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각난 기억 속에 감춰진 불편한 진실
조각난 기억 속에 감춰진 불편한 진실
  • 윤주민
  • 승인 2017.03.16 0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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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종 사건에 휘말린 알코올 중독 이혼녀 시선으로
추리·스릴러 오가며 가정 폭력 등 사회문제 조명
소설 기반 탄탄한 캐틱터·설정 통해 긴장 끈 이어가
걸 온 더 트레인
레이첼이 기차에서 창밖을 바라보는 모습.

#. 베스트셀러. 전세계인의 사랑을 받은 또는 세계 각지에서 열풍을 일으킨 책을 일컫는 말이다. 다양한 영화들이 상영되면서 볼거리가 풍성해진 요즘 극장가에 외국 베스트셀러들의 작품이 영화로 개봉돼 국내 영화인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물론 베스트셀러라고 해서 모두가 영화에서 흥행하는 것은 아니다. 기존 스토리의 흐름을 따라가지 못하는 등 기대이하의 내용으로 흥행에 참패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와 반면 원작을 읽으며 펼쳤던 상상의 나래를 고스란히 영상으로 옮겨내며 구성에서도 고퀄리티를 선보여 흥행에 성공하는 케이스도 있다. 현재 상영되고 있는 베스트셀러 영화들은 전자와 후자 사이에 어떤 결과를 가져올까. 총 50개국 40개 이상의 언어로 번역 출간, 1천500만 부라는 놀라운 판매기록을 세운 폴라 호킨스의 ‘걸 온 더 트레인’이 지난 9일 한국에 상륙했다. 국내에서 상영 중인 베스트셀러 영화 ‘걸 온 더 트레인’과 ‘파도가 지나간 자리’를 상·하로 나눠 조명한다. (편집자 주)

폴라 호킨스는 영국 런던의 대표 신문인 ‘타임스’에서 경제부 기자로 15년간 생활하던 중 여성을 위한 투자 자문서를 쓰기 시작, 다소 은밀한 방식으로 소설가가 됐다. 경제상황의 어려움에 처한 어느날 평소 즐겨 읽는 이야기를 글로 옮기기로 마음 먹었다. 알코올 중독에 시달리며 기억을 자주 잃는 여주인공이 강력범죄를 목격했을지도 모르는 상황을 가정, 구체적인 내용을 기억하지 못해 곤욕스러워하는 설정의 내용을 글로 풀어냈다. 2015년 베스트셀러가 된 이후 나날이 기록을 갱신하고 있는 폴라 호킨스의 고전 서스펜스 스릴러 소설 ‘걸 온 더 트레인’. 테이트 테일러 감독은 원작을 기반으로 탄탄한 캐릭터와 드라마틱한 설정을 절묘하게 구성했다.

영화 ‘걸 온 더 트레인’은 주인공인 레이첼의 1인칭 시점으로 시작, 메건과 애나의 삶에 세 명의 남자들이 등장하면서 이야기가 꾸려진다.

매일 출·퇴근 시간에 맞춰 기차를 타는 레이첼은 창 밖을 바라보는 게 취미다. 레이첼은 늘 같은 자리에서 앉아 창밖을 보는데 유독 한 집에 집착하게 된다. 레이첼은 그 집에 사는 스콧(루크 에반스)과 메건을 아름다운 부부라고 생각한다. 자신과 거리가 먼 그들의 삶을 동경하게 된다.

하지만 이들 부부 집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집, 이혼 당하기 전 전남편 톰(저스틴 서룩스)과 함께 살았던 지난 결혼 생활을 떠올리게 되고 우울해 한다. 알코올 중독으로 인해 이혼당한 레이첼은 불행했던 자신의 지난날을 회상하며 매일 술에 취해 무의미한 나날을 보낸다. 여느때와 다를 바 없는 똑같은 일상, 레이첼은 기차에서 우연히 자신이 동경했던 그 집에서 메건이 낯선 남자와 키스하는 장면을 목격하게 된다.

이를 목격한 레이첼은 자신이 겪었던 상처를 떠올리며 바람피는 메건을 죽이고 싶은 강한 충동에 그녀를 찾아간다. 그리고 다음날 피로 얼룩진 옷과 깨져버린 스마트폰, 온 몸에 상처와 멍이 든 채 잠에서 깬 레이첼은 전날 밤의 일을 기억하지 못한다. 이후 메건이 실종됐다는 소식을 뉴스로 접하게 되는데…. 유일한 목격자인지 유력한 용의자인지, 레이첼은 그날 밤을 기억해야 한다.

마냥 행복해 보였던 메건과 애나의 삶은 레이첼의 시선과는 사뭇 다르다. 어린 시절 낙태를 경험한 메건은 함께 살고 있는 스콧의 욕정과 소유욕에 매일같이 괴로워 하고, 애나 역시 육아로 인한 극심한 스트레스로 우울증에 시달리고 있다. 레이첼과 메건, 애나의 이야기는 각기 다른 시점으로 영화 중간 중간에 단편적으로 보여진다. 여기에 복선이 깔리며 관객들의 영화 이해에 더욱 혼란을 야기시킨다.

특히 메건의 상담을 맡은 캐멀 박사의 등장은 영화 흐름에 거대한 덫을 놓는다. 레이첼은 스콧에게 다가가 캐멀 박사와 메건 사이를 털어 놓지만, 술에 취해 기차에서 바라본 사실을 구체적으로 설명할 수 없다. 오직 심증만 있을 뿐. 톰에게 과도한 집착을 보이는 레이첼을 의심한 애나는 그녀를 범인으로 지목하고….

실종됐던 메건이 사체로 발견되고 레이첼은 그날 밤의 기억을 되찾기 위해 발버둥 치지만, 레이첼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사람은 없다. 그러던 어느날 기차에서 레이첼은 예전 톰의 직장 상사인 마사(리사 쿠드로)를 만나게 된다. 술에 취해 마사에게 실수를 저질렀던 그녀는 자신의 잘못으로 톰이 해고될뻔 했다는 말을 떠올린다. 그리고 용기를 내 사과하는데 마사는 황당하다는 듯 레이첼에게 톰에 대한 이야기를 전해주는데…. 마사의 등장으로 이어지는 반전, 과연 진짜 범인은 누구일까. 윤주민기자 yjm@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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