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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파소리 나는 호수같은 강변 걸으면 ‘삶의 방향’이…

기사전송 2017-09-28, 21:2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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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琴>
<湖>
<2> 금호강
포항서 달성까지 흐르는 300리 ‘대구의 젖줄’
생태계 복원 노력 붕어·잉어 돌아온 ‘3급수’
영남사림 한 자리 모여 詩 짓던 곳 ‘아양루’
하중도·달성습지 등 ‘생태계 보고’ 변신
화담지역 ‘휴 프로젝트’로 관광명소 기대
안심교서 와룡대교까지 28㎞ 걷기 적당
인문·지리학적 보존 가치 높은 ‘신 10경’
금호강 하중도
4
동촌 해맞이 다리
1
그림-임지인 화백
2
금호강변길(노곡교 주변)



낙동강이 영남의 젖줄이라면 금호강은 대구의 젖줄이다. 금호강은 경북 포항시 죽장면 상옥리 가사령에서 발원하여 영천, 경산, 대구 수성구, 동구, 북구를 지나 달서구에서 낙동강과 합류하는 길이 118km에 이르는 강이다. 강변에 갈대가 많이 자라 바람이 불면 비파소리(琴)가 났고, 물이 맑고 호수(湖水)처럼 잔잔하여 금호강(琴湖江)이라 부른다. 300리 금호강은 포항에서 발원하여 영천과 경산, 대구를 지나면서 자호천, 임고천, 고촌천, 신녕천, 북안천, 대창천, 청통천, 오목천, 율하천, 불로천, 동화천, 신천, 팔거천, 달서천 등과 합류하여 달서구 파호동 혹은 달성군 다사읍 죽곡리에서 1300리 낙동강에 유입된다.

금호강은 대구의 성장에 있어서 생명의 원천이었기에 대구의 젖줄이라 부르지만, 울산의 태화강과 함께 오염으로 유명한 강이었다. 1980년 포항제철의 용수공급을 위해 영천댐이 완공되면서 수량이 줄어들었고 수질은 더욱 악화되었다. 영천, 경산, 대구의 인구증가와 도시화 현상으로 오염이 가속화되었다. 생활하수와 축산농가의 오폐수가 흘러들어 악화될 대로 악화된 물이 서구 염색공단에서 오염된 달서천을 합류하면서 다시 한 번 더 나빠져 강창교(강창역)를 지나 낙동강으로 흘러든다. 정상적인 물의 흐름을 방해하여 오염을 가중시키는 200여개의 수중보와 동식물의 접근을 막는 콘크리트 제방도 큰 문제이고, 생태계를 교란시키는 외래 어종인 황소개구리, 뉴트리아, 베스, 블루길이나 외래 식물인 가시박, 돼지풀, 개망초 등도 큰 문제이다. 지자체장 선거철이 되면 대구시장 후보는 한 목소리로 금호강 시대를 외치며 친환경 개발 프로젝트를 쏟아낸다. 지난 20여 년 동안 지자체장이 바뀌면서 그리고 많은 사람들의 노력으로 금호강이 전국 오염하천 중 수질개선률 최고를 기록하였고 다행스럽게도 지금은 붕어, 잉어, 끄리가 돌아온 3급수 하천이 되었다. 이제는 금호강으로 흘러드는 지천들처럼 쉬리, 버들치, 갈겨니, 수달이 살아가는 1급수로 만들기 위해 그리고 대구의 젖줄이라는 금호강의 생태계 복원을 위해 관련 지자체와 주민들은 더욱 노력해야 할 것이다.



# 금호강변길 걷기

금호강 대구구간은 안심습지에서 디아크 문화관까지 41.4km이다. 대구시와 경산시의 경계가 되는 환성산 초례봉에서 흘러내린 계곡 물이 모여 맑은 샘과 같은 숙천(淑川)이 되고, 숙천과 경산시의 오목천과 남천이 흘러내리는 지점에 형성된 연꽃단지가 안심습지이고, 여기에서 금호강 대구구간이 시작된다. 대구구간은 숙천 합류 지점에서 시작하여 안심교(반야월역)~율하 체육공원~안심 체육공원~팔현 마을~망우공원~동촌유원지(동촌역)~아양교~ 공항교~금호1.2교~산격대교~서변대교~조야교~노곡교~팔달교~ 매천대교~ 금호대교~와룡대교~해랑교~세천교~강창교(강창역)~디아크 문화관까지이다. 디아크 문화관은 강과 물 관련 정보를 전시하고 있는 복합문화공간으로 건물조형미와 야간조명이 아름답다. 계명대 성서캠퍼스 뒷산의 궁산을 돌아 디아크 문화관에서 낙동강과 합류하는 금호강은 중간 중간에서 숙천, 오목천, 남천, 율하천. 불로천, 동화천, 신천, 팔거천, 달서천, 이언천 등이 유입된다.

