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어매 실 뽑고 길쌈하던 그 시절이 生生하여라
우리 어매 실 뽑고 길쌈하던 그 시절이 生生하여라
  • 김지홍
  • 승인 2016.09.15 2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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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주 함창명주예술마을

전국 최고 명주 생산지 명맥 계승

2년 연속 마을미술프로젝트 선정

금·상·첨·화 4개 권역으로 분류

곳곳에 벽화·조형물·전시공간 조성

역사와 문화 복합 힐링 공간 자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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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주실처럼 길게 전통 명맥을 이어온 동네 ‘경북 상주 함창명주예술마을’은 예술과 문화가 더해진 금상첨화를 이루고 있다. 마을 곳곳에 피어난 ‘금·상·첨·화’를 찾아 떠나 보는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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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창전통시장 내 한 갤러리에는 배냇저고리가 전시돼있다. 상주시에선 아이를 낳으면 배냇저고리를 출산 선물로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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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주로 만든 닥종이인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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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에고치 조형물.
아이들의 돌잔치 때 빠지지 않는 물건은 ‘명주실’이다. 명주실은 실 한 타래를 아이의 목에 걸어주거나 돌잡이용으로 쓰인다. 명주실처럼 명(命)이 길게 장수(長壽)하라는 의미다. 오랜 역사를 가진 실이다.

명주는 뽕나무를 재배하고 누에를 치는 잠상(蠶桑)에서부터 시작된다. 명주실은 누에고치를 끓는 물에 넣어 실 끝을 풀어서 자새·왕챙이 등의 기구로 실켜기를 한 것이다.

조선 중기까지 모든 가정에선 재래식 베틀로 명주를 짜서 옷을 만들어 자급자족했다. 최근엔 대량 제직 기술과 화려한 견직물 산업이 발달되면서 명주도 직격탄을 맞아 쇠퇴기에 접어들었다.

하지만 여전히 명주의 전통 명맥을 이어오는 동네가 있다. 전국에서 최고(最高)의 명주 생산지인 경북 상주시 합창읍이다.

상주는 넓은 들녘에서 난 쌀, 하얀 분으로 덮인 곶감, 질 좋은 명주실을 생산하는 누에고치로 ‘삼백(三白)’의 고장이라 불린다. 특히 명주실로 짠 직물로 ‘함창명주’는 양잠(養蠶) 산업 4천년의 역사 이래 요즈음 전국적으로 이름을 알리고 있다. 느리게 완성되는 아름다움의 ‘슬로시티 정신’과 ‘건강, 웰빙’ 시대의 흐름이 맞아떨어지면서 시너지 효과까지 일으켰다는 게 마을 주민들의 평가다.

최근 합창읍 오동리는 명주와 예술이 접목된 ‘함창 명주예술마을’로 거듭났다.

상주시가 지난 2014년 4월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주최한 ‘2014마을미술프로젝트’에 ‘함창예고을-금상첨화(錦上添畵)’ 작품이 선정되면서다. 이토록 아름다운 마을을 주민들이 새삼 깨닫고 관광객도 끌어들이도록 되살려보자는 취지였다.

이 프로젝트는 마을이 지리·역사·생태·문화적 가치가 잠재된 마을에 공공미술로 새로운 문화 공간을 조성하는 사업이었다. 10개월 동안 7억원의 사업비가 들어갔다.

21명의 작가들이 이 사업에 참여하면서, 마을은 바뀌기 시작했다. 허허벌판이었던 동네가 벽화로, 예술조형물로, 전시 문화공간으로 채워졌다. 이어 2015마을미술프로젝트에도 연속 선정돼 6개월 동안 추가 4억원을 지원받아 8명의 작가와 함께 공동 작업이 진행됐다.

명주예술마을 입구에 접어들면 일반 어른만한 크기의 하얀 누에꼬치 조형물들이 곳곳에 놓여있다. 전통 명주의 고향임을 알려주는 듯 하다. 마을은 금상첨화 프로젝트를 통해 모두 4권역으로 나눠져 있는데, 알차게 마을을 둘러보기 위해선 예술권역별로 돌아보는 것을 추천한다.

