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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지 속 섬 오롯한 쉼

기사전송 2017-07-27, 21:5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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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순의 '역사·문화 숨결 따라'-<8> 영양군
최초 한글 음식 조리서 ‘음식디미방’
저자 장계향 머물던 석계고택 보존
고택민박·조리서 속 음식 체험 가능
조지훈·이문열 등 거장 문인들의 고향
생가·기념관 등 작가에 대한 이해 도와
작품에 묘사된 풍경 확인하는 재미도
영양 명소 구석구석 둘러보기
선바위와 남이포
영양군은 태백산맥의 내륙지역에 위치해 울진군과 영덕군, 안동시와 청송군, 봉화군 등과 경계한 경북의 오지로 밤하늘 빛나는 감성을 느끼게 하는 청정 자연을 간직한 곳이다. 선바위와 남이포 전경.

일상의 고정된 틀에서 벗어나고 싶을 때 문득 낯선 곳으로 길 떠나기를 시도해 보면 어떨까. 길은 우리에게 온 몸으로 열린 세상을 받아들이라고 가르침을 주고, 길 위에서 만나게 되는 숱한 감정과 새로운 경험은 진정 자신을 뒤돌아보게 하는 계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경상북도 동북부에 위치한 영양은 ‘육지 속 섬’이라 불릴 만큼 오지에 자리하고 있어 자연 그대로의 옛 정취를 느끼고 탐험하기에 딱 알맞은 고장이다. 때묻지 않은 천연의 자연과 역사를 품고 있는 영양을 탐색해보자.

음식디미방 전경
음식디미방 전경
장계향
최초의 한글 음식조리서 ‘음식디미방’을 저술한 장계향.

◇최초 한글 음식조리서 ‘음식디미방’ 저술한 장계향

장계향은 조선 선조 31년(1598) 경북 안동에서 태어났지만 삶의 대부분을 영양에서 보냈다. 조선의 여중군자(女中君子)라 불리며 우리나라 최초의 한글로 씌여진 음식조리서인 ‘음식디미방’을 남기는 등 위대한 업적을 이뤘다. 장계향은 퇴계 이황의 학풍을 전수 받은 장흥효의 무남독녀 외딸로 어려서부터 유교의 가르침을 몸소 배우고 실천했다.

장계향은 나이 19세에 재령 이씨 가문의 이시명과 결혼했는데, 남편은 이미 광산 김씨와 결혼해서 사별하고 슬하에 1남 1녀를 둔 27세 청장년이었다.

장계향의 자식에 대한 지극한 정성은 현대 여성이 배울 점이 많다. 태기가 있는 동안 과일, 채소와 같은 하찮은 물건일지라도 모양과 빛깔이 온전하지 않거나 바르지 않은 것은 입에 대지 않았고, 음주가무의 동네 잔치 때는 종일토록 머리를 숙이고 눈을 뜨지 않았다고 한다. 그런 노력의 덕택이었을까. 장계향은 전 부인과 자신의 소생 7남 3녀를 한결같이 훌륭한 인물로 키워 냈다. 그중에서도 둘째 아들 휘일, 셋째 아들 현일, 넷째 아들 숭일은 경상도를 대표하는 학자로 명성을 날렸다. 특히 셋째 아들 현일은 이조판서를 지내 법전에 따라 장계향은 정부인의 품계를 받아 ‘정부인 장씨’라 불리며 현모양처의 표본으로 역사에 남아 있다.

특별히 음식 솜씨가 뛰어났던 장계향이 나이 일흔 넘어 쓴 ‘음식디미방’은 후손들을 위해 쓴 양반가의 146항목으로 구성된 음식 레시피로 평생 동안 배운 삶의 지혜들을 조리서 곳곳에 고스란히 담아냈다. 한문 실력이 뛰어난 데도 후세들이 가까이 두고 보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꼼꼼하고 바른 한글로 적은 점은 그녀의 자식 사랑이 얼마나 깊고 큰지를 짐작케 한다.

