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조들도 반했던 그 풍광 때묻지 않은 자연 파노라마 ‘쫙~’
선조들도 반했던 그 풍광 때묻지 않은 자연 파노라마 ‘쫙~’
  • 황인옥
  • 승인 2017.07.12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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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순의 '역사·문화 숨결 따라' <7> 울진군
명나라 황제의 죽음·임진왜란 미리 내다본
‘동방의 예언가’ 이름 떨친 격암 남사고 출생지
조선 문신 황여일 기리는 서원·종택도 볼거리
고풍스러움과 정갈함 매력 천년고찰 ‘불영사’
망양정·월송정…조상들 즐겼던 관동팔경 만끽
왕피천은어길
경상북도 동북 끝자락에 위치한 울진은 울창한 산림과 청정 바다 절경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으며 자연과 사람이 공존하는 생태문화 관광도시로의 도약을 꿈꾸고 있다. 사진은 왕피천 은어길 전경.
망양정
망양정
격암선생유적지내-격암기념관
격암기념관

여행은 사람들이 추구하는 수많은 갈망 가운데 빼놓을 수 없는 목록 중 하나다. 여행의 참 가치는 갇혔던 일상에서 벗어나 진정한 자유를 얻게 하고 미지에 대한 호기심과 신비감을 채워주며 인생의 자양분을 베풀어주는 데 있다. 궁극적으로 여행은 낯선 것들과의 대화를 통해 내면의 힘을 얻어 몸과 마음의 균형을 바로 세우는 일이 아닐까. 경상북도 동북 끝자락에 위치한 울진은 외진 곳이라 사통팔달 교통이 발달하지는 못했지만 그 덕분에 울창한 산림과 청정 바다 절경을 고스란히 간직한 천혜의 비경을 품고 있다. 자연과 사람이 공존하는 생태문화 관광도시를 추구하는 울진의 역사와 명소를 찾아가 보자.

◇조선조 천문학자, 도학자, 동방의 예언가 격암 남사고 유적지

현실이 불안할수록 미래에 대한 궁금증이 증폭되는 게 인간의 심리다.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을 미리 예언하는 능력은 도인이 아니고서는 갖기 어렵다. 조선 시대 울진 출신의 천문학자이자 도학자로, 풍수에 능한 도인이자 예언가로 잘 알려진 격암 남사고는 이런 비범한 능력을 갖춘 역사적 인물이다.

남사고는 중종 4년(1509) 울진군 근남면 수곡리 누금마을에서 태어났다. 어렸을 때부터 독서를 좋아했고 뜻을 확고히 하여 구차하게 얻는 것보다 노력하여 얻는 대인배적인 면모를 보였다. 소년 시절, 금강산에 유람 갔다가 신선 같은 스님을 만나 비서(秘書) 3권을 전수 받은 이야기는 후일 탁월한 풍수사로 자리매김하는 계기가 됐다.

생의 많은 시간을 산세 수려한 울진의 숲과 계곡을 오가며 명상에 잠기거나 후학을 양성하고 집필 활동으로 시간을 보내면서 스스로 학문을 깨쳤다.

46세에 이르러 영남 최고의 사원인 소수서원에서 수학하며 당대 지식인 유학자들과 학문적으로 교류했고, 55세 늦은 나이에 종9품 사직참봉에 제수되어 관직에 첫발을 내딛었다. 그 후 관상감 천문교수가 되어 주역의 원리를 합리적으로 해석하는데 진력했다. 남사고는 살아생전에 자신이 터득한 학문이 추상적인 사상으로 끝나는 것이 못내 아쉬웠다. 현실 참여와 개혁의지를 갖고 있었으나 뜻을 이루지는 못했지만 사후에는 그의 예언이 적중해 크게 명성을 얻었다.

