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연스님이 생의 마지막 보낸 ‘인각사’
삼국유사 비롯 백여편의 불교 서적 집필
기암괴석과 어우러진 울창한 산림 일품
팔공산에 꽃피운 제2석굴암 ‘삼존석굴’
돌담·고택 등 내륙의 제주도 ‘한밤마을’
시간여행지 ‘화본역·추억의 학교’ 인기
◇팔공산과 삼국유사의 고장
◇국보급 보물을 잉태한 인각사
<삼국유사>는 우리나라 국보 제 306호와 306-2호로 지정되어 있다. <삼국유사>는 그 어디에도 비길 데 없는 한 개인이 이룬 위대한 업적이다. <삼국유사>가 갖는 위대함은 일연스님이 오로지 백성을 사랑하는 일념으로 우리나라 구석구석을 두 발로 걸어 채집한 우리 고대사의 역사·지리·문학·종교·언어·민속·사상·미술·고고학 등 총체적인 문화유산의 원천적 보고이기 때문이다. 그 숭고한 역사서를 집필한 곳이 바로 인각사다.
인각사는 신라 선덕여왕 11년(642년) 의상대사가 창건한 사찰이다. 이곳을 일연스님은 생의 마지막 안거지로 삼고 <삼국유사>를 비롯한 백여 편의 불교 서적을 집필하고 구산문도회를 열며 역사에 길이 빛날 혁혁한 공적을 세웠다. 일연스님은 78세에 보각국사의 칭호를 얻고 95세의 노모를 모시기 위해 인각사로 내려왔다. 그 이듬해 어머니가 돌아가시자 인각사에서 한평생 수집한 우리 문화를 고스란히 꽃피워 후세에게 옛적의 문화를 향유하도록 했다. 그 바탕 위에 우리의 미래 또한 찬란히 열매 맺을 수 있지 않을까.
군위군 고로면 삼국유사로 250에 위치한 인각사는 산속 깊이 숨어 있는 여느 사찰과는 달리 큰 도로변 평지에 있어 길을 가다 문득 들어가 볼 수 있다.
절은 비록 낮은 평지에 있지만 맞은 편 화산의 위풍당당함과 병풍처럼 늘어선 바위절벽의 빼어남, 그 아래 위천이 유유히 흐르며 학이 서식했다는 학소대의 풍광이 그 옛날 인각사의 위상을 말해 주는 듯하다.
인각사 경내를 둘러보노라면 스님의 공적비와 부도 등 곳곳에서 일연스님의 흔적을 느낄 수 있다. 스님의 생애를 담은 보각국사비는 오랜 풍파를 겪은 나머지 마모가 심해 보는 이의 가슴을 저리게 한다. 스님의 비는 훼손을 겪다가 탄생 800주년을 맞아 복원되었다. 인각사 국사전에는 일연스님의 모습을 담은 진영이 있고, 일연선사생애관에는 일연스님 관련 자료와 인각사에서 출토된 진귀한 유물들이 사진으로 전시되어 있다. 생애관 앞에 세워진 <일연찬가비>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아, 여든 살 그이 촛불 밝혀 한 자 한 자 새겨간 그 찬란한 혼 만나 뵈러 여기 인각사로 오라’ 고은 선생의 글인데 한 구절을 읊으니 일연스님의 위대함과 흠모의 마음이 가득 차오른다.
인각사를 뒤로 하면서 문득 스님이 입적하기 전에 남긴 게송이 떠오른다.
공(空) 무상(無相) 무원(無願)
젊었던 한 시절 자취 없이 가버리고
시름에 묻힌 이 내 몸 덧없이 늙었어라
한 끼 밥 짓는 동안 더 기다린들 무엇 하리
인간사 꿈결인 줄 내 이제 알았노라
◇추억을 일깨우는 휴식의 공간, 일연공원
일연스님의 향취를 더 느끼고 싶다면 인각사에서 1.5km 거리에 위치한 일연공원으로 발길을 돌려 볼 일이다. 일연스님을 기리고 기념하는 의미가 담긴 일연공원은 군위댐이 지어지면서 하류지역에 조성된 생태 공원이다. 생태 연못과 일연폭포가 있고 체육시설이 갖춰져 있어 나그네의 피로를 덜어 준다.
