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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3대 커피 명인…70여 년 커피생두 볶으며 맛 지켜

기사전송 2017-10-19, 21:3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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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규의 커피이야기
(28)카페, 란브르와‘세키구치 이치로’의 이야기 (1편)
란브르 지키고 있는 이치로 씨 보는게
일본 여행에서의 또 다른 즐거움 돼
“커피에 설탕 없이 단맛 낸다 주장…
반박하는 사람들과 험악한 분위기도”
戰後 언론과 인터뷰 중 에피소드 자랑
제대 후 영화 기자재 거래 일 시작
고객들에게 손수 만든 커피 대접
‘팬’ 제안에 1948년 긴자서 란브르 오픈
세키구치이치로씨의퇴근
오후 4시면 퇴근하는 세키구치 이치로씨.


오늘은 일본 커피업계의 살아있는 전설이자, 일본의 3대 커피명인 중의 한사람을 소개하면서 이야기를 시작하려고 한다. 그의 이름은 ‘세키구치 이치로’씨. 그는 1914년 생으로 올해로 102살을 넘었고, 아직도 총각으로 도쿄 긴자의 뒷골목에서 ‘카페 드 란브르’을 운영하고 있다. 세키구치 이치로 씨가 란브르를 1948년부터 시작했으니까, 그는 69년째 긴자를 떠나지 않고 커피장사를 하고 있다. 나는 십 수년 전부터 도쿄에 갈 때마다 그의 커피를 마시기 위해 란브르를 찾는 일이 의무처럼 되어버렸다. 그래서 그런지, 란브르를 들릴 때마다 가게를 지키는 세키구치 이치로 씨의 모습을 보는 만으로도 여행의 또 다른 즐거움이었다. 그런데, 몇 해 전부터 몸이 불편해진 이치로 씨는 오후 4시가 되면 퇴근을 했다. 혹시라도 독자들이 이글을 읽고 도쿄여행을 하면서 란브르에 간다면, 좀 일찍 서둘러야 할 것 같다.

세키구치 이치로 씨가 평생 동안 커피 일을 했기 때문에 그에 대한 에피소드는 셀 수없이 많다. 그래서 오늘은 그의 성향이 잘 드러나면서도 그가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무용담을 시작으로 그가 살아 온 커피인생의 단면을 엿보려고 한다. 이 이야기는 그리 오래되지 않은 전후(戰後) 일본에서의 일인데, 세키구치 이치로씨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커피에 얽힌 재미있는 이야기라고 자랑스럽게 말하는 에피소드 중의 하나다.



도쿄에서 어느 커피 애호가들의 모임이 가끔 있었다. 이날의 모임은 커피잡지를 발행하는 신문사의 모 기자가 주최한 것으로 커피를 좋아하는 아마추어들을 위해, 당시 저명한 정치풍자만화가인 이케베히토시(池部均)씨, 시인이자 작가로 기인의 반열에 오른 야노메 겐이치(矢野目 源一)씨, 그리고 도쿄대 불어과 교수를 비롯해서 추가로 강사 몇 명이 예정돼 있었다. 세키구치 이치로 씨는 모임을 주최한 기자로부터 드립커피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면 좋겠다는 제안을 받았다. 그가 모임장소인 르오 커피점에 가보니 약 20여명정도의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그런데 사전에 듣기에는 커피를 즐기는 아마추어들의 모임으로 알았는데, 도쿄에서 명성(名聲)이 나있는 커피점 주인의 얼굴들이 여기 저기 보였고, 모인 사람들을 아마추어라고 하기 보다는 대부분 커피 장사꾼들이었다. 세키구치 이치로 씨는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그곳에 온 커피점 주인들은 그가 오래전 아마추어로 커피를 연구할 때부터 가게를 운영하던 사람들이었고, 이들은 이미 나름대로 커피에 대해 일가견이 있다고 자부하는 전문가들이었다.

