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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서, 물난리 막으려 물길 돌려 ‘샛강’이 ‘신천’으로~

기사전송 2017-09-21, 21: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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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78년 대구판관>
◇신천 걷기 길 교량과 탐방 명소
가창~침산교 총 12㎞…수변공원·억새길 등 ‘대구환경 상징’
<1> 신천 걷기길
느리게 걷는 게 인간 본래의 모습
대구천, 용두골~반월당~자갈마당 흘러 달서천 합류
가창댐 완공 前 건들바위·반월당 인근 물바다 되기도
명품길·동네골목 등 50여개 ‘자랑’
그림- 임지인 화백
옛 신천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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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의 신천(도청교 근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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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기란

직립보행하면서 인간은 원숭이와 구별되기 시작했다. 네 발로 기어 다니던 원숭이가 두 발로 걷게 되자 두 손이 자유로워졌다. 인간은 자유로워진 두 손으로 도구를 사용하게 되었고, 도구의 사용이 두뇌 발달을 촉진했다. 수백만 년 동안 도구를 사용한 인간의 뇌는 용량이 더욱 커졌고, 용량이 커진 두뇌가 문명을 잉태했다. 문명이 시작된 후 수천 년이 지나 산업혁명이 시작되었고, 산업혁명으로 문명의 발달은 더욱 빨라져 이제 변화의 속도에 인간이 적응하지 못하는 현실이 되었다. 결국, 현재 우리가 누리고 있는 문명과 그 편리함은 걷기에서 비롯되었다고 해도 과장이 아니다.

인간의 신체발달과 문명발달에 걷기가 이토록 중요한 의미를 갖기에 걷기의 중요성은 너무나 자주 강조되었다. 그러나 걷기는 많은 장점에도 불구하고 자전거, 기차, 자동차 등의 발달로 무시되었고, 길은 보다 빠른 이동을 위해 아스팔트나 콘크리트로 포장되었다. 자연환경을 파괴하는 무분별한 개발과 걷기를 경시하는 인간의 생활방식은 결국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느리게 그리고 자연과 가깝게 살아가는 것이 인간의 본래 모습이고, 걷기를 생활화 할 때 우리 삶은 더욱 건강하고 풍요로워진다는 믿음에서 ‘대구의 걷기길’ 연재를 시작한다. 연재는 대구의 걷기길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면서 걷기를 더욱 재미있게 만드는 주변에 얽힌 이야기와 걷기 일반에 대한 정보를 곁들일 것이다.



◇대구의 걷기길

2007년 제주올레길이 조성되어 국민의 사랑을 받게 되었다. 올레길 덕택에 제주도는 관광 제주의 명성을 계속해서 누리게 되었고, 전국에서 찾아오는 도보여행자로 많은 관광수입을 얻었다. 이러한 제주올레길 사업의 성공은 다른 지방자치단체(지자체)에도 영향을 주었고, 2010년대가 되면 전국 243개(광역 17개, 기초 226개) 지자체가 걷기길 조성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한다. 때마침 걷기가 건강을 지키는데 최고라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전국적으로 걷기 열풍이 몰아쳤다. 이러한 전국적인 걷기 열풍에 힘입어 지난 10년 동안 전국의 모든 지자체가 경쟁적으로 걷기길을 조성하였고 다행스럽게도 현재 전국에는 1,000여개의 걷기길이 만들어졌다. 섬 둘레 길을 포함하면 걷기길의 숫자는 더욱 많을 것이다. 그러나 경쟁적이고 무분별한 걷기길 조성 과정에서 여러 가지 문제점도 드러났다. 기존의 등산길이나 옛날부터 있던 길을 개.보수하여 명품 걷기길을 만들기도 했지만 안전하지 못한 길, 효율적으로 운영이 되지 않는 길, 지속적인 관리가 되지 않는 길이 만들어져 탐방객이 외면했고, 방치된 길에는 잡초만 무성하게 자라고 있다. 대구시와 8개 구·군은 방치된 다른 지자체의 걷기길 조성 사례를 반면교사로 보다 안전하고 스토리가 넘치는 멋진 걷기길을 만들어가야 할 것이다. 또한 걷기길 조성 후에도 철저한 관리와 효율적인 운영으로 명품 걷기길이 되도록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대구에는 자랑해도 좋은 명품 걷기길이 10여개, 자랑할 수는 없지만 그런대로 괜찮은 걷기길이 10여개, 동네 골목이나 소공원에 만들어진 3km 이하의 소형 걷기길이 20여개, 모두 합해서 50여개의 걷기길이 있다. 도시재생사업, 골목길 상권 부활운동, 지방자치와 분권운동, 마을 공동체 만들기 등 거창한 사업이나 운동도 우리가 살아가는 지역의 걷기에서 시작하여 대구 사랑하는 마음이 생겨날 때 비로소 성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멋진 걷기길을 걸으며 공동체 정신을 기르고 대구의 아름다움이나 이야기에 빠져보자.