일연공원에는 <삼국유사>를 주제로 한 다섯 개의 테마 공간이 있다. 건국신화 공간, 향가의 공간, 고승의 공간, 설화의 공간, 일연스님의 공간인데 이곳을 특별히 ‘문화유산의 방’이라고 부른다. <삼국유사>의 기록으로 전해 내려오는 우리의 옛 문화가 얼마나 소중한지를 다시 한 번 일깨우게 하는 공간이다.
일연공원의 또 다른 사연을 담은 ‘군위군 기억의 방’은 2010년 고로면에 군위댐이 들어서면서 정든 고향을 등져야 했던 수몰민들의 추억과 향수를 잊지 말자는 의미를 담은 공간이다. 동판에 새긴 주민들의 손바닥과 사진으로 남은 옛 모습, 마을 이름을 새긴 비석들이 대자연의 아름다움 속에 펼쳐져 있어 보는 이로 하여금 오히려 아련한 슬픔을 느끼게 한다.
일연공원을 품고 있는 군위댐 일대는 맑고 깨끗한 공기와 아름다운 경치가 압권이다. 산과 물이 어우러진 자연 경치는 도시에서 찌든 때를 한 순간 말끔히 씻어 준다. 게다가 길고 편안한 산책로와 놀이터, 넓은 주차장 등을 고루 갖추고 있어 휴식의 공간으로 안성맞춤이다.
<군위 명소 구석구석 둘러보기>
◇팔공산 자락에 불심으로 꽃피운 삼존석굴
◇내륙의 제주도라 불리는 한밤마을
◇역사문화재현 테마 공원 사라온이야기 마을
군위에는 조선시대 조상들의 삶을 관람하고 체험하는 군위 역사문화재현 테마 공원인 ‘사라온이야기’ 마을이 있다. 조선시대 조상들의 삶을 관람하고 체험하도록 조성된 문화향유 공간이다. 군위읍의 구 청사와 관사 일원 7,948㎡에 조성한 것으로 테마별로 적라촌, 적라청, 적라골로 나누어 구성되어 있다. 이곳은 조선시대 생활양식을 통해 선조들이 살아온 역사를 느끼고 체험할 수 있도록 조성하였다. 역사와 문화관광, 전통놀이 및 다양한 문화체험을 할 수 있는 놀이공간으로 군위 관광의 새로운 볼거리를 제공한다.
◇여행의 설렘을 간직한 화본역과 추억의 학교
경북도의 한 가운데 지형에 위치한 한적하고 고즈넉한 풍광을 가득 담고 있는 자연과 역사의 도시 군위. 일연스님과 인각사를 중심으로 한 역사 공부와 천 년의 숨결이 온전히 남아 있는 전통 마을과 향교 등 곳곳에 문화의 정취가 배어 있는 작지만 알찬 여행을 즐기기에 충분한 군위에서 초여름의 정취를 음미해 보면 어떨까.
이철순 자유기고가 bubryun@keduinfo.com
이철순은?
- 1978년:영남대 국어국문학과 입학, 교우지 ‘영대문화’ 기자로 활동.
-1989년3월~12월:서울 ‘명상출판사’ 편집장.
-1990년 3월~1991년 12월:월간 ‘해인’ 취재기자.
-1994년 3월~1997년 3월:유럽 ‘벨기에’ 거주, 불교문화연구소 설립 활동.
-1997년 6월~2004년 12월:잡지 및 신문사 프리랜서 취재기자, 글쓰기 논술 특강 강사로 활동.
-2000년 6월~현재:출판전문기획사 해조음 대표, 자유기고가, 교육신문 ‘진학일보’ 편집국장 역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