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티스트 몸값이 2만원?…시대착오적 인식 ‘망신살’
아티스트 몸값이 2만원?…시대착오적 인식 ‘망신살’
  • 김종현
  • 승인 2017.06.27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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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도시 대구의 허상](2) 소통부재가 불러온 비현실적 행정
치맥페스티벌 공연비의 충격
장비 지원도 없이 소액 제시
아마·프로 구분조차 없이 섭외
전남 강진 치맥거리 버스킹
공연비와 10배 차이 ‘비난 폭발’
대중음악, 관심도 지원도 없다
문화분권세미나 참가 예술인들
“市·문화재단과 소통 어려워
지역 예술에 대한 이해 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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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치맥페스티벌과 전남 강진읍 치맥거리 버스킹 공연비를 비교한 댓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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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맥사무국이 지역 세미프로연주팀에 보낸 문자.
대구의 대표축제로 전국적 명성을 얻고 있는 치맥페스티벌.

대구시가 주최하고 치맥산업협회가 주관하는 이번 행사는 지역의 K기획사가 주관하고 있다. 치맥산업협회는 지난 15일 공연팀 모집 공고를 내면서 음향장비와 드럼을 가져오고 1인당 2만 원의 출연료를 주겠다고 페이스북 등에 올렸다. 게다가 지역의 유명 뮤지션들에게는 참여를 권하는 전화를 걸고 문자까지 보냈다.

페이스북으로 이 공고를 본 전국의 뮤지션들은 ‘헬조선 뉴스’라는 인터넷 매체에 ‘역시 TK수준, 공연기획자의 무식함이 공고하나에도 드러남. 치맥 페스티발 날로 먹네’ 등 대구의 공연문화 수준을 비꼬는 글 수십개가 댓글로 올랐다. 비슷한 시기에 공고가 올라온 ‘강진읍 토요 치맥거리 버스킹 공연’ 출연료 20만 원과 비교해 농촌지역 전남 강진읍보다 못한 대도시 대구시라는 비아냥이 쏟아졌다.

치맥협회 관계자는 기획사의 기획안에 따른 것 뿐이라고 발뺌했다. 기획사 간부는 직원들이 착각했거나 그런 전화를 했을 리 없다며 부인했다.

비난이 잇따르자 결국 뒤늦게 21일 밴드들이 드럼을 가져오지 않고 참가할 수 있는 ‘밴드 데이’를 만들었지만 이번에는 참가권유를 했던 지역 유명 뮤지션들이 아닌 완전 아마추어들이 참여하는 버스킹 수준의 행사라며 2만원의 출연료를 주는 이유를 설명했다. 기껏 100만~200만 원의 출연료를 줄이기 위해 8억 원의 예산을 들이는 지역 대표 축제에 지역의 대표 뮤지션들이 참가할 수 없는 결과가 됐다.

최근 열린 젊은 예술가포럼(다양한 분야의 만 39세 이하 청년예술인 모임)에서 한 참석자는 “적어도 시비를 받는 지역축제에서 예산의 35% 정도는 지역 뮤지션들에게 섭외비(공연비)로 할당하는 지역쿼터제(로컬 쿼터제)를 조례제정 등의 방법으로 시행해야 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정치에서만 지방분권이 필요한 것이 아니고 문화분야에서도 지방분권도 절실히 요구된다는 얘기다.

지난 16일 대구 YMCA에서 열린 지방분권운동 대구경북본부 주최 제 2회 문화분권 세미나에서 지역의 한 밴드 뮤지션은 “대구출신인 신현희와 김루트와 같은 실력있는 뮤지션들이 지역에 크게 늘어났지만 대구시는 이들이 있는지도 또 어떻게 지원해야 할지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공연은 대부분 주말에 몰려있는데 주말은 담당공무원이 쉬어야 하는 상황이라 공무원들과 만나기가 어렵다”며 “문화예술 담당 공무원들이 주말에 근무하면 평일에 쉬게하는 대휴제도를 적극 활용하도록 하면 좋겠다”고 아쉬워했다.