◇신천

대구의 대표적인 걷기길에는 신천을 따라 조성된 ‘신천 걷기길’이 있다. 신천은 대구시 달성군 가창면 비슬산에서 발원하여, 가창댐 아래의 용계교에서 대천과 합류하고, 대구의 남쪽에서 북쪽으로 흘러, 북구 침산동에서 금호강에 합류하는 27km 정도의 하천이다. 신천 양쪽에는 걷기길과 자전거길, 각종 체육시설이 갖춰져 있고, 동.서변에는 신천대로와 신천동로가 있어 대구시의 중요한 교통시설이 되기도 한다. ‘신천 걷기길’은 가창교에서 침산교까지 총 12km 정도의 도심하천을 따라 걷는 길이고 250만 대구시민이 매일 마주치는 생활공간이기도 하다.

신천을 따라 볼거리도 다양하다. 파동 용두골의 구석기시대 암음(바위그늘)유적, 파동 장암교 주변의 수달서식지, 우방정화 팔래스 아파트의 고인돌 유적, 상동교 근처의 이서공원, 수성교 주변의 김광석거리, 동신교 주변의 공룡발자국, 금호강 합수지점의 연암공원, 낙조가 아름다운 침산공원 등이 신천 걷기길에서 누리는 안복(眼福)과 호사(好事)이다.

대구시는 올해부터 2025년까지 1600억 이상을 투자하여 신천주변 재정비 계획을 수립하여 추진하고 있다. 낙동강 물을 끌어와 신천에 안정적인 수량을 공급하고, 수변생태공원 조성, 칠성 별빛광장 조성, 어도확보, 신천녹도 조성, 억새길 조성 등이 계획대로 이루어진다면 신천은 대구 문화를 주도하는 명소가 될 것이고, 대구를 상징하는 환경 마루지(랜드마크)가 될 것이다.




