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규의 커피이야기-(15)커피의 맛과 향기, 어디에 있지?]로스팅 때 생기는 세포 속 빈 공간, 커피 맛·향을 결정짓다
[이병규의 커피이야기-(15)커피의 맛과 향기, 어디에 있지?]로스팅 때 생기는 세포 속 빈 공간, 커피 맛·향을 결정짓다
  • 윤주민
  • 승인 2017.06.20 1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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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애호가 日 공학박사 인터뷰 통해
과학적 관점서 바라본 커피 궁금증 생겨
현미경으로 관찰하며 커피 세포 공부
잘 익은 커피열매 로스팅 과정 거치면
내부 수분 증발하며 벌집구조 형성
추출과정서 화학반응 발생 커피 완성
커피원두의 단면
현미경으로 확대한 커피원두의 단면(추출 전).
맛있는 한 잔의 커피를 찾아 떠난 방랑생활. 광활한 커피의 세계에 이정표는 없었다. 동가식서가숙(東家食西家宿)하면서 사막의 신기루를 쫓아 정처 없이 떠돌아다닌 그 세월 속에서 오아시스 같은 사람을 알게 되었다.

일본 가나자와대학의 ‘히로세 유키오(ひろせ ゆきを)’교수. 그는 계산 역학을 전공한 공학박사로 커피를 좋아했다.

커피를 공학도의 시각에서 바라 본, 그를 알게 된 것은 지금부터 10년이 좀 넘었다. 우연히 동경의 어느 서점에서 커피관련 자료를 찾던 중, 월간 카페잡지에서 그의 인터뷰 기사를 보게 되었다.

인터뷰에서 그는 커피추출과 커피세포의 허니콤구조를 이야기하고 있었다.

그때까지 나는 커피산지와 커피명인들을 찾아다니면서 커피의 생산과정과 명인들의 로스팅을 공부하고 있었다.

전자현미경을 이용하여 미시적 관점에서 커피를 바라본 히로세교수의 발상이 나에게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그날 이후 커피를 세포의 관점에서 바라보자, 비가시적인 관념에 머물러 있던 커피의 맛과 향기가 가시적 대상물로 보이기 시작했다.

세포를 보기위해 히로세교수의 연구방법을 참고해서 전문가용 고배율 현미경을 구입했고, 현미경으로 세포를 관찰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 분야를 잘 모르는 내가, 현미경 속에 나타난 커피세포의 이미지를 이해한다는 것은 그렇게 쉽지 않았다.

그래서 잊고 있던 세포관련 자료를 찾아 세포구조의 공부를 시작했다. 매일 먹는 밥과 채소가 세포로 된 덩어리라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그러나 우리가 마시는 커피는 세포 덩어리가 아니었다. 커피는 세포벽으로 둘러싸인 허니콤(Honeycomb)구조 속에 들어있는 세포물질이었다.

그 세포물질이 로스터의 열기로 볶아지면서 맛과 향기를 갖는 복합물질로 변화된 것. 이렇게 만들어진 물질이 추출과정을 거쳐서 커피가 된다. 그래서 오늘의 주제는 필자가 직접 찍은 현미경 영상 속에 나타난 원두세포 속의 물질에 대한 이야기이다.

◇커피체리와 세포물질

우리가 시중에서 구입하는 커피원두는 커피생두라고 말하는 그린빈(Green Bean)을 로스팅한 것이다. 그린빈은 커피농장에서 농부들이 생산한 커피체리(Coffee Cherry)를 건조한 다음, 수요자의 주문에 맞추어 겉껍질을 제거하고 별도의 선별과정을 거쳐 만든 커피콩이다.

커피체리는 커피나무에서 꽃이 피고 열매를 맺은 붉은색의 커피열매를 말한다.

커피체리는 성장을 하면서 단계별로 색상이 변한다. 수확을 앞둔 커피체리는 진한 붉은색을 띄지만 덜 익은 커피체리는 녹색이다. 잘 익은 커피체리 속에는 튼실하게 자란 커피씨앗 2개가 들어있다. 그 씨앗을 건조시키면 커피생두가 된다.

그러면 현미경을 사용하여 생두를 확대해서 보자. 생두의 표면은 낮은 배율의 현미경으로도 확대가 가능하다.

