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편의 영화 같았던 ‘인간 노무현’의 삶을 만나다
한 편의 영화 같았던 ‘인간 노무현’의 삶을 만나다
  • 윤주민
  • 승인 2017.06.01 0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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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멘터리 영화 ‘노무현입니다’
정치 인생부터 소소한 일상생활까지
지지자 인터뷰로 고인 발자취 재조명
진솔했던 모습 통해 관객 눈시울 붉혀
노무현
영화 ‘노무현입니다’ 스틸컷.
노무현2
영화 ‘노무현입니다’ 스틸컷.

“안녕하세요. 기호 2번 노무현입니다.”

‘바보 대통령’이라는 수식어를 떼지 못한 채 유명을 달리 한 故 노무현 전 대통령. 그에게 붙은 바보라는 단어는 어떠한 의미일까.

대한민국 정당 최초로 도입된 국민참여경선에 당당히 출사표를 던지지만 당시 입지가 거의 없었던 노 전 대통령의 경선은 힘들기만 하다. 한화갑, 이인제, 정동영까지 거물급 대표 주자들과 경합을 펼치지만 가능성은 희박했다. 갖은 비난과 음모론 속에서도 그는 줄곧 ‘동서화합’을 외쳤고, 전국 각지의 지역민들은 조금씩 마음의 문을 열기 시작했다.

“도와주십시요! 저 노무현이 전국을 설득해내겠습니다. 영남을 설득하겠습니다!” 까랑까랑하게 퍼지는 그의 목소리에는 진정성이 담겨 있었다. 제주도를 시작해 울산을 거쳐 16개 시·도에서 퍼진 그의 외침은 전국 방방곡곡으로 퍼져 나갔다.

이인제 대세론과 맞붙은 노무현의 돌풍. 그는 태풍을 몰고 다니기 시작했다. 인터넷에 올라오는 실시간 제보와 각종 아이디어들이 전국에 있는 지지자들을 뭉치게 했고, 몇몇 연예인도 합세해 힘을 보탰다. 결국 그들의 바람은 이뤄졌고, 노란색 물결은 대한민국을 물들였다. 노무현은 그렇게 국민들의 바보가 됐다.

1995년 부산 시장선거와 이듬해 15대 총선에서 낙선한 정치인 노무현은 좌절을 모르는 집념의 사나이였다. 2002년 새천년민주당 국민참여경선에서 대선 후보 1위로, 나아가 대통령이 될 만큼 뚝심이 있었다. 정치 1번가 종로구에서 부산으로 출마할 때 사람들은 그를 ‘바보’라고 불렀다. 지역간 갈등을 타파하겠다던 그를 본 국민들은 ‘노무현처럼 정치하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며 바보를 한 번 믿어보겠다고 열렬한 지지를 보냈다.

영화 ‘노무현입니다’는 만년 꼴찌 노무현 전 대통령이 1.2% 지지율로 시작한 새천년민주당 국민참여경선에서 당당히 대선 후보로 올라서는 과정을 그려낸 다큐멘터리다. 연설 당시 자료화면과 뉴스 클립이 이어지면서 노 전 대통령을 지지했던 시인, 작가, 교수, 연예인 등의 인터뷰가 합쳐지는 방식으로 전개된다.

◇다양한 시선

많은 국민들이 노무현 전 대통령을 ‘바보’라고 불렀다. 국민밖에 모르는 바보, 나랏일만 걱정하는 바보 등 노무현 전 대통령은 그리움의 대상이다. 영화 ‘노무현입니다’는 39명의 지지자들을 대상으로 한 인터뷰 형식으로 인간 노무현을 담고있다. 운전기사부터 주부, 대학생까지 다양한 시선으로 그를 조명하고 있다. 물론 노 전 대통령을 지지한 사람들이지만 직종과 사회 지휘를 따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전해지는 이야기는 흥미로움의 연속이다. 화를 내는 노무현 전 대통령, 남자 세 명이서 함께 여관방에 자면 안되겠냐던 소탈한 국회의원 노무현, 운전기사의 신혼여행 운전을 맡겠다던 변호사 노무현 등 이들의 추억은 스크린 화면을 통해 관객에게 고스란히 전달된다.

◇자발적 참여와 투표의 힘

4번의 낙선, 실패의 연속으로 노무현 대통령은 심신이 지칠 때로 지쳐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를 믿어주는 지지자들과 나라를 바꾸겠다는 일념 하나로 다시 일어선다. 첫 번째 제주도 경선은 예상된 결과, 3위였다. 노 전 대통령 관계자들과 지자들은 울산 공략에 집중했고 결국 1위로 당당히 오른다. 노풍은 전국 각지에서 이른바 ‘노사모(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를 결집하게 했고, 축제 분위기 속에서 노무현 지지를 외쳤다.

이들의 바람은 오직 하나, 노무현 전 대통령이 대선 후보로 올리는 것이었다. 그 바람 하나로 수많은 지지자들이 인터넷과 현장에서 머리를 맞대고 아이디어를 쏟아냈고, 결국 광주까지 석권하는 대승을 거둔다. 그러던 어느날 강원도 경연을 앞두고 노무현이 빨갱이라는 현수막이 곳곳에 게첩된다. 제보를 통해 이같은 알게된 노사모들은 분주해졌다. 이들에게 내려진 행동강령, ‘절대 마찰을 일으키지 말고, 현수막만 제거하자’.

상대를 신랄하게 비판하고 헐뜯는 흑색선전은 이들에게 통하지 않았다. 오로지 자발적 참여와 간절한 바람이 이뤄낸 결과였다.

윤주민기자 yjm@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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