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분 좋은 적막·황금빛 풍경…드넓은 사막서 ‘별 헤는 밤’
기분 좋은 적막·황금빛 풍경…드넓은 사막서 ‘별 헤는 밤’
  • 황인옥
  • 승인 2017.05.23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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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현지의 인도여행기 (끝)북인도, 자이살메르
라자스탄주 내 타르 사막에 위치
뉴델리서 기차로 15시간 이상 이동
광장 도착하자 펼쳐진 아름다운 풍경
모래 성벽·거리 점렴한 상인들 ‘눈길’
짧은 여정이라도 ‘낙타 사파리’ 추천
아찔한 낙타 높이에 부들부들 떨기도
도시보다 빨리 찾아오는 사막의 저녁
지평선 위 붉은 노을·고요함에 ‘감탄’
자이살메르숙소옥상에서 바라본 모습
자이살메르 숙소 옥상에서 바라본 모습.
인도 여행자들에게 매우 사랑받는 지역. 드넓은 사막에 드러누워 별을 헤아릴 수 있는 곳. 이번에 소개할 곳은 바로 북인도의 ‘자이살메르(Jaisalmer)’이다.

자이살메르는 인도 라자스탄주 내 타르 사막에 위치해 있다. 수도 뉴델리에서는 기차로 15시간 이상을 이동해야 할 만큼 지리적으로 외딴 곳에 위치해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막의 매력, 낙타 사파리 등을 이유로 매년 여행자들에게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나 역시 낙타 사파리를 위해 자이살메르 행을 결정했다. 사막의 그 광활한 풍경이 궁금하기도 했고, 낙타를 타고 노을 지는 벌판을 자유롭게 달려보고 싶기도 했기 때문이다.

긴긴 이동 끝에 비로소 도착한 땅. 나는 자이살메르 광장에 도착하자마자 발걸음을 뚝 멈췄다. 노랗다 못해 황금빛이 도는 모래성. 그리고 그 성벽에 한가로이 앉아 있는 비둘기들과, 그 아름다운 풍경 속에 섞여 옹기종기 살아가는 자이살메르 사람들까지, 어느 것 하나 놀랍지 않은 것이 없었기 때문이다.

자이살메르 광장의 한적한 모습
늦은 오후, 자이살메르 광장의 한적한 모습
그간 내가 생각해왔던 사막은 대게 척박하고 식물 따위는 결코 찾아볼 수 없는 황무지의 모습이었다. 물 한 모금 구하지 못해 바가지에 식수를 길어다 쓰고, 뾰족한 선인장들이 여기저기 공격적으로 자라나 새 한 마리조차 편히 쉬어갈 수 없을 것 같은 그런 메마른 땅.

애초에 자이살메르에 이런 거대한 광장이 있을 거란 생각을 하지 못한 나로서는 깎아지를 듯이 세워진 모래성벽과, 길거리를 점령한 상인들의 모습에 그저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사실 광장이 아닌 본격적인 자이살메르 사막은 이런 황무지의 모습을 띈 것이 맞다. 다만, 사막에 대한 고정관념이 있었던 나로서는 사막 지역에 이런 체계 잡힌 상권이 발달해 있는 것 자체에 놀랐을 뿐이다.)

자이살메르에서 낙타 사파리를 하는 방법은 아주 간단하다. 낙타 사파리 시스템은 주로 게스트 하우스에서 겸업으로 운영하고 있는데, 마음에 드는 숙소에 들어가 며칠짜리 사파리를 할 것인지 결정하고 금액을 지불하면 게스트 하우스 직원들이 알아서 사파리 스케줄을 조정해준다.

사파리는 대게 ‘1박 2일’ 코스와 ‘2박 3일’ 코스가 가장 인기가 있지만 간혹 보름이상 혹은 한 달 가까이 투어를 희망하는 여행자들도 있다. 나는 게스트 하우스 사장이 제시한 여러 코스들 중 하룻밤만 사막에서 보내고 돌아오는 ‘1박 2일’ 일정을 선택했다.

사파리를 시작하는 날, 나를 포함한 한국인 3명은 지프차를 타고 사파리 장소로 이동했다. 광장을 벗어나 본격적으로 사막에 들어서니 그제서야 ‘진짜 사막’에 왔다는 게 실감이 났다. 신호등은 물론이고 개미새끼 한 마리도 지나가지 않을 것 같은 길. 그 길을 차로 한참 동안 달린 뒤, 나와 일행들은 드디어 다섯 마리의 낙타와 두 명의 몰이꾼이 기다리고 있는 사파리 장소에 도착 했다.

사실 나는 낙타가 얼마나 몸집이 큰 동물인지 미처 알지 못했다.

