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 정서’ 등 비슷…재정이양 등 벤치마킹 해 볼만
‘동양 정서’ 등 비슷…재정이양 등 벤치마킹 해 볼만
  • 김종현
  • 승인 2017.09.21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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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분권공화국시대를 연다 <11> 일본의 지방분권
1946년 ‘일본국헌법’ 통해 시도
경제 성장 후 ‘분권요구’ 불 지펴
‘기관위임사무제’ 폐지로 자유
중앙·지방정부協 설치 ‘성과’
마을·사람·일자리 본부 발족
정부차원 지자체 살리기 추진
일본의회 본회의 모습.
일본신사
일본은 한국에 비해 역사적으로 지역적 특색이 강하게 작용해 왔다. 사진은 일본 신사의 모습.

한국과 일본의 중앙집권체제는 모두 근대국가의 완성과 경제발전이라는 명분하에 이뤄졌다고 할 수 있다. 두 나라 모두 중앙집권 체제하에서 관료의 정책적 지위가 확보됐고 정책 대부분이 관료들에 의해 수립된 것이다. 다만 일본의 경우 한국보다 약 50년 앞서 지방분권을 시도했고 분권 정책에서 한국과의 격차가 크게 벌어진 것은 사실이다. 때문에 한국보다 지방분권을 먼저 시도한 일본을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일본은 전통적으로 지방이 독립적인 경제활동을 하고 문화를 발달시켜온 나라이다. 7세기에 중국의 지방분권체제를 받아들이기도 했지만 역사적으로 지방분권이 우리나라보다 훨씬 발달해 있다고 할 수 있다.

오랜 기간 전국시대를 거치면서 사무라이 중심의 지방영주가 득세해 중앙보다 지방의 힘이 강해져 왔다. 19세기 이후 근대국가 메이지헌법이 발효되면서 중앙집권체제가 수립됐다.

제2차 세계대전에서 패배한 일본은 전쟁이 종료된 이듬해인 1946년 이른바 ‘평화헌법’이라 불리는 ‘일본국헌법’을 통해 현대적인 지방분권을 시도했다. 특히 2차 세계대전 당시 연합군 총사령부였던 미국에 의해 일본은 미국식 지방분권제도의 이식을 시도한 것이다.

당시 미국식 지방분권제도 이식을 위해 제안된 이론은 두 가지로 첫 번째는 중앙정부, 광역지방정부, 기초지방정부의 사무가 명확히 구분되었다는 점을 전제로, 기초지방정부인 시·정·촌은 고정자산세, 광역지방정부인 도·도·부·현(都道府)은 부가가치세, 중앙정부는 소득세가 주축이 돼야 한다는 안이었다.

두 번째 제안은 일본의 지방정부가 중앙정부의 하부행정기관이었음을 지적하면서 정부 간 기능 재편을 제안했다. 하지만 본격적인 논의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전쟁에서 패한 일본이 논의하기에는 환경적, 제도적으로 한계가 있었다.

본격적인 지방분권은 1980년대 들어서 행정개혁추진이란 이름으로 서서히 요구가 일기 시작했다. 1990년대 들어 냉전체제가 소련의 붕괴로 막을 내렸고 대내적으로는 일본의 경제가 크게 성장하면서 지방분권 요구가 급속도로 표출됐다.

국민들의 정치행정 개혁 요구, 복지국가 패러다임 변화, 노령화 사회에 대한 대책 마련 촉구가 분권에 불을 지폈다. 1995년 ‘지방분권추진법’과 1999년 ‘지방분권일괄법’이 제정됐다.

◇제1차 지방분권개혁

1995년 지방분권추진법에 따르면 국가와 지방의 관계는 대등·협력관계이다. 국가와 지방의 역할을 분담하고 지방세 재원의 충실한 확보와 지방분권추진위원회 설치가 핵심이었다. 지방분권추진위는 국가의 권한·재원을 지방에 위임하고 국가의 관여를 축소함으로 행정 시스템을 간소화·효율화하려는 목표를 정했다.

1999년 지방분권일괄법 제정을 통해 중앙정부에 대한 감시활동이 가능해졌고 행정구조 개편과 재원 확보방안의 토대가 마련되는 성과를 거두었다.

특히 가장 큰 성과로는 ‘기관위임사무제도’의 폐지를 들 수 있다. 기관위임사무라는 명목 때문에 지방의회는 조례 제정권을 행사할 수 없었다. 또 지방의회의 조사 및 감독권 역시 행사할 수 없기 때문에 지방자치에 역행하는 대표적 사례로 지적돼 왔다. 기관위임사무제도가 폐지되면서 지자체는 중앙정부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된 것이다.