남사고가 남긴 많은 예언 가운데 ‘임진년에 백마 탄 사람이 남쪽으로부터 나라를 침범하리라’고 예언했는데 선조 25년 왜장 가토(加藤淸正)가 백마를 타고 쳐들어온 임진왜란은 그대로 현실이 되었다. 또 명종 19년(1564)에 ‘내년에는 태산(泰山)을 봉하게 되리라’고 예언했는데 이듬해 문정왕후가 별세하여 태릉에 묘장한 예언, 남명 조식선생의 죽음 예언, 선조의 등극, 동서 당쟁이 시작 되리라는 예언 등은 역사에 길이 남을 예언으로 회자되고 있다. 한반도를 호랑이 형상으로 보고 언젠가는 강국이 될 거라고 내다봤으며, 자신의 생사문제까지 예언했던 남사고는 미래를 예언하는 도참서(圖讖書)인 <남사고비결>과 풍수지리를 담은 <남격암십승지론(南格庵十勝地論)>이 <정감록(鄭鑑錄)>에 전해지고 있으나 정확한 근거를 찾기는 어렵다.

2007년 생가터에 ‘격암 남사고 선생 유적지’가 조성되어 남사고의 위패를 모신 치격사(致格祠)와 강당인 수남정사(水南精舍), 서재인 자동서재(紫洞書齋) 등이 있어 남사고의 흔적을 찾아볼 수 있다. 동향(同鄕)인 조선조 문신 해월 황여일이 남사고를 흠모하며 남긴 시에서 그의 학문적 위상이 느껴진다.

내 나이 열넷 열여덟에 이르러서야 / 선향(仙鄕)에서 덕망 높은 격암을 볼 수 있었지

천근월굴(天根月窟)을 혼자 탐상하고 / 하도(河圖)와 낙서(洛書)를 더욱 깊이 공부했다네

명나라 황제의 죽음도 미리 알았고 / 임진란의 위험도 앞서 근심했지

요즘에 요성(妖星)과 백기(白氣)가 난무하는데 / 공을 구원(九原)에서 살려 왔으면 좋겠네

◇조선 중기 문신 해월 황여일을 기리는 명계서원, 해월종택

울진군 기성면 사동리. 이 마을은 조선 중기 이름난 문신으로 해월 황여일의 발자취를 더듬어볼 수 있다. 조선 명종 11년(1556) 학식과 덕망이 높은 장예원판결사 황응징(黃應澄)의 아들로 태어난 황여일은 어려서부터 아버지께 문장을 배워 이름을 떨쳤다. 선조 9년(1576년) 진사시험에, 1585년 별시문과에 급제하여 승문원부정, 회룡전사관 등을 거쳐 왕립도서관인 호당(湖堂)에서 경전 강의를 했다. 임진왜란이 일어나자 권율 장군의 종사관으로 큰 공을 세웠다.

1598년 명나라에 서장관(書狀官)으로 파견되었을 때 마테오리치의 감수를 받아 세계지도를 제작하기도 했다. 서장관으로 임명되어 명나라에 갔을 때 황여일은 황제의 질문에 “조선은 3천리 밖에 안 되지만 저의 집 앞에는 만리 창해가 보입니다.”라고 재치 있게 답해 명 황제의 오해를 풀고 양국의 우호를 증진하는데 이바지했다. 이후 사서, 장령, 예천군수, 길주목사 등을 역임했고, 1617년 동래진병마첨절제사에 올랐다. 저서로는 <조천록(朝天錄)>, <해월집(海月集)> 14권 7책을 남겼으며 사후 이조참판겸동지, 홍문관제학, 예문관제학 등에 추증되었다.

울진에는 황여일을 기리는 유적지가 두 곳 있다. 기성면 정명리에 황여일의 학문과 덕행을 기리는 명계서원(明溪書院)이 창건되어 배향되어 있고, 기성면 사동리에는 해월종택이 있다. 해월종택은 야산을 등지고 안채와 정자, 사당이 남향으로 배치되어 있는데 민속문화재 제156호로 지정되어 있다. 정자에는 ‘해월헌(海月軒)’이란 현판이 걸려 있는데 영의정을 지낸 아계 이산해 친필로 그와의 인연을 잘 말해 주고 있다.
△비석에 새겨진 역사기록 울진 봉평리 신라비 전시관