장계향은 자식을 잘 키운 인자한 어머니, 남편을 잘 보필한 현명한 아내, 부모를 잘 봉양한 효심 가득한 딸이자 며느리, 어려운 이웃을 돌보며 나눔을 베푼 자애로운 어른 등 자신의 역할에 최선을 다하며 가장 충실하고 모범적인 여성상을 구현했던 위대한 어머니였다.

영양군 석보면 두들마을에는 그녀가 평생 기거하며 83세 일기로 생을 마쳤던 석계고택이 잘 보존되어 있고, 장계향의 덕을 기리는 유허비와 초서, 그림, 자수 등 장계향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유물전시관과 음식디미방 체험관, 예절관 등이 있다. 예약하면 고택한옥민박 체험도 가능하고 음식디미방에 나오는 음식도 맛볼 수 있다.


조지훈생가
조지훈 생가

◇청록파 시인, 지조론 학자 조지훈의 지훈문학관

조지훈은 한국 현대시의 주류를 완성한 청록파 시인이다. 1920년 영양군 일월면 주실에서 태어난 조지훈은 전통적인 운율과 선(禪)의 미학을 현대적 기법으로 승화시킨 수많은 명작을 낳은 한국 시문학사에 뚜렷한 족적을 남긴 시인이자 지조론을 주창한 학자이다. 조지훈은 어릴 적 하늘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울창한 숲으로 이루어진 주실마을에서 선비정신을 배우고 시심(詩心)을 키웠다.

조지훈은 아홉 살 때부터 동화를 창작하는 등 글을 쓰기 시작했다고 한다. 1939년 일제 말기 최고의 문예지인 『문장』을 통해 시단에 등장한 조지훈은 우리 민족의 고유한 전통문화와 자연 관조, 선(禪) 취미 등을 사상적 배경으로 삼아 고아한 품격을 유지하고 있는 시 세계를 펼쳐 보였다. 유년기에서 청소년기에 이르는 동안 고향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며 익힌 전통 서당식 교육과 학교 교육, 그리고 자신의 문학수업을 통해 얻은 서구문학의 영향은 조지훈의 시 전반에 흐르고 있다. 조지훈의 시 속에서는 전통문화, 민족정서, 불교적 체험 등이 여러 가지 형태로 형상화되어 나타나는 시를 창작했다.

조지훈의 시 작품의 근원에는 고향에서 길어 올린 자연의 순수서정이 그대로 담겨 있다. 시작품의 근원적 세계인 자연은 순수한 대상적 자연을 넘어 전통문화와 민족정서, 불교적 선미 등으로 변용되어 그가 체험한 삶 전체를 포괄하고 있다. 고향 영양에서 느낀 자연에 대한 관조는 청록파 시인이라는 유파적 명칭을 얻는 데도 크게 영향을 끼쳤다.

주실마을에는 조지훈의 생가인 호은종택과 그의 업적을 기리는 지훈문학관이 있다. 서예가로 활동 중인 부인 김난희 여사가 직접 쓴 현판과 목조 기와집 형태로 지어진 지훈문학관은 조지훈의 작품 세계와 유품을 비롯해 선비로서, 학자로서 꼿꼿한 지조를 지켰던 생애를 만날 수 있다. 문학관 주위에는 조지훈이 남긴 유명시를 새긴 시비공원을 조성해 관람객에게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화강석에 새겨진 ‘승무’ 한 구절을 낭송해본다.



