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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 5월, 외부자의 눈으로 그날의 진실을 보다

기사전송 2017-08-03, 21:2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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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화 바탕 獨 기자와 광주 누빈 서울 택시 기사 이야기
실제 촬영 영상 토대 민주화 운동 참상 고스란히 담아
수차례 다뤄진 소재지만 색다른 시선으로 몰입도 높여
긴장감 높이기 위해 상상으로 만든 일부 장면 ‘옥의 티’
택시운전사
영화 ‘택시운전사’ 스틸 컷.


1980년 5월 서울. 아내를 잃고 홀로 딸 은정(은유미)을 키우며 살아가는 만섭(송강호)은 개인 택시운전사다. 동료 기사 동수(고창석)의 집에 사글세로 사는 만섭에게는 60만km를 달린 택시가 전재산이다.

어려운 형편에도 딸을 생각하며 열심히 사는 만섭에게 고민거리가 있다. 4달이나 밀린 집세 10만원이다. 그러던 어느날 만섭은 창수와 점심밥을 먹는 도중 우연히 택시회사에 근무하는 다른 동료의 이야기를 듣는다.

당일 통금 전까지 광주에 갔다가 돌아오면 요금 10만원을 받는다는 것. 만섭은 식사도 마치지 않고 손님을 가로채기 위해 약속장소로 나간다. 일본에서 한국으로 들어온 독일 기자 피터(토마스 크레취만)를 태우기 위해서다. 피터는 일본에서 우연히 라디오로 들은 광주를 취재하기 위해 내한한다. 만섭은 이같은 사실도 모른 채 피터를 태우고 광주로 향한다. 광주로 향하는 고속도로는 이상하게도 휑하다. 오가는 차가 한 대도 없다. 한참을 달렸을까. 총으로 무장한 군인들이 “폭도들 때문에 위험하니 돌아가라”는 말을 전한다. 하지만 10만원이 절실했던 만섭은 기지를 발휘해 광주에 진입하는데 성공한다. 아무런 사실도 모른 채 광주에 진입한 만섭은 충격을 받는다. 도시는 전쟁터나 다름 없었던 것. 마침 트럭을 타고 지나가던 학생 시위대를 만난 만섭은 그때서야 피터가 기자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학생들 중 영어를 구사할줄 아는 재식(류준열)이 피터를 돕는다. 상황의 심각성을 직감한 만섭은 피터가 학생들과 함께 트럭을 타고 떠나자 차를 돌려 서울로 향한다. 그러나 피할 수 없는 손님을 태운 만섭은 병원에서 다시 재식과 피터 일행을 마주하고, 광주의 처참함을 깨닫는다.

통금 전까지 서울로 향해야하는 만섭은 어쩔 수 없이 하루 더 광주에 남게 된다.

밤 늦게 피터를 택시에 태우지만 시동이 걸리지 않으면서 고장이 난 것. 태술(유해진)의 집에서 재식과 함께 하룻밤을 보낸 만섭은 피터를 남겨두고 아침 일찍 서울로 향하려 집을 나선다. 감시를 피해 도착한 곳은 순천. 평화로운 순천을 본 만섭은 만감이 교차한다. 국슷집에서 시민들이 나누는 대화내용하며, 중앙 일간지의 1면 보도까지. 결국 만섭은 광주로 운전대를 돌린다.

‘택시운전사’는 5·18민주화운동 당시 있었던 실화를 바탕으로 재구성한 영화다. 이미 수많은 감독에 의해 다뤄진 소재지만 장훈 감독은 다른 방향을 택했다. 무겁지만 힘겹지 않게 내부자들이 아닌 외부자들의 시선에 의해 그날의 광주를 고스란히 영상에 담았다. 서울 택시운전사와 외국인 기자를 통해 5월의 광주를 엿보는 구성을 택했다.

◇김사복과 위르겐 힌츠페터

이 영화에 등장하는 만섭과 피터는 실재 인물이다. 만섭은 ‘김사복’이라는 가명 이외에 전혀 알려진 바가 없고, 피터는 독일 제1공영방송(ARD-NDR) 함부르크 지국의 기자 ‘위르겐 힌츠페터’다.

애석하게도 현재 만섭의 행방은 묘연하고, 페터는 지난해 유명을 달리했다. 실제 페터는 사복을 찾기 위해 사력을 다했지만 눈을 감기 전까지 결국 그를 찾지 못했다. 페터는 1980년 5월 일본 특파원으로 근무하던 중 우연히 라디오를 통해 들은 한국의 상황을 듣고 광주로 향한다. 이때 택시를 운전한 기사가 김사복이다. 당시 페터는 학생 시위대로 인해 헤어진 부장을 찾으러 간다고 이야기를 꾸며내 광주 진입에 성공한다. 영화와 마찬가지로 사복과 페터는 광주에 진입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바로 트럭에 탄 학생 시위대들과 마주한다. 이때부터 페터의 촬영이 시작됐고, 군부독재의 참상을 알리는 결정적인 계기가 된다.

◇사복의 감정변화

“대한민국 만큼 살기 좋은 나라가 어디 있어?” 영화 초반 학생 시위대를 보며 혀를 끌끌 차던 만섭. 이후에도 여러 말을 통해 학생은 물론 시위대를 향한 날선 비판을 가한다. 하지만 직접 광주로 가 피터와 함께 잔혹한 현장을 목격한 만섭의 감정은 서서히 변하기 시작한다. 만섭의 감정 변화는 순천 시퀀스에서 극에 달한다. 국숫집 주인 아주머니가 내어준 주먹밥. 만섭은 광주역에서 자신에게 주먹밥을 준 시위대 학생의 선량한 모습을 지울 수 없었다. 장훈 감독은 당시 왜곡된 보도를 통해 진실을 알 수 없었던 국민의 모습을 만섭이라는 인물을 통해 그려내고자 했던 것일까. 만섭의 감정 변화는 관객들의 몰입도를 높이기에 충분했다.

◇사복은 왜 페터에게 본명을 알려주지 않았을까

페터는 생사를 오가는 죽음의 문턱에서 함께 고생한 사복에게 이름과 전화번호를 요구한다. 꼭 한국에 다시 와 사복을 만나겠다는 의지였다. 그러나 사복은 끝내 자신의 이름을 가르쳐주지 않는다. 거짓 이름을 알려줄 수밖에 없었던 당시의 상황이 안타깝게 다가온다. 페터는 2003년 ‘‘제2회 송건호 언론상’을 수상하기 위해 내한한다. 만나고자 할 의지만 있었다면 사복은 충분히 페터와 상봉이 가능했을 것이다. 세월이 흘렀음에도 자취를 감춘 이유는 아직까지 미스터리다.

마치면서. 5월의 광주라는 무거운 소재를 다루고 있음에도 영화는 거북함이 없다. 특히 페터가 촬영한 영상과 영화가 대부분 일치하고 있어 논란의 여지를 두지 않고 있다. 다만 상상으로 풀어낸 몇몇 시퀀스는 다소 무리수를 둔 듯 했다.

영화 후반, 만섭과 피터를 탈출시키기 위한 광주지역 택시운전사들과 보안사 일당의 추격전이 그 예다. 긴장감을 끝까지 놓치지 않으려는 의지로 보였으나 오히려 지나친 희생을 강조하는 불편함을 드러냈다.

“사복, 당신의 변화된 택시를 타고 변화된 광주를 보고 싶다. 다시 당신을 만난다면 나는 정말 기뻐서….” 장훈 감독과 페터의 인터뷰 中에서.

윤주민기자 yjm@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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