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은 지방과 시민에게 있다’는 가장 분권적인 체제
‘권력은 지방과 시민에게 있다’는 가장 분권적인 체제
  • 김종현
  • 승인 2017.09.18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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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분권 공화국시대를 연다 <10> 스위스지방분권
연방, 헌법에 의해 배정된 사무만 처리
지자체와 권한 배분엔 ‘보충성의 원칙’
세금·도로 건설 등 주민 총회서 결정
기업 ‘낮은 세율· 양질 서비스’로 몰려
“스위스 미러클 이끈 지방분권 본받자”
안성호 대전대 교수 인터뷰
휴일 확대·세금 삭감 시민투표로 거부
세금 약 70% 지자체 수준서 과세·지출
스위스시르나흐총회2
스위스 시르나흐 게마인데(코뮌)의 주민총회 모습. 경상북도지방분권협의회의 방문을 환영하는 태극기가 보인다.

자신이 살고 있는 마을의 세율을 직접 정하고, 중요한 국사와 지방적 사안을 시민이 직접 발의하고 결정한다. 유럽에 이런 진정한 지방분권과 직접민주제를 실현하고 있는 국가가 있다. 바로 은행과 시계로 유명한 스위스이다. 직접민주제와 지방분권은 서로 긴밀히 연관되어 있다. 세계에서 가장 지방분권적인 정치체제를 가진 스위스가 가장 심화된 직접민주제를 실현하고 있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스위스는 이른바 ‘스위스 미러클’이라 불리며 유럽에서 기라성 같은 글로벌 기업과 경쟁력을 갖춘 기업들이 즐비하다. 2014년 국가브랜드 1위, 2015년 국가경쟁력 1위, 행복도 1위, 인구대비 최대 노벨상 수상국 등 정치적·경제적으로 안정돼 있으며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선진국가로 인정받고 있다.

스위스 연방헌법에 따르면, 스위스는 연방, 캔톤, 게마인데(코뮌)으로 구성된다. 연방은 중앙정부, 캔톤은 주(광역시·도), 게마인데는 우리의 기초지방자치단체로 볼 수 있다. 연방정부는 외교와 국방, 관세 등을 담당한다. 산업, 교육과 조세는 연방과 캔톤이 공유하고 집행권을 캔톤이 가지고 있다. 기초자치단체에 해당하는 게마인데(코뮌)는 캔톤이 정하는 법규 안에서 자치권, 입법권, 조세권을 위임 받아 실질적인 캔톤의 행정사무를 처리한다. 게마인데가 처리할 수 없는 사무는 캔톤이 맡고, 캔톤에서도 할 수 없는 사무를 연방정부가 맡아서 처리하게 된다. 권력의 무게중심이 ‘아래’에 있는 것이다.

지방분권운동 대구경북본부 이원진 사무국장은 “스위스는 헌법을 통해 주민자치권과 지방분권을 보장하고 있다. 스위스 연방헌법 제42조는 연방은 연방헌법에 의해 배정된 사무만을 처리할 수 있도록 제한한다. 반면에 캔톤은 연방헌법에 의해 제한되지 않는 한 주권적이며, 연방에 양도되지 않은 모든 권한을 행사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 한마디로 연방과 캔톤 간의 권한 배분에서 보충성의 원칙이 철저히 지켜지도록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2015년 지방분권운동대구경북본부는 스위스의 지방분권을 몸소 느끼기 위해 직접 스위스를 찾아갔다. 시르나흐 게마인데의 주민총회를 직접 참관하며 직접민주제의 현장을 체험하고 게마인데 시의회 관계자들을 만났다. 게마인데 주민총회는 주민들의 의사결정을 보장하는 방법 중 하나이다. 스위스의 약 2천300여개의 게마인데는 대부분이 주민총회를 열어 지역 내 의사결정을 스스로 해결한다. 외국인들이 스위스 시민이자 국민이 되기 위해서는 주민총회에 참석해야 한다. 주민총회에서 주민들의 투표를 통해 새 주민을 받아 들일지 말지 찬반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세금이나, 도로 건설, 공공서비스 제공 등 다양한 지역의 사안을 결정하고, 지역의 살림살이에 대해 현장에서 토론하고 의견을 공유하는 자리로 쓰인다. 지역의 중요한 정책을 직접 참여하기엔 제한이 많은 우리와는 사뭇 다르다.

시르나흐 게마인데 주민총회의 평균적인 참석자는 전체 유권자의 3%로 생각보다 저조한 편이다. 하지만 97%의 나머지 불참자들은 자기 스스로의 권리를 행사하지 않은 것이기 때문에 주민총회에서 결정한 사안들을 받아들인다.

스위스의 이러한 직접민주제와 지방분권 시스템은 지역의 현안을 보다 정확하게 파악하고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해 효율적인 행정 사무를 가능하게한다. 이는 곧바로 경제적, 정치적 번영으로 직결되고 있다. 우리의 광역지자체에 해당하는 캔톤이 직접 세율을 조정해 과세권을 행사한다. 기업들은 낮은 세금으로 양질의 공공서비스를 제공하는 캔톤과 게마인데를 찾아 모여들게 된다. 자연스레 경제적 번영의 토대를 마련하게 된다. 효율적인 사무는 물론 각 지역의 특색을 살릴 수 있는 시스템인 것이다. 우리나라 보수정당에서 법인세를 낮춰야 외국기업이 들어온다고 주장하는 것과 일맥상통한다. 법인세를 자치단체가 스스로 결정해서 내리면 기업을 유치하기가 쉽다는 말이다.

