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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 정치 민낯 꼬집은 ‘아귀 다툼’ 선거판

기사전송 2017-04-27, 21:5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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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카로운 정치 영화 ‘특별시민’
서울시장 두고 대립하는 두 후보
음모·흑색선전 등으로 난타전
지나친 리얼리티에 오히려 발목
대선 앞두고 정치혐오 유도 우려
최민식 등 주·조연 연기는 압권
특별시민1
변종구 선거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심혁수와 박경.


“선거는 똥물에서 진주 꺼내는 거야.”

오로지 직관으로만 서울시장에 오른 변종구(최민식)는 검사 출신에다 선거 공작 일인자로 꼽히는 국회의원 심혁수(곽도원)를 영입하면서 야심을 채우려 한다.

여기에다 젊은 정치 광고 전문가 박경(심은경)을 추가로 불러들이면서 사상 첫 서울시장 3선에 도전, 차기 대권까지 노린다.

이에 야당 양진주(라미란)가 도전장을 내밀면서 선거 활동은 치열해지는데…. 예기치 못한 사건들이 발생하면서 위기는 거듭된다. 물고 뜯기는 형국의 반복으로 선거판은 더러워질 만큼 더러워졌다.

영화 ‘특별시민’(감독 박인제)은 예고편만 봐도 짐작 가능할 정도로 내용이 깊지 않다.

비교적 난해한 ‘정치’라는 소재를 다루고 있지만 선거전이 주를 이루고 있기 때문에 영화 이해에는 큰 어려움이 따르지 않는다. 이미 오래전부터 선거와 관련된 영화와 드라마가 숱하게 제작됐기 때문에 내용을 얼추 짚어볼 수 있다. ‘선거활동을 바탕으로 일어나는 사건들을 다룬 영화일 것’이라고.

사실 이 영화는 대한민국 정치인들의 현주소를 고스란히 옮겨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상대방을 신랄하게 까내리는 비하발언은 물론 흑색선전이 난무하는 선거활동은 종구와 진주의 대결을 통해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가족까지 싸잡아서 물어 뜯는 것은 관행이 돼버렸다. 음모와 배신은 빠질 수 없는 단골손님. 감독이 의도했든 하지 않았든 시기적절하게 현재 정치인들의 네거티브 전략을 표현했다.

선거활동 과정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은 관객의 공감을 얻어내기에 충분했다. 종구가 음주운전을 모면하기 위해 경찰서장에게 현장 철수 지시를 내리는 장면, 자칫 누명을 덮어쓸 수 있는 상황에서도 운전기사 길수가 탈영병이 죽은 사고현장까지 찾아가는 대목이 딱 그렇다. 또 탈영병이 죽었음에도 선거철이라는 이유로 ‘쉬쉬’해버린 군 당국의 태도까지. 지난해 전국민을 분노케 했던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정농단’을 생각해보면 종구가 벌인 일련의 ‘갑질’은 식은 죽 먹기일 수도 있다.

그러나 시각을 달리하면 권력남용의 실태를 지나치게 표현했다는 느낌은 쉽게 지워지지 않는다. 가뜩이나 정치인을 믿지 못하는 대한민국 국민에게 ‘정치혐오’를 더욱 부추겨 버린 우(愚)를 범한 셈이다.

아쉬운 점은 지나치게 정공법을 택했다는 것. 현실에서 있어날 수 있을 법한 내용을 차치하더라도 굵직한 에피소드 하나 없이 영화가 끝까지 이어져 버리면서 밋밋한 느낌을 준다. 잘 쌓아 올린 한 정치인의 이미지를 부숴버리는 통쾌함 따위는 온데간데 없다. 종구와 진주간의 언론플레이가 전부일 뿐. 비리를 까발리는 특정 인물을 통해 관객에게 시원함을 선사하는 이른바 ‘사이다’장면은 끝내 나오지 않았다. 지나치게 현실성을 추구하다보니 관객이 원하는 상업적 요소를 놓쳐 버린 것이다.

특히 서울 시내 한 복판에 생긴 ‘싱크홀’사건을 정치권과 연결시킨 부분은 ‘수박 겉핥기’식 전개로 영화 흐름을 조잡하게 만들었다. 어떤 특정 메시지를 전달하려고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영화 전반에 걸친 하나의 과정으로만 연출됐다.

재난을 더이상 정치권에 개입시키지 말라는 것인지, 사전에 예방치 못한 정부를 탓하는 것인지 이를 통해 감독이 전달하고자 했던 메시지는 무엇이었을까. 자신감있게 밀어부치지 못한 감독의 역량이 아쉬웠다.

배우들의 연기는 어땠을까. 가십거리 조차 되지 않는다는 것이 정확한 표현이겠다. 흥행 보증수표 최민식이 주연인데다 실력파 배우 곽도원까지. 주연급 조연들이 대거 등장하면서 진짜 선거를 보는 듯 했으니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었다. 특히 기자회견에서 보여준 최민식의 제스처, 중저음의 보이스, 표정은 일품 그자체였다.

스크린이 어두워지고 박경의 마지막 대사가 귓가에 맴돌았다. “당신들이 가장 무시하고 홀대하는 유권자로 돌아가서 차근차근 심판하겠다.”

윤주민기자 yjm@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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