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단보도 늘리고 보행로 개선하고…걷기 좋은 대구 만든다
횡단보도 늘리고 보행로 개선하고…걷기 좋은 대구 만든다
  • 정혜윤
  • 승인 2015.12.31 1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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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도심 보행 확장 첫발

중앙로 대중교통전용지구와

시내 횡단보도 잇따라 설치

차로 좁혀 보행자 공간 개편

넓어진 인도엔 녹색공간 꾸며

“보행로는 도심재생의 기본”
/news/photo/first/201512/img_185280_1.jpg"대중전용교통지구1/news/photo/first/201512/img_185280_1.jpg"
대중전용교통지구는 대구역과 반월당까지 1.05㎞ 거리다. 대구 보행 중심 사업의 대표적인 사례로 꼽히고 있다. 설계 공모하고 7년만에 완공됐다. 이후 일 년 만에 유동인구만 17.7%가 늘어나고 현재까지 임대료도 꾸준히 올라가고 있다. 시내버스를 이용객도 몇 년새 33.8%가 높아졌다. 환경에도 도움이 됐다. 이산화질소와 미세먼지, 일산화탄소 등도 평균 30%가 줄어들었다. 대구시 제공

대구 서구 내당동 왕복 6차선인 큰장네거리에는 횡단보도가 하나도 없다. 큰장네거리에서 길을 건너기 위해선 대신지하상가로 연결된 지하도가 있지만, 정작 사람들은 잘 이용하지 않는다. 대신 무단횡단하는 사람들로 넘쳐난다. 한 시간 동안 200명이 넘을 정도다.

대구시는 올해 큰장네거리에 횡단보도를 만든다. 큰장네거리와 300m 채 떨어져 있지 않은 동산네거리에도 횡단보도가 만들어진다.

시는 지난 2년여 끝에 지하상가 상인들과도 협의를 끌어냈다. 시는 큰장네거리에서 지하상가로 이어지는 출입구 7곳 중 무단횡단을 가장 많이 하는 서문시장 방면의 7번 출구와 바로 맞은편에 있는 달성공원 방면의 11번 출구에 에스컬레이터를 설치하겠다는 의견을 내세웠다. 2억원의 사업비가 들 것으로 보고 있다.

대구시청 교통정책과 관계자는 “예전에는 차량 흐름을 위해 지하도를 만들고 횡단보도를 없앴지만, 요즘은 보행자 중심으로 보행 환경을 개선하고 있다”고 말했다.

◇도로에서 보행 공간으로

대구가 ‘걷기 좋은 거리’로 변화하고 있다. 도심에 버스 등 대중교통을 제외한 모든 차량 통행을 금지하는 획기적 시도에 성공하면서다. 2009년 12월 완성된 ‘중앙로 대중교통전용지구’다. 2000년 이후 도심 공동화 현상과 대구 지하철 참사의 후유증으로 동성로는 생기를 잃었다. 당시 국내·외도 경기 침체는 장기간 지속될 전망이었다. 공교롭게도 OECD 국가 중에서 온실가스 배출량이 세계 9위, 전국 7대 도시의 교통혼잡 비용이 GDP 대비 2.94%(약 23.7조원)나 차지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지하철 대형사고는 대중교통 이용률을 뚝 떨어뜨렸다.

이 시기 서울에는 청계천·서울광장·광화문광장이 잇따라 조성되면서 자동차 중심이었던 도심은 보행자 공간으로 확장되기 시작했다. 이미 20년 전부터 유럽에선 도로를 줄여 보행공간을 넓히는 작업을 하고 있었다. 전문가들은 “선진 도시들은 이미 차량 수용을 넘어서면서 대중교통을 확대하고 보행로를 넓히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대구도 대구역과 반월당까지 1.05㎞ 거리의 중앙로를 대중교통전용지구로 구상했다. 설계 공모하기까지 5년이 걸렸다. 택시통행 허용 여부부터 주민 사업 설명회까지 보행 중심 도시의 일환으로 친인간·친환경 시범도시 부활을 알렸다. 공사는 2009년 2월부터 10개월 동안 98억원(국비 30·시비 68)이 들었다. 4차로였던 도로를 2차로 줄이고 보행로를 만들었다. 4m였던 보행로는 8~12m로 늘어났다. 거리 곳곳에 조형물과 야간경관, 벤치를 설치했다. 3개 뿐이었던 횡단보도가 7개나 더 그어졌다. 9곳이었던 버스 승강장도 4곳으로 통합했다. 차량 통행 제한 속도도 60㎞/h에서 어린이 보호 구역만큼인 30㎞/h로 줄였다. 주변 간판도 10억원을 들여 정비했다.

결과는 놀라웠다. 일 년 만에 유동인구가 늘어났다. 평일 평균 한 시간에 17.7%(5만6천311명→6만6천294명)가 많아졌다. 대구시는 시민 76.7%가 중앙로의 이런 변화에 긍정적인 평가를 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지난해 기준 시내버스를 이용하는 사람도 33.8%(2009년 489만명→ 2014년 654만명) 늘어났다. 이산화질소와 미세먼지, 일산화탄소, 아황산가스 등도 평균 30%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임대료도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갈등에서 상생으로

도심 보행 확장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지난 2009년 지하도가 있는 도심 교차로에 처음으로 횡단보도가 설치됐다.

국채보상로(왕복 6차로)와 중앙로(왕복 2차로·대중교통전용지구)가 만나는 중구 중앙네거리였다. 지하철 1호선 중앙로역을 끼고 있는 이 네거리의 네 방향에 모두 횡단보도가 그어졌다. 대구장애인연맹 등 시민사회단체에서 요구한 보행권이었다. 이미 2007년부터 “교통약자들은 지하 계단으로 다니기 힘들다”는 이유로 CGV한일점(옛 한일극장) 앞 횡단보도 설치 운동이 진행되고 있었다. 지하상가인 대현프리몰 상인은 횡단보도가 생기면 지하상가를 찾는 사람이 줄어든다며 반발했다. 시민단체는 1인 삭발 시위를 하는 등 상인들과 마찰을 빚었다.