◇신천에 얽힌 이야기

신천은 새롭게 만든 하천이 아니라 사이의 하천(샛강)이란 설이 유력하다. 신천은 대구의 중심부(대구읍성)를 흐르는 대구천과 금호강 사이를 흐르는 하천이기에 샛강이라 불렀고, 샛강이 한자지명으로 바뀌면서 간천(間川)이 아니라 신천(新川)이 되었다. 현재 신천이 만들어지기 전의 고지도에도 대구읍성으로 흐르는 대구천이 있고, 대구부와 수성현 사이에 신천의 물길이 따로 있으니 신천은 새로 만든 하천이 아니라, 사이에 있는 하천이라 주장하는 것이다. 대구천은 원래 용두골~ 효성타운(봉덕시장)~ 수도산(건들바위)~ 반월당~ 동산~ 달성공원 앞으로 흘러 자갈마당 근처에서 달서천과 합류하여 금호강으로 흘렀다. 대구의 중심부로 흐르던 대구천 주변은 홍수기에 항상 물난리를 겪었는데, 1778년 대구판관 이서(1732~1794)가 제방을 쌓아 물길을 돌렸다는 기록이 있다. 이서는 현재 효성타운과 봉덕시장 근처에 제방을 쌓아 물난리를 겪던 백성들의 어려움을 해결하였고, 비로소 신천이 현재의 물길로 만들어졌다. 판관 이서의 공적을 기리기 위해 상동교 근처에 이서공원이 조성되어 있고 이공제비(李公堤碑)와 군수이후범선영세불망비가 있다. 이공제란 중국 송나라 시절 소동파가 항주 자사로 있으면서 축조한 제방을 소공제(蘇公堤) 혹은 소제(蘇堤)라 부른데서 유래한다. 이범선불망비는 1898년 대홍수로 터진 제방을 다시 쌓은 군수 이범선의 공덕비이다. 1959년 가창댐이 완공되기 전까지 비가 오면 신천의 제방이 허물어져 방천시장이나 건들바위 주변, 반월당 등지가 흥건한 물바다가 되기도 했다. 이서공원은 판관 이서와 군수 이범선의 치수 공덕을 기리는 곳이기에 신천 걷기 길에서 반드시 확인해야할 유적이 된다.

파동의 용두골에는 구석기 유적인 바위그늘(암음)이 있다. 암음은 달서구 월성동 유적지에서 발견된 흑요석과 함께 대구의 대표적인 구석기 유적이다. 파동 암음과 월성동 유적지가 발견되어 대구에도 2만 년 전인 구석기시대부터 사람이 살았음을 알 수 있다.

파동 장암교 주변에는 1급수에만 살아가는 생태 희귀종인 수달이 살고 있다. 신천과 금호강 주변에 15마리의 수달이 서식하는 것으로 확인되었는데 수달은 2~3급수인 물에서는 살지 못한다. 수달이 신천 전역에 살 수 있도록 주변 정비를 새롭게 해야 하고, 먹잇감을 보호하기 위해 심심풀이로 낚시하는 행위도 삼가야 하고, 수질 향상이나 로드킬을 방지하는 여러 조치도 있어야 한다. 도심 하천에 수달이 살아가는 곳은 전국적으로 신천이 유일할 것이다.

대구에는 전북 고창의 고인돌 유적지보다 많은 약 3000기 정도의 고인돌 유적이 있었으나 근.현대화 개발과정에서 모두 훼손되었다. 우방 정화 팔래스 아파트에는 청동기 유적인 고인돌이 복원 전시되어 있다. 고인돌의 숫자로 미루어보면 대구지역에는 청동기시대부터 많은 부족과 사람이 살았음을 알 수 있다.

대봉교와 수성교 사이에 조성된 ‘김광석 다시 그리기 길’ 또한 전국적으로 유명한 길이다. 가수 김광석이 어린 시절에 잠시 살았던 방천시장 골목에 조성된 김광석 길은 2010년 ‘방천시장 문전성시 사업’으로 조성되어 지금은 연 100만 명 이상의 관광객이 몰리는 명소로 탈바꿈했다. ‘이등병의 편지’나 ‘서른 즈음에’가 흘러나오는 음악을 들으며 김광석 길을 걸으면 옛 추억에 빠져들기도 하고, 아련한 첫사랑의 기억이 다시 살아날 것이다.

동신교 주변에는 대규모 공룡발자국 흔적이 있다. 공룡발자국 화석은 공룡이 살던 시기에 대구가 커다란 호수였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대구의 대표적인 공룡발자국 발견지역은 수성구 욱수골, 남구 고산골, 동구 신서동 혁신도시 주변 등인데 철저한 보존과 관광자원 활용 계획을 세워야 할 것이다.