얇은 사 하이얀 고깔은 고이 접어서 나빌레라

파르라니 깎은 머리 박사 고깔에 감추오고

두 볼에 흐르는 빛이 정작으로 고와서 서러워라



◇한국 문단의 거장 이문열의 광산문학연구소

한국문학의 거장 이문열의 고향은 영양이다. 1979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중편소설 <새하곡(塞下曲)>이 당선되면서 등단한 이문열은 고향에서 겪은 여러 가지 삶의 기반을 바탕으로 하여 다양한 소재들과 한학 지식, 능수능란한 이야기꾼의 솜씨로 녹여낸 낭만주의적 세계 인식의 소설들을 선보임으로써 ‘국민작가’라는 칭호와 함께 최고 작가의 반열에 우뚝 선 소설가다. <그해 겨울>, <그대 다시는 고향에 가지 못하리>, <금시조>, <황제를 위하여>, <영웅시대>,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선택> 등 이문열의 많은 작품 속 인물들의 삶의 역정이 펼쳐진 곳이 바로 고향 영양 두들마을이다. 생가 주변에 석계고택, 석천서당 등이 있어 가부장적 유학의 영향을 받았을 것으로 짐작된다. 이러한 전통문화의 향취를 느낄 수 있는 환경은 이문열 문학의 터전이 되기에 충분했다.

이문열은 몇몇 작품에서 고향을 자세하게 묘사하기도 했다. 소설에 나오는 사람들의 희로애락 삶의 무대가 된 고향 마을은 그에게 복합개념을 내포하고 있다. 회귀본능이랄까. 작가는 “내가 고향에서 머문 시기도 내 삶의 아주 작은 부분에 지나지 않지만 혈통과 고향이 거의 선험적으로 결정한 가치관은 오랫동안 내 삶에 부담을 주었다.”고 회고하며 나이 듦과 함께 집안이나 문중에 대한 가치를 새롭게 인식하고 고향에 대한 소중함을 토로하기도 했다.

두들마을에는 이문열이 후진 양성을 위해 2001년 개소한 광산문학연구소가 있다. 자신의 집필실로 이용하기도 하고 문학을 꿈꾸는 청년들이 이곳에 모여 창작과 연구, 토론 활동을 벌이기도 한다. 한 켠에는 이문열의 창작 소설을 비롯해 다양한 책과 차를 마실 수 있는 쉼의 공간인 북카페도 있다.

자유기고가 ubryun@hanmail.net

반딧불이천문대-4
반딧불이천문대

△국제밤하늘공원

영양군 수비면 수하리 반딧불이 생태체험 마을특구 지역과 왕피천 유역 자연경관 보존지구 일부 지역을 포함해 아시아 최초로 ‘국제밤하늘공원’으로 지정되어 가장 깨끗한 하늘을 만날 수 있는 곳이다. 주위에 빛 공해가 거의 없어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여름 은하수 관측에 안성맞춤이다. 국내 최고의 별빛체험지로, 사진촬영 성지로 급부상하고 있는 이곳은 여름이면 캠핑장을 열고 감자, 옥수수, 고구마 구워먹기 등 다양한 먹거리와 목공예체험, 모래사장 어린이놀이터 운영, 물고기잡기, 내 별자리 만들기, 천문대천체관측, 반딧불이체험, 국제밤하늘공원 걷기명상 등 체험을 즐길 수 있어 도시민들에게 최고의 힐링 프로그램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공원 인근에 마련된 영양반딧불이천문대는 여름철 밤하늘의 별과 함께 자연에 서식하고 있는 반딧불이를 동시에 관찰할 수 있는 국내 유일 천체관측장소이다.



△선바위와 남이포

영양군 입암면 연당리에 위치한 선바위와 남이포는 낙동강을 따라 흐르는 사계절 맑은 물과 환상의 절정을 이룬다. 절벽과 강을 사이에 두고 바위를 깎아 세운 듯한 선바위와 석벽과 절벽을 끼고 흐르는 두 물줄기가 합류하여 큰 강을 이루는 남이포에는 전설이 전해져 온다. 조선 세조 때 남이장군이 역모를 꾀한 아룡과 자룡의 모반세력을 토벌하면서 큰 칼로 산맥을 잘라 물길을 돌렸다 하는데 그 마지막 흔적이 선바위라는 것이다. 선바위 관광지에서 다리를 건너 절벽 밑으로 이어지는 길을 따라가면 남이장군을 기리는 ‘남이정’이란 정자가 나온다. 선바위 인근에는 호텔, 음식점, 농산물직판장, 분재야생화테마파크, 자연생태마을, 산촌생활박물관 등을 설치해 관광객의 편의를 돕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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