짚공예·전통음식…추억 깃든 산골마을 소박해서 정겨워라
짚공예·전통음식…추억 깃든 산골마을 소박해서 정겨워라
  • 김지홍
  • 승인 2016.09.05 1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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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경북도 마을이야기-김천 옛날솜씨마을
험준한 산에 둘러싸여 아늑함 감돌아
주민 설득 후 농촌전통테마마을 새단장
빈집 활용 체험시설 꾸미고 공연장 조성
민박집마다 주민 스토리 입힌 간판 제작
도시민·외국인들 위한 농촌관광 운영도
“도시 아이들에게 농촌 그대로 전달하려고 노력”
빼어난 경관 속 천년고찰 신비로움 간직한 청암사
박정미 옛날솜씨마을 사무장
김천
경북 김천시 증산면 평촌리에는 주민 모두가 한가지씩 옛 솜씨를 가지고 있는 ‘옛날솜씨마을’이 있다. 이 마을은 관광객에게 농촌전통체험을 할 수 있는 ‘체험마을’ 프로그램을 15년 전부터 개발, 현재 전국에서 주목하는 체험마을로 자리매김했다.
“우리는 내세울꺼 없어. 옛날 솜씨 하나 내세울까나.”

경북 김천시 증산면 평촌리에는 가야산과 수도산 자락에 자리 잡은 마을이 하나 있다. 고개를 들면 하늘 구멍이 보이는 산골짜기 마을이다. 주민 모두가 한 가지씩 옛 솜씨를 간직하고 있다고 해 ‘옛날솜씨마을’이라 불린다. 골목길 초입부터 나즈막한 대문과 담벼락에 눈길이 머문다. 15년 전 초대 위원장이 농업진흥청의 ‘농촌전통테마마을’ 선정을 앞두고 마을 이름을 정할 때 “우리는 아무것도 가진 게 없다. 옛날 솜씨 뿐”이라며 툭 던진 말이 마을 이름으로 정해졌다.

해발고도 460m인 이 마을은 ‘장뜰마을’ 안에 속해있다. 마을은 병풍처럼 험준한 산에 둘러 싸여있어 오히려 아늑함마저 든다. 수도산에서 발원된 큰 물줄기가 수도계곡과 청암사의 두 방면으로 흘러내려오다 마을 앞에 합수된다. 마을은 1천500년대 말 성주 이씨와 청주 한씨, 밀양 박씨 등 세 성씨가 정착하면서 형성된 것으로 전해온다. 증산면에서 유일하게 들이 넓은 지역이라 해 ‘평촌(平村·평평한 마을)’이라고 했다. 우리말로 ‘들마’(들이 평평하게 넓은 마을의 줄임말)라고도 불렸다. 장뜰마을은 가랫재, 원평촌과 함께 평촌리로 속한 세 마을 중 가장 큰 마을이었다. 장평, 장들이라 불리다가 음이 변해 장뜰마을로 됐다. 풍수지리에서는 이 마을이 배가 떠나가는 형세인 해주선형(解舟船形)으로, 마을의 운세가 배에 실려 떠나지 않도록 배를 묶어둬야 한다는 속설이 있어 예부터 마을 뒷산에 상징적인 의미로 말뚝과 밧줄을 뒀다는 전설이 내려온다.

수십 년 전에만 하더라도 사찰(寺刹)이 많았던 지역이었다. 주민들은 대부분 사찰의 행사나 의식이 있을 때 사찰 음식을 만들고 짚으로 담장을 수리하는 등 크고작은 일을 해왔다고 한다. 주민들은 소박하고 검소한 생활을 해왔다. 이 때 일손을 돕던 주민들의 손 재주가 그대로 지금까지 이어져온 셈이다.

주민들은 ‘짚공예’와 ‘전통음식’을 내세워 마을을 ‘농촌전통테마마을’로 새 단장했다. 농촌이 관광에 눈을 뜨기 ‘체험마을’의 선발주자였다. 초기에는 조용했던 산꼴짜기 마을에 색다른 사업이 진행되면서 우여곡절도 많았다. 주민들의 평균 나이 75세 이상. 젊은이도 없는 산골에서 무슨 사업을 하냐는 의견이 많았다.

김천 솜씨마을
옛날솜씨마을 제1체험장 건물 옆에는 아기자기한 벽화로 꾸며져 있
끈질긴 설득 과정 끝에 마을은 달라지기 시작했다. 조경 시설과 휴식 공원, 야외 공연장, 주차장을 마련하고, 다양한 농촌체험 시설과 프로그램을 갖췄다. 시설은 모두 주민들의 빈 집을 활용해 꾸려졌다. 주민 6명은 체험프로그램을 운영하기 위해 체험지도자 자격증을 땄다. 직접 두부와 인절미 떡을 만들고 천연염색부터 고구마와 감자, 옥수수 등 텃밭 체험, 짚 공예, 널뛰기·투호·윷놀이 등 전통 민속놀이까지 마련됐다. 한 체험당 5천원이다. 프로그램에 사용되는 감자, 고구마, 콩, 고사리 등 모든 재료는 마을에서 나고 기른 것으로 사용했다. 마을이 자생적으로 살아가는데까지는 10년이 걸렸다.

주민들의 적극적인 열성 덕분에 입소문이 나 농촌체험학습 프로그램을 찾는 사람들에겐 이미 인기다. 올 가을에만 5천명이 예약됐다. 어린이·청소년 단체와 가족 단위 관광객이 주를 이룬다. 프로그램은 다른 동네와 달리 한 가지 체험을 하더라도 손으로 만져보고 냄새를 맡아보고 직접 느낄 수 있도록 동선을 짜맞추고 꼼꼼한 설명까지 덧붙여지는 게 특징이다.

