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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을 건 장인의 ‘한 잔’ 이국의 가배객을 사로잡다

기사전송 2017-03-02, 21: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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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규의 커피 이야기(1)
도쿄 아오야마 ‘다이보 커피’
20명 착석 규모…차분한 분위기
주인이 직접 응대하며 연중무휴
원두커피 양·추출량 선택 가능
다이보 카츠치 씨
‘다이보 커피’의 다이보 카츠지씨.


가배(커피) 客主(객주)가 된 사연은 이렇다. 달달한 인스턴트커피만을 생각 없이 마셨던 22년 전 어느 날, 선물로 받은 원두커피를 개봉하면서 느낀 매혹적인 커피향기에 빠져버렸다. 결국 커피에 미쳐서 하던 일은 뒷전으로 밀려났다. 이때부터 커피향기가 있는 곳이라면 시공간을 가리지 않고 괴나리봇짐을 싸서 떠돌아다니는 방랑의 가배客(객)이 되어버렸다. 아직도 바람처럼 스쳐 지나가는 커피향기에 가슴이 설렌다면, 이 글을 읽는 독자들은 믿을지. 가슴 속에 설렘이 있다는 것은 아직도 커피사랑이 진행형이라는 증거일 진데, 세월을 견디지 못하고 그 사랑이 식어 추억으로 사라진다면 슬플 것 같다. 그래서 오늘부터 그 기억을 남기기 위해 나의 커피사랑이야기를 시작하려고 한다.

이 글은 내가 만나 본 커피명인들의 이야기이다. 특별히 나의 기억 속에 남아있는 사람들의 이야기이지만, 그렇게 대단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아니다. 더더욱 그들의 커피가 최고의 맛이라고 말하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나는 커피를 통해 커피의 장인이 된 그들의 인생과 철학을 엿볼 수 있었다. 그들은 단순한 기호음료에 불과한 커피지만 자신의 인생을 걸고 만들었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가 매일 마시는 커피도 그런 커피일까? 그것은 독자들이 판단할 몫이다.

다이보씨의 융드립 추출장면
다이보씨의 융드립 추출장면.
(1)다이보 커피점(大坊 가배店)

커피에 미쳐 동분서주하던 그 시절, 커피가 있는 곳이라면 국내외를 가리지 않고 다녔던 그때에 일본에서 다이보 카츠지(大坊 勝治)씨를 만났다.

커피의 맛과 향기를 조금씩 알기 시작하던 때여서 내가 만든 커피의 수준이 어느 정도일까 궁금했었다. 그래서 이름 있는 장인들의 커피와 비교도 하고 싶었고 그들의 비법도 눈 동냥할 겸, 여행을 시작했다.

만날 당시, 50대 중반의 다이보씨는 전형적인 일본인 모습이었다. 그는 마치 커피뿐만 아니라 인생에서도 깨달음을 얻은 구도자(求道者)처럼 커피를 다루는 행동 하나하나가 모두 절제되어 있었다. 실내 인테리어도 커피색 목재에 주황색 빛의 낮은 조도까지 매우 차분한 분위기였다.

그런데 기억에 남은 것은 내부 인테리어보다도 그의 눈빛과 절제된 태도였다. 십여 평 남짓한 이 작은 공간을 압도하는 그의 카리스마는 화려한 인테리어로 손님을 현혹시키는 그런 장사꾼들과는 비교도 할 수 없었다.

다이보커피점은 1975년 7월 1일 도쿄 미나미 아오야마 3-13-20번지에 위치한 건물 2층 작은 공간에서 영업을 시작했다.

개점 시 그는 영업을 홍보하는 안내문을 돌렸는데, 그 내용이 너무 결연해서 독자들에게 꼭 소개를 하고 싶었다.

“성은 다이보, 이름은 카츠지입니다. 조금 친숙하지 않은 이상한 이름이지만 본명입니다. 다이보, 이렇게 불러주십시오. 10년 동안의 숙원을 이루고자 이번에 작고 조촐한 커피점을 열게 되었습니다. 다이보커피점은 지하철 오모테산도역 근처에 있습니다. 아오야마 길. 아오야마 3정목 건물 2층에 있습니다. 다이보커피점은 10평 정도입니다. 고객 한 분, 한 분 정성을 다해 손수 만든 커피로…. 제가 직접 접대할 수 있는 이상적인 면적입니다. 카운터는 12분이, 테이블에는 8분이 앉을 수 있습니다(중략). 다이보커피점의 장점이라면 커피입니다. 커피생두를 선별에서 배전, 브랜드까지. 제가 가지고 있는 모든 것을 한 잔의 커피에 걸겠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입에 맞지 않고 맛이 없다면, 가차 없이 지적해주십시오. 고객들의 가르침을 받겠습니다. 진심으로 부탁드리는 것입니다. 다이보커피점은 연중 무휴입니다. 매일, 아침 10시부터 밤 10시까지, 기다리겠습니다. 이제부터 오랫동안 많은 사랑을 부탁드립니다. 다시 한 번 거듭 당부 올립니다. 다이보 카츠지 올림.”

7월 1일 개점. 다이보씨는 개점 당시 27세였다.

다이보 커피점만의 특별한 메뉴. 나는 다이보커피점에 처음 갔던 날, 그가 만들어 놓은 메뉴판을 보고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그날 마셔보고 싶었던 브랜드 커피는 5지선다형 시험문제 같아서 어느 것을 마셔야할지 고민을 해야 했다. 좀 더 과장을 한다면, 그의 메뉴판을 이해하는데 고등수학을 동원했다면 믿을까?

그의 메뉴는 커피 마니아들이 원하는 농도의 커피를 제공하려는 의도로 매우 합리적인 제안이었다. 원두커피의 양과 추출량에 따라 각각 다른 가격으로 다이보씨의 친절한 배려(?)였다. 하지만 이것을 처음 본 고객은 좀 당황할 수밖에 없다. 나는 브랜드 1번(30g 100cc /700엔)을 마실까. 아님 3번(20g 100cc /600엔)을 마실까 망설였고, 머릿속에서는 각각의 번호에 적힌 숫자를 나누고 더하고 빼는 셈을 하고 있었다.

그날의 주문은 브랜드 커피와 스트레이트 커피를 모두 맛보기 위해 브랜드커피 3번과 스트레이트커피 6번의 모카커피를 선택했다. 다이보씨의 정성스런 융드립 커피는 다이보에서만 만날 수 있는 커피의 맛이었다.

나는 방랑의 가배客(객)으로서, 감히 말할 수 있다.

“커피의 장인은 고객으로부터 인정받는 자신의 커피를 만들 줄 알아야 한다”고.



이병규는?

-남산골 ‘이병규의 커피클럽’ 운영 중

-전 건축사사무소 건미건축 대표

-전 커피전문점 커피아뜨리에 운영

-전 포항대학교 외식호텔조리산업계열 강사

-‘차와 문화 (격월간지)’에 커피클럽 칼럼 기고

-포항 CBS 방송국, 이병규의 커피이야기 방송

-Brazil Fazenda Monte Aregre 연수

-미국 BOOT COFFEE 연수

-일본 이시미츠 커피연구소

-일본 고노아카데미 연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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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한마디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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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우윤 2017.03.13, 17:00:26
    삭제

    깊은 커피 향기나는 원숙한 글, 감사합니다. 더 좋은 이야기가 이어지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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