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경 보며 마라톤·호텔에 셀프 감금… 어떤 형태든 즐거우면 ‘OK’
야경 보며 마라톤·호텔에 셀프 감금… 어떤 형태든 즐거우면 ‘OK’
  • 강나리
  • 승인 2017.08.02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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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 휴가철, 여름나기 ‘천태만상’
시원한 쇼핑몰서 하루·문화센터 참여 등
관광보다는 휴식 ‘스테이케이션’ 대세
한적한 곳에서 힐링 집중 ‘휘겔리케이션’
혼자만의 온전한 쉼…혼행·혼휴도 인기
혼행족
최근 혼자 여름 휴가를 즐기는 ‘혼휴’, 혼자 여행을 떠나는 ‘혼행’이 늘고 있다. 연합뉴스
여름 휴가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극성수기인 ‘7말 8초’(7월 마지막 주와 8월 첫째 주)엔 너나 할 것 없이 피서지에서 한 바탕 전쟁을 치르기 일쑤다.

하지만 휴가가 단순히 여행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지친 일상에서 벗어나 휴식을 취하며 에너지를 재충전하는 시간이다.

‘제대로’ 쉬는 방법은 각양각색이다. 피서지의 ‘바가지 요금’을 감수하면서도 무조건 1박 이상의 여행을 가겠다는 이들이 있는 반면, 멀리 가지 않고 편안히 쉬겠다는 이들도 있다.

알찬 휴가를 보내기 위한 정답은 없다. 그저 잘 먹고, 푹 쉬고, 활력을 되찾아 본래 자리로 돌아오면 된다.

잠시 멈춰 선 사람들, 어떻게 쉬고 있을까.

◇휴가는 도심에서=‘스테이케이션’

최근 피서지 대신 집이나 집 근처에서 휴가를 즐기는 ‘스테이케이션’이 유행하고 있다. 스테이케이션은 ‘Stay’(머물다)와 ‘Vacation’(휴가)을 합성한 신조어로, 관광보다는 휴식을 선호하는 행태를 의미한다.

스테이케이션의 핵심은 ‘실속’과 ‘자유’다. 다양한 공간에서 즐길 수 있지만, 최대한 동선은 짧게 하는 것이 특징이다.

수 많은 인파로 북적이는 피서지에서 바가지 요금을 무는 대신 호텔에서 여유로운 휴가를 즐기는 ‘호캉스’(호텔+바캉스), 백화점·쇼핑몰에서 온종일 시간을 보내는 ‘몰캉스’(쇼핑몰+바캉스) 등이 인기다.

각 지역 숙박업계는 호캉스족을 겨냥해 저렴한 패키지 상품을 출시하고 있다. 대구 도심의 비즈니스호텔 숙박은 1일 기준으로 약 5만~7만원이면 이용 가능하다. 10만~15만원 정도의 패키지 상품을 구매하면 뙤약볕 아래 즐기는 해수욕 대신 호텔 내부에 마련된 실내 수영장에서 물놀이를 할 수 있다.

백화점과 아웃렛 등 쇼핑 공간에서 보내는 몰캉스는 어떨까. ‘빵빵’한 냉방은 물론 다양한 종류의 맛집, 영화관 등 휴게 공간이 갖춰져 있어 휴가지로 손색이 없다. 또 백화점 문화센터에서 운영하는 ‘원데이클래스’에 수강 신청하면 방향제와 향초 만들기, 제과·제빵 실습 등 다양한 체험활동도 해 볼 수 있다.

최근 우후죽순 생겨나는 24시간 만화카페도 스테이케이션족에게 안성맞춤이다. 푹신한 매트가 깔린 실내공간에서 시원한 음료를 마시며 만화책과 DVD 등을 감상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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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백화점과 아웃렛 등 쇼핑 공간에서 휴가를 보내는 ‘몰캉스’ 등 피서지 대신 한 공간에 머무르며 시간을 보내는 ‘스테이케이션’이 유행하고 있다. 백화점 문화센터는 요리강좌 등 다양한 ‘원데이클래스’를 운영하고 있다. 롯데백화점 대구점 제공

◇스테이케이션의 진화=‘휘겔리케이션’

한적한 곳에서 오로지 휴식에만 집중하는 ‘휘겔리케이션’이 현대인들의 새로운 휴가 트렌드로 주목받고 있다. 휘겔리케이션은 덴마크어로 편안함·따뜻함을 의미하는 ‘Hygge’(휘게)와 ‘Vacation’(휴가)를 합성한 단어다.

휘겔리케이션족은 휴가철 잠깐의 힐링을 넘어 정신적 여유와 안락함을 추구한다. 이들은 쳇바퀴 돌 듯 이어지는 일상에서 탈피해 한적한 곳을 찾아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시간을 보낸다.

산사에서 심신수련과 함께 사찰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템플스테이’, 독서와 숙면으로만 하루를 채우는 ‘북스테이’ 등이 휘겔리케이션의 대표 사례다. 이 같은 휴가는 피서지에서 겪는 바가지 요금 폭탄도 피할 수 있다.

4년차 직장인 이성렬(33·대구 수성구 신매동)씨는 5일간의 휴가 기간 동안 북스테이를 할 계획이다. 잦은 회식 때문에 참가하지 못했던 독서 동호회 모임 날짜도 휴가에 맞춰 정했다.

