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이상적인 커피맛, 비결은 과학이다
가장 이상적인 커피맛, 비결은 과학이다
  • 황인옥
  • 승인 2017.07.20 0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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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규의 커피이야기 (18)맛있는 한 잔의 커피를 위한 추출조건
미국서 ‘커피추출관리차트’ 만들어
현재까지 전세계서 ‘지침표’로 활용
고형물 TDS 강도+수용성 성분 추출량
두 가지 조합이 완벽한 조화 이뤄야
국가별 선호하는 용해가용농도 달라
우리나라에는 공식적인 데이터 없어
오늘은 먼저 독자들에게 커피업계의 비밀 아닌 비밀 하나를 이야기하려고 한다. 뭐, 알만 한 사람은 이미 다 아는 사실이지만, 커피를 좀 만든다는 커피고수들도 자신이 만든 커피에 자신감을 갖지 못한다.

그 이유는 맛있는 커피에 대한 확실한 기준도 없지만, 맛의 평가는 고객의 몫이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자신 있게 내 놓을만한 완벽한 커피에 대한 기준도 없다. 그러면 자신이 만든 음식에 자부심을 갖는 유명요리사들과 달리, 커피의 고수들은 겸손해서 그럴까? 내가 아는 한 그렇지 않다.

대부분의 커피마니아들도 잘 알고 있듯이, 근거 없는 자신감으로 무장한 좀 어설픈 고수들이 우리의 주변에 널려있다.

그들의 억지광대웃음 같은 커피를 고객에게 강요하면서도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못한다.

근본이 없는 커피, 근거 없는 자신감을 남발하며 돈벌이에 몰두하는 그들이 안쓰럽다.

그들도 꿈꾸는 멋진 커피세계가 있을 텐데, 어디에서 방황하는지 알 수 없다. 이대로는 어렵다. 입바른 소리일지 몰라도, 맛있는 커피를 만들고자하는 욕망하나는 인정해 주자. 그들이 가는 길을 모르기 때문이라고 마음 편히 생각하자. 그래서 나는 오늘 그들에게 이글을 쓴다.

혹시라도 그들이 이글을 읽고, 제대로 된 자신감의 씨앗을 심을 지도 모르니까.

◇커피추출관리차트(Coffee Brewing Control chart)

커피추출의 기본이 되는 근거자료의 정점에 커피추출관리차트(Coffee Brewing Control chart)가 있다. 이 차트는 1950년 국립커피협회(National Coffee Association)가 미국의 생화학자 어니스트 E. 록하트 박사에게 추출커피의 품질을 정의하는 방법에 대한 연구를 의뢰하면서 시작되었다. 국립커피협회는 커피산업을 체계적으로 연구하고, 새롭게 변하는 고객의 환경과 그들의 요구에 초점을 맞추기 위해, 미국커피협회(Pan American Coffee Bureau)와 제휴하여 1952년에 커피추출협회(Coffee Brewing Institute)를 설립하고, 그 협회의 책임자로 어니스트 E. 록하트 박사를 선임했다. 이렇게 커피추출이 과학적으로 접근되면서 대중들의 관심을 끌게 되자, 협회는 공식적인 산업교육프로그램을 준비해서 커피를 즐기는 대중들에게 올바른 커피추출법을 홍보하려고 커피추출센터(Coffee Brewing Center)를 개설했다. 그런데 운영이 쉽지 않았다. 1963년에는 커피추출협회를 커피추출센터로 대체까지 하면서 규모를 줄이고 유지하려했으나, 재정적 문제로 결국 1970년 중반에 문을 닫고 말았다. 비록, 커피추출센터는 폐쇄되었지만 커피추출을 과학적으로 접근하면서 연구하려는 미국의 국립커피협회 노력은 어니스트 E. 록하트 박사로 하여금 커피추출관리차트(Coffee Brewing Control chart)라는 소중한 자료를 만들 수 있게 했다. 이 추출관리차트는 오늘날까지 이어졌고, 지금도 전 세계에서 커피추출의 바이블처럼 사용되고 있다. 현재의 커피추출관리차트는 당시의 국립커피협회 중서부연구소(Midwest Research Institute)에서 소비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연구결과다. 지금 우리가 보는 <그림1>의 차트는 미국커피협회(SCAA)가 미터법에 맞추어 새로 작성한 것이다.

그림1-BrewingControlChart-2
<그림 1>

당시의 커피추출협회 연구목적은 미국인이 좋아하는 입맛에 맞는 이상적인 커피 추출기준을 만드는 것이었다. 연구결과로 만들어진 커피추출관리차트는 9개의 섹터로 구분되어 있는데, 중앙의 진한 노란색 영역이 미국인의 입맛에 가장 이상적인 커피의 추출기준으로 제시되었다. Y축은 커피의 용해가능농도를 표시하면서, 총 용존 고형물 TDS의 강도를 나타내고, X축은 커피의 수용성 성분의 추출량을 말한다. 이 차트에 따르면, 미국인이 좋아하는 이상적인 추출커피는 1.15~1.35% 사이의 총 용존 고형물이 있어야하고, 18~22%의 추출수율 범위에 들어가야 한다. 그러면 이 차트를 이용해서 실제적인 커피를 만드는 것은 잠시 뒤에 이야기하기로 하고, 먼저 이 차트를 구성하는 Y축의 강도와 X축의 추출수율에 대한 이야기를 해야겠다.

