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릴 괴물쥐라고 부르는데 억울해요”…뉴트리아의 ‘항변’
“우릴 괴물쥐라고 부르는데 억울해요”…뉴트리아의 ‘항변’
  • 손선우
  • 승인 2016.03.05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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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5년 모피·고기용으로 수입돼 24년 만에 생태교란종 전락

2015년 대구·경북서 349마리 포획…2023년 완전 박멸 목표

수중식물 먹고 사냥습성 없어 …‘사람 공격한다’ 소문은 거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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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트리아는 2009년 생태계교란종으로 지정된 후 수천 마리가 포획됐다. 충북 충주·괴산·청주, 경북 예천 등지의 뉴트리아 발견 지역은 모두 과거 인근에 뉴트리아 사육장이 있었던 곳이다. 사진은 포획된 뉴트리아. 대구지방환경청 제공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생태계교란 야생생물은 외국으로부터 유입돼 생태계의 균형을 교란하거나 교란할 우려가 있는 야생생물이다. 유전자 변형 생물체도 포함된다. 정부에선 생태환경을 보호하기 위한 ‘퇴치 대상’이며, 사람들에겐 ‘혐오의 대상’이다.

지난 2014년 가을, 뉴트리아를 포획해 항문을 봉합한 뒤 풀어주는 방식으로 멸종을 유도할 수 있다는 서울대 연구원의 제안이 큰 논란거리로 떠오른 적이 있었다. 당시 동물단체는 동물의 항문을 봉합해 고통을 유발하는 것은 학대 행위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정부, 지자체가 수를 줄이려 애쓰는 동물을 잔인하게 죽이는 일은 정당화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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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트리아는 생태계 교란생물이지만 유해 야생동물은 아니라서 현행 법규상 총기나 석궁, 활(컴파운드), 독극물(농약)등을 이용한 포획은 금지된다. 덫을 놓아 잡아야 한다.
◇우리가 처음부터 ‘괴물’은 아니었답니다

“기다리던 밤이 왔어요. 습지 깊숙한 곳에 숨어 있었더니 배가 많이 고프네요. 하지만 마음대로 움직일 순 없어요. 몇 년 전부터 사람들이 자꾸 우릴 찾아내 잡으려고만 하니까요. 정말 무서워요. 며칠 전 먹이를 찾으러 나간 동생이 철망 안에 갇혔는데, 인간들이 어디론가 데려가 버렸어요. 우리가 원해서 한국에 온 것도 아닌데, 사람들은 우릴 보면 때려죽이고, 포획틀에 가둬요. 사람들은 저를 ‘괴물 쥐’라고 불러요.

저는 뉴트리아(nutria)라고 해요. 저 멀리 남아메리카에서 왔어요. 쥐를 닮았다고 하는데 몸집은 웬만한 강아지보다 큰 편이에요. 다 자라면 몸길이는 63㎝, 몸무게는 10㎏ 정도 되니까요.

생김새는 댐을 만드는 동물로 잘 알려진 비버나, 천연기념물인 수달(멸종위기 1급)을 닮았어요. 겉털은 길고 거칠지만, 속털은 양털 모양의 솜털로 되어 있어요. 속털은 부드럽고 가벼워서 그런지 한때 사람들이 좋아했어요. 그런데 그것도 얼마가지 않았어요. 생김새가 흉하다고 싫어한대요.

전 주로 호수나 늪, 연못, 강가의 둑을 따라 생활해요. 야행성이긴 한데, 낮에도 활동을 해요. 전 수영을 잘해서 물속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요. 물속에 있는 토끼풀이나 곤충들을 주로 먹어요. 가끔 사람들이 키워놓은 농작물도 먹곤 해요. 그래서일까요? 사람들은 우릴 미워해요. 소리를 치면서 몽둥이를 휘두르죠. ‘사람을 공격한다’는 소문도 났어요. 사람이 때리려 하면 공격성을 나타내는 건 어떤 동물이건 마찬가지잖아요. 우린 초식 위주의 잡식성 동물이에요. 사냥 습성은 없어요.

사람들이 처음부터 우릴 싫어한 건 아니에요. 우린 1985년 7월 처음 한국에 들어왔어요. 모피와 고기를 얻기 위해 프랑스에서 100마리를 들여왔대요. 그런데 사람들이 사육방법을 몰라 두 차례의 겨울을 지나면서 전부 죽었대요. 2년 뒤에 불가리아에서 종자용으로 들어온 60마리가 충남 서산군 용암리 서산농장에서 자랐어요. 증식도 성공했어요. 1990년도 중반기에 2천400마리 정도로 늘면서 2001년 6월 25일까지 470여 곳 농가에서 우릴 사육했어요.