평소 회사 업무에 집중하느라 독서할 시간이 아예 없었다는 이씨는 이번 휴가에 휴대폰을 꺼둔 채 에세이와 시집을 읽는 데 집중하려 한다. 이씨는 “일에 치여 살다 보니 읽고 싶은 책을 사기만 하고 하나도 읽지 못해 아쉬웠다”며 “이번 휴가엔 집 앞 카페에서 좋아하는 책을 마음껏 읽으면서 힐링하고 싶다”고 말했다.

◇휴가도 나홀로=‘혼휴’·‘혼행’

휴가를 가족, 연인, 친구와 함께 보내야 한다는 공식은 이미 깨졌다. 1인 가구가 보편화되면서 혼밥(혼자 먹는 밥), 혼영(혼자 보는 영화), 혼술(혼자 먹는 술)에 이어 혼자 휴가를 즐기는 ‘혼휴’, 혼자 여행을 떠나는 ‘혼행’이 꾸준히 느는 추세다. 이는 스스로의 기준으로 현재의 행복에 집중하는 생활 방식인 ‘욜로’(YOLO·You Only Live Once의 약자로 ‘한번 뿐인 인생’을 의미) 경향의 확산과도 상통한다.

직장인 오한나(여·27·대구 중구 남산동)씨는 3일간의 휴가 동안 혼자 배낭여행을 떠난다. 짧은 휴가를 알차게 보내기 위해 숙박과 식사는 물론 쇼핑까지 할 수 있는 1인 패키지 상품을 미리 구매했다. 1인 객실인 데다 1인 조식과 1인 스파·피부 관리 서비스 등을 이용할 예정이다.

평소 운동을 좋아하는 오씨는 이번 휴가 일정에 ‘야간 마라톤’을 추가했다. 여름밤 부산 광안대교 야경을 만끽하며 7㎞를 완주하겠다는 목표다.

오씨는 “혼자 하는 여행은 남의 눈치를 볼 필요 없이 일정과 식사 메뉴 등을 원하는 대로 정할 수 있어서 매력적이다”며 “일상에 찌든 내 자신을 다독이는 데는 ‘혼행’만한 것이 없다”고 말했다.

◇멀리 가지 말고 ‘공연장 바캉스’로 무더위 날리자

대구의 뜨거운 여름을 비유하여 생겨난 신조어 ‘대프리카’(대구+아프리카)와 ‘대집트’(대구+이집트)는 이제 웬만한 사람들은 다 알만큼 전국적으로 유명해졌다. 대구시는 대구의 한여름 무더위를 식혀줄 다양한 문화예술 프로그램을 마련, 시민들이 멀리 나가지 않고도 가까운 지역문화시설에 시원하게 ‘문화 바캉스’를 즐길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대구문화예술회관은 지역의 다양한 인디밴드 6개팀의 뜨거운 록음악을 감상할 수 있는 ‘이열치열 콘서트’(7.26~27)를 문화예술회관 내 숲속공연장에서 개최했다. 이달에는 계룡대 군악대를 비롯한 3군 군악대와 민간단체가 출연하는 ‘여름 음악 축제’(8.1~5)를 시작으로, 문화예술회관 건물이 대형 미디어아트 작품으로 탈바꿈하는 ‘인 대구 미디어파사드’(8.13~15)를 만날 수 있다. DAC인문학극장이 도올 김용옥의 ‘동아시아 평화 in 인문학’(8.16)을 시작으로 대공연장에서 진행된다.

대구콘서트하우스는 세계적인 연주자 ‘정경화 바이올린 리사이틀’(8.12)을 시작으로 ‘DFO 창단연주회’(8.19), 대구시립교향악단의 ‘가족음악회’(8.23), 노부스 콰르텟의 ‘인사이트 시리즈’(8.24)와 대구시립합창단, 대구오카리나 연합 오케스트라, 펠리체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천원의 행복’(8.24~26)이 이어진다.

대구오페라하우스 기획공연 ‘투란도트’(7.26~29)가 올 여름 휴가철 피크시즌에 맞춰 4회에 걸쳐 고대 중국 북경으로 품격 있는 피서를 떠났고 가족오페라 ‘헨젤과 그레텔’(8.18~19)이 신나는 여름방학을 맞은 아이들에게 첫 오페라를 선물해줄 기회를 기다리고 있다.

대구미술관은 특별전 ‘고스트’와 함께 ‘매체연구 : 긴장과 이완’, Y+ 아티스트 프로젝트 ‘한무창 : 꽃들의 충돌’ 등 흥미롭게 즐길 수 있는 전시와 이벤트를 기획해 시민들에게 시원한 문화휴식처로 사랑받고 있다.

대구예술발전소에서는 아시아 권역작가들의 현대적 감각을 살린 ‘아시아전’(8.8~10.22)과 ‘서울 예술의 전당, 무대 스크린공연’(7.28~12.22)이 백건우 피아노 리사이틀을 시작으로 펼쳐질 예정이며, 대구문학관은 매주 화요일 저녁 7시에 인문, 예술, 과학 등 다양한 분야의 강좌를 통해 우리의 삶과 생활속의 가치를 새롭게 조명해 보는 ‘2017 인문예술과학 특강’(7.18~12.19)을 시원하게 준비하고 있다.

김종현·강나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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