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홀한 해변 ‘여유 한아름’ 황톳빛 절벽 ‘심장이 쿵쾅’
황홀한 해변 ‘여유 한아름’ 황톳빛 절벽 ‘심장이 쿵쾅’
  • 황인옥
  • 승인 2017.05.17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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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현지의 인도여행기 (11)남인도, 바르깔라
여행자 사이선 유명한 휴양지
비키니 입고 해변 거닐수 있어
도착하자마자 첫 난관 부딪혀
릭샤 기사의 지나친 호객행위
하마터면 의문의 숙소로 갈뻔
해산물 듬뿍 들어간 요리 인기
저렴한 패러글라이딩 꼭 체험
노을지는 바르깔라의 해변 2
노을지는 바르깔라의 해변.
남인도 께랄라 주의 바르깔라. 사실 바르깔라 행을 결심하기까지는 그다지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이미 여행자들 사이에서 명성이 자자한 지역이기도 했고, 사진으로만 보아왔던 황톳빛 절벽 해안을 직접 눈으로 보고 싶기도 해서였다.

바르깔라는 고아와 함께 남인도 께랄라 주를 대표하는 관광지인데 그래서인지 기차표가 빨리 매진되어 하마터면 원하는 날짜에 이동을 하지 못할 뻔 했다. 기차로 이동하는 동안에도 서양인들이 연주하는 기타소리와 그에 맞춰 연신 박수를 쳐대는 인도인들로 시끌벅적. 한적한 시골마을로 이동할 때와 분위기가 확연히 달라 목적지에 도착하기도 전부터 휴양지 기분을 한껏 느낄 수 있었다.

드디어 바르깔라 역 도착. 휴양지로 명성이 자자한 지역인 것에 반해 기차역은 굉장히 작고 소박했다. 제대로 된 의자도 하나 없고 역도 굉장히 남루한 것이 딱 시골마을의 풍경과 비슷해보였다. 허나 바르깔라 역의 모습에 놀라움을 쏟아낼 틈도 없이 나는 새로운 난관에 부딪혔다. 그건 바로, 내가 기차에서 내리자마자 졸졸졸 따라 붙는 릭샤왈라(인도의 이동수단인 ‘릭샤’를 운전하는 사람) 때문이다.

“바르깔라 클리프(절벽) 갈 거지? 내가 데려다줄게! 완전 저렴하게 해줄 수 있어!”

릭샤왈라는 배낭을 잡아끌며 본인 릭샤를 타라고 연신 졸라댔다. 보통 이런 경우, 릭샤왈라가 자기 멋대로 의문의 숙소로 손님들을 데려간 후, 주인으로부터 투숙객에 대한 커미션을 받아먹을 확률이 굉장히 높다. 고로, 잘못 걸리면 원치 않는 숙소에 강제로 머물게 될 수도 있다는 말.

“아 됐다니까요? 제가 알아서 갈게요! 따라오지 마세요!”

“이상한데 안 데려간다니까? 진짜 클리프까지만 데려다줄게!”

하지만 왈라는 내가 기차역을 벗어나기 직전까지 아주 애처로울 정도로 따라붙으며 구구절절 설명을 갖다 붙였다. 내용은 뭐 대충 ‘오늘 반나절 동안 돌아다녔음에도 불구하고 손님을 한 명도 못 태웠다. 이대로 니가 가버리면 다음 기차가 올 때까지 자기는 또 몇 시간이고 기다려야 한다. 나는 남들보다 훨씬 저렴하고 안전하게 클리프까지 데려다 줄테니 제발 내 릭샤를 타라’ 뭐 이 정도였다. 정말이지 이렇게 뚝심 강한 릭샤왈라는 처음이었다. 결국, 왈라의 끈질김과 남인도의 불볕더위에 지친 나는 결국 바르깔라 클리프까지 직행해줄 것을 단단히 확답 받은 후 그가 끌고 온 릭샤에 몸을 실었다.

허나 ‘혹시나’가 ‘역시나’였다. 왈라는 릭샤가 출발하고 나서 얼마 되지도 않아 “너 숙소는 구했어?” 하며 말을 꺼냈고, 내가 ‘숙소는 클리프 쪽에 생각해둔 데가 있으니 조용히 그리로 가달라’ 라고 말하자 ‘그쪽은 좀 비싼데~ 내가 진짜 좋은 숙소를 아는데 그리로 갈래?’ 하며 토를 달기 시작했다. 릭샤에 타기 전과 전혀 말이 달랐다. 사실 탈 때부터 왈라를 완전히 믿은 것은 아니나, 막상 1분도 되지 않아 말을 바꾸는걸 보니 헛웃음이 나왔다. 북인도나 남인도나, 관광객 속여 먹으려는 장삿속은 아주 한결 같았다.

결국 나는 이동하는 내내 릭샤왈라와 거칠게 말다툼을 했고, 종국에는 감정이 상할 대로 상해 격렬하게 흥분한 채로 서로를 향해 소리를 질렀다. 배낭을 매고 돌아서는 나에게 ‘너! 다시 만나면 절대로 안태워 줄 거야!’하는 왈라. ‘웃기시네! 나야 말로 공짜로 태워줘도 안탄다!’ 하며 받아쳤더니 한껏 꼬나보고선 릭샤를 타고 사라졌다. 역시, 지나치게 호객하는 릭샤에는 절대 타면 안 된다는 것, 바르깔라에 발을 딛는 그 순간 또 한 번 깨달았다.

