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쁜 현대인도, 열 많은 열목어도 평온 되찾는 ‘백천계곡’
바쁜 현대인도, 열 많은 열목어도 평온 되찾는 ‘백천계곡’
  • 남승렬
  • 승인 2017.06.19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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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화 열목어마을
15㎞ ‘천연기념물 계곡’ 희귀종 서식지
폐교 건물을 열목어 모형으로 리모델링
세미나실·캠핑장 갖춘 숙박 연수시설로
해발 600m 고랭지 배추, 눈의 피로 말끔히
한여름 낮에도 소름 돋게하는 ‘초록 터널’
환경부 ‘사계절 즐겨찾는 탐방명소’ 추진
백천계곡에 살고 있는 열목어.
“국내 최고 청정지역의 고랭지 채소·사과는 최고의 맛”
울창한 솔숲 아래 봉화 최고 물놀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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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룡소 입구
검룡소 입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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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봉화열목어마을2
경북 봉화군 대현리 열목어마을은 열목어가 사는 청정지역이라는데서 착안됐다. 태백산 자락에 자리잡은 이 마을은 사람의 손길을 타지 않는 국내 최고의 청정지역으로 손꼽힌다. 드론 촬영

태백산은 ‘느림의 미학’을 간직하고 있다. 빠르게 돌아가는 세상사도 이 곳에선 일순간 멈춘 듯하고 한여름에도 서늘한 산자락엔 구름도 쉬어가는 듯 하다. 평온을 되찾기 위해 많은 이들이 이 산을 찾는 이유다.

인간과 자연이 공존하는 민족의 영산(靈山), 태백산은 한반도 이남의 젖줄이 되는 뿌리산이자 인간의 지친 심신을 달래주는 치유의 산이다. 천제단이 있는 영봉을 중심으로 북쪽의 장군봉, 동쪽의 문수봉 외에도 세계 최남단 열목어 서식지인 백천계곡이 당당한 자태를 뽐내고 있다.

태백산은 생태·문화 자원의 보고다. 멸종위기종 2등급인 열목어 서식지인 백천계곡을 비롯해 국내 최대 야생화 군락지, 주목과 철쭉 군락이 분포하며 온대 활엽수림이 넓게 자리하고 있다. 1천500년 이상 제천 의식이 행해진 천제단과 한강의 발원지로 알려진 검룡소도 태백산에 있다. 이같은 청정지역을 자랑하는 태백산은 지난해 8월 22일 국내 22번째 국립공원으로 지정됐다.

◇ 마을, 태백산의 미학을 닮다

태백산 줄기 아래 이 산의 청정 풍광과 느림의 미학을 꼭 빼다 닮은 마을이 있다. 백천계곡의 맑은 물과 울창한 숲으로 둘러싸인 경북 봉화군 석포면 대현리다. 전통과 자연이 날 것으로 살아숨쉬는 이른바 ‘열목어마을’로, 인근에 백천계곡이 있어 ‘백천마을’로도 불린다.

백천계곡은 국내 계곡 중 가장 청정하다고 자부할 만한 명품 계곡이다. 계곡 자체가 천연기념물로 지정됐다. 태백산 자락이 고아낸 물이 한데 모여 이룬 15km 길이의 계곡으로 낙동강의 최상류 지류 중 하나다. 이 계곡이 천연기념물인 이유는 어른 팔뚝만한 청정물고기 열목어 때문이다. 물이 맑고 차가운 계곡에서만 사는 희귀종이다. 옛날 사람들은 열목어의 눈이 붉은 것은 이름처럼 눈에 열이 많기 때문이며, 그 열기를 식히기 위해 찬물을 찾는다고 생각했다.

대현리 열목어마을은 열목어가 사는 청정지역이라는데서 착안됐다. 인구 감소 등의 이유로 폐교된 석포초등학교 대현분교 건물과 부지를 지난 2013년 봉화군이 교육청으로부터 매입해 조성한 체험형 캠핑장은 열목어마을을 상징하는 공간이다.

숙박시설 본관 앞 ‘봉화열목어마을’이라는 문구와 열목어 모형이 인상적인 이 공간은 리모델링을 통해 방 9개와 세미나실, 탁구장, 바베큐장, 야외캠핑장, 운동장 등을 갖춘 숙박 연수시설로 탈바꿈됐다. 특히 자전거 트레킹과 다양한 농촌체험 프로그램이 진행돼 성인에게는 어린 시절의 추억을, 아이들에게는 도시에서는 접하지 못하는 시골의 넉넉한 인정을 느낄 수 있게 해준다.

◇ 천지가 푸른 빛의 신록…여름 최적 휴양지 각광

대현리와 백천마을 인근을 총칭해 열목어마을이라는 애칭이 생기자 주민들도 반기는 분위기다. 사실 이 곳은 해발 600m 이상에서만 자라니는 고랭지 채소가 주로 생산되는 국내 최고의 청정지역 중 하나로 손꼽히지만, 이같은 환경에 비해 관광 인프라는 미비해 관광객 유입에 애를 먹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열목어를 주제로한 숙박·캠핑공간이 생기면서 찾는 이들이 증가하면서 청정 휴양지로 입소문을 타고 있다. 특히 태백산 자락에서 불어오는 서늘한 바람으로 한여름의 무더위는 이곳에선 상상할 수도 없어 여름 휴양 최적지로 호응을 얻고 있다.

실제 취재진이 찾은 날은 대구의 한낮 온도가 35도 가까이 육박했지만 이 곳의 낮 기온은 29도로 상대적으로 매우 서늘했다. 대현리 현불사를 지나 계곡과 나란히 난 임도를 따라가보니 계곡 초입의 싱그러움이 눈 앞에 펼쳐졌다. 깎아지는 듯한 벼랑과 우람한 금강송들이 어우러진 풍경이 절로 감탄을 자아내게 했다.

