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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굴 위한 결혼인가?…허례허식에 등골 휘는 신혼

기사전송 2017-09-18, 21:4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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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딩푸어’ 양산하는 사회
결혼은 돈 잔치?
스드메·예식장비만 수백만원
주택 마련 비용까지 더하면
평균 2억6천여만원 사용해
결혼 동시 빚더미…우울한 시작
거품 뺀 착한 결혼할래
최소한의 하객만 초대
형식보다 의미 살려 진행
대구, 작은 결혼식장 18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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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20일 대구 달서구 웃는얼굴아트센터 야외무대에서 대구지역 사회적기업들이 공동 론칭한 ‘파뿌리웨딩’ 3호 커플이 웨딩마치를 올렸다. 대구시와 달서구청은 ‘착한 결혼식’을 위해 지역 공공기관 장소를 확대·개방하고 있다. 대구 사회적경제지원센터 제공


“어차피 빚 갚으면서 살아야 하는데 굳이 결혼할 필요 있나요. 맘 편히 연애만 할래요.” (30대 중반 남성 직장인 손성호씨)

“스몰웨딩, 연예인 따라 해보려니 시간도 돈도 더 드네요. 그냥 포기할까 싶어요.” (20대 후반 여성 직장인 곽지애씨)

모아둔 돈이 없거나 부모에게 손을 벌리지 않으면 결혼과 동시에 빚 더미에 앉게 된다. 비싼 결혼 비용 때문에 빚을 지고 제2의 인생을 시작하는 신혼부부, 이른바 ‘웨딩푸어(Wedding Poor)’다.

웨딩 업체는 ‘일생에 한번 뿐’이라는 핑계로 겉치레에 집중한 ‘보여주기식 결혼식’을 부추긴다. ‘멍’ 때리고 있다가는 지갑이 줄줄 샌다. 경제적 여유가 있는 유명인들을 중심으로 ‘스몰웨딩’·‘셀프웨딩’ 붐이 일었지만 현실에선 아직 어렵다. 결국 돈 때문이다. 심지어 축의금 액수까지 엑셀 파일로 작성해뒀다 자신이 낸 금액만큼 철저하게 ‘회수’하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인륜지대사인 혼례를 ‘돈 잔치’쯤으로 착각해선 안 된다. 가을 결혼시즌을 맞아 우리 결혼문화가 보다 합리적으로 바뀌기를 기대하며 지역 결혼시장을 살폈다.



◇‘억’ 소리 나는 결혼 비용 = 결혼 비용은 경제력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최소 수 천만 원에서 최대 수 억 원까지 든다.

결혼정보업체 듀오웨드가 최근 2년 내 결혼한 신혼부부 1천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2017 결혼비용 실태 보고서’에 따르면 대한민국 신혼부부의 평균 결혼 준비 비용은 2억6천332만원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주택 마련 비용이 평균 1억8천640만원으로 전체의 70.8%를 차지했다.

신혼집 마련을 제외한 평균 결혼 비용이 1인당 4천590만 원에 이른다는 조사 결과도 나왔다. 지난달 한국소비자원이 전국 20·30대 남녀 2천 명(미혼·기혼 각각 1천 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특히 기혼자 1인당 혼수 비용이 1천460만원으로 전체의 32%를 차지했다. 또 예단·예물·결혼식 비용은 전체의 18~19%였다.

결혼 비용은 지역별로도 차이가 있다.

대구지역 한 웨딩업체가 분석한 평균 결혼 비용은 △예식장 사용료 50만~200만 원(식대 제외) △‘스드메(스튜디오·드레스·메이크업)’ 등 웨딩상품 200만~250만 원 △신혼여행 250만~350만 원(1인당) △예단 1천만 원+현물 △예물 400만~700만 원 △함 및 이바지 400만 원 등이다.



◇‘깜깜이’ 웨딩시장 = # 오는 12월 대구에서 결혼하는 예비 신부 김모(30·서울)씨는 결혼 준비 과정에서 수 차례 황당한 일을 겪었다. 같은 예식장에서 자신보다 하루 늦게 결혼하는 친구는 식대가 2천 원, 대관료가 30만 원 더 저렴하다는 얘기를 들어서다.

뒤늦게 이 사실을 알게 된 김씨는 예식장 측에 “홀 사용료와 식대를 어떤 기준으로 정하는 거냐”며 따져 물었다. 예식장 관계자는 성수기 및 비성수기 요금 차이와 물가 상승분 등에 대해 설명하며 가격 할인을 거절했지만, 김씨가 계약을 해지하겠다며 화를 내자 결국 김씨의 요구대로 계약 내용을 수정했다.

# 지난 6월 서울에서 대구로 시집 온 한모(여·33)씨는 서울의 한 웨딩 스냅 촬영 업체와 계약했다가 촬영 및 앨범 제작비와 별개로 출장비만 60만 원을 지불했다.

또 한씨는 웨딩드레스를 고르던 중 불쾌감을 느낀 게 한 두번이 아니라고 말했다. 드레스 한 벌을 입어 볼 때마다 세탁비 명목으로 지불하는 ‘피팅비’가 저마다 다른 데다, 드레스와 신부 화장·머리 손질 등을 한 업체에서 일괄 계약하지 않으면 추가 비용을 내야 했기 때문이다.

예비 신랑·신부들은 정찰제가 아닌 웨딩시장에서 ‘울며 겨자먹기’로 주머니를 털린다. 예식장 대관료부터 이른바 ‘스드메’까지 그야말로 ‘부르는 게 값’이어서 철저한 사전 조사 없이는 예산을 초과하거나 바가지를 쓰기 십상이다.