◇제2차 지방분권개혁

1차 지방분권개혁을 통해 기관위임사무제도를 폐지한 일본은 2000년대 들어 지방재정구조를 개선하고자 ‘2차 지방분권개혁’을 실시했다. 현재 우리나라 지방분권단체들과 분권학자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재정의 이양없이는 지방분권이 실효를 거둘 수 없기 때문이다. 일본에서 중점적으로 다뤄진 내용은 국세와 지방세간 세원이양과 국고보조금 개혁, 지방교부세 개혁 등을 동시에 추진하는 것이었다. 또 중앙과 지방의 40:60 세출구조에 적합한 세수구조의 재정비였다. 이러한 3가지를 동시에 추진하는 즉 삼위일체개혁이 추진됐다.

삼위일체 개혁이라 불리는 제2차 지방분권개혁의 가장 큰 성과는 중앙과 지방 간 협의의 장이라 불리는 중앙·지방정부협의회를 설치했다는 점이다. 이를 통해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직접 협의하는 대화의 공식창구가 마련됐고 지방정부는 지방분권에 대한 의견을 공식적으로 중앙정부에 건의할 수 있게 됐다.

최근 김관용 경북지사가 제안한 제2 국무회의와 성격이 비슷한 것으로 보인다. 삼위일체 개혁(국고보조금, 지방세수입, 세수구조 정비)을 통해 △지방세입·세출 양면에서의 자율성 제고, △지방세 확충, 일반재원 비율 제고, 교부세 의존도 축소 △세출구조개혁을 통한 효율적이고 작은 정부 실현을 꾀했다.

하지만 삼위일체 개혁은 결과적으로 중앙정부의 재정부담을 지방정부에 전가하게 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또 폐지된 보조부담금이 지방의 자율과 책임성 강화라는 근본 취지에 크게 못 미치는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폐지된 보조부담금이 자치단체의 정책적 재량이나 선택의 여지가 적은 의무교육이나 지역복지 예산이 주류를 이룸으로써 비록 세원이 이양되더라도 지방의 재정적 자율성이나 재량성이 그 규모만큼 신장되기는 어려웠다는 것이다. 반면에 상대적으로 지역적 재량성이 큰 공공투자사업 관련 보조부담금은 당초의 방침과 달리 지방의 자주재원으로 전환되지 못하고 교부금이라는 이전재원의 행태로 대체됨으로써 재정분권을 통한 재정운영의 책임성과 효율성을 제고하고자 한 개혁 취지에 벗어났다는 평가이다.

하지만 2006년까지 3위일체 개혁을 통해 재정제도가 재구축 된 성과는 부인하기 어렵다.

◇제3차 지방분권개혁

2009년 주권전략회의를 발족하고 주권관련 3개 법률을 제출했다. 국가지방협의, 특별지방행정기관 폐지, 주권개혁대강 제정(조건부 보조금의 일관교부금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이들 법률이 뒷받침되면서 지역이 중앙에 대해 의존하고 배분을 기대하던 과거와 달리 자립과 창조의 시대로 나가는 계기가 됐다. 2014년 9월에는 마을·사람·일자리 창생본부가 만들어졌다. 일본 정부의 지자체살리기 컨트롤 타워역할을 하고 있다. 본부장은 아베총리가 맡고 부본부장은 지방창생담당상(장관급), 관방장관 등 2명이다. 위원으로 총무성, 국토교통성, 재무성, 후생노동성 등 부처장관들이 참여하고 있다. 범정부적으로 지자체 살리기 대책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2014년 11월 마을·사람·일자리 창생법이 참의원 통과후 공포됐다. 주요정책을 보면 재정부문에는 지방창생교부금 2천700억원(2조 8천300억원)을 지원하도록 했다. 인적역량 강화 부문에는 기초단체장 보좌역으로 도시의 인재를 파견한다. 중앙부처내에 지자체 상담인력을 양성하고 촌락에도 식견있는 전문가를 지원하며 기초단체가 외부 전문가의 컨설팅을 받도록 재정지원을 해준다.

지방이주 촉진에도 나서고 있다. 이주·교류 정보센터를 개설해 도쿄역 근처에 지방거주, 취직, 생활지원 상담소를 마련했다. 도시청년들을 지방에 보내 1~3년동안 월급을 주며 지역협력 진흥활동을 한다. 이 과정에서 60%정도가 현지에 정착한다고 한다. 도시권 대기업 사원을 지방으로 파견보내는 사업도 있고 외국 청년들을 외국어 강사 등으로 유치하는데 지난해 4천952명이 들어왔다.

한국, 중국, 일본은 정서적으로 비슷한 동양 3국이다. 앞서 살펴보았던 인재파견과 재정이양, 분권담당 부서 설치 등 일본의 분권제도를 적극적으로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김종현기자 oplm@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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