암적색 주민
암적색 바르깔라 절벽의 모습과 그 아래를 지나가는 주민.
그리 우여곡절 끝에 도착한 바르끌라 클리프. 속을 썩이던 왈라가 사라지고, 눈앞에 새파란 바다와 황금빛 절벽이 펼쳐지자 나는 그제서야 바르깔라에 도착했다는 것을 실감했다.

해변에서 기타를 치는 외국인들
바르깔라의 저녁. 해변에서 기타를 치는 외국인들.
바르깔라는 인도 내 유명 휴양지인 만큼, 무려 비키니 수영복을 입고 해변을 거닐 수 있는 파격적인 자유가 주어진다. 사실 인도가 아무리 변하고 있다고는 하나 아직까지도 여성의 노출에는 굉장히 보수적인 편인데, 치맛단이 무릎 위로 조금만 올라가도 눈살을 찌푸리는 사회적 분위기를 감안했을 때 바르깔라 클리프의 이 자유로움은 가히 혁명 수준이었다. (물론 구간 별로 조금씩 다르다. 노출이 허용되지 않는 비치도 적지 않으니 무턱대고 벗고 나가면 안 된다.)

치킨 햄버거
치킨 햄버거를 먹고 있는 일행. 다양한 먹거리가 있는 바르깔라.
이곳에 머무는 여행자들의 일과는 주로 해수욕 후 식사, 식사 후 다시 해수욕, 그 후에 취침 순으로 이어지는데 그 사이사이를 메우는 ‘식사시간’ 역시 여행을 즐기는 커다란 재미가 된다. 바르깔라는 세계 각지의 관광객들이 몰리는 만큼 햄버거나 샌드위치, 그 외 이탈리안 음식들과 티벳 요리 등을 즐길 수가 있는데, 그 중에서도 특히 해산물이 듬뿍 들어간 안주나 식사류 등이 여행자들에게 인기가 많다. 한국 여행자들에게 가장 인기가 있었던 해산물 요리는 ‘깔라마리(calamari. 오징어)튀김’과 ‘새우 커리’다. 깔라마리 튀김은 주로 맥주 애호가들에게 인기가 좋고, 새우 커리는 인도커리 특유의 강한 향과 싱싱한 해산물을 동시에 즐기고 싶은 이들에게 평이 좋은 편이다. 사실 나는 해산물이 들어간 음식을 그다지 즐기지 않는 편인데, 바르깔라에서 먹었던 깔라마리 튀김과 새우 커리는 비린내도 거의 없고 음식의 풍미도 느껴져 굉장히 즐거운 마음으로 먹었던 기억이 난다. 인도 현지식당에서의 가격과 비교하면 물론 비싼 편이겠지만, 바르깔라의 비싼 물가를 생각해보았을 때 이 정도 수준의 음식이라면 충분히 지불할 가치가 있다고 말하고 싶다. (가격은 깔라마리 튀김 한 접시에 7,000원, 새우 커리 1인 분에 5,300원 수준이다.)

바르깔라에서 즐길 수 있는 또 다른 재미, 바로 패러글라이딩(paragliding)이다. 패러글라이딩은 엔진이 달린 패러글라이더를 장착한 후 절벽이나 산에서 뛰어내리는 공중 스포츠의 일종인데, 바르깔라는 절벽 해안을 가지고 있어 이 패러글라이딩을 위한 최적의 조건을 갖췄다.

사실 패러글라이딩은 한국에서도 즐길 수 있으나, 한국의 20만원(15분 활공 기준)을 훌쩍 넘어가는 어마어마한 가격을 생각했을 때, 바르깔라의 3,000루피(53,000원 수준)는 굉장히 저렴한 편이라 여행객들에게 인기가 높은 편이다. 처음 패러글라이딩을 시작할 때는 15분 정도로 타협을 하지만, 막상 활공을 시작하고 나면 가이드의 기분에 따라 바르깔라의 옆 동네까지 날가기도 하고, 갔던 곳을 한 번 더 날아가기도 하면서 20분은 족히 넘는 시간 동안 바르깔라의 하늘을 날아다녀 준다. 실제로 함께 있던 한 한국인 여행자는 가이드와 친해진 덕분에 3,000루피를 지불하고 30분 가까이 활공한 적도 있었다. 저렴한 가격에 즐기는 그림 같은 풍경. 하늘에서 내려다보는 바르깔라의 정취, 절대 놓치지 말자.

사실 바르깔라 이야기를 시작하면서 굳이 릭샤 에피소드를 꺼냈던 이유는, 이 지역이 릭샤왈라들의 횡포가 심하기로 굉장히 유명한 곳이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바르깔라에 처음 도착했을 때, 릭샤왈라의 꼬임에 넘어가 엉뚱한 숙소에 묵는 일만 없다면 당신의 여행은 훨씬 더 즐겁고 한층 더 알록달록한 기억들로 채워질 것이다.

맛있는 먹거리와 풍요로운 즐길 거리, 게다가 그림 같은 풍경까지 있는 곳. 바로 남인도 바르깔라다.

여행칼럼리스트 jsmoon092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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