생두의 표면은 물방울 같은 밝은 색을 띈 세포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모습이다. 그러면 이젠, 생두를 잘라 단위세포가 잘 보이도록 좀 더 확대해보자.

전자현미경으로 찍은 커피생두의 세포사진을 살펴보면 세포조직이 허니콤 모양의 세포벽으로 구획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러면, 이런 세포의 모습은 우리에게 무엇을 설명하는 것일까? 바로, 세포 속에 숨어있는 맛과 향기의 모체를 보여준 것이다.

이젠, 맛과 향기물질의 모체를 확인 했으니, 왜 이런 모습으로 세포 속에 존재하는지, 생두가 만들어지는 과정 중에 세포 속의 물질이 어떻게 변하는지 그 메커니즘을 알아보자.

세포물질 변화의 과정을 이해하려면, 먼저 학창시절 생물시간에 배웠던 식물세포의 그림을 떠올려야한다.

식물세포는 세포벽으로 둘러싸여 있다. 단위세포내부에는 떡잎으로 성장할 세포물질들이 가득하다. 필자가 산지에서 커피종자를 가져와 직접 발아시켜 본 경험으로, 커피생두는 씨눈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배유(胚乳)부분이다.

그래서 씨앗으로 성장할 때 배유는 떡잎으로 변하는 부분이기도하지만 씨 속에 비축되어 있는 영양물질이다.

커피농장에서 커피체리를 수확해서 건조하면 세포속의 수분이 증발하고 세포물질은 수분을 잃고 수축을 한다. 이 과정에서 세포물질이 세포벽과 분리된다. 특히, 액포는 그 성분 대부분이 물이어서 건조과정에서 겉 부분만 남기 때문에 수축양이 커서 세포질과 세포벽 사이에 틈이 생긴다.

그러면 이제 커피생두의 세포를 이해할 수 있다. 정상적으로 성장한 체리에서 만들어진 커피생두는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도 세포물질이 허니콤 내부를 거의 채운 모습으로 보인다.

그러나 잘 자라지 못한 체리의 커피생두는 허니콤 내부가 부실하다.

이런 모습의 생두가 되는 것은 커피체리가 성장하기 어려운 조건에서 자란다든지, 영양분이 충분하지 못한 척박한 땅이나 가뭄으로 물이 부족한 농장, 벌레나 세균의 공격을 받은 환경에서 성장한 것이다.

◇허니콤 속에 숨어 있는 맛과 향기

이젠, 생두의 세포물질이 로스팅 과정을 거쳐 커피원두가 되었을 때, 어떤 모습으로 변했는지 현미경 사진으로 확인해보자. 사진 ②는 구입한 현미경을 이용하여 필자가 직접 찍은 원두의 세포사진이다.

이 사진을 보면, 허니콤 구조의 세포벽은 원두상태가 되어도 크기가 약간 변하고 크랙만 생겼을 뿐, 형상은 그대로 유지된다.

사진 상의 허니콤 프레임 내외부에 반짝거리는 물질이 로스팅 과정을 거치면서 생성된 복합물질이다.

생두세포 속의 세포물질이 화학반응으로 변화된 것으로, 이 물질이 우리가 찾고 있는 맛과 향기의 정체이며 커피의 본질이다.

이 물질을 뜨거운 물로 추출하면 우리가 마시는 커피가 된다.

③의 이미지는 커피추출이 완료된 이후의 원두 세포사진이다. 맛과 향기의 물질이 모두 빠져나가서 허니컴 속은 텅 비어있다.

허니컴 구조의 크기는 대략 0.02mm에서 0.09mm 정도다.

이 속에 숨어 있는 커피물질의 주요성분은 단백질, 카페인, 지질, 당질, 셀루로즈, 섬유질과 클로로겐산 등으로, 이제까지 밝혀진 종류만 해도 거의 800여종 이상이다.

그런데 커피학자들은 아직도 알려지지 않은 성분이 더 있어서, 2000여종은 될 것이라고 말한다.

이제 오늘의 이야기를 마무리해야겠다. 우리가 매일 별 생각 없이 습관처럼 마셔온 커피지만, 그 맛과 향기는 커피의 생명과 같은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한 잔의 커피 속에는 수많은 커피의 영혼이 담겨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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