역사는 기록에 의해 전해진다. 기록은 붓과 종이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돌에 새긴 글씨 또한 중요한 사적 자료가 된다. 울진군 죽변면 봉평리 논에 묻혀 있던 삼국시대 것으로 확인된 신라비(新羅碑, 국보 제242호)가 발견돼 ‘울진 봉평리 신라비 전시관’을 조성하여 우리나라 비석문화를 한 눈에 감상할 수 있다. 전시관은 3개의 전시실로 꾸며져 있는데 신라비 실물과 탑본, 금석문과 한글, 삼국의 주요한 비 10기를 실물모형으로 제작 전시하고 있다. 야외전시장에는 비석거리와 공원, 정자와 연못 등으로 조성해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아름다운 연못을 품은 천축산 불영사

울진에서 봉화 방향으로 국도 36호선을 따라 15㎞의 긴 불영계곡이 있다. 그곳에 천년 고찰 불영사가 있다. 태산준령에서 흘러내린 맑고 푸른 옥수가 오색바위와 어우러져 굽이굽이 절경을 이루는 불영계곡의 아름다움 못지않게 아늑하고 고풍스러우면서도 정갈한 비구니 사찰 불영사는 오랜 역사만큼이나 많은 문화재를 간직하고 있다. 지정된 문화재로는 응진전(보물 제730호), 대웅보전(보물 제1201호), 영산회상도(보물 제1272호)를 비롯해 삼층석탑(경상북도 유형문화재 제135호), 양성당 부도(문화재자료 제162호), 불연(佛輦, 경상북도 유형문화재 제397호), 불패(佛牌, 경상북도 유형문화재 제398호)가 있다.

△관동팔경으로 꼽히는 망양정과 월송정

울진에는 관동팔경으로 꼽히는 두 개의 누각이 있다. 동해 바다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망양정과 월송정이다. 망양정은 성류굴 앞으로 흘러내리는 왕피천을 끼고 동해의 만경창파를 한눈에 굽어볼 수 있는 언덕에 세워져 있다. 그 경치가 빼어나 숙종이 ‘관동제일루(關東第一樓)’라는 친필의 편액을 하사하였다. 숙종과 정조가 친히 지은 어제시와 정추(鄭樞)의 망양정시, 정철(鄭澈)의 관동별곡초, 채수(蔡壽)의 망양정기 등의 글에서 망양정의 정취를 감상할 수 있다. 조선시대 성종이 화공에게 조선팔도에서 가장 풍경이 뛰어난 정자를 그리도록 하였는데, 월송정을 그릴 정도로 주변의 경치가 아름다워 감탄을 자아낸다. 정자 위에서 바라보는 우거진 송림과 명사십리 아름다운 바다풍경은 손꼽을 만한 명승지임을 말해 준다.

△사람과 자연이 함께 걷는 금강소나무숲

한국 관광 100선에 선정된 금강소나무숲길은 울진이 생태 친환경 고장임을 대변해 준다. 산림청이 국비로 조성한 1호 숲길로 친환경적인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고스란히 살린 금강소나무 원시림 보존지역이다. 때묻지 않은 원시림을 간직하고 있어 세계 자연유산 등록을 추진 중에 있다. 개인 탐방은 금지되어 있고 숲길탐방 프로그램에 따라 사전 예약 후 지정된 곳으로만 탐방할 수 있다. 수백 년 된 금강소나무에서 뿜어져 나오는 피톤치드로 지친 몸과 마음에 건강과 활력을 불어넣는 에코힐링을 즐기기에 안성맞춤이다.

유구한 역사와 문화를 간직한 울진은 충효열사를 많이 배출한 문향의 고장답게 값진 문화 유산을 간직하고 있는 동해의 중심 고장이다. 푸른 동해의 해조음(海潮音)을 들으며 켜켜이 쌓인 마음의 번뇌를 떨쳐 버리고 청정 자연이 주는 여유와 휴식을 맘껏 즐길 수 있는 울진에서 재충전의 시간을 가져보면 좋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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