또 이 마을 25가구 중 16가구는 민박이 가능하다. 민박집 대문마다 알록달록하게 장식한 ‘사진전’ 간판이 눈길을 끈다. 집 주인의 얼굴 사진과 ‘무신, 내 사진이 간판이 된다꼬?’‘사진찍기 부끄럽다 치아라! 근데 잘 나왔나?’ 등 구수한 어투가 그대로 적힌 간판이 손님을 반긴다. 이는 농림축산식품부·(사)경상북도농어촌체험휴양마을협의회의 2015년 농촌체험·휴양마을공동협의체 육성사업 중 하나로, 마을 주민의 스토리를 입힌 간판을 제작한 것이다. 집 주인의 과거 사진과 현재 모습을 붙여 ‘마을, 세상에서 제일 큰 갤러리’로 꾸며졌다. 이는 마을의 대표적인 콘텐츠가 됐다. 민박집 이름도 상록수집, 칠송정집, 넝쿨장미집, 밤나무집 등으로 친근하게 붙였다. 강정 만드는 집, 술 빚는 집 등 체험 프로그램 위주의 순우리말을 그대로 붙였다.

옛날솜씨마을은 멋스러운 옛 솜씨만큼이나 농촌의 미(美)를 인정받았다. 2015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상 ‘도농교류 농촌사랑 대상’을 받았다. 2013년에는 안전행정부(현 행정자치부)가 실시한 ‘우리마을 향토자원 베스트 30’에도 선정됐다.

김천솜씨마을-3
마을을 방문한 아이들은 ‘짚공예’등을 체험할 수 있다.
마을의 농촌체험 프로그램은 진화 중이다. 최근 농장주가 도시 소비자를 초청해 지역 농산물을 활용한 먹거리와 공연 등을 선보이는 농촌관광 ‘팜파티(farm party)’도 마을에서 열었다. ‘힐링, 체험 그리고 만남’이라는 주제로 도시민과 만남, 소통을 통해 농업의 부가가치를 높이고 농가 소득을 창출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도시민과 외국인 관광객을 위한 농촌체험활동 공간으로 ‘전통 고추장 체험촌’도 마련해 가교 역할에 힘쓰고 있다.

글=최열호·김지홍기자
사진=전영호기자

<박정미 김천옛날솜씨마을 사무장 인터뷰>

예순을 넘은 박정미(62) 김천옛날솜씨마을 사무장은 옛날솜씨마을에서 아직 ‘새댁’으로 불린다. 47년 만에 귀향해 옛날솜씨마을 사무장 직책을 맡은 지 6년차다. 박 사무장은 “마을 어르신들이 나이가 있으시다보니 젊은 층에 속한다”며 “체험 활동에 온 또래 아이들을 보면 우리 손자·손녀를 돌보듯 안전부터 교육까지 사명감과 책임감, 봉사정신이 더 강하게 든다”고 말했다.

박 사무장은 도시 아이들에게 농촌 느낌을 기억하기 쉽고 그대로 전달해주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체험마을 사업이 한창 진행됐던 2010년에도 우리나라엔 그럴싸한 체험마을 본보기가 없었다. 그는 하나부터 열까지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춘 교육을 하고자 체계적인 시스템부터 개발했다. 마을 홍보에도 열을 올렸다. 서울 지하철이나 코레일 등 연계해 게시판에 게재하는 등의 홍보 활동을 펼쳤다. 2012년까지만 해도 연간 3천만원에 그치던 매출이 일 년 새 2배 이상 뛰었다. 현재 연간 2억원 가까이 매출을 올리는 중이다.

그는 “이 사업들은 도시민과의 소통과 교류도 좋지만, 산골마을 어르신들에게 복지 차원으로도 굉장히 좋다”며 “평균 75세인 어르신들이 마을을 꾸려가는 데 앞으로 젊은 사람들이 솜씨마을에 영입되면 마을이 더 안정적으로 돌아갈 것 같다”고 말했다.

<가볼만한 곳>

수도산은 가야산맥(伽倻山脈) 고봉의 하나로, 계절별로 아름다운 모습을 간직한 산이다. 정상(1천316m)부근에는 싸리, 억새, 진달래 군락이 있고, 가을에는 단풍이 절정에 이른다. 숙종의 비인 인현왕후의 원당(願堂)으로 유명하다. 산새와 더불어 수려한 풍광 속에 5㎞ 길이의 맑은 물이 흐르는 수도계곡은 풍광이 좋고 물이 맑고 차가워 여름철 휴양지로 사람들이 많이 찾는다.

인근 수도암은 청암사와 함께 지어진 수도산 북쪽 기슭의 골짜기에 있는 암자다.

신라 헌안왕 3년(859년) 승려이자 풍수설 대사인 도선국사(道詵國師)가 수도 도량으로 이 절을 세우고 매우 기쁜 나머지 7일 동안 춤을 추었다고 한다. 이곳엔 석조비로자나불좌상(보물 제307호), 약광전석불좌상(보물 제296호)·삼층석탑(보물 제297호) 등 보물 3점이 소장돼 있다.

또 도선국사가 창건한 청암사는 훼손되지 않는 자연경관 속에 천년고찰의 신비로움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인현왕후는 폐위된 후 복위되기까지 이곳에서 은거했다. 현재 청암사승가대학에는 100여명의 여성 승려들이 수행 정진하는 청정도량이다.

대표 특산물은 감자부각이다. 감자를 끓는 물에 삶아 햇볕에 말렸다가 기름에 튀겨 먹는 음식으로, 고산 지대인 옛날솜씨마을에서 직접 재배한 감자로 만들었다. 현장 판매만 가능하다. 054-437-0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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