있다.

문 대표 입장에선 공천룰 확정 등 총선준비보다 분당위기에 처한 당 내홍 수습이 ‘발등의 불’인 것이다.

원외 인사들과 정치신인들은 여야 대표 모두 전당대회 당시 내건 공천혁신과 인재 영입을 통한 ‘당혁신’은 이미 물 건너 갔고, 그나마 ‘링’에 올라서 경쟁할 수 있는 기본적인 경기규칙이라도 정해줬으면 하는 마음일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총선은 제대로 치를 수 있을까, 다가올 20대 국회는 19대와 다를까…. 강성규기자 sgkk@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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