우선 스드메 등 웨딩상품은 비슷한 패키지여도 업체마다 가격이 상이하다. 기본으로 제공되는 서비스 이외에 옵션 몇 가지를 추가로 선택하면 사전에 안내 받은 금액을 훌쩍 초과한다. 예를 들면 부케 종류, 꽃 장식이 생화인지 조화인지 여부, 컬러가 있는 드레스 착용, 웨딩 액자 소재 등에 따라 일일이 추가 비용이 붙는다. 심지어 업체들은 현금 결제를 공공연하게 부추긴다. 결혼 준비 과정에서 한 꺼번에 수 백만 원 이상을 결제해야 하는 일이 대부분임에도 불구, 카드 결제와 현금영수증 발행을 꺼린다.

업체들의 ‘갑질’에도 예비 신랑·신부들은 싫은 내색을 하기 어렵다.

다음달 중순 결혼을 앞둔 예비 신부 윤영현(27)씨는 “업체가 부당한 계약 조건을 제시해도 그대로 따라가지 않으면 왠지 내 예식을 건성건성 진행할 것 같아 불안하다”며 “특히 예식장과 드레스샵에서 요구하는 사항에 딴지를 걸면, 인기가 없는 웨딩상품을 추천하거나 선택지가 줄어들 것 같아 웬만하면 업체의 말에 따르게 된다”고 말했다.



◇비용은 낮추고 만족은 높이는 ‘착한 결혼식’= 최근 실속과 개성을 우선시하는 청년층이 늘면서 예식 풍경도 변화하고 있다. 간소하면서도 색다른 결혼식을 추구하는 예비 부부들을 중심으로 ‘스몰웨딩’·‘셀프웨딩’·‘하우스웨딩’ 등 새로운 결혼 문화가 유행하는 추세다. 주로 작은 카페, 레스토랑, 야외, 공공기관 등에서 가족·친척 및 지인 등 최소한의 하객만 초대해 진행하는 식이다.

신부는 스스로 본식 메이크업을 한다. 대기실에 앉아 있지 않고 신랑·부모님과 함께 하객을 맞이한 뒤 친정 아버지 대신 신랑과 나란히 입장한다. 신부 복장도 기존의 틀을 깬다. 저렴한 중고 드레스나 무릎 기장의 미니 원피스, 하이힐 웨딩슈즈 대신 운동화·단화를 신는 등 톡톡 튀는 차림새로 입장한다. 결혼식은 주례 없이 간단히 하고 스튜디오 촬영도 생략한다. 웨딩 사진은 부부만의 특별한 추억이 담긴 장소나 신혼 여행지에서 셀프로 촬영한다.

결혼 문화가 바뀌면서 행정기관은 허례허식과 결혼 비용의 거품을 걷어낸 ‘작은 결혼식’을 장려하고 있다. 대구시는 테마별 야외 예식장소와 작은 결혼식 협력 업체를 안내하고 공공시설 예식장을 개방한다. 북구 금호강 하중도, 동구 옻골마을, 달서구 이곡장미공원·월광수변공원, 달성군 100년타워 등 대구지역 18곳의 작은 결혼식장을 무료 혹은 저렴한 가격에 이용할 수 있다.

대구의 사회적기업들은 웨딩 특화 브랜드 ‘파뿌리 웨딩’을 공동 론칭했다. 파뿌리 웨딩의 테마는 신랑·신부가 원하는 대로 기획·진행하는 ‘맞춤형 웨딩’이다. 파뿌리 웨딩은 △신랑·신부 두 사람만을 위한 콘셉트 기획 △일정·예산·예약 등 예식 절차 추천 △새 가정 형성 과정에서 일어나는 갈등 조정 및 심리 멘토 역할 등을 수행한다.

현재까지 파뿌리 웨딩으로 4쌍의 부부가 웨딩마치를 올렸다. 파뿌리 웨딩 관계자는 “합리적인 비용으로 ‘신랑·신부가 주인이 되는 결혼’을 진행한다는 점에서 무조건 결혼 비용을 줄이는 방식과는 차이가 있다”며 “허례허식이 많은 기존의 웨딩시스템에서 탈피해 대안적 결혼 문화를 제시한다는 사회적 의미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돈 잔치 부추기는 사회 = 우리나라에선 결혼이 개인간 결합이기에 앞서 서로 다른 집안의 결합이라는 인식이 지배적이어서 현실적으로 착한 결혼식은 쉽지 않다. 우선 예비 부부끼리 의견이 일치해야 하는 데다 양가 부모의 뜻도 같아야 한다. 또 웨딩플래너 등 업체의 도움 없이 직접 결혼식 준비를 하게 되면 시간 여유가 부족하거나 때로는 비용이 더 들기도 한다.

지난해 육아정책연구소가 발표한 ‘육아문화 개선방안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기혼여성 1천173명을 대상으로 ‘작은 결혼’에 대한 인식을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67%가 ‘가능하면 작은 결혼을 하고 싶었다’고 답했다. 하지만 이들 중 작은 결혼에 성공한 사례는 50.8%(596명)에 그친 것으로 분석됐다. 49.1%(557명)는 ‘작은 결혼과 거리가 있었다’고 응답했는데, 이 가운데 22.9%가 ‘가족의 반대’를 이유로 꼽았다. 또 ‘남들 하는 대로 해야 할 것 같아서’(19.1%), ‘그동안 뿌린 축의금 생각에’(16.6%), ‘지금의 일반결혼식이 결혼이란 의미와 부합한다고 생각해서’(16.1%), ‘대안적인 아이디어가 없어서’(15.3%) 등이 뒤따랐다.

강나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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