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려움·불안·고통…숨통 죄는 무형의 공포
두려움·불안·고통…숨통 죄는 무형의 공포
  • 황인옥
  • 승인 2017.08.03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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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미술관 ‘고스트’전
영혼과 육체·사회속의 나 주제
삶 속 위협들 작품으로 실체화
3D 디지털 활용 공감각적 표현
예고 없는 공포에 온 몸 ‘쭈뼛’
2만여명 발길…내달 17일까지
김진 작 전시 전경
김진 작 전시 전경. 대구미술관 제공

대구미술관 어미홀에 폭포수가 흐른다. 규모로는 심산유곡의 폭포수 못지않다. 이 폭포수는 관람은 물론 폭포수 안으로 들어가 체험도 할 수 있다. 오다니 모토히코의 폭포가 흐르는 영상을 담은 높이 7m의 대형 설치 작품 인페르노(inferno·지옥)다.

간담을 서늘하게 하는 작품들은 또 있다. 김두진의 3D 디지털로 표현한 해골 이미지는 시각적인 공포의 전형으로 다가온다. 대만의 위안 광밍은 비디오 영상 작품 ‘거주’를 통해 청각적인 공포를 제공한다. 이들 모두는 대구미술관 ‘고스트’전 작품들이다.

무더위에 ‘고스트(귀신)’는 등골이 오싹해지는 존재다. 한여름 고스트 체험 여행을 떠나기도 하고, 호러 축제가 대성황을 이루기도 한다. 모두 공포체험으로 더위를 특별하게 날리려는 또 하나의 여름 문화 콘텐츠다.

대구미술관도 ‘고스트’를 주제로 여름 관람객을 유혹하고 있다. 다양한 두려운 존재들을 시각적으로 구현해 무더위를 색다르게 즐기게 하자는 취지다. 그렇더라도 대구미술관 ‘고스트’는 결이 좀 다르다. ‘고스트’를 직접적으로 표현하기 보다 두려움의 대상이라는 의미를 은유한다.

미술관은 전시를 통해 오늘날 우리 사회 속에서 인간의 삶을 위협하거나 두렵게하는 무형의 존재에 대한 개념을 ‘고스트’로 설정, 그러한 존재를 가시화하는 작품들을 통해 우리를 혼란스럽게 혹은 은연중에 속게 만드는 실체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를 통해 동시대 미술 경향에 대한 연구를 파악하는 일석이조의 효과도 기대하고 있다. 한여름 맞춤 기획에 관람객들은 환호를 보내고 있다. 조용하던 미술관에 두려움을 관람하기 위해 다양한 관람객층이 몰려들고 있다. 지난 6월13일부터 현재까지 대구미술관을 다녀간 관람객은 2만5천여명을 육박한다.

전시의 세부 주제는 ‘고스트’라는 개념을 시공간에 따라 두 가지로 분류한다. 첫 번째 섹션인 초월적인 시공간을 다루는 ‘영혼과 육체’에서는 인간의 물성인 육체와 비물리적인 영역인 영혼 사이에서 파악하기 힘든 추상적 두려움들을 죽음, 환영 등의 키워드로 구체화한다.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을 다루는 두번째 섹션 ‘사회 속의 나’에서는 현대인의 삶과 밀접하기에 익숙하지만, 명확히 인지하기 힘든 정치, 자본주의, 인습적 관념 등으로부터 가해지는 위협에 관한 내용들을 포함한다.

참여작가는 김두진, 김진, 빌 비올라 안젤라 딘, 오다니 모토히코, 위안 광밍, 이수경, 이창원, 임민욱 등이다.

김두진은 우리가 잘 알고 있는 고전 회화와 조각작품 차용해 3D 컴퓨터 모델링으로 그려낸 디지털 회화를 작업해왔다. 작품에는 우리 일상에서 형성되는 통속적이고 통상적인 관념이 지닌 폭력성을 걷어내고, 대상의 본질과 마주하려는 의도가 담겨있다. 김진은 유학시절 사적 공간인 ‘실내 공간’을 통해 영국이라는 낯선 환경 속에서 느꼈던 심정을 풀어내기도 하고, 영화롭던 시절이 사라져버린 고궁 실내의 공기를 통해 삶과 죽음, 인생, 현재와 지난 역사와의 관계들을 생각하기도 했다. 현재 가장 중요한 비디오 아티스트 중 한 명으로 평가받는 빌 비올라는 불은 불교적 사상을 드러낸다. 물을 통해 고대 서양사회로부터 흙과 공기와 함께 만물을 이루는 4원소로 여겨져 왔고, 실제로 네 가지 요소를 통해 인간에게 주어진 최고의 감정인 사랑에도 고통이 수반되고 있다는 것을 강조한다.

오다니 모토히코는 공포와 고통을 유발 시키는 신체적 감각과 정신상태에 관한 주제를 다양한 매체를 통해 지속적으로 탐구해오고 있는 작가다. 이번 전시작 ‘인페르노’는 기괴한 공간과 음울한 음향은 그 안에 빠져든 관람객들의 신체감각을 매우 불안하게 만든다.

그는 우리를 두렵게 만드는, 실체가 없는 초월적인 존재들 혹은 어떤 형태로든 표현할 수 없는 잡히지 않는 현상들을 형상화 시키며 우리의 신체적 감각을 자극하고 그러한 존재들에 대해 고민하게 이끈다. 전시는 9월 17일까지. 053-790-3000

황인옥기자 hio@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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