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지는 물건에서 새 가치 창출…‘업사이클링’ 붐
버려지는 물건에서 새 가치 창출…‘업사이클링’ 붐
  • 대구신문
  • 승인 2017.06.08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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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원순환·환경보호 ‘두 토끼’

높은 성장 가능성

폐천막 활용한 가방 브랜드 등

관련 업체 6년새 15배 증가

‘착한 소비’ 문화 긍정적 영향

대구, 발빠른 인프라 구축

교육·판매 등 복합문화공간

한국업사이클센터 작년 개소

‘더 나누기’ 등 10여개社 성업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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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6월 대구 서구 평리동 옛 대구지방가정법원 부지에 한국업사이클센터가 문을 열었다. 센터에는 폐자원으로 만든 다양한 생활소품들이 상시 전시되고 있다. 한국업사이클센터 제공


한때 애지중지하던 물건도 순식간에 애물단지가 돼 버려진다. 수명을 다했거나, 쓰임이 끝났거나, 혹은 단순히 사용자의 취향이 변한 탓일 수 있다. 무분별하게 버려진 물건은 환경 오염의 주범이 된다. 심지어 처분할 때 꽤 많은 돈이 들기도 한다.

폐자원에 작지만 의미있는 아이디어를 더해보면 어떨까. 바로 ‘업사이클링(Upcycling)’이다. 낭비된 자원으로 자원순환과 환경보호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는 생각에서 업사이클링은 출발한다.

업사이클링은 ‘업그레이드(upgrade·개선하다)’와 ‘리사이클링(recycling·재활용)’의 합성어다. 폐자원이나 팔리지 않은 상품 등에 디자인을 가미해 완전히 새로운 제품으로 재탄생시키는 것을 의미한다.

업사이클링과 재활용은 분명히 다르다. 재활용은 약간의 세척이나 수선·수리 등으로 물품의 사용기간을 연장하는 것이다. 반면 업사이클링은 기존 물건을 재해석해 활용성과 부가가치가 높은 상품으로 탈바꿈시키는 것이다.

대구에서도 업사이클링이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디자인 교육과 재료 수급, 업사이클 문화 확산을 위한 인프라는 어느 정도 구축된 상태다.

하지만 업사이클링에 대한 시민 인식은 아직 부족하다. 업사이클 제품은 ‘너무 비싸다’라는 의견이 대다수다. 이런 인식이 바뀌지 않으면 업사이클링을 지속가능한 산업으로 끌어올리기까지 좀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업사이클링 산업의 가능성

업사이클링 산업은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지난 2010년 전국에 10여 곳 뿐이던 업사이클링 관련 업체는 지난해 150여 곳으로 늘었다. 정식 브랜드를 론칭하지 않은 업체까지 포함하면 100여 곳을 훨씬 웃돌 것으로 추정된다. 업사이클링 업체는 주로 소규모 공방을 갖춘 1인 기업 혹은 2~3인이 동업하는 형태로 운영된다.

업사이클링은 소재도 다양하다. 가장 활용하기 쉬운 섬유나 목재부터 자전거, 우산, 커피 원두 찌꺼기, 소방용 호스 등 200여개 이상의 소재가 업사이클링에 활용되고 있다.

업사이클링의 시초는 1993년 스위스의 그래픽 디자이너들이 만든 폐천막 가방 브랜드 ‘프라이탁’이다. 국내에서는 지난 2006년 업사이클링 브랜드가 처음 생겼다. 최초 브랜드는 사회적기업 ‘아름다운 가게’의 ‘에코파티 메아리’다. 폐정장을 활용해 만든 가방과 작은 소품으로 시작했다. 이후 폐현수막으로 에코백을 제작하는 ‘터치포굿’, 자투리 가죽으로 액세서리 등을 만드는 ‘클라우드잼’ 등 다양한 업사이클 브랜드가 등장했다.

업사이클링은 청년 창업가와 사회적 기업가들에게 새로운 기회와 창업 아이디어를 제공했다. 유행의 변화에 대해 이해가 높은 청년층은 업사이클링 취지에 맞는 톡톡 튀는 아이디어를 강점으로 내세운다. 가공할 수 있는 폐자원만 있다면 소자본으로도 얼마든지 시장에 뛰어들 수 있어 사업화의 가능성도 크다.

‘착한 소비’ 혹은 ‘가치 소비’ 문화의 확산도 업사이클링 산업 발전에 긍정적 신호로 풀이된다. 친환경 제품을 찾는 착한 소비족이 늘면서 업계 매출은 꾸준히 성장하는 추세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매출은 지난 2013년 25억 원에서 2015년 40억 원으로 증가했다.