지역 음악인들은 대구시나 문화재단의 업무 담당자들과 소통하고 싶어하지만 관계자들은 지역의 실정을 모른 채 축제 등 행사를 치르고 있다. 이 때문에 아마추어 직장인 밴드와 프로 진출을 위해 준비 중인 밴드를 구분하지 못한 채 “1인당 2만원만 주면 오든데”라는 생뚱맞은 말을 되풀이하고 있다.

전남 강진읍 거리 버스킹 공연에 지급하는 20만~30만 원의 출연료와 대구시의 출연료 2만 원은 문화예술도시 대구의 위상과 공무원의 인식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표징이다. 문화예술도시라는 말이 부끄럽지 않고, 얼굴이 화끈거리지 않는가.

권영진 대구시장은 시장선거 당시 인디음악도 육성하겠다고 공약했다. 대구시의 공약이행상황 자료를 보면 인디음악인을 포함한 전문예술가 및 아마추어 예술단체들의 ‘찾아가는 현장공연’을 지원하고 있다고 돼있다. 그러나 지역의 인디음악인들에게 확인한 결과 “대구시가 지원하는 인디음악인 공연은 없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대구문화재단이 지역주관을 맡은 청춘마이크 공연에 지역 인디음악인들이 참여할 뿐이라고 했다. 청춘마이크는 만 35세 이하 청년예술인을 지원하기 위해 1회 공연에 최대 200만원까지 공연비를 지급하고 있다. 권 시장은 민선 3년 기자회견에서 그동안 지역음악인들의 경제적 수익창출을 위해 공연비 지원 등 도움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작 인디음악인들은 대구시의 도움을 받은 사실이 별로 없단다.

16일 세미나 참석자들은 “대구시가 클래식 우선주의에 빠져서 대중음악에 대한 관심도 지원도 없다”고 비난했다. 대중음악인에 대한 지원을 위해 음악창작소를 만들었지만 주로 음반 제작비지원, 창작활동 지원에 그치고 있다. 요즘 같은 마케팅 시대에 음악인들이 필요로 하는 것은 자신의 음악을 널리 알리는 유통 마케팅과 판매지원이지만 이 말에 귀 기울인 지역의 문화지원단체는 없었다. 신현희와 김루트가 동성로에서 공연할 때는 출연료가 몇십만 원에 불과했다. 하지만 이제는 출연료로 1천만원가까이 받는 ‘거물 연예인’이 됐다. 이런 실력을 갖춘 음악인이 최근 지역에 많이 늘어나자, 서울을 비롯한 타지역에서 놀라운 눈으로 보고 있다고 한다. 이들은 지역 방송이나 축제 등 행사에 출연해 얼굴을 알릴 기회를 잡아야 하지만 대구시, 문화재단 등은 거액의 세금을 들여 서울 연예인들을 불러오는데 급급하다. 이처럼 지역 청년 음악인들의 필요사항을 대구시 등이 파악하지 못하는 것은 담당자가 계속 바뀌고 장비에 대한 이해조차 없는 직원들이 관련 업무를 보는 악순환이 계속되기 때문이다.

문화분권 세미나 참석자들은 대구시가 축제 등 각종 행사를 할 때 대구에 어떤 음악가가 있는지, 이들이 무슨 메세지를 던져 얼마나 시민들의 호응을 이끌어낼 수 있는 지 고민하지 않고 얼마짜리 행사를 할 수 있는 지에만 관심을 두고 있다고 혹평했다. 지난 컬러풀 축제에서도 “10분을 줄테니 두 곡 부르고 끝을 내라”는 식의 축제음악 기획으로 빈축을 샀다. 지역 음악인들은 “지역에 적어도 100명 이상의 음악인 네트워크가 있다. 이들로 구성된 음악인 회의체가 시의 각종 행사에 주도적으로 참여할 수 있어야 복잡 다단해진 시민들의 문화욕구를 따라갈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분권이 강조되고 있는 지금 문화계에도 분권적 사고를 할 수 있는 공무원이 문화업무를 담당하는 등 문화분권이 시급하다는 게 지역 문화계의 중론이다. 대구시의 문화정책이 중앙정부의 행사자금을 받아 생색내기 행사에 치중한다면 청년힙합 페스티발처럼 가수들에게조차 외면받는 행사로 전락해 문화예술도시 대구의 위상만 나날이 추락할 뿐이다.

김종현기자 oplm@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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