그런데 사육을 포기하는 농가가 생겨났어요. 수익성이 떨어진다는 이유였어요. 우린 관리가 부실해진 틈을 타 농가에서 탈출했죠. 형제들은 경남지역을 중심으로 빠르게 퍼졌어요. 한국에서 사는 형제들은 8천~1만 마리 정도 돼요.

환경부가 우릴 골칫거리로 생각하기 시작한 건 2006년 보호습지인 창녕 우포늪에서 사람들한테 발견된 때부터래요. 낙동강유역환경청은 2007년부터 우포늪에서만 326마리를 잡았어요. 이후 환경부는 2009년 6월 가시박, 미국쑥부쟁이, 서양금혼초와 함께 우릴 생태계교란종으로 지정했어요. 2023년까지 국내 생태계에서 완전 박멸하는 것이 목표래요. 몇 년 전부턴 현상금도 내걸었대요. 천연기념물 수달의 서식지를 위협한대요.

대구경북에서도 우릴 잡기 위한 포획단이 꾸려졌어요. 2014년에는 2~3명이 일주일에 두세 번 정도 대구와 고령, 경산, 하양 등 금호강을 따라서 100여 개의 포획틀을 이용해서 150마리를 잡았어요. 그걸로 부족했는지 단원을 4명으로 늘리고, 포획틀은 4배나 늘렸어요. 포획된 형제는 지난해 349마리로 늘었어요.

우리의 처지는 다른 나라에서도 다르지 않아요. 국제자연보전연맹(IUCN)이 선정한 ‘세계 100대 악성 외래생물’로 하나고, 미국과 영국, 네덜란드 등 세계 곳곳에서 퇴치 대상에 올라와 있어요. 하루에 체중의 20~25%를 먹는 대식가인데다, 습지 식물의 뿌리와 줄기 등 일부만 잘라 먹어 습지 생태계에 큰 피해를 주기 때문이래요. 우리가 수생생태계를 해친다는 것은 인정해요. 그런데 한 가지만 짚고 넘어가요. 우린 한국 이민을 원하지 않았어요. 추위에 약한 우리는 남미에서 살기가 편해요. 그런 우리를 한국에 데려온 건 바로 ‘사람들’이에요.”

◇사향쥐, 방생용 동물들…위험한 손님들

외부에서 유입된 생물은 토종생태계에 혼란을 주는 존재다. 대체로 생태계에 미칠 영향을 고려하지 않은 채 의도적으로 수입되고 나서 뉴트리아나 황소개구리처럼 뒤늦게 위해성이 드러나는 경우가 많다. 식물의 경우 씨앗 등이 묻어 들어와 유입된 후 손을 쓰기 힘들 정도로 퍼져나간다.

뉴트리아보다 더 위해성이 큰 생물로 꼽히는 사향쥐(북미 원산)는 사향 채취를 위해 일부 농가들이 국내로 들여왔다. 현재 농가 130여 곳에서 약 1만 마리가 사육되고 있다. 사향쥐는 일본, 중국에서도 생태계교란종으로 지정해 엄격하게 관리하고 있는 종이다. 뉴트리아와 비슷한 생김새에 몸무게가 0.6~2.0㎏ 정도다. 뉴트리아가 초식 위주의 잡식인 것과 달리 수생식물뿐 아니라 가재, 물고기, 홍합류, 도롱뇽 등도 잡아먹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환경과학원은 사향쥐의 가격이 하락하면 뉴트리아처럼 사육농가가 외래동물을 방치해 하천과 습지의 생태계를 교란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방생용으로 들여오는 다른 거북들도 언제 위해성이 드러날지 알 수 없다. 외래종 거북으로 국내에 도입된 거북류는 붉은귀거북을 포함해 모두 84종이다. 플로리다붉은배쿠터, 중국줄무늬목거북, 반도쿠터, 리버쿠터, 플로리다쿠터, 비단거북 등 6종은 자연에서 서식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생태계 교란종은 외래종이나 유전자변형 생물체로 국한되어 있다. 동물로는 황소개구리, 큰입배스, 파랑볼우럭이 1998년 처음 생태계교란 야생생물로 지정됐다. 이후 붉은귀거북, 뉴트리아, 꽃매미 등이 추가됐다.

식물 가운데는 돼지풀, 단풍잎돼지풀, 서양등골나물, 털물참새피, 물참새피, 도깨비가지, 가시박, 애기수영, 서양금혼초, 미국쑥부쟁이, 양미역취, 가시상추 등 12종이 생태계교란 야생동식물로 지정돼 있다.

손선우기자 sunwoo@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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