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성 투자…“나를 아껴야 남도 사랑하죠”
감성 투자…“나를 아껴야 남도 사랑하죠”
  • 강나리
  • 승인 2016.09.05 1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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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가 이해련씨의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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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련씨가 자신의 가게에서 상품을 소개하고 있다.

‘Love Myself(나 자신을 사랑하라)’

꿈 많고 욕심 많은 청년 창업가 이해련(여·27)씨의 좌우명이다.

해련씨는 2년간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최근 대구 수성구 범어동에 자신의 가게를 오픈했다. 스스로를 사랑하는 방법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한 끝에 내린 결심이었다.

그녀는 이 곳에서 과일 발효식초, 과일청, 양념 등을 직접 만들어 판매하고 있다. 제조부터 발주까지 모든 공정 과정이 해련씨의 손을 거친다.

가게 오픈 시간은 일정치 않다. 스스로가 작업에 가장 집중할 수 있는 시간에 문을 연다.

가게 안 쇼케이스에는 해련씨가 하루 꼬박 정성들여 만든 바나나, 파인애플, 아보카도, 골드키위 식초들이 가지런히 정리돼 있다.

“조금 비싸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지만… 그래도 예쁘지? 나는 뭐든지 예쁘고 건강한 느낌이 드는 것들이 좋더라구. 혹시 ‘감성비’라고 들어봤니? 요즘 사람들은 자기 자신의 낭만, 감성을 충족시키는 데는 돈을 아끼지 않는 경향이 있어. 물론 나도 그래.”

사업을 시작한 뒤 해련씨의 최대 관심사는 단연 또래 여자들의 ‘라이프 스타일’이다. 그들이 무엇을 먹고 무엇을 보고 무엇을 좋아하는 지 항상 고민한다. 유행한다는 곳은 무조건 가보고 맛있다는 것은 뭐든 직접 먹어본다.

요즘 인기인 ‘올리브’ 컬러의 원피스에 앞치마를 두른 해련씨는 발랄한 말투로 가게 곳곳의 인테리어와 소품을 소개했다. 벽에 걸린 시계부터 테이블에 놓인 피규어 하나까지 모두 20대 여성이 좋아할 법한 ‘여심저격’ 소품들로 가득했다. 해련씨만의 아이디어와 아기자기한 감성이 묻어나는 공간이었다.

주방에서 요리하는 해련씨는 모습은 사뭇 ‘프로’다웠다. 족히 30cm는 넘는 주방 칼로 딱딱한 파인애플 껍질을 순식간에 벗겨내는 장면은 억척스런 아줌마의 모습을 연상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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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초 담그는 날을 맞아 해련씨가 재료를 준비하고 있다.

지난달 23일은 5일에 한번 돌아오는 식초 담그는 날이었다. 일주일 중 해련씨가 가장 좋아하는 날이다.

그녀는 작업하는 내내 연신 콧노래를 불렀다. “내가 만든 걸 먹어보고 사람들이 맛있다고 말해줄 때 기분은 말로 표현할 수 없어. 식초와 과일청을 만들어 예쁜 병에 담아 냉장고에 차곡차곡 진열할 때 제일 뿌듯함을 느끼지. 만들어 놓고 나면 ‘내새끼’같기도 하고… 어떨 땐 팔기 아까울 때도 있다니깐. 일이 아니라 ‘힐링’이지.”

해련씨가 요리하는 것을 가장 좋아하게 된 데는 20년간 식당을 운영해 오신 부모님의 영향이 크다. 어릴 적부터 부모님의 일을 도와드리면서 다양한 음식을 접할 수 있었고 자연스레 어머니의 음식 솜씨를 전수받게 됐다.

어머니는 해련씨의 직장 생활을 응원하면서도 한편으로는 항상 해련씨가 당신의 가업을 그대로 이어받길 원했다.

하지만 해련씨는 ‘나만의 감성’을 표현할 수 있는 ‘나만의 브랜드’를 만들고 싶었다. 그녀는 스스로 행복을 느끼면서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 지를 끊임없이 고민했다. 그러던 중 지난해 1월, 그녀는 과감히 휴직계를 냈다. 직장 생활은 그녀에게 ‘맞지 않는 옷’이었기 때문이다. 대구를 떠날 생각도 잠시 했다. 이 곳에선 창업마저 험난해 보였다.

하지만 쉽게 결정할 일은 아니었다. 낯선 일, 낯선 곳에 대한 두려움이 앞섰다.

우선 그녀는 쉬는 동안 많은 것을 배우기로 했다. 창업 아이템을 고민하며 플라워, 쿠킹, 커피 클래스 등 다양한 강좌를 수강했다. 수업에서 만난 사람들은 그녀의 과감한 선택에 조언과 응원을 아끼지 않았다. 이들은 새 인생을 시작하는 해련씨에게 소중한 인연이 됐다.

막연히 꿈꿔 왔던 창업은 지난달 초 현실이 됐다. 부모님의 재정적 도움은 있었지만 브랜딩 제작은 모두 해련씨 스스로 해냈다.

“안정적인 직장을 그만두고 ‘왜 사서 고생이냐’고들 하지만 나는 내가 행복해 질 수 있는 일을 찾은 것 뿐이야. 스스로를 사랑하는 사람들은 병들지 않는다고 들었어. 자신을 아낄수록 다른 사람들도 더욱 아낄 수 있을 거라 믿어. 안 그래?”

강나리기자 nnal2@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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