2년여의 갈등 끝에 대구시와 시민단체, 대현프리몰 상인들은 한일극장 앞 횡단보도 설치를 유보하는 대신 중앙네거리에 우선 설치키로 합의했다. 동시에 에스컬레이터와 엘리베이터도 설치했다. 2012년 12월 지하상가가 있는 대구역네거리도 횡단보도가 만들어졌다.

중앙네거리로부터 160m 떨어진 한일극장 앞 국채보상로에 횡단보도가 그어지기까지는 5년이란 시간이 걸렸다. 횡단보도를 중심으로 대구역까지 북쪽 상가와 중앙치안센터까지 남쪽 상가가 이어지기 때문이다. 보행권을 넘어서 슬럼화된 북쪽 상가의 경제 활성화와 지하상가의 생존권을 두고 치열해졌다. 차량 흐름에서도 방해된다는 주장도 나왔다.

다양한 방안이 모색됐다. 에스컬레이터와 엘리베이터뿐 아니라 지하상가에 250㎡의 규모로 뮤지컬 광장을 만들기로 했다. 사람들을 모으는 효과가 있다는 점에 긍정적인 반응을 얻었다. 신호 체계도 전체적으로 손봤다.

횡단보도는 양보와 배려 끝에 2013년 3월 설치됐다. 이곳은 지난 1982년 중앙지하상가(231곳 점포)가 개발될 때 지하상가 출입구를 만들면서 횡단보도를 없앴다. 도심 최대 상권인 동성로 한복판이 30년 만에 연결된 셈이다. 동성로의 상인들 사이에서는 이 횡단보도를 두고 “동성로 상권의 상징”이라고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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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중구 CGV한일점(옛 한일극장) 앞 횡단보도는 우여곡절 끝에 2013년 3월 설치됐다.
이범희 기자

◇차선·육교·속력 줄이고 인도 늘리고

대구시의 교통약자 인구 추이에 따르면 지난 2011년 57만3천210명에서 내년엔 64만8천789명으로 예상된다. 교통약자는 6년새 7만명이 훌쩍 넘어선다. 지난 2012년 8월 보행안전 및 편의증진에 관한 법률(이하 보행법)이 시행되기 직전까지만 해도 길을 걷다 차에 치여 숨진 사람이 한 해 2천29명(2011년 기준)이었다. 전체 교통사고 사망자 중 39%나 차지했다. 대구지방경찰청의 자료를 살펴보면, 2011년 577건이던 무단횡단 교통사고는 2014년 428건으로 25.8% 줄었으나, 무단횡단으로 숨진 사람은 같은 기간 31명에서 36명으로 늘었다.

보행법은 보행자 전용길을 만들거나 보행환경개선지구를 지정하는 등 도시환경을 사람 중심에 맞췄다. 노령 인구가 늘어나는 추세도 고려됐다. 차로를 좁혀 보행자 공간이 재편되기 시작했다.

대구 남구의 경우 지난 2014년까지 대명고가교삼거리 옆 앞산빨래터공원∼현충삼거리 구간(1.5㎞)에 폭 1m였던 인도를 최대 10m까지 넓혀 걷기 좋은 거리로 만들었다. 거리는 전봇대와 전선은 땅속으로 넣어 깔끔해졌고 자전거 도로도 생겼다. 곳곳에 나무와 꽃으로 산책로를 가꿨다. 밤에는 조명을 밝혀 분위기를 낸다. ‘앞산 맛둘레길’로 새로 단장한 이 거리엔 100억원의 사업비가 들어갔다. 1997년 앞산 순환도로가 개통되면서 자동차 통행량은 늘었지만, 도로 아래쪽을 찾는 사람들은 크게 줄면서 음식점들도 절반가량이 문을 닫으면서다. 도심재생과 녹색환경 공간으로 만들겠다는 뜻이 담겼다. 북구 산격로와 남구 봉삼중앙길, 중구 종로 등은 차선을 줄이고 인도를 만들었다.

북구는 대구에 처음으로 설치된 대현동의 대현육교를 42년 만에 철거하고 횡단보도를 만들었다. 육교는 보행자의 안전과 원활한 차량 소통이 동시에 가능하다는 의미에서 1990년대 대구 지역에만 31곳에 설치됐었다. 그러나 주민들이 오르내리기 불편하자, 무단횡단하는 사람이 갈수록 늘어나 없앴다.

차량 제한속도도 하향 조정되고 있다. 대구지방경찰청은 지난해 동구 신천동 동대구세무서와 효목네거리에서 신용계삼거리 구간 등 시속 10㎞를 줄였다. 경찰은 차량이 보행자와 충돌하는 속도가 시속 30㎞를 넘어가면 치사율이 급격히 높아진다고 설명한다.

대구시는 지난 2010년부터 260억원의 예산을 들여 대대적인 보행 환경 개선에 나섰다. 인도를 새로 깔고, 안전펜스를 설치, 가로등과 보행에 방해되는 적치물 등을 정비한다. 북구 대학로 주변(규모 0.19㎢)과 서구 감삼공원(0.64㎢)·서부초등학교(0.14㎢), 달성군 현풍면·남구 봉덕동(1.0㎢), 달서구 성서아울렛타운(0.35㎢) 등 6곳은 보행환경개선지구로 지정했다.

대구시청 교통정책과 관계자는 “단순한 보행 개선이 아닌 보행 전반의 활성화를 도모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김지홍기자 kjh@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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