금호강의 대구구간은 100리가 넘지만(41km) 걷기에 적당한 길은 안심교에서 와룡대교까지 28km 정도이다. 70리 금호강변 걷기길은 멀리 팔공산 자락을 조망할 수 있고, 사람 살아가는 모습을 생동감 있게 살필 수 있으며, 대형 조형물이나 역사 유적 등 볼거리도 많다. 하지만 금호강변길은 신천걷기길처럼 햇볕을 피할 수 없는 길이니 해거름이나 밤에 걷기를 권한다. 도시의 강변길은 대체로 낮보다 야경이 더욱 멋지고, 비오는 날의 경치는 더욱 멋지다. 대구시는 금호강변길을 조성하며 경치가 좋은 곳이나 인문, 지리학적으로 보존가치가 있는 장소를 중심으로 ‘금호강 신 10경’을 선정했다. 1경-팔현습지, 2경-동촌 해맞이 다리, 3경-아양루, 4경-압로정, 5경-화담, 6경-하중도, 7경-금호강교, 8경-와룡대교, 9경-궁산적벽.이락서당, 10경-달성습지가 그것이다. 금호강 대구구간의 교량간 거리, 합류하는 지천, 명소는 위 그림과 같다.



# 금호강변길 주변 이야기

화랑교 근처의 망우공원에서는 대구의 역사와 정신을 살펴야 한다. 망우당(忘憂堂)은 의병장 곽재우의 호이다. 망우공원에는 임진왜란 최초로 의병을 일으켜 뛰어난 무공을 세운 홍의장군 곽재우 동상이 있고, 일제강점기에 민족의식을 고취시키기 위해 서상일 등이 건립한 조양회관이 있고, 애국지사 공적비, 항일운동기념탑, 충의단 등이 있다. 조금만 돌아보면 임란 의병과 일제강점기 독립지사의 항일정신을 기리기 위해 망우공원을 조성했다는 것을 금방 알 수 있다. 친일 앞잡이인 박중양이 대구읍성을 허물면서 영남제일관(대구읍성 남문), 영영축성비, 대구부수성비도 모두 이전, 철거해 버렸다. 못난 후손들은 ‘모든 문화재는 원래의 모습으로 제자리에 있어야 한다’는 원칙을 무시하고 영남제일관을 원래 형태와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다시 세웠고, 영영축성비와 대구부수성비는 대구읍성 남문 밖 관덕정에 있던 것을 달성군청, 향교로 이전. 방치하였다가 망우공원으로 이전하였다. 동촌유원지와 연결된 망우공원 입구에는 ‘비 내리는 고모령’ 노래비도 있고, 자전거 경기장인 벨로드롬도 있고, 멀리 팔현 체육공원도 있다.

아양루(峨洋樓)는 아양교 남쪽 구릉에 세워진 누각인데 금호강의 아름다움과 팔공산의 자태가 조망되는 멋진 곳이다. 아양이란 거문고의 명인인 백아와 종자기의 고사(知音古事)와 관련이 있다. 아(峨)는 팔공산을 의미하고, 양(洋)은 금호강을 의미한다. 아양루는 예부터 영남사림이 아양음사(峨洋吟社)를 결성하여 시를 짓던 곳이었고, 지금도 유림단체인 담수회(淡水會)가 그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금호강에는 습지와 하중도(河中島)가 많다. 안심습지, 팔현습지, 달성습지(하중도)와 팔달교 근처의 하중도가 그것이다. 습지나 하중도에는 습지식물이 자라 오염된 강물을 걸러주는 필터 역할을 하기 때문에 습지를 강의 허파라 부른다. 습지는 어류의 산란장소가 되고 물고기가 많이 모이니 먹이를 찾아 왜가리나 백로가 날아온다. 하중도는 강 가운데 퇴적물이 쌓여 만들어진 섬이다. 팔달교 근처의 하중도는 금호강 오염의 주범이었으나 지금은 잘 정비되어 수달이 살아가고 가을이면 코스모스가 만발하여 시민들의 산책로가 되고 있다. 금호강이 낙동강에 유입되는 곳을 지나면 진천천과 대명천이 합류하여 달성습지(하중도)가 형성되어 있는데, 달성습지는 수많은 꽃과 억새, 갈대, 철새, 맹꽁이, 수달 등이 살아가는 생태계의 보고이다.

