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게 원조마을…먹거리·체험거리 넘치는 ‘보물창고’
대게 원조마을…먹거리·체험거리 넘치는 ‘보물창고’
  • 남승렬
  • 승인 2016.09.17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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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경북도 마을이야기-영덕 차유마을

블루로드와 바로 맞닿아 ‘푸른 대게의 길’ 별칭

수심 90~200m 대륙붕 덕분에 대게 속살 꽉 차

고동·따개비 따고 소원 담은 풍등 날리기 체험

바다와 어우러진 해송 숲길 거닐며 추억 만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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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덕대게 기념비에서 바라본 차유 마을. 고즈넉한 정자와 마을의 절경이 절묘하게 조화를 이뤄 경북 대표 어촌체험마을의 정취가 느껴진다.
수레 차(車)·넘을 유(踰). 차유(車踰)…. 경북 동해안에 자리한 작은 어촌마을은 이름도 예뻤다. 영덕군 축산면 차유길(경정2리) 차유마을을 찾은 날은 이슬비가 흩날렸다.

“경북을 대표하는 어촌체험마을이라고 할 수 있어요. 특히 대게가 서식하기 가장 좋은 장소로, 대게의 맛과 질이 단연 우수한 곳입니다. 예로부터 임금에게 진상하는 대게가 많이 잡혀 영덕대게 원조마을로 명성이 자자합니다. 천천히 둘러보시면 차유마을만의 매력을 만끽할 수 있을 겁니다.”

이곳이 낯설은 취재진을 위해 영덕군청 문화관광과에서 마중 나온 직원들은 인사를 끝내자마자 차유마을을 설명했다. 이들의 설명대로 영덕대게 원조마을답게 마을 중앙에는 영덕대게 기념비까지 세워져 있었다. 민속체험가옥의 대문에도 커다란 붉은 대게 모형이 걸려 있다.

‘차유’라는 마을 이름의 유래를 찾기 위해선 고려시대로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고려 29대 충목왕 2년(1345) 초대 영해부사가 부임해 관할지역인 지금의 축산면 경정리 부락을 순시한다. 당시 영해부사 일행이 수레를 타고 고개를 넘어 왔다고 해 ‘차유’라는 이름이 지어졌다고 전해진다.

특히 이곳은 지난 2015년 ‘네티즌이 선정한 베스트 그곳’ 4위에 오른 블루로드와 바로 맞닿아 있다. 블루로드 중 차유마을 구간은 영덕의 푸른 해변과 대게에서 모티브를 얻어 ‘푸른 대게의 길’이라는 별칭이 붙었다. 인근에 해수욕장, 박물관, 유적지, 공원 등 다양한 관광명소들이 많아 가족, 연인, 친구들과 함께 여행하기에 안성맞춤이다.

차유마을에는 2016년 현재 87가구 90여명이 옹기종기 모여 살고 있다. 마을 포구 귀퉁이에는 고즈넉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팔각정자가 들어서 운치를 더한다. 각종 어촌체험은 포구를 중심으로 이뤄진다.

차유마을에서 가족단위 여행객이 쉽게 즐길 수 있는 대표적인 프로그램은 고동·따개비 체험이다. 작은 칼과 소쿠리를 가지고 갯바위에 붙은 고동과 따개비를 따는 체험은 서해안 갯벌에서 조개를 캐는 체험과 사뭇 다르다. 갯바위 아래 발목까지 동해의 푸른 바닷물이 차올라 쾌적함을 더해준다. 잡은 고동이나 따개비는 현장에서 삶아 먹거나 죽으로 맛볼 수 있다.

통발 체험은 정어리 조각을 미끼로 저녁 시간에 통발을 갯바위 근처에 던지고 다음 날 아침에 걷어 올리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운이 좋으면 배를 타고 나서지 않아도 문어, 노래미 등을 잡을 수 있다고 한다. 특히 통발 체험을 할 때는 마을 민박집에서 하룻밤 묵으며 다음날 아침을 설렘으로 기다리는 흥미로운 시간이 주어지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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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촌체험센터 대문에 내걸린 영덕대게 모형.
차유마을에서는 또 풍등체험이 연중 진행된다. 가족단위 여행객과 연인들이 종이로 등을 만들고 소원을 적은 뒤 바다 위 창공으로 날리며 그들의 간절한 바람을 전한다. 이들의 바람은 곧 차유에서의 아련한 추억이 된다.

대게나 오징어잡이 체험은 겨울철에만 운영되지만, 배를 타고 낚시하는 고깃배 체험은 사시사철 가능하다. 여름에는 이곳 바다에서 도다리 등이 잡힌다.

차유 어촌체험마을은 흡사 보물창고와도 같았다. 영덕대게 기념비와 마을을 지나 축산항으로 가는 길은 아름드리 해송이 쭉쭉 뻗어 있다. 이슬비가 내리는 가운데 해송 숲길 옆으로 푸른 바다가 넘실댄다. 바다를 보느라 걸음이 자꾸만 느려졌다. 한발짝씩 떼는 느린 걸음걸음, 차유마을은 여행객을 보내기 아쉬운 듯 그렇게 발길을 잡고 있었다. 푸른 해변이 그림과 같은 풍경을 담아낸 차유마을 체험 문의는 영덕군청 문화관광과(054-730-6396) 등으로 하면 된다.