◇강도(Strength)

일반적인 커피 한잔은 1.2%의 향기물질과 98.8%의 물로 되어있다. 반면에, 에스프레소 커피는 1.8~2.2%의 향기물질과 97.8~98.2%의 물로 구성된다. 다행스럽게도, 우리는 간단한 도구를 사용해서 향기물질의 양을 쉽게 측정할 수 있다. 비중계, 전도도미터계, Brix 측정기, 수분 마이크로파 등을 이용할 수도 있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저렴하고 간편한 도구로 휴대용 TDS(총 용존 고형물측정 장치)측정기를 사용한다. TDS측정기는 커피한잔 속에 녹아 있는 물질의 양을 측정할 수 있는데, 이때 TDS 측정값이 1250TDS라면, Y축의 1.25%를 말하는 것으로, 그 커피가 1.25%의 향기성분의 물질과 98.75%의 물로 구성돼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추출수율(Extraction)

볶아진 커피원두의 구성 물질을 보면, 유기물질의 28%가 수용성이고, 나머지 72%가 불용성 셀룰로오스다. 이 수용성 물질은 뜨거운 물을 만나면 수용성부분이 쉽게 용해되어 맛과 향기의 화합물로 추출된다. 만일, 수용성물질이 20%정도 용해되었다면, X축 20%의 추출수율에 해당한다. 예를 들어, 10g의 분쇄커피를 사용했다면, 커피의 수용성 물질 2g이 물에 녹은 것으로, 분쇄된 커피의 중량은 2g만큼 감소되어 남은 분쇄커피의 중량은 8g이 된다. 추출관리차트에 따르면, 추출수율이 16%미만으로 되면, 너무 연한 맛의 커피가 만들어지고, 24% 이상의 추출수율이라면 과도한 추출이 되어 일반인들은 마시기 불편한 음료가 된다는 것이다.

◇맛있는 커피 만드는 법 ? 추출관리차트의 기준

1960년대 미국의 중서부 지역에서 시작된 커피에 대한 설문조사는 아직도 SCAA에서 진행형인 것 같다. 지금도 미국인이 선호하는 커피의 용해가용농도는 1.15~1.35%를 유지하고 있고, 수출수율도 18~22%로, 차트의 진한노란색 사각형(IDEAL) 범위 안에 머물고 있다. 그러면, 미국인이 좋아하는 이상적인 커피를 실제로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먼저, 도표의 진한 노란색 사각형을 통과하는 붉은색 사선의 끝에 기록된 커피의 양(50g, 55g, 60g)에 주목해야한다. 여기에 적힌 커피의 양을 선택해서, 뜨거운 물 1리터에 넣고 추출하면 가장 이상적인 맛의 커피가 만들어 지는 것이다. 다시 말해, 자신의 기호에 따라 분쇄된 커피의 양을 50~60g 범위 안에서 선택하고 추출하면 되는 것이다. 구체적인 추출방법과 추출에 사용되는 기구는 기회가 되면 이야기 할 예정이다.

그러면, 유럽 사람들도 미국인들과 같은 농도, 같은 수율의 커피를 즐길까? 당연히 아니다. SCAE(유럽커피협회)에서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그림2>의 도표에 표기된 것과 같이 용해가용농도가 1.2~1.45%로 상향된 브라운색 사각형 범위 안의 커피를 선호한다.

그림2-BrewingControlChart-scae용-2
<그림2>

사용되는 커피의 양도 55~65g 으로 미국인들 것보다 많다. 참고로, 기후가 차가운 노르웨이지역은 유럽의 기준보다 더 진한 커피를 선호하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그림3
<그림3>

<그림3>의 추출관리차트가 노르웨이 사람들이 선호하는 커피인데, 초록색 사각형 범위의 용해가용농도가 1.3~1.55%, 커피의 양이 60~70g 으로 매우 강한 커피가 만들어진다. 그러면 우리나라 사람들이 선호하는 커피는 어떨까? 우리의 추출관리차트는 있는 걸까? 만일 그려본다면 어떻게 그려질까? 아쉽지만, 우리나라는 아직도 공식적으로 조사된 데이터가 없어서 알 수가 없다. 그동안 인스턴트커피를 즐겨 마셨던 우리들의 커피음용습관이 건강한 원두커피로 옮겨오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다행이다. 필자의 추측으로는 미국인이 즐겨 마시는 커피농도와 비슷한 수준일 것 같다. 그래서 커피를 공부하면서, 어니스트 E. 록하트 박사가 만들어 놓은 추출관리차트를 감사한 마음으로 이용하곤 한다. 이젠, 이글을 우리의 커피이야기로 마무리해야겠다.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엄청나게 커져버린 국내 커피시장을 자랑만 하고 있어도 되는지 모르겠다. 나는 솔직히 두렵다. 지금이라도 학교에서, 연구실에서, 커피사업장의 현장에서 커피의 이론과 실제가 과학적으로 탐구되고 있는지 알 길이 없다. 미국에는 이미 60년 전에, 어니스트 E. 록하트 박사 같은 커피탐구가가 있었는데 말이다.

어니스트E-록하트

△어니스트 E. 록하트(Ernest Earl Lockhart (1912-2006·사진))는 1938 년 매사추세츠 공과대학교(MIT)에서 생화학 박사학위를 받고, 1950년 국립커피협회(National Coffee Association)로부터 추출커피의 품질 연구를 의뢰받아 커피추출 연구를 시작했다.

△커피의 용해가능농도(Solubles Concentration)란, 커피가 얼마나 농축되었는가를 나타낸다.

△TDS는 Total Dissolved Solids의 약자로 총 용존 고형물의 양을 말하며, 백만 분율 (ppm)로 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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