화담(花潭)은 불로천 유입지점을 지나 검단공단 지역 맞은편 즉 북구 동변동의 구릉 지역을 말한다. 하식애(河蝕崖)로 만들어진 벼랑 주변에 숨은 보석이라 할 만한 비경을 간직하고 있어서 이곳을 예부터 금호강 제1 비경이라 하였다. 벼랑에는 봄철에 진달래가 장관을 이루어 꽃밭소(花田潭)로 불렀고, 화전담이 현재의 지명인 화담으로 변했다. 북구청에서는 금호강 르네상스를 이루고자 2016년부터 화담지역과 동변동 일대의 개발 계획인 ‘화담 휴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대구시와 북구청의 계획대로 검단토성, 압로정, 세심정, 연경서원을 잇는 수변레저관광테마파크와 힐링공원이 조성되면 이 지역은 대구 제1의 관광명소가 될 것이다. 일찍이 서거정도 대구십경의 제1경을 금호범주(琴湖泛舟)라 했는데, 화담과 검단토성을 돌아 흐르는 금호강에서 뱃놀이하는 경치였을 것이다. 북구 동변동 가람산 입구에 옛 터가 남아있는 세심정 주변은 조선 유학이 번성했던 곳이다. 주변에는 연경서원, 광해군 태실, 서계서원, 환성정, 송계당, 천년의 느티나무, 신석기 유적지 등 볼거리가 즐비하다. 압로정(狎鷺亭)은 영남 제1의 정자라는 명성을 얻던 곳인데 건립자인 채응린의 후손이 중수했지만 아직 주변정비가 말끔히 되지 않아 아쉬움이 남는다. 대구시는 압로정을 문화재로 지정하여 주변을 새로 단장해야 할 것이다.

동촌 해맞이 다리는 폭 6m로 자전거도 건널 수 있는 다리이다. 동촌유원지에서 해맞이 다리를 건너면 지하철 동촌역이다. 해맞이 다리는 금호강의 경치를 멀리까지 조망할 수 있고 낙조가 아름다워 사진사들의 촬영지로 인기가 높다. 폐철교가 된 아양기찻길에는 카페와 다리박물관이 있고, 야경이 좋다. 금호대교는 대구지하철 3호선이 지나는 다리이고 3개의 주탑은 팔공산, 앞산, 비슬산을 상징하는 꽃 봉우리 모양이다. 조선시대에는 팔달교와 금호대교 사이에 영남대로의 교통요지인 팔달나루(八達津)가 있었다. 영남대로는 남쪽의 청도와 경계가 되는 팔조령을 넘어, 대구를 가로질러, 팔달나루를 건너, 칠곡으로 넘어가는 큰 길이었다. 의기투합한 친구나 사랑하는 사람을 이별하는 곳이 팔달나루였다. 진시황을 암살하기 위해 자객 형가(荊軻)는 소슬바람 불 때 비수를 품고 다시는 돌아오지 못할 역수(易水)를 건넌다. 삶의 모든 만남과 이별은 특별한 것이고, 특히 의인(義人)이나 정인(情人)과 이별하는 것은 비감한 것이다. 팔달 나루에서 이별하는 모습을 노원송객(櫓院送客)이라 하고, 서거정은 대구십경의 하나로 꼽았다. 와룡대교는 왜관에서 대구로 들어오면 만나는 야간조명이 화려한 다리이다. 와룡대교가 지나는 와룡산 자락 사수동(泗水洞)은 예부터 모래사장이 유명했고, 한강 정구가 이곳에 머물며 저술활동을 했다. 강창교는 강창나루에 세운 다리인데 강창(江倉)이란 조선시대 낙동강을 따라 배로 운반되던 미곡을 저장하는 창고가 있었기에 붙여진 이름이다.

계명대학교 성서캠퍼스를 감싸고 있는 산이 궁산(250.9m)이다. 강창교에서 서재까지 산세가 활을 닮아 궁산(弓山)이라 부른다. 궁산 서쪽에는 금호강이 흐르고 하식애로 만들어진 절벽이 있는데 퇴적암층이어서 일몰이면 붉은색을 띤다. 삼국지에서 조조와 손권.유비 연합군의 격전장이었던 적벽대전의 이름을 따서 적벽(赤壁)이라 부른다. 이락서당(伊洛書堂)은 궁산 절벽 즉, 강창교 옆에 있는데, 한강 정구(1543~1620)와 정구의 제자인 낙재 서사원(1550~1615)을 기리는 주변 마을 문중의 유생들이 세운 서당이다. 이천과 낙동강의 첫 글자를 따서 이락서당이라 부르고 지금도 유림들이 강학하고 있다. 이상으로 ‘금호강 신 10경’을 중심으로 주변에 얽힌 이야기를 살펴보았다.

인간의 정속 이동방법인 걷기는 피로나 스트레스를 줄여주고 자신의 삶을 돌아보는 성찰의 기회를 제공한다. 탈것을 이용하지 않고 정속으로 걷게 되면 자신이 현재 어디에 서 있으며 어느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혜안이 생긴다. 걷게 되면 이웃과 어울려 살아가는 삶의 지혜를 얻을 수 있고, 우리가 살아가는 마을에 무슨 문제가 있고, 우선적으로 개선해야 할 점은 무엇인지 알 수 있다. 걷게 되면 이웃에 대한 따뜻한 정이 생기고 공동체 정신이 함양된다. 추석연휴와 피로에 지친 주말에는 서늘한 강바람이 반겨주는 ‘금호강변길’ 걷기여행을 떠나보자.

칼럼리스트 bluesunke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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