글=이진석·남승렬기자
사진=전영호기자·일부 영덕군 제공

<이봉 차유마을 어촌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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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을 둘러보며 사진을 찍으며 이것저것 메모를 하기 시작한 지 1시간쯤 지났을까. 이봉(60) 차유마을 어촌계장이 볼일을 마치고 동네에 들어왔다. 이 계장은 취재진을 민속체험가옥으로 안내하며 차유마을 설명에 나섰다.

“차유마을은 우수어촌체험마을 경진대회 최우수상, 아름다운 어촌마을 장려상 등을 잇따라 수상한 국내를 대표하는 어촌마을 중 하나입니다. 특히 특산물인 대게를 특화해 대게원조마을 브랜드화에 성공해 원조대게 먹기 체험, 풍등 체험, 대게잡이 체험 등 다양한 어촌체험 프로그램으로 다른 곳과는 차별적인 체험을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영덕대게의 매력은 무엇일까? 이 계장은 말을 이어나갔다.

“영덕대게의 ‘대’자는 ‘크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다리 마디가 대나무처럼 연결돼 있어서 ‘대게(竹蟹)’라고 부르지요. 흔히 대게는 수심 70~400m 바다에 서식하는데 차유마을 앞바다에는 수심 90~200m의 대륙붕이 있어서 그곳에서 잡히는 게를 영덕대게라고 합니다. 다른 지역에서 잡히는 것보다 속살이 꽉 찼을 뿐만 아니라 맛이 담백하고 쫄깃합니다.”

이 계장은 마지막으로 “차유마을을 와보지 않았다면 영덕을 왔다고 이야기해선 안된다”며 “차유마을은 먹거리와 즐길거리가 그만큼 풍부한 곳”이라고 강조했다. “대게 철 꼭 다시 오시라”는 당부도 잊지 않았다.

<인근 가볼만한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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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양 남씨 집성촌인 괴시마을 전경.
차유마을 인근인 영덕 영해면에서 동북으로 1㎞를 가면 고려 말의 대학자 목은 이색이 태어난 괴시리 마을이 모습을 드러낸다. 조선시대 전통가옥들로 고색창연한 영양 남씨 집성촌이다.

고려 말에 함창 김씨가 처음 입주한 이후 조선 명종 대에는 수안 김씨, 영해 신씨, 신안 주씨 등이 거주하다가 인조 8년인 1630년부터 영양 남씨가 처음 정착했다. 그후 타성(他姓)은 점차 다른 곳으로 이주해 조선 중기 이후부터는 영양 남씨가 집성촌을 이루고 문벌(門閥)을 형성했다.

마을 앞은 동해안의 3대 평야인 기름진 영해평야가 펼쳐져 있고, 남동쪽의 망일봉(望日峰)에서 뻗어 내려오는 산세가 마을을 입(入)자 모양으로 둘러싸고 있다. 이같은 지형에 맞춰 대부분의 고택들이 서남향으로 자리잡고 있다. 특히 마을을 가로지르는 기와 토담 골목길을 중심으로 200~300여년 된 ‘口’자형 구조의 가옥들이 배치돼 있다. 이는 영남지역 반촌(班村)에서도 보기 드문 구조다.

괴시마을은 조선후기 영남지역 사대부들의 주택양식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문화와 예절이 훌륭하게 전승되고 있다. 특히 영양 남씨 괴시파종택(경북 민속자료 제75호)을 비롯한 다수의 문화재와 전통고가 30여 호가 남아 있어 조상들의 생활과 멋을 엿볼 수 있는 전통 민속마을이다. 해마다 학자들과 학생, 관광객들이 많이 찾아오며, 격년제로 마을에서는 ‘목은문화제’가 열리고 있다.

경정2리에 자리한 고래불해수욕장 해송림길은 이 지역 주민들이 제주도를 제외하고 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해변이라고 자부하는 곳이다. 해변도로가 강구에서부터 북쪽의 고래불까지 36km로 이어졌다. 해안의 절벽과 바위, 맑고 푸른 바닷물, 시원한 해송림으로 장식돼 한여름 여행객들의 발길을 잡는 공간이다.

구한말 유일한 평민 의병장인 신돌석 장군의 기리는 신돌석장군유적지도 명소로 손꼽힌다. 신돌석 장군은 ‘태백산 호랑이’로 불리며 경상도 지역을 넘어 강원도, 충청도 등지에서 치열한 항일 독립운동을 펼친 인물이다. 유적지는 장군이 태어난 생가로부터 2.3km 떨어진 영덕 축산면 도곡리에 1999년 조성됐다.

이곳에는 일제의 침략 만행과 의병활동, 영덕지역 항일운동, 신돌석 장군의 약력과 설화, 태백산 전투, 그림으로 보는 신돌석의 일생, 신돌석의 전략과 전술, 신돌석 진의 조직도 등 그의 일대기가 기록물로 남아 있다. 또 그 당시 무기인 장도, 화승총, 창검류, 처결문서 등 유물들이 전시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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