권역은 ‘비단 위에 그린 예술’이라는 주제로 금·상·첨·화로 불린다.

금(錦·1권역)은 함창읍의 중심지에 있는 함창역이 중심이 된다. 1924년 건립된 함창역은 양정역과 점촌역을 잇는 경북선 5대 기차역이었다. 현재는 무인역으로 운영되고 있다. 비어있는 함창역사를 활용해 함창의 열차 소리를 맥박 소리로 가슴 두근거리는 마을의 이야기를 작품으로 풀어놓은 곳이다. 마을프로젝트의 기획부터 실행까지 작업 과정을 보여주는 아카이빙관과 함창의 다채로운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사운드텔링 작품 등으로 꾸며져있다. 함창의 ‘심장’이자 ‘비단’같은 값진 존재로, 비단 금(錦·비단 금)을 의미한다.

상(上·2권역)은 고령 가야의 고도(古都) 중 가장 일찍 형성된 옛(上) 마을, 가야마을을 뜻한다.

함창은 일찍이 최고의 삶의 자연 환경을 갖춘 지리적 요충지였기에 고대부터 사람들이 모여 살며 상고시대 고령가야국의 수도를 일궜던 곳이다.

가야마을은 증촌리의 으뜸 마을로, 전 가야왕릉과 왕후릉이 있다. 이곳에선 고요하고 평온한 세계가 펼쳐진다. 왕릉과 왕후릉은 일정 거리를 두고 마을의 한가운데 존재하는데, 두 능의 정중앙에는 ‘징그래미’ 당나무와 사용하지 않는 우물가가 있다.

이곳에 왕과 왕후릉을 상징하는 사랑 조형물(작가 이창호)이, 바로 뒤쪽 빈 집 두 곳에는 아트하우스(오유경·김경아·최혜정 외)와 마을커뮤니티 공작소가 설치돼있다. 이 외에도 담장 등에 조성된 벽화가 지붕 없는 미술관 역할을 하고 있다.

첨(添·3권역)은 명주를 삼백의 고장으로 만든 주인공 ‘함창전통시장(함창예술시장)’을 중심으로 진행돼있다. 시장 들머리에는 오일장 상인들의 파마 머리를 상징하는 꼬불꼬불한 조형물을 만들어 웃음을 자극한다.

파스텔톤 벽화들이 시장 곳곳에 어우러져있다. 빈 상가를 개조한 갤러리는 명주로 만든 배냇저고리와 협동장수띠 등을 선보인다. 시장은 예로부터 소통의 장소, 공공의 공간이었다. 전국 최대 규모로 명주를 사고 팔아 ‘명주전(明紬廛)’이라고 불렸다.

화(畵·4권역)은 옛날 향교가 있는 ‘구향리’가 중심이다. 관공서와 버스터미널, 금융기관 등이 모여있는 ‘시내’로 보면 된다. 이곳은 옛 고령가야국의 가장 중심지이자 지역 행정·경제의 중심이기도 했다.

1960년대 함창의 가장 큰 규모이자 유일했던 양조장이었던 ‘세상도가’가 있는데, 이 건물을 리모델링해 술과 얽힌 이 마을의 생활사와 에피소드를 담아냈다. 주변에는 다양한 미술관과 아트카페, 갤러리가 밀집돼있어 ‘함창예술촌’을 형성하고 있다.

마을에서는 명주길쌈체험과 뽕나무 연리지 터널을 체험할 수 있다. 누에고치에서 실을 뽑고, 얼레에 명주실 감기, 물레로 꾸리감기, 베틀에서 명주짜기 등이 가능하다. 명주 감물염색체험으로 세상에 하나뿐인 감물 무늬 염색 명주 스카프도 만들 수 있다.

금상첨화. 명주예술마을은 금 위에 꽃을 더하듯 비단 마을 위에 꽃을 심은 잠재된 ‘함창미(咸昌美)’를 발견했다. 이는 함창만의 또다른 예술과 문화를 더하고 있다. 글=이재수·김지홍기자

사진=전영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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