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양> 인문학을 읊다…자연 품은 언덕 위의 마을에서
<영양> 인문학을 읊다…자연 품은 언덕 위의 마을에서
  • 남승렬
  • 승인 2016.08.24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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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경상북도 마을이야기-영양 두들마을

이시명 선생 터 잡은 재령이씨 집성촌

이현일 등 학자·독립운동가 다수 배출

석계고택 등 전통가옥 30여채 잘 보존

음식디미방 체험관·전시관도 볼거리

‘현대문학 거장’ 이문열 유년시절 보내

작가·제자들 집필공간, 고택과 조화

“전통과 문화 간직한 반촌”

재령이씨 후손 이명섭씨

삼의계곡·수하계곡 절경 자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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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영양군 석보면 원리리 두들마을은 ‘언덕 위의 마을’이라는 의미를 가진 마을로 석계고택, 석천서당 등 전통가옥 30여 채가 훼손 없이 잘 보존돼 있다. 재령이씨 집성촌으로, 특히 석계고택은 최초의 한글조리서인 ‘음식디미방’을 쓴 장계향이 살았던 곳이다.
가을의 문턱, 청아한 하늘을 수놓은 ‘양떼구름’과 한국적 미를 간직한 고택의 지붕이 절묘하게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볕 좋은 햇살과 티 없이 맑고 높은 하늘, ‘언덕 위의 마을’은 말그대로 문향(文香)으로 그윽했다.

경북 영양군 석보면 원리리 ‘두들마을’이다. ‘젊은 날의 초상’,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선택’의 작가로 한국 현대문학의 거장으로 평가 받는 이문열이 유년시절을 보낸 곳이다.

‘두들’은 둔덕의 순 우리말로 ‘언덕 위의 마을’이라는 의미를 가졌다. 두들산을 등지고 앞에는 화매천이 흐르는 전형적인 배산임수(背山臨水)의 이 마을은 원리교 너머 사과밭에서 볼 때 언덕 형상이 더욱 뚜렷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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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영양군 석보면 원리리 두들마을 초입. 전영호 기자
두들마을은 퇴계 이황의 학맥을 이은 석계 이시명(1590~1674) 선생이 1640년 터를 잡은 재령이씨 집성촌이다.

석계는 조선 인조 때 병자호란의 국치를 수치스럽게 여겨 벼슬을 마다하고 두들마을에 입향, 후학 양성에 힘을 쏟았다.

퇴계의 학문을 계승한 이현일과 이재, 의병대장 이현규, 1919년 ‘파리장서사건’에 서명한 독립운동가 이돈호·이명호·이상호, 항일시인 이병각·이병철 등이 모두 이 마을 출신이다.

걸출한 인물은 많이 배출됐지만 마을은 크지 않아 한두 시간이면 꼼꼼하게 둘러볼 수 있다. 고색창연한 멋을 자랑하는 고택과 그에 어울리는 주위 풍광은 그야말로 한폭의 풍경화를 연상 시킨다.

두들마을은 석계고택, 석천서당 등 전통가옥 30여 채가 잘 보존돼 있어 전통의 향기를 느낄 수 있는 공간이다. 동대, 서대, 낙기대, 세심대라 새겨진 기암괴석도 즐비해 운치를 더해준다.

특히 석계고택은 석계와 그의 부인으로 최초의 한글 요리조리서 ‘음식디미방’을 쓴 장계향이 살았던 고택. 일자형의 사랑채와 안채는 흙담으로 막아 이 지방에서 볼 수 있는 막힌 공간을 연출하면서 허실감을 메우고 뜰집과 같은 느낌을 준다.

사랑채는 대문을 중심으로 사랑방과 사랑마루를 두었으며 왼편에는 마구와 곳간을 설치했다. 이 고택은 경상북도 민속자료 제91호로 지정돼 보존되고 있다.

이밖에도 석계가 유생과 아이들을 가르치던 석천서당을 비롯해 주곡고택, 유우당, 남약정, 광록정, 만석꾼의 집 등이 전통의 멋을 자랑하고 있다.

여기에 한옥으로 지어진 음식디미방 체험관, 음식디미방 교육관, 음식디미방 전시관, 정부인 안동장씨 예절관 및 유물전시관, 이문열 작가와 그 제자들의 집필공간, 인문학의 사랑채 역할을 하는 ‘두들 책사랑’이 고택과 절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음식디미방 체험관과 전시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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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들마을은 한국 현대문학의 거장 소설가 이문열의 문학적 토대가 된 공간이다. 사진은 북카페 형식으로 운영되는 ‘두들 책사랑’.
음식디미방은 340년 전 조선시대 유일의 ‘여중군자’ 장계향이 쓴 한글 조리책이다. 그는 일흔이 넘은 나이에 후손들을 위해 이 요리책을 직접 쓴 것으로 전해진다. 이문열의 소설 ‘선택’의 주인공 ‘정부인 안동장씨’의 실제 모델로 이문열의 13대조 할머니다.

