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수수밭 띠를 이루고…국사봉 골골이 옛 이야기
붉은 수수밭 띠를 이루고…국사봉 골골이 옛 이야기
  • 김지홍
  • 승인 2016.09.07 11:16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예천 국사골 정보화마을
소원 들어주는 ‘국시태’ 열매
비 내려주는 국사봉 기우단
땔감 구하던 공수골재·꽃재
곳곳에 명산 비경·전설 품어
전국 생태우수마을 꼽히기도
예천-국사골
국사봉(國師峰) 아래 자리잡고 있는 국사골마을은 예천군 오지마을 중 하나다. 가재와 다슬기가 서식하고 제비가 찾아오는 친환경 청정지역으로 찰수수가 유명하다. 국사골마을은 예전에 ‘사곡(沙谷)’에서 음이 변해 ‘사골’로, 국사봉의 ‘국’자를 따 ‘국사골’로 불린다.

전래동화 ‘해님달님’에서 호랑이는 오누이를 잡아먹기 위해 하느님에게 동아줄을 내려달라고 기도한다. 그러나 호랑이가 잡고 올라간 줄은 썩은 동아줄이었다. 동아줄이 끊어지면서 호랑이는 추수를 마친 수수밭에 떨어져 죽는다. 죽창처럼 잘린 수숫대 위로 떨어져 수수밭은 핏빛으로 물든다. 수수는 이때부터 잎과 줄기가 붉어졌다고 내려온다.

매년 9월, 경북 예천군 유천면 사곡리 국사골마을에 가면 땅에서 올라오는 붉은 노을이 눈 앞에 펼쳐진다. 지천에 널린 불그스름한 찰수수가 옅은 아침 안개 속에서 넘실댄다. 찰수수로 입소문을 탄 국사골마을은 예천군의 오지마을 중 하나다. 예천군 남서부 국사봉(國師峰) 아래 자리잡고 있다. 가재와 다슬기가 서식하고 제비가 찾아오는 친환경 청정지역으로 손꼽힌다. 국사골마을은 예전에 ‘사곡(沙谷)’이라 불렸다. 음이 변해 ‘사골’이라 불리다가, 국사봉의 ‘국’자를 따 ‘국사골’로 불린다.

국사봉(높이 728m)은 험한 산세와 우거진 수풀이 뛰어난 경관을 지니고 있어 명산이다. 그래서 국사봉을 뒷산으로 둔 이 마을은 국사봉과 얽힌 전설이 많다.

옛날 비가 너무 많이 내려 국사봉 아래가 모두 잠기게 됐는데, 높은 곳에 올라온 사람들이 국수봉 정상에 수백명이 옹기종기 모여 홍수를 피했다고 한다. 이곳에 모인 사람들이 하나둘씩 아래로 내려가면서 마을이 형성됐다고 전해 내려온다.

또다른 전설은, 국사봉 마루턱의 한 소나무에 ‘국시(國始)태’라는 열매가 달렸는데 사람의 물음에 말 대답을 하면서 소원을 들어줬다고 한다. 마을 주민들은 영신(靈神)인 ‘국시’를 모시기 위해 사당을 짓고, 정월 초 닷세 날이면 ‘국시’에 오색 현란한 종이와 새털 등을 달아 꾸민 뒤 올해가 풍년일지 물었다.

풍년이 들면 “윙-달달”하는 소리가 나고, 풍년이 들지 않으면 소리를 내지 않았다. 국시는 주민들에게 ‘토정선생’같은 역할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국시께 백일기도를 해 아들을 얻은 한 주민이 국시를 위한 새 사당을 짓고 집안으로 모셨는데 아들이 갑자기 죽게 되자, 그 때부터 주민들도 모두 국시를 믿지 않게 됐다고 한다. 현재 사당 터 흔적은 없다.

국사골마을은 2~3년 전까지만 해도 국사봉 기우단에 올라 ‘기우제’를 지냈다. 가뭄이 들고 흉년이 계속되면 집집마다 버드나무 가지를 꺾어 천막에 꽂았다. 버드나무는 비가 많이 오면 나무 끝과 잎 끝까지 물을 채워 저장하기 때문에 물의 상징으로 사용됐다. 기우제 이후에는 희한하게도 바짝 마른 하늘에 구름이 끼이거나 비가 내렸다고 한다.

지금도 마을엔 옛 이야기가 넘쳐난다. 꽃이 많이 피는 데서 이름이 붙여진 ‘꽃재’와 옛 조상들이 뗄감을 구하러 간 산꼴자기 ‘공수골재’, 600년 된 보호수 ‘느티나무’(1972년 8월 9일 지정·고유번호 11-27-14)와 돌문 등이다. 1967년 농업용 저수지로 축조된 ‘죽안지(18ha 규모)’는 경천호의 물이 들어와 수질이 맑아 토종 어종인 붕어와 잉어, 피라미 등이 많이 산다. 예천의 대표적인 붕어 낚시터로 알려져있다.