처음에는 다들 바닥에 주저앉아 있었기 때문에 낙타가 얼마나 큰 동물인지, 다리 길이가 얼마나 긴 녀석들인지 전혀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몰이꾼의 지시에 따라 낙타의 등에 올라타고, 녀석이 앞발부터 서서히 관절을 펴들기 시작하자 그제서야 낙타의 실제 크기가 온몸으로 실감이 났다.

“우왁! 이거 왜 이렇게 높아요!!”

나와 일행들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여기저기서 곡소리를 냈다. 누군가에게 올라타 본 경험이라곤 기껏해야 어릴 적 부모님이 태워준 목마가 전부일 사람들. 하나같이 처음 겪어보는 아찔한 기분에 안장에 달린 손잡이를 잡고 부들부들 떨었다.

그렇게 시작된 우리들의 낙타 사파리. 초반의 두려움과 달리 세 명의 한국인은 낙타에 빠르게 적응해갔다. 낙타의 무시무시한 높이에도 어느 정도 무뎌졌고, 두렵기 그지없던 불규칙한 스피드에도 금새 익숙해져 나중엔 달리면서 사진을 찍는 여유까지 보였다.

그렇게 얼마나 이동했을까. 사막의 무지막지한 더위에 손바닥에서 땀이 베어날 때쯤, 쉼 없이 모래 위를 달리던 낙타가 드디어 뜀박질을 멈췄다.

다 쓰러져가는 지푸라기 천막과 구멍이 숭숭 뚫린 돗자리가 전부인 베이스캠프. 낙타 몰이꾼은 이곳이 바로 우리 오늘 1박을 보내게 될 보금자리라고 설명했다.

“이 근처에서 놀고 있어. 밥 만들어 줄게. 너무 멀리는 가지 말고.”

몰이꾼은 거대한 생수통과 잡다한 조리 도구들을 꺼냈다. 사실 ‘조리 도구’라고 해봤자 낡아빠진 프라이팬 하나와 뒤지개가 전부였지만.

“할아버지. 근데 화장실은 어디 있어요? 저 지금 좀 급한데.”

일행 중 하나가 다급한 표정으로 물었다. 그러자 몰이꾼이 하는 말.

“여기 화장실이 어딨어? 그냥 대충 안 보이는데 가서 싸고 와.”

일행 중 유일하게 여자였던 나는 그 말에 헛웃음이 나왔다. 내 참, 이 인도라는 나라. 알면 알수록 인크레더블하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우리는 모닥불을 피워놓고 동그랗게 둘러앉아 저녁을 먹었다. 모래가 씹히는 짜파티(밀가루 반죽을 구운 것)와 간이 하나도 맞지 않는 짜디짠 커리. 뭐 하나 제대로 된 게 없는 허술한 식사였지만 먹을 게 귀한 동네라는 걸 알아서 그런가 딱히 큰 불만은 생기지 않았다.

오히려 땀을 빼고 난 뒤라 그런가 평소보다 더 식욕을 돋을 정도. 나중엔 짜파티가 모자라 몰이꾼에게 조금 더 만들어 달라 부탁해볼까 했지만, 잘못 과식했다간 밤새도록 모래사막 위에 엉덩이를 까고 있어야 할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이쯤에서 숟가락을 내려놓기로 했다.

사막의 저녁은 도시의 그것보다 조금 더 빨리, 그리고 훨씬 더 화려하게 찾아왔다. 태어나서 처음 보는 지평선. 그리고 그 지평선 위로 내려앉는 붉은 빛 노을은 천천히, 또 묵직하게 자이살메르 하늘을 물들였다.

나를 포함한 일행들은 돗자리 위에 드러누워 화려하게 옷을 갈아입고 있는 하늘을 말없이 올려다보았다. 릭샤의 경적소리도, 상인들의 시끄러운 목소리들도 일절 들려오지 않는 자이살메르 사막. 인도에 온 이래로 가장 조용한 시간을 맞은 우리들은 마치 약속이나 한 듯 입을 꾹 닫고 고요 속에 가만히 갇혀있었다.

자이살메르 호수에서의 해지는 저녁
자이살메르 호수에서의 해지는 저녁.
구름 한 점 없는 하늘. 세상의 온갖 시끄러움으로부터 벗어나 오로지 내 가슴이 하는 말에만 귀를 기울였던 그 시간. 자이살메르의 가장 큰 매력은, 바로 세상의 온갖 시끄러움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이 고요함이 아닐까 생각해 보았다.

일주일 정도 짧게 머물렀던 자이살메르.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따뜻하고 또 볼거리도 많았던 그곳. 만일 이 글을 읽는 누군가가 자이살메르에 간다면, 하루짜리 짧은 여정이라도 괜찮으니 꼭 한번은 낙타사파리에 도전해 볼 것을 추천한다.

기분 좋은 적막과, 황금빛 풍경이 매력적이었던 그곳. 북인도 자이살메르다.

여행칼럼리스트 jsmoon092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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