업사이클링 산업 발달은 일자리 창출에도 보탬이 될 전망이다. 한국업사이클센터 관계자는 “업사이클링은 첨단산업에 버금가는 큰 수익을 내기는 어렵지만 작은 관심과 색다른 아이디어만 있다면 누구나 시작할 수 있다”며 “양질의 일자리가 많지 않은 비수도권에서 청년 고용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대구는 지금

대구의 업사이클링 산업은 아직 걸음마 단계다. 한국업사이클센터에 따르면 대구지역 업사이클링 관련 업체는 파악된 곳만 10곳 내외다. 지역에서 첫 업사이클링이 시도된 지난 2011년 관련 업체가 거의 없었던 데 비해 빠르게 늘었다.

업사이클링 활성화를 위해 지난해 6월 30일 대구 서구 평리동 옛 대구가정법원 터에 한국업사이클센터가 문을 열었다.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자원 재활용 방법, 나눔 가치의 공유를 위해 디자인 콘텐츠, 공예 분야의 인력들이 함께 머리를 맞댄 복합문화공간이다.

업사이클센터는 플리마켓을 열고 업사이클링 제품을 홍보하고 있다. 센터 앞마당에서 수공예품, 중고물품, 패브릭소품, 액세서리 등을 전시·판매한다. 일반인 교육프로그램도 운영한다. 재료비만 내면 청바지, 자전거 체인, 가죽 등으로 소품을 만드는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다.

업사이클링 인프라가 구축되면서 대구 대표 업사이클 브랜드의 등장 가능성에도 관심이 쏠린다. 지난 2월 대구 업사이클 브랜드 ‘더 나누기’가 일본 고베 디자인센터에서 업사이클링으로 만든 소품을 전시했다. 전시 기간 중 고베시의 디자인 리서치 업체가 ‘더 나누기’와의 콜라보레이션을 제안했다.

대구경북디자인센터가 운영하는 ‘더 나누기’는 지난 2011년 ‘짝짝패션 슬리퍼’를 시작으로 현재까지 90여 종의 패션·생활소품을 재생산하고 있다. 디자인권과 상표권 등 10여개의 지식재산권을 획득한 데다 지역 영세 봉제기업에 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버려지는 옷감과 가죽 등을 받아 업사이클링을 해 오던 ‘더 나누기’는 인터넷 뿐 아니라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도 매장을 열었다. 이들은 사회환원 실천에도 열심이다. ‘더 나누기’는 판매 수익금 일부를 굿네이버스 대구경북본부에 지원해 빈곤가정 아동을 후원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지역 업사이클링 브랜드의 시장 확장과 유통망 확대를 기대하고 있다. 한국업사이클센터 관계자는 “업사이클 개념이 거의 전무했던 대구에서 몇 년 사이 대표 브랜드가 생긴 것은 충분한 발전 가능성을 보여준 것”이라며 “아직은 첫 단추를 꿰는 정도지만 관련 시장 활성화를 염두에 두고 색다른 상품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자체, 쓰레기도 다시본다

대구지역 지자체들은 각 구·군별 실정에 맞는 업사이클링을 시도하고 있다. 대구 남구는 지난해 못 입는 청바지나 헌 넥타이를 수집해 소외이웃을 위한 나눔 사업을 진행했다. 남구지역 자활센터는 주민들이 기증한 청바지와 넥타이로 가방과 쿠션, 휴대용 파우치, 핸드폰 케이스 등 새로운 생활용품을 제작해 재활용 나눔장터에서 판매했다. 수익금 중 20%는 어려운 이웃을 위한 나눔사업에 사용했다.

남구는 지난 2004년부터 전국 최초로 ‘폐현수막 포대 만들기’사업도 벌이고 있다. 옥외 광고용 현수막을 수거해 재봉틀로 박아 구청과 동 주민센터에서 쓸 포대로 만드는 것이다.

중구는 주민들을 대상으로 ‘업사이클링 교실’을 열었다. 현수막과 수건 등을 가공해 실용소품을 만들거나, 안 입는 청바지로 ‘나만의 가방’을 만드는 수업 등이 인기를 끌었다.

수성구는 지난달 낡아서 못 입게 된 청바지로 가방과 벽걸이 수납 소품을 만드는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또 빈 음료수병으로 다육이 화분을 만드는 등 가정에서 쉽게 버리는 생활쓰레기를 새 제품으로 만드는 체험도 가졌다. 수성구는 오는 22일 ‘세상을 바꾸는 작은 실천, 다시 쓰는 쓰레기’를 주제로 캠페인을 펼칠 예정이다.

강나리기자 nnal2@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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