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 절절 끓는 더위에 지치고 낮은 임금에 치이고…
한여름 절절 끓는 더위에 지치고 낮은 임금에 치이고…
  • 김가영
  • 승인 2016.09.05 2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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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더위’ 넘어서 자부심까지 느껴

정치적 성향·성 역할 등서 보수 여전

저임금 등 양질의 일자리 부족

지난해 대구 떠난 절반이 20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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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대구신문 사회부 기자들은 대구 중구 동성로에서 청년들을 대상으로 ‘대구’하면 떠오르는 것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대구와 청년, 청년과 대구. 그 둘이 만들어낸 교집합을 들여다보기 위해서는 통시적(通時的)인 눈과 공시적(共時的)인 눈이 모두 필요하다.

오늘을 살고 있는 청년이 이곳 대구에서 살아간다는 사실에서 어떠한 의미를 찾기 위해선 대구-청년이 어떻게 변천해 왔고 무슨 변동을 겪었는지 알아야 한다.

2016년의 대구는 ‘대프리카’ 내지 ‘고담대구’로 악명이 높고, 2016년의 청년은 ‘n포 세대’, ‘흙수저’, ‘달관세대’로 불린다. 대구와 청년이란 각각의 벤다이어그램에 속해 있는 단어들이다.

대구와 청년을 표현하는 수만가지 단어 중에는 대구와 청년 모두 해당되는 공통 단어가 있고, 뗄려야 뗄 수 없는 관계를 갖고 있는 단어도 있다.

가령 ‘탈출’은 대구와 청년을 모두 설명할 수 있는 단어다. 대구는 다른 도시와 비교해 인구 유출세가 가파르다. 대구는 2014년 4분기 이후 5분기 연속으로 순유출을 기록했다. 대구를 ‘탈출’한 시민 중에는 20대 청년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2014년 4분기부터 2016년 1분기까지 대구를 떠난 20대는 1천653명이었다.

대구신문은 대구와 청년이 함께 품고 있는 20개 키워드를 선정했다.

‘더위, 보수, 대구탈출, 고령화, 금수저, 공무원, 학원, 돈, 인간관계, 취미, 교통, 외모, 군대, 시민의식, 정치, 스마트폰, 건강, 패션, 문화생활, 인증샷’

이들 단어는 2016년 오늘, 바로 이곳 대구에 있는 청년을 설명할 수 있는 조각들이자, 지역에 살고 있는 청년들이 대구를 읽는 열쇠들이다. <편집자주>

◇대구 하면 ‘덥부심’

38.1도. 올해 대구 공식 최고기온이다. 대구와 아프리카를 합친 ‘대프리카’의 ‘덥부심’(더위 자부심)에 기름을 붓는 수치다.

명성에 걸맞게 지역 20~30대들도 ‘더위’를 대구의 대표 키워드로 꼽았다. 200여명 중 58명은 “날씨 너무 HELL(지옥)” “더워서 다른 도시에게 부심 부릴 수 있다” “안그래도 지구 온난화로 더운데 대구에 있다가 찜닭되는 거 아닌가 싶다” “기후가 아프리카 수준” “너무 더워 가마솥인줄” 등 자신이 느끼는 대구의 더위를 표현했다.

올 여름은 지겨울 정도로 더웠다. 매일 최고 기온을 경신하며 지역구분없이, 밤낮없이 푹푹 쪘다. 조사를 진행했던 8월 중순 역시 더위의 한가운데였던 탓에 ‘대구=더위’를 떠올리는 사람이 많았다.

대구가 더위의 대명사가 된 것은 과거의 영광(?)과 관련이 깊다. 1942년 8월 1일 대구는 40도를 기록, 우리나라 기상 관측사상 최고기온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반세기가 훨씬 지났지만 깨지지 않는 대구의 ‘부심’이다.

하지만 대구 사람들이 들으면 ‘자존심’에 약간의 금이 갈 사실이 있다. 지난 10년간 대구는 전국에서 가장 더운 곳이 아니었다. 올해도 경북 영천이 39.6도로 가장 높았다. 2006년 가장 더웠던 지역은 경남 합천(38도)으로, 대구는 6위(37.2도)였다. 최근 가장 더웠던 2013년 대구는 13위(37.9도)로 밀려났다. 당시 경남 김해가 39.2도로 1위였다. 올해도 지난달 13일 영천 39.6도, 포항 39.3도, 영덕 38.6도 등을 기록, 대구의 폭염 1위 등극은 실패했다.

◇보수가 보수적이야!

TK의 한 축인 대구는 대표적인 ‘보수(保守)’ 도시다. 10대에서 30대까지 대구의 청년들도 대구의 싫은 점 중 하나로 ‘보수적’이라는 점을 꼽았다. 눈에 띄는 점은 응답자가 모두 여성이라는 점이다. 한 30대 여성은 “어릴 때부터 ‘여자는 이래야 한다’는 말을 듣고 자란 데다 어른들은 정치 성향까지 물려받기를 기대한다”며 “여기서는 못 느끼다가 다른 지역 사람들을 만나면 ‘대구 사람은 좀 다르다’는 말을 듣게 된다. 보수적이라는 말을 돌려서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발표된 2015 도시브랜드 시민인식조사에 따르면 ‘대구 사람’에 대해 대구 시민들은 ‘보수적’ ‘무뚝뚝함’ ‘사투리’ 순으로 표현했다. 타 지역 거주자들은 ‘대구 사람’하면 ‘사투리’ ‘보수적’ ‘억셈’ 순으로 인식, ‘보수적’이라는 꼬리표는 자타 공인 뗄려야 뗄 수 없었다.

하지만 보수적이라는 특징이 반드시 나쁘다고만 볼 수 없다는 청년들도 있었다. 전통을 중시하고 명분을 생각하며 의리와 인맥을 중요하게 여기는 문화가 지닌 가치도 있다는 의미였다. 한 남성은 “처음엔 무뚝뚝하지만 알고보면 인심이 좋은 편”이라며 “외지에 나간 친구들 중 다시 대구로 돌아오고 싶어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한편 보수적인 ‘보수(報酬)’에 대해서는 청년 누구랄 것 없이 이구동성 ‘싫다’고 외쳤다.

◇대구의 임금 수준은 전국 최하위권이다.

지난 7월 고용노동부 ‘2016 통계로 보는 우리나라 노동시장의 모습’에 따르면 대구는 월평균 임금 267만 원으로 16개 시·도 중 15번째였다.

자동차, 조선, 철강, 정유 등 대규모 사업장이 많은 울산이 423만 원으로 가장 높았다. 대구와 울산은 155만 원 차이가 난다.

반면 월 근로시간은 190.5시간으로 16개 시·도 중 7번째로 많았다. (9면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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