신천은 침산교 주변에서 금호강과 만나는데, 합수지점인 북구 산격동의 연암산(수도산)에는 연암공원이 있다. 연암산은 바위가 제비를 닮아서 혹은 제비가 많이 서식하여 생겨난 지명인데, 공원 주변에서 신석기시대 유적이 다수 발견되었다. 연암산에는 상수도 취수장이 있어서 수도산이라 부르기도 한다. 서침(徐沈·생몰년 미상)은 조선 초기 달성(현 달성공원 지역)에 경상도 지역의 군사 요새를 쌓을 때 달성 서씨의 근거지인 달성을 무상으로 내놓았다. 서침은 달성을 무상으로 제공하고 조정에 건의하여 대구지역 백성들의 세금을 탕감시켜 주었다. 그는 생전에는 백성의 칭송을 받았고, 사후에는 구암서원에 배향되었다. 구암서원은 중구 동산동에 있었으나 지금은 연암공원 현 위치로 옮겼다. 지금도 달성공원에는 서침의 공덕을 기리기 위해 심은 ‘서침나무’가 자라고 있다. 대구 판관으로 신천을 치수한 이서, 달성을 무상으로 주고 백성의 세금을 탕감시킨 서침(徐沈), 국채보상운동을 전개한 서상돈(徐相敦, 1850~1913) 등이 대구가 자랑할 만한 역사인물이다. 구암서원을 방문하여 서침의 이웃사랑 정신을 배우는 것도 대구 공동체 만들기 운동에 도움이 될 것이다.

신천이 금호강과 만나는 지점에 자리 잡은 침산은 수구막이산, 와우산, 독산, 오봉산이라 부르기도 한다. 일대에서 신석기, 청동기시대 주거지 유적이 발굴되어 침산을 대구문화의 발상지라 부르기도 한다. 합수지점인 백사벌에는 고운 모래가 펼쳐져 있었고 물이 맑아 빨래하는 아낙이 많았다고 한다. 더구나 침산 주변에는 빨래하기에 적합한 넓적한 돌이 많았다. 그래서 침산을 한자로 표기하면 빨래판 산(砧山)이 된다. 침산에서 서남쪽인 서구 와룡산으로 지는 저녁노을이 장엄하여 서거정은 침산만조(砧山晩照)를 대구십경 중의 하나로 꼽았다. 침산공원에는 낙조를 감상하기 좋은 침산정이 있으며, 둘레에는 3km 정도의 걷기길이 조성되어 있다. 침산은 친일파인 박중양과도 관련이 있다. 박중양은 이등박문의 양자라 자처하며 대구군수시절 대구읍성을 허물었고, 일본 상인들이 대구읍성의 상권을 장악하는데 앞장섰으며, 내선일체를 신념으로 살다간 친일 앞잡이였다. 만년에 침산 주변에 거주하며 지팡이를 짚고 다녔기에 ‘박작대기’라는 별명이 붙었다. 박작대기는 침산동 땅의 절반 이상을 소유했고 침산 명당에 부모의 묘와 일소대를 조성했다. 해방 후 오랜 세월이 흘러 박중양의 친일행각을 밝혀 소유지는 국가에서 모두 환수하였고, 침산에는 침산공원을 조성한 것이다.

신천 걷기길 주변의 역사적인 사실이나 얽힌 이야기 몇 가지를 열거하였다. 이런 이야기를 생각하며 걷는 길은 지루하지 않고, 대구를 이해하는데도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걷기는 신체건강뿐만 아니라 정신건강에도 엄청난 도움이 된다. 우리가 살아가는 대구의 걷기 길을 걸으며 건강도 챙기고 삶의 활력도 얻기 바란다.

칼럼리스트 bluesunkee@hanmail.net



◇김영현 프로필

▲칼럼리스트 ▲한국워킹협회 이사 ▲한국관광협회 자문위원 ▲대구시 지방분권협의회 위원 ▲능인중학교 교장(전) ▲저서 : 길에서 길을 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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