만년에 셋째 아들 이현일이 이조판서를 지내 조선 조정으로부터 정부인의 품계를 받았다.

83세를 일기로 두들마을의 석계고택에서 타계할 때까지 시(詩), 서(書), 화(畵), 성리학은 물론 음식에도 조예가 깊었다. 이 뿐만이 아니라 자녀 7남3녀 중 아들 모두를 훌륭한 학자로 키워냈다. 조선시대 여인 중 유일하게 여중군자로 일컫어지는 이유다.

두들마을에서 장계향이 전수해 준 전통음식과 그녀가 창안한 음식을 직접 만들어보는 체험을 하고 싶은 이는 영양군청 문화관광과(054-680-6101, 6102)로 문의하면 된다.

예고 없이 무작정 찾아간다고 먹을거리를 내놓는 식당이 아니기 때문에 반드시 예약을 해야 한다.

이 가을날, 길손이 돼 두들마을에서 하룻밤 묵는 고택체험을 하려면 두들마을 누리방(http://www.dudle.co.kr)을 참조하면 된다.

 

/news/photo/first/201608/img_207222_1.jpg"이명섭/news/photo/first/201608/img_207222_1.jpg"
석계 이시명 선생의 후손으로 영양 두들마을에 살고 있는 주민 이명섭(46)씨는 /news/photo/first/201608/img_207222_1.jpg"두들마을을 국내를 대표하는 전통마을로 탈바꿈시키고 싶다/news/photo/first/201608/img_207222_1.jpg"고 했다. 전영호 기자
“두들마을은 대학자와 독립운동가를 많이 배출한,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는 전통과 문화를 간직하고 있는 반촌(班村)입니다.”

석계 이시명 선생의 후손으로, 두들마을에 살고 있는 이명섭(46·사진)씨는 마을 소개를 부탁하자 이같이 언급했다. 이씨는 “재령이씨 집성촌인 두들마을은 안동 하회마을 못지 않는 치유와 사색의 공간이지만 아직까지 많이 알려지지 않는 게 안타깝다”며 “특히 인문학과 전통음식 체험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곳”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한국 현대문학의 거장으로 불리는 소설가 이문열 작가의 문학적 토대가 된 곳”이라며 “이문열 선생과 그 제자들의 집필공간, 정보교류의 사랑채 역할을 하는 ‘두들 책사랑’은 마을을 대표하는 명소로 꼽힌다”고 덧붙였다.

이씨는 또 “한달에 일주일 정도 이문열 작가의 비공식 강의도 마련되며 운이 좋은 관광객은 예고 없이 찾아오는 작가와의 만남의 시간도 만끽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선조들의 전통을 고스란히 간직한 두들마을을 국내를 대표하는 전통마을로 탈바꿈시키고 싶다”며 “주민들과 문중 등과의 협의를 거쳐 가칭 두들마을영농조합 법인을 설립하는 계획도 가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경북북부지역에 위치한 영양은 두메산골의 정겨운 모습이 그대로 남아있는 곳이다. 사람들의 발길이 닿기 어려운 곳이라 천혜의 절경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으며 울창한 숲과 계곡이 도처에 산재해 있다. 해발 1천219m의 일월산을 비롯해 한폭의 그림을 연상시키는 삼의계곡, 수하계곡이 유명하다. 또 기암절벽과 잔잔한 강물이 어우러진 선바위와 남이포에서는 한적한 강촌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선바위에 깃든 전설도 흥미롭다. 조선 세조대에 운룡지(雲龍池·영양군 입암면의 저수지)를 다스리는 지룡(池龍)의 아들인 아룡(阿龍)과 자룡(子龍) 형제가 역모를 꾀하고 반란을 일으킨다. 이에 조정에서 남이(南怡) 장군에게 토벌할 것을 명(命)하자 남이장군이 이곳까지 내려와 아룡, 자룡을 물리치고 난 뒤 도적의 무리가 다시 일어날 것 같아 큰 칼로 산맥을 잘라 물길을 돌렸다 하는데 그 마지막 흔적이 선바위라고 전해지고 있다.

전형적 시골장의 풍경이 묻어나는 영양장도 외지인들에게는 색다른 볼거리다. 영양장은 조선 명종조에 경상도 전역의 봇짐장수들이 5일마다 한번씩 드나들던 곳으로 농촌을 돌아다니며 각종 상품을 사고 팔면서 성황을 이뤘다. 매월 4, 9, 14, 19, 24, 29일 장이 서며 청결하기로 소문난 영양고추를 비롯해 지역에서 생산된 청정하고 신선한 농산물과 생활용품 등이 거래되고 있다.

글=남승렬·윤성균기자
사진=전영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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