이원진 사무국장은 “우리나라에 지방분권이 실질적으로 실현되기 위해서는 지역자치가 활성화되고 주민자치가 강화돼야 한다. 지역의 일을 지역 주민이 스스로 결정하게 하고 의사결정에 참여할 수 있는 준직접민주주의가 자리매김해야 한다. 개헌을 통해 지방분권국가임을 선언하는 것은 물론 주민이 정책결정에 최대한으로 참여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안성호교수

스위스의 연방체제와 직접민주주의를 통한 지방분권은 국가경쟁력 1위, 국가브랜드 1위 등 이른바 ‘스위스 미러클’로 이끌었다. 문재인 정부의 자치분권전략회의 공동위원장이자 지방분권개헌국민행동 공동의장인 대전대 안성호 교수와 스위스 직접민주제와 지방분권 시스템을 살펴봤다.

- 스위스의 직접민주주의와 지방분권 시스템의 핵심은 무엇인지?

△직접민주제와 지방분권은 서로 긴밀히 연관돼 있다. 지방분권체제는 주민과 가장 가까운 작은 기초정부에 충분한 자치권을 부여하고 상위정부에게는 오직 기초정부를 보충하는 권한만 부여하는 보충성원칙을 정부 간 권한관계를 규정하는 원리로 삼는다. 정부 간 권한의 상향적 배분은 ‘나라의 무게 중심이 아래 있는’ 분권참여의 정부간관계(IGR)를 형성한다. 여기서 ‘아래’란 구체적으로 지방과 시민을 말한다. 작은 지역사회에서 일상생활과 직결된 정책의 편익과 비용을 비교적 소상히 알고 있는 시민은 시민투표에 붙여진 다양한 이슈에 대해 합리적 판단을 내리기 쉽다.

- 스위스는 주민자치권과 지방분권을 헌법에 어떻게 규정하고 있는지?

△스위스 연방헌법 제42조는 사무범위를 정확히 구분해서 연방과 캔톤 간의 권한을 배분하고 보충성원칙이 철저히 지켜지도록 헌법으로 보장하고 있다. 코뮌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코뮌자치가 캔톤법률이 정한 바에 따라 보장된다’는 제50조 규정이 있다. 코뮌의 자치권의 범위는 오직 캔톤법률에 의해 규정된다.

캔톤법률에 의해 코뮌의 자치권이 최대한 보장되는 것이다. 예컨대 주크 캔톤의 코뮌법 제2조는 ‘코뮌은 연방 또는 캔톤에게 배타적으로 배정된 사무 이외에 코뮌의 복지에 영향을 미치는 모든 사무를 처리한다’고 규정한다. 이는 연방헌법 제3조의 연방-캔톤 간 보충성원칙을 캔톤-코뮌 간에도 확대해 적용한 것이다.

- 스위스의 지방분권 시스템에서 우리가 본받을 점이 있다면?

△스위스의 연합제적 연방체제는 스위스 번영을 이끈 첫 번째 제도적 특징이다. 기업들이 막강한 자치권, 특히 과세권을 가지고 낮은 세금에 양질의 공공서비스를 제공하는 스위스 캔톤과 코뮌을 찾아 모여든 것은 자연스런 일이다.

시민주권원리에 입각한 스위스 준직접민주주의, 즉 대의제와 직접참정제가 적절히 결합된 민주주의는 스위스 번영의 두 번째 제도적 토대다. 스위스 준직접민주주의는 포퓰리즘에 영합하는 극단적 결정이 아니라 온건한 다수의 의사에 부합되는 결정을 초래했다. 예컨대, 휴일 확대, 근로시간 단축, 연금수령 나이의 인하, 세금 삭감, CEO임금 상한제를 요구하는 국민발안은 우려와 달리 국민투표에서 거부되었다. 스위스에서 노사갈등은 노동투쟁이 아니라 직접민주제를 통해 공적 토론을 거쳐 평화적으로 해결되었다. 스위스 캔톤과 코뮌은 한때 연방헌법 제정에 저항했고 스위스국립은행(SNB) 설립에도 반대했다. 이들은 지금도 막강한 자치권을 누리면서 연방당국이 임의로 자신들의 권한을 침해하는 것을 용인치 않는다. 연방정부는 헌법의 규정에 따라 균형예산을 유지해야 하며, 직접세 과세권을 국민투표에 회부해 국민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약 70%의 세금이 캔톤과 코뮌 수준에서 과세되고 지출된다. 이것이 스위스로 하여금 인기 없지만 꼭 필요한 결정을 내리게 만들었고, 혁신가 정신의 발휘와 국부창출에 유리한 환경을 조성했으며, 시민을 임파워먼트하고 만족하게 만든 비결이다.

안해준 기자 티엔티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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