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블레스 오블리주 표본 ‘최부잣집’ 혼이 깃든 곳
노블레스 오블리주 표본 ‘최부잣집’ 혼이 깃든 곳
  • 남승렬
  • 승인 2016.08.29 2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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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경북도 마을이야기-경주 교촌한옥마을

‘바른부자의 전형’ 수수한 최부자 고택

1700년경 지어진 종가집 문화재 지정

향교·고택 중심 조선시대 한옥촌 복원

떡메치기 체험 등 먹거리·볼거리 가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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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촌한옥마을은 경주 천년의 역사가 묻어 있는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공간이다. 다양한 체험거리는 물론 경주 최부자 가문의 노블레스 오블리주 정신을 엿볼 수 있는 고택은 관광객들에게 색다른 볼거리와 추억을 선사한다.
신라천년의 역사와 경주 최부자의 ‘한국형 노블레스 오블리주’ 정신이 서린 곳. 향교와 울창한 숲, 이끼 낀 고가들이 즐비한 역사의 향이 가득한 마을. 옛 신라의 마을은 오늘도 그 역사의 향이 감도는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곳이다. 가을의 첫 자락에 찾은 교촌마을은 경주의 품격을 고스란히 간직한 곳이자 경주의 정신을 온전히 이어받은 공간인 듯 했다.

경주 교촌은 신라 신문왕 2년(682년) 한반도 최초의 국립대학인 국학이 있었던 곳이다. 신라시대 국학은 고려시대에는 향학으로, 조선시대에는 향교로 이어졌다. 마을 이름이 ‘교촌’, ‘교동’, ‘교리’ 등으로 불린 것은 이곳에 향교가 있었기 때문이다.

교촌은 또 신라시대 원효대사와 요석공주가 사랑을 나눈 ‘요석궁’이 있던 곳이기도 하다. 요석궁은 신라 삼국통일의 기반을 닦은 태종무열왕의 딸 요석공주가 시집 갔다 혼자돼 살았던 궁으로, 무열왕이 당시 원효대사의 비범함을 알고 사람을 시켜 그를 요석궁으로 유인, 원효와 요석공주 사이에서 설총을 낳게 했다는 전설이 깃든 곳이다. 웅장한 규모를 자랑했을 요석궁의 형태는 지금은 찾아볼 수 없다는 게 아쉬울 따름이다.

“벼슬은 진사 이상은 하지 말고 재산은 만석 이상 모으지 말며 과객은 후하게 대접하라. 흉년에는 남의 논밭을 사지 말고 최씨 가문 며느리들은 시집 온 후 3년 동안 무명옷을 입어라. 사방 백리 안에 굶어 죽는 사람이 없게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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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는 ‘지붕 없는 박물관’이라 불릴 만큼 유·무형의 문화유산이 즐비하다. 최부자 고택.
그 유명한 경주 최부잣집 가문의 육훈(六訓)이다. 경주 교촌이 명성을 얻게 된 것은 ‘바른 부자의 전형’을 보여준 경주 최부자 고택이 있기 때문이다. 최부잣집 가문은 400년 동안 9대 진사와 12대 만석꾼을 배출한 명문가로 ‘경주 최부잣집’ 또는 ‘경주 최진사집’으로 일반에 알려져 있다. 1600년대 초 경주 지방에서 처음 가문을 일으킨 정무공 최진립(1568~1636)에서부터 광복 직후 모든 재산을 바쳐 현재 영남대학교의 전신인 대구대학을 설립한 최준(1884~1970)에 이르기까지 경주 최부잣집은 한국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표본으로 지금도 회자되고 있다. 이들 후손이 살고 있는 종가집은 1700년경 지어져 현재는 문화재로 지정돼 관리되고 있다.

여섯가지 가르침(육훈) 외에도 최부잣집은 △자처초연(自處超然·고요하게 혼자 있을 때는 초연하라) △대인애연(對人靄然·사람을 만날 때는 평화로운 마음으로 만나라) △무사징연 (無事澄然·큰일이 없을 때는 물이 맑듯 고요하고 투명하라) △유사감연(有事敢然·결정을 해야 할 때는 과감하게 실행하라) △득의담연(得意淡然·뜻을 얻었어도 담담하게 처신하라) △실의태연(失意泰然·뜻을 잃었어도 태연하게 처신하라) 등 육연(六然)을 통해 조선 선비의 정신을 실천해 왔다.

경주 교촌에는 향교와 최씨 고택을 중심으로 전통한옥이 많이 남아 있다. 인근에는 첨성대, 월성, 계림 등 중요한 신라유적이 많이 분포하고 있어 신라문화 속의 조선문화라는 특징을 갖고 있다.

