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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큼한 레몬과 꽃향기의 조화…최상의 스페셜티 ‘게이샤’

기사전송 2017-03-30, 21:2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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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규의 커피 이야기-(5) 게이샤 커피와의 만남
수확시기 따라 맛도 천차만별
농익은 감귤맛에 풍성한 산미
입안 가득 채운 자스민 꽃향기
비싼 가격에도 누구나 탐내는
감미로운 뒷맛 '한모금의 유혹'
게이샤커피열매
게이샤커피 열매


9년 전 4월 어느 날, 커피를 공부하면서 알게 된 지인으로부터 게이샤(Geisha) 커피의 커핑에 참석하라는 전화를 받았다. 나는 이름으로만 전해 들었던 게이샤 커피를 만나기 위해 일손을 놓고 서울로 향했다. 모임장소는 여의도에 있는 작은 커피점. 그날 여의도의 윤중로는 봄비가 내리고 있었다. 오랜만에 혼자 빗속을 걸어보는 느낌도 좋았지만 게이샤 커피를 만난다는 것만으로도 행복감에 젖어 있었다. 이렇게 게이샤라는 이름을 가진 커피는 봄비와 함께 나에게 왔다.

게이샤커피원두모습
게이샤커피 원두
들뜬 마음을 진정시키면서 도착한 모임장소. 나를 초청한 지인은 벌써 참석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었다. 그는 시골에서 올라 온 나를 참석자에게 소개를 하고 게이샤 커피의 커핑모임을 추진하게 된 경위를 설명했다. 우리나라도 점점 스페셜티 커피의 수요가 늘면서 세계커피 옥션에 직접 참가할 정도의 역량이 생겼다는 그의 이야기에 참석자들은 환호했다. 매년 외국의 커피 세미나에 참석할 때마다 해외 유명 커피수입업체들이 자신들만의 영역인 것처럼 자랑스럽게 소개하던 스페셜티 커피였기 때문이었다. 그동안 나는 언제나 이런 커피를 직접 수입할 수 있을까 마냥 부러워만했고, 그들이 폭리를 취하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구입을 해야 했다. 더군다나 오늘은 스페셜티커피 중에서도 세계최고의 자리에 등극한 게이샤 커피로, 세계 커피업계에 입소문으로 조금씩 알려지기 시작하면서 시범적으로 시작된 커피경매였다. 그날 여의도에 초청받은 사람들은 대부분 커피전문점을 직접 운영하는 대표들이어서 커핑을 마치고 서로 협력해서 5월 22일에 열리는 2008년 게이샤(Geisha) 커피의 옥션에 참가하기로 결정을 했다.

이 일을 추진한 지인은 이미 옥션에 등록을 했고, 파나마 에스메랄다(Hacienda La Esmeralda) 농장에서 보내준 게이샤 커피 샘플 10여종을 로스팅해서 커핑을 준비해놓고 있었다. 똑같은 게이샤커피였지만 배치(Batch)별로 수확시점이 달랐다. 같은 농장에서 생산되었는데도 수확 시점에 따라 맛의 차이가 있을 수 있다는 설명에 게이샤 커피 맛이 더욱 궁금했다.

절차에 따라 시작된 커핑, 1번 샘플의 첫 모금이 입안에서 진한 향수처럼 퍼져 나갔다. 정녕 이것이 커피란 말인가? 두 모금, 세 모금 더해질수록 나는 게이샤에 매료되어 버렸고, 그가 이끄는 맛과 향기의 세계에 점차 깊숙이 빠져들고 말았다. 환상적인 맛이란 이런 것이구나. 나는 게이샤의 유혹에 한편의 꿈을 꾸고 있었다. 농익은 감귤의 달콤함과 레몬의 부드러운 신맛처럼 강하지도 부족하지도 않은 절제미를 갖춘 그녀의 매력에 넋을 잃고 있었다. 더욱 놀라운 것은 맛의 변화였다. 감미로움을 입안에 여운으로 남겨둔 채, 그 풍성하고 신선했던 신맛이 입안에 퍼지는 향기에 자리를 내어주고는 스스로 사라지고 있었다. 마치 사랑을 나눈 뒤 머문 자리에 채취만을 남기고 홀연히 떠나는 ‘게이샤 (げいしゃ : 藝者)’의 숙명처럼, 게이샤 커피의 상큼한 레몬 신맛은 나에게 연인의 슬픔을 전달하고 있었다. 그러나 게이샤는 떠난 것이 아니었다. 아직 혀끝 미봉에 남아있는 감미로운 단맛의 느낌은 애교스러운 게이샤처럼 나의 미각 세포를 자극하고 있었다. ‘아, 나는 어떡해야하나.’ 운명처럼 만난 게이샤와 점점 깊은 사랑에 빠지고 말았다. 아니 하룻밤도 아닌 한모금의 유혹에 나는 이미 구속되고 있었다. 잠시 감았던 눈을 뜨자 후두로 밀려 온 게이샤 특유의 자스민 꽃향기가 단향과 더불어 코끝에서 은은하게 감돌았다. 향도 매우 깊었다. 그리고 뒤이어 느껴지는 향기들. 블루베리의 향일까 아니 송로버섯의 향일까 나의 상상력에 한계를 느꼈다. 복합되고 혼재된 채 풍겨지는 수많은 향기들…. 나는 나의 부족한 언어 때문에 그 찰나의 느낌을 정확하게 표현하지 못하는 것이 안타까웠다. 아니, 이건 커피가 아니다. 이럴 수가 없다. 어쩜 한모금의 커피가 어떻게 나를 유혹할 수 있단 말인가? 나는 현실이 아니라고 부정하고 싶었다. 환상을 넘어 몽환적인 이 느낌. 나의 짧은 향기의 지식으로 자연이 준 선물, 게이샤의 오묘한 향기를 말 한다는 것은 애초부터 불가능한 것이었다. 단 한 번의 입맞춤으로 나를 그녀의 포로로 만들어 버린 게이샤. 너는 정녕 누구냐? 나와 전생에 못다 이룬 ‘게이샤 (げいしゃ : 藝者)’의 영혼이냐?

5월 23일 오전. 흥분된 목소리가 휴대폰을 통해 들려왔다. 우리 팀이 3 롯트(LOt)를 경락 받았다는 낭보였다. 가격도 적정하고 우리가 원했던 게이샤 커피였다. 세계 커피업계의 큰손들이 즐비한 옥션에서 미국, 독일, 일본 등, 세계 900여 대형 업체들과 경쟁해서 당당하게 차지한 우리들의 몫이었기에 더 자랑스러웠다. 드디어 경매 받은 게이샤 커피가 항공편으로 파나마에서 도착했다. 나의 영혼을 사로잡았던 게이샤 커피. 조심스럽게 진공포장을 열었다. 그러자 게이샤 커피 나신(裸身) 같은 생두의 풋풋한 채취가 느껴졌다. 이젠, 게이샤를 깊은 잠에서 깨워야 할 시간이었다. 나는 게이샤 생두 한 알 한 알을 육안으로 확인하며 선별했다. 그리고 예열된 커피 로스터에 투입을 하고 게이샤의 영혼을 떠올리며 로스팅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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