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화려함으로 포장된 커피의 유혹에 빠지지 말라”
“달콤·화려함으로 포장된 커피의 유혹에 빠지지 말라”
  • 박상협
  • 승인 2017.08.02 18:23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병규의 커피이야기 (20)좋은 커피, 나쁜 커피
美 데일리 번 ‘최악의 커피 7가지’ 발표
고객 말초신경 자극해 건강·지갑 노려
잘볶은 아라비카종, 핸드드립으로 추출
커피 자체만으로 다양한 맛·향미 느껴
많이 마실수록 우리들 건강에 도움
핸드드립커피한잔

엿가락처럼 축 처진 나른함이, 반가운 소나기에 정신을 차린다. 잠시 후, 가늘어진 빗줄기를 뚫고 그렇게도 기다리던 손님이 왔다. 미처 앉을 좌석을 정하지 못하던 그들이, 좌석에 앉자마자 아이스아메리카노와 카페라테를 주문한다. 순간, 주문을 받고 난감해하는 나의 표정에 손님들이 놀란 것 같다. “미안합니다. 여기에서는 핸드드립커피만 팝니다. 꼭, 라테를 드셔야한다면 근처에 커피 점이 있습니다.”라고 말을 했다.

손님들은 잠시 멈칫하더니, “그럼, 아이스커피 두 잔과 따뜻한 커피 한잔을 주세요.”라고 주문을 정정했다. 3명의 손님은 가게를 잘못 찾아왔다고 생각을 하는 것 같았다. 눈치를 슬쩍 보니, 그래도 이미 들어왔으니 도대체 어떤 놈이 이렇게 웃기는 장사를 하는지 지켜 볼 심산이었다.

그들은 서로 대화도 없이 침묵 속에서 나의 핸드드립 모습만을 지켜보고 있었다. 아마도 온갖 상상력을 동원해서 이 상황을 분석하고 있으리라…. 나는 이와 유사한 경험을 가끔 겪어서 적응이 되어 있지만, 낯선 분위기를 처음 겪는 그들은 당혹감으로 불편한 시간이었으리라 생각되었다.

그래서 나는 손님들에게 편안함을 주기 위해, 나의 커피에 대한 생각을 솔직하게 이야기하기로 마음먹고 무거운 침묵을 깼다. “나는 내가 먹지 않은 것은 팔지 않습니다. 칼로리 높은 카페라테나, 설탕이 많이 들어간 시중의 음료는 건강에 좋지 않아서 만들지 않습니다.

그리고 굳이 그런 음료는 내가 만들지 않아도 주위에 많은 업소들이 있기 때문에….”

여름 소나기를 피해 조용한 곳을 찾아 담소를 나누려던 그날의 손님들은 처음 만난 요상한 커피집 주인의 신상털기로 생각하지 못했던 시간을 보냈고, 나는 좋은 커피와 나쁜 커피에 대한 나의 커피론(論)을 설파(說破)하는 시간이 되었다. 어떻든, 아무것도 첨가하지 않은 순수한 핸드드립커피를 손님들에게 선 보였고, ‘건강에 좋은 커피가 바로 이런 커피다.’라는 것을 확인시켜 주는 시간이 되었다.

◇건강에 나쁜 고칼로리 커피음료

건강과 피트니스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미국의 데일리 번(Daily Burn)은 올해 4월, 250만 명의 회원들에게 ‘최악의 아이스커피음료 7가지’를 선정해서 발표를 했다. 이 회사는 이미 2016년 10월에도 ‘사탕보다도 더 나쁜 7가지 커피음료’를 발표했고, 2014년 10월에 ‘12종류의 고칼로리 인스턴트 음료’를 발표한 바 있다.

그래서 나는 데일리 번이 선정한 최악의 아이스커피음료 7가지를 소개하기 위해 그 관련 기사를 찾아보았는데, 내용을 보면서 나의 오만과 무지를 깨달았다. 내가 싫어하고, 건강에 좋지 않은 커피음료를 만들지 않는다고 고칼로리의 커피음료가 세상에서 사라지지 않는 다는 것은 자명한 일이어서, 내가 만들어 팔지 않는 것만으로는 충분치 않았다.

나만이라도 건강에 좋은 커피를 고객들에게 홍보하고 알려야 했던 것이었다. 장사꾼들은 내가 생각한 것보다도 더 사악하고 똑똑해서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달콤함과 화려함으로 고객들의 건강과 지갑을 노리고 있었다. 나는 좀 더 내용을 파악하기 위해 데일리 번의 기사에 등장하는 음료와 그 회사의 상품들을 국내에서 조사해보았다. 최악의 고칼로리 음료로 선정된 것은 다행스럽게 국내에서 판매되지 않았지만 유사한 고칼로리 음료는 많이 있었다. 그런데 동양인의 체격을 고려했는지 용량이 작았다.

◇칼로리가 제로(Zero), 건강에 좋은 커피

이쯤에서 독자들이 상기해야할 것이 있는데, 그것은 앞부분에서 필자가 손님들에게 말했던 ‘건강에 좋은 커피’에 대한 것이다. 그래서 ‘건강에 좋은 커피’에 대한 것을 확실하게 말하겠다. 커피를 오랫동안 공부하면서 알게 된 것이지만, 커피지식이 있는 대부분의 사람들도 이미 알고 있는 상식이다.