국사골마을은 지난 2012년 5월 안정행정부로부터 정보화마을로 지정됐다. 앞서 2008년 행정자치부의 ‘참 살기좋은 마을 가꾸기 우수마을’로 꼽히면서 숲속팔각정(사곡정)과 사곡전망대, 황토찜질방을 설치하는 등 손님 맞이에 나섰다. 황토방은 향나무와 참나무로 꾸며져있으며, 20명까지 단체 손님도 받을 수 있다.

마을의 곳곳을 잇는 등산로도 만들었다. 제1코스(사곡회관~약수터~황토방·팔각솔숲정~깨밭재~국사봉 정상), 제2코스(사곡회관~약수터~팔각전망대~공수골재(550m)~국사봉 정상), 제3코스(사곡회관~사곡리마을~돌문~꽃재~공수골재~국사봉 정상)로 짜여졌다. 2009년에는 환경부의 ‘전국 10대 자연생태 우수마을’로 선정되기도 했다.

예천-국사골-6
최태기 국사골마을 이장
◇ 우리 마을은…

“산골 냄새 좋죠?”

최태기(67) 예천군 유천면 사곡리 국사골마을 이장은 국사골 마을을 ‘전국 최고의 오지 마을’이라고 자랑했다. 현재 이곳은 40여 가구가 살고 있다.

어릴 적부터 이곳에서 살아온 최 이장은 시골 동네에 대한 애착도 강하다. 마을이 사라지지 않고 ‘살기 좋은 마을’로 유지하기 위해 힘써왔다. 특히 산줄기 바로 아래 맑은 물로 농약을 쓰지 않고 자연 그대로 수확하는 농산물을 가장 큰 장점으로 꼽았다.

2000년 예천군의 지원을 받아 마을기업을 꾸리고, 찰수수와 우렁이쌀, 고추 등의 판로개척까지 그의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이 없을 정도다.

국사골에서 생산하는 농산물은 지난 2013년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경북지원으로부터 ‘친환경농산물인증서’를 받기도 했다.

그는 지천에 널린 찰수수밭을 바라보면서 “산 아래 첫번째 있는 동네라 산에서 내려오는 자연의 물을 그대로 쓰고 있어 몸에도 좋다”면서 “한번씩 야생 멧돼지가 마을로 내려오면 수수밭을 엉망으로 만들고 가서 큰일”이라고 걱정도 털어놨다.

앞으로 ‘국사봉농악’을 본격적으로 살릴 계획이다. 조상대대로 전해내려오는 12가락의 국사봉농악은 노래가 좋고 흥이 넘친다고 한다. 팔을 들어 소고춤의 일부를 보여주기도 했다.

최 이장은 “지나가던 아낙네도 물동이를 인 아낙네도 이 가락만 들으면 흥겨워서 다같이 춤을 췄다고 한다”며 “농악에서 소고재비들이 추는 ‘소고춤’은 백미 중의 백미”라고 즐겁게 말했다.

예천-국사골-2
‘국사골 메뚜기 축제’에 참여한 한 가족의 즐거운 모습

◇ 가볼 만한 곳

매년 10월 둘째주 토요일마다 예천군 유천면 죽안리 일원에서 ‘국사골 메뚜기 축제’가 열린다. 올해 6회째를 맞는다. 메뚜기 잡이를 비롯해 옥수수 따기, 쪽파 캐기 등 농산물 수확과 여치집 만들기 등 다채로운 체험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추억의 향토 먹거리(수수부꾸미·번데기)도 맛보고, 길거리 공연(마술·저글링·통기타)과 민속놀이(활쏘기·투호·재기) 등 부대 행사도 펼쳐진다.

국사골 특산물은 찰수수다. 한방에서 수수는 기침을 멎게 하고 가래를 삭여 감기, 기관지염, 폐렴과 어린이의 천식과 아토피 등 알레르기성 질환을 완화하는데 효과가 있다고 한다.

동의보감에서 수수는 맛이 좋고 깔깔한 느낌이 나며 성질이 따뜻해 속을 따뜻하게 해주어 장기능에 도움을 주고 설사를 멈추는 데 도움을 준다고 한다.

당질이 많이 들어있어 밥에 섞어 먹거나 엿, 과자, 떡, 술을 만들어 먹을 수 있다. 1kg씩 소포장해서 온라인으로 판매 중. 054-653-1661.

글=권중신·김지홍기자

사진=전영호기자

  • 대구광역시 동구 동부로94(신천 3동 283-8)
  • 대표전화 : 053-424-0004
  • 팩스 : 053-426-6644
  • 제호 : 대구신문
  • 등록번호 : 대구 가 00003호 (일간)
  • 등록일 : 1996-09-06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대구, 아00442
  • 발행·편집인 : 김상섭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배수경
  • 대구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대구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icbae@idaegu.co.kr
ND소프트
많이 본 기사
영상뉴스
SNS에서도 대구신문의
뉴스를 받아보세요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