현재는 향교와 최씨고택을 중심으로 조선시대의 전통한옥마을을 복원한 경주 교촌한옥마을로 조성, 신라 천년의 역사와 조선의 역사가 공존하는 공간으로 탈바꿈했다. 경주시가 지난 2006년부터 2012년까지 215억원을 들여 교동 일대의 가옥들을 매입, 한옥을 건립하고 안길을 정비해 조선시대풍의 한옥촌을 만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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떡메치기 시연 모습
문화 유적의 원형을 잘 보존하면서도 보고 즐길 수 있는 관광자원이 된 이곳은 주말마다 관광객으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가볍게 산책하며 한옥을 둘러볼 수 있고 전통한식당, 민속주점, 유리공방, 토기공방, 누비 체험장, 경주개 동경이 체험관, 한복 대여, 떡메치기 체험 등 먹거리와 즐길거리를 만끽할 수 있는 곳이 많아 가족과 연인 단위의 관광객들이 많이 찾고 있다.

특히 봄·가을철 관광 성수기는 물론 추석과 설명절에는 교촌한옥마을 곳곳에서 다채로운 문화공연이 펼쳐져 축제 분위기를 자아낸다.

경주 교촌한옥마을에서 다양한 볼거리를 즐기고 체험을 하고 싶은 이는 경주시청 관광컨벤션과 교촌마을팀(054-760-7880~7881)으로 문의 하면 된다.

글=이승표·남승렬기자

사진=전영호기자

<인근 가볼만한 곳>

천년의 역사를 간직한 신라의 고도 경주는 도시 전체가 하나의 박물관이라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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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림
교촌 주변도 수많은 문화유산이 산재해 있다. 교촌 북쪽으로는 신라인들이 신성한 숲으로 여겼던 계림이 자리잡고 있으며 서쪽으로는 내물왕릉을 비롯한 다섯 개의 봉분이 작은 동산처럼 누워있다.

또 삼국통일의 주역 김유신이 살던 집 터에 있는 우물 재매정과 뒤로는 첨성대, 동측으로는 신라의 월성이 있다.

특히 선덕여왕(632~647) 때 만들어진 첨성대는 별을 관측하는 천문대에서부터 하늘에 제사를 지내는 제단이라는 주장, 사방 어디에서 보나 똑같은 모습 그 자체로 해시계의 역할과 불교에서 말하는 세계의 중심인 수미산을 본떠 만든 건축물 등 여러 주장들이 있는 우리 민족의 독창적 문화유산이다.

신라의 궁궐로 사용된 월성은 모양이 반달모양과 같아 반월성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현재 건물들은 소실되고 궁궐 터와 인공 방어시설인 ‘해자’만 남아 있다.

현재까지도 발굴조사가 다 이뤄지지 않았지만, 궁궐 터 땅 속에는 신라시대의 유적과 유물들이 많이 묻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월성 북쪽 자락에는 벚나무, 월성과 첨성대 사이에는 유채꽃밭이 조성돼 제철이 되면 장관을 이룬다.

역시 교촌 인근에 있는 천마총은 5세기 말에서 6세기 초에 축조된 고분으로 추정된다.

금관, 금모자, 새날개 모양 관식, 금 허리띠, 금동으로 된 신발 등이 피장자가 착용한 그대로 출토됐다.

천마총 금관은 지금까지 출토된 금관 중 가장 크고 화려한 것이다. 실제 유물들은 교촌에서 차량으로 5분 이내 거리에 자리한 경주국립박물관에 전시돼 있다.

< 이철순 전통한식당 명가 대표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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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순 명가 대표
경주 교촌한옥마을 내에는 모두 8개의 체험장이 있다. 전통한식당, 민속주점, 유리공방, 토기공방, 누비 체험장, 경주개 동경이 체험장, 한복 대여 체험, 떡메치기 체험 등 관광객들이 직접 체험하고 느낄 수 있는 오감체험형 전통문화 프로그램이 준비돼 있다.

전통한식당 명가 이철순 대표는 취재진이 이곳 교촌한옥마을을 찾았을 때 마을 안내를 자처하고 나섰다.

2013년 1월 이곳에 둥지를 튼 명가의 이 대표는 천년고도 경주의 역사와 스토리를 꿰뚫고 있는 해박한 지식으로 마을 이곳 저곳을 설명했다.

그의 설명 곳곳에서 교촌마을에 대한 자부심이 묻어났다. 이 대표는 “최씨 고택 등 한옥이 밀집돼 있는 교촌의 장소성과 역사성으로 미뤄볼 때 교촌한옥마을은 경주의 신라 문화, 조선시대 문화를 보여주기에 훌륭한 환경을 갖추고 있다”며 “특히 자라나는 세대들에게 한국 전통교육의 장으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관광객이 직접 전통문화를 접할 수 있는 각종 체험장과 최부자아카데미교육장 등 관광과 교육의 복합문화공간으로 조성돼 경주를 찾는 관광객들을 맞이하는 새로운 명소로 자리매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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