내가 생각하는 좋은 커피란? 잘 볶아진 아라비카종의 커피에서 추출한 순수한 커피로, 핸드드립(페이퍼필터)으로 추출하면 칼로리가 제로(Zero)인 커피다. 그러나 이 커피는 커피자체만으로도 다양한 맛과 향미가 있어서 가미하지 않아도 마시기 좋다. 또한 커피가 가지고 있는 성분도 인체에 유익한 항산화물질이 풍부해서 커피를 마실수록 우리들의 건강에 도움을 주는 것이다.

하지만, 건강에 나쁜 대부분의 커피는 로부스타종의 커피를 볶아서 추출한 커피이거나, 저급의 아라비카종의 커피를 혼합해서 만든 커피여서 쓴맛이 강하다. 따라서 쓴맛을 완화시키고, 제조과정에서 발생하는 산패된 거친 느낌을 감추기 위해 우유와 설탕을 첨가하고 생크림 등으로 치장해서 만든 순수하지 못한 음료다.

그런데, 필자의 마음을 더 아프게 하는 것은 이런 외형적 화려함에 열광하는 고객들은 대부분 건강하게 성장해야할 우리의 젊은이들이라는 것이다.

◇미국의 데일리 번이 선정한 최악의 아이스커피음료 7가지 - 2017년

1. 칼리부 커피의 터틀 모카 쿨러(Caribou Coffee Turtle Mocha Cooler)

24온스에 1,000 칼로리로, 영양성분은 32g의 지방, 136g의 설탕, 8g의 단백질이 들어있다.

2. 칼리부 커피의 캠프파이어 모카 쿨러(Caribou Coffee Campfire Mocha Cooler)

24온스에 870 칼로리로, 영양성분은 25g의 지방, 132g의 설탕, 6g의 단백질이 들어 있다.

3. 던킨 도넛의 아이스커피 쿨라타(Dunkin’ Donuts Frozen Coffee Coolatta)

32온스에 800 칼로리로, 영양성분은 47g의 지방, 86g의 설탕, 7g의 단백질이 들어 있다.

4. 맥카페의 플라페 초코릿 칩(McCafe Frappe Chocolate Chip)

22온스에 750 칼로리로, 영양성분은 31g의 지방, 99g의 설탕, 12g의 단백질이 들어있다.

5. 커피빈의 티립 블랙 포레스트 블랜드(The Coffee Bean & Tea Leaf Black Forest Ice Blended)

24온스에 720 칼로리로, 영양성분은 16g의 지방, 113g의 설탕, 18g의 단백질이 들어있다.

6. 스타벅스의 아이스 화이트 초코릿 모카(Starbucks Iced White Chocolate Mocha)

24온스에 560 칼로리로, 영양성분은 23g의 지방, 71g의 설탕, 15g의 단백질이 들어있다.

7. 스타벅스의 자바칩 프라푸치노(Starbucks Java Chip Frappuccino)

24온스에 600 칼로리로, 영양성분은 22g의 지방, 88g의 설탕, 8g의 단백질이 들어 있다.

미국 FDA가 권장하는 영양소의 일일허용량은 4세 이상의 성인기준으로 2,000 칼로리다. 전체 내용은 생략하고 비교기준이 될 몇 가지 항목을 살펴보면, 총지방량이 65g/1일, 단백질이 50g/1일, 설탕은 30g/1일 이다. 따라서 최악의 아이스커피음료로 선정된 7가지의 음료는 성인이 하루에 필요한 칼로리의 절반정도를 공급할 수 있을 만큼의 강력한 열량을 가졌다.

또한, 설탕의 양은 하루 권장량의 3~4.5배 수준이다.

◇에필로그

인간이 건강한 삶과 생명유지에 필요한 영양소를 골고루 섭취해야함은 지극히 기초적인 상식이고 권리다.

2016년 한 해 동안, 우리나라 국민이 마신 커피가 1인당 500잔을 넘어서, 전 국민이 적게는 하루에 1~2 잔의 커피를 마신 것으로 확인되었다.

이렇게 커피가 국민의 건강과 직결되는 중요한 기호식품으로 부상했는데도 커피의 품질과 국민건강을 위한 연구가 없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그래서 나는 데일리 번의 기사를 인용해서 우리에게 예상되는 커피의 문제점을 독자들에게 알리고 싶었다. 커피는 이미 수많은 식품과학자들의 연구를 통해 사람에게 유익한 기호식품임이 증명되었다.

그런데 우리 독자들이 알아야할 것은, 좋은 커피를 마실 때에만 건강에 유익하다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우유와 설탕을 첨가하고 생크림 등으로 장식한 커피가 인체의 영양밸런스를 깨트리고, 비만을 불러 오는 주범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무것도 첨가하지 않은 순수한 핸드드립커피의 은은한 향기를 즐기는 것만이 우리의 건강을 지키는 방법이라고….

  • 대구광역시 동구 동부로94(신천 3동 283-8)
  • 대표전화 : 053-424-0004
  • 팩스 : 053-426-6644
  • 제호 : 대구신문
  • 등록번호 : 대구 가 00003호 (일간)
  • 등록일 : 1996-09-06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대구, 아00442
  • 발행·편집인 : 김상섭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배수경
  • 대구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대구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icbae@idaegu.co.kr
ND소프트
많이 본 기사
영상뉴스
SNS에서도 대구신문의
뉴스를 받아보세요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