길가에 드문드문 들어선 민가를 지나자 차량 통행을 금지하는 차단기가 길을 막고 서있다. 이곳부터는 사람이 거주하지 않는 자연만의 공간이다. 길은 흡사 짙은 초록의 터널과 같았다. 한여름 대낮인데도 살갗엔 소름이 돋을 만큼 서늘했다. 다시 돌아온 열목어마을 인근에는 한여름의 더위를 날려버릴 듯한, 싱그러운 신록의 빛을 자랑하는 고랭지 배추가 눈의 피로를 잊게 했다.

이같은 천혜의 자연조건을 갖춘 열목어마을은 이제 또 다시 새롭게 태어날 전망이다. 환경부가 열목어마을을 자연과 문화가 공존하는 국립공원 명품마을로 조성하는 한편 마을환경 정비·체험 프로그램 운영 등을 추진할 계획을 세웠기 때문. 특히 환경부는 태백산과 열목어마을과 그 인근의 명소를 연계한 생태관광 프로그램도 개발해 다양한 볼거리와 체험거리를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통해 열목어마을을 모든 국민이 사계절 즐겨 찾는 체류형 탐방명소로 조성한다는 것이다.

글=김교윤·남승렬기자

사진=전영호기자

◇ 월암봉

봉화 석포면 대현리에 위치한 월암봉은 태백방면 35번 국도를 따라 50km지점에 넛재(896m)를 넘어서면 바로 눈앞에 펼쳐지는 봉우리 2개다. 태백산 문수봉에서 남쪽 방향으로 마이산처럼 두귀를 쫑긋하면서 시야를 사로잡는 바위산이 바로 큰달바위봉과 작은달바위봉이다. 멀리서 바라보면 달 같이 둥실 떠있는 기묘한 형상으로 달바위봉이라 부른다.

◇ 승부역(협곡열차)

매년 가을(10월~11월), 겨울(12월~1월)에만 운행되는 ‘환상선 단풍열차와 눈꽃열차’는 승부역의 아름다운 절경을 감상할 수 있는 특별열차다. 서울에서 출발해 해발 855m의 국내에서 가장 높은 추전역을 거쳐 아름다운 승부역으로 데려다 준다. 이벤트 칸이 별도로 마련돼 레크레이션, 마술, 장기자랑 등을 즐기며 지루하지 않게 여행할 수 있다.

◇ 청암정·석천계곡

청암정은 충재 권벌(1478~1548)이 1526년에 세운 정자다. 정자로 이름난 봉화에서도 대표 아이콘으로 꼽힐 만큼 빼어난 자태다. 석천계곡은 청암정이 있는 닭실마을 아래 펼쳐져 있다. 계곡은 한여름에도 서늘한 기운이 느껴질 만큼 솔숲이 울창하고 풍광이 수려하다. 골이 깊지 않아 누구나 어렵지 않게 계곡 깊숙이 들어갈 수 있다. 석천정사가 있는 너른 반석 일대가 손꼽히는 물놀이터다. 여름이면 물놀이를 즐기는 주민들과 관광객들로 늘 붐빈다.

◇ 청량산 도립공원

봉화군 명호면 북곡리에 위치한 명산이다. 봉우리마다 수려한 기암괴석으로 장관을 이루고 있어 일명 ‘소금강’이라 부르기도 한다. 청량산은 기암괴석이 봉을 이루며 장인봉(의상봉)을 비롯해 선학봉, 자란봉, 축융봉 등 12개의 암봉이 총립해 있고, 봉마다 대가 있으며 자락에는 유리보전과 응진전, 오산당(청량정사)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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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주(63·사진) 열목어마을 운영위원장은 태백산국립공원 지구에 포함된 열목어 서식지의 ‘열목어 지킴이’로 통한다.

특히 김 위원장은 지난 2002년 대현리 이장으로 일할 당시 봉화방면 태백산 등산로 개설에 기여했으며, 수십년 간 자연환경 보전활동에 나서는 등 태백산이 국내 22번째 국립공원으로 지정되는 데 힘을 보탰다. 이같은 공로를 인정 받아 그는 지난해 11월 열린 태백산국립공원 지정 기념식에서 환경부장관상을 받았다.

김 위원장은 “원래 광산이 있었던 석포면 대현리 일대는 광산이 폐광된 이후 지역발전의 기회를 찾지 못하다 열목어 서식지라는 천혜의 자연환경을 활용해 자연이 살아숨쉬는 ‘명품마을’로 도약하는 중”이라며 “공기 맑고 물 좋고, 거기다 인심마저 좋은 게 우리 마을의 큰 자산”이라고 말했다.

그는 마을의 또다른 자랑으로 고랭지 채소와 당도 높은 사과를 꼽았다. 그러면서 그는 “이 곳 대현리 열목어마을은 깊고 깊은 오지지만 대한민국 그 어느 곳보다도 사람과 물질의 때가 묻지 않은 청정지역”이라며 “이 곳에서 나는 고랭지 채소와 사과는 최고의 맛을 자랑한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이어 “1980년대 초부터 태백산에 대한 출입통제 조치가 내려지면서 각종 규제 때문에 주민들이 불편을 겪기도 했지만 결과적으로 보면 그 규제가 자연을 잘 보존 시킨 밑거름이 됐다”며 “앞으로도 청명하고 맑고 수려한 태백산의 자연환경을 이용해 열목어마을을 살맛 나는 동네로 만들고 싶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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