란브르의커피추출과바텐의딘골손님
란브르의 커피 추출과 바텐의 단골손님.


초빙 강사들의 이야기가 끝나고, 마지막으로 세키구치 이치로 씨의 차례가 돌아왔다. 그는 아마추어 커피 애호가들을 상대로 드립커피 이야기를 하려고 준비해 왔기 때문에, 자칭 커피 전문가라는 상인들을 상대로 이야기하려고 하니 난감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그는 먼저, “오늘 모임이 아마추어 커피 애호가들을 위한 모임으로 알고 아마추어를 상대로 이야기를 준비해 왔는데, 여기계신 분들은 대부분 커피를 업(業)으로 하시는 상인들이어서, 부처님 앞에서 설법을 하는 꼴이 되어 우습다고 생각이 됩니다만, 아무리 커피를 판매하는 상인이라도 커피에 대해 잘못된 인식을 가지고 계신 분들이 많기 때문에 오늘은 그것을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라고 말을 하고는 이야기를 이어갔다. “커피점 대부분은 미군에서 나온 커피를 사이폰으로 추출해서 고객에게 판매하고 있습니다만, 커피색이 너무 진하고 탁해서 맛이 강하고 시큼한 맛이 납니다. 사실, 미국은 ‘보스턴 차’사건 이후 홍차 대용으로 커피를 마시기 때문에 커피색은 진하지 않습니다. 또한 미국의 커피도매상들도 강하게 볶은 커피는 무게가 많이 줄어서 수익이 많이 나지 않기 때문에 그렇게 강하게 볶지 않습니다. 언젠가 도매상으로부터 입수한 커피를 먹어 봤을 때 맛이 있었던 적도 있었지만, 그 커피를 도매상으로 부터 계속 구할 수 없었습니다.”라고 말을 하고는 다음 이야기를 계속했다. “이제부터는 우리 스스로 커피를 볶지 않으면 뒤처질 것입니다. ... 중략 ... 마지막으로 말씀드린다면, 제가 볶은 커피는 설탕을 넣지 않아도 단맛이 살아있어 맛있게 마실 수 있습니다.”라고 말을 마치자, 관중석에서 한사람이 벌떡 일어났다. 그는 간다의 구세군 골목에서 ‘S’라는 커피점을 운영하는 점주였다. “지금까지 이야기는 참고가 되는 유익한 말이었지만, 커피에 설탕을 넣지 않고 단맛이 난다는 말은 들어 본적도 없고 납득할 수도 없습니다. 예로부터, 커피에 설탕과 밀크를 곁들여 내는 것이 정해져 있는데, 이제 와서 설탕 없이 커피를 마신다는 것은 승복할 수 없는 이야기 입니다. 거짓말도 적당히 하시기 바랍니다.”라고.



그날 커피 모임의 피날레는 자칫 싸움으로 번질 정도로 험악한 분위기가 되었고, 몇몇 상인들은 허둥지둥 돌아갔다. 당시에 커피는 설탕을 넣지 않으면 마실 수 없다고 교과서에 나올 정도로 정설이 되어 있어서, 그날의 강연은 너무나 파격적이고 그동안 알고 있는 상식을 깨뜨리는 도발적인 발언이었다. 게이오 의과대학의 유명한 교수가 동맥경화의 원인이 커피 속의 설탕이라고 발표할 정도로, 당시에는 커피를 마실 때 설탕은 필수품이었다. 그 시절을 생각해보면, 일본은 전후(戰後)시기여서 커피 상인들이 구할 수 있는 커피는 미군부대에서 흘러나온 커피가 대부분이었고, 유통기간이 많이 지난 산패된 커피였을 것이기 때문에 설탕을 사용할 수밖에 없었다. 이미, 란브르의 세키구치 이치로 씨는 당시 이런 커피의 문제점을 잘 알고 있어서, 오래전부터 커피생두를 구해서 직접 커피를 볶았다.

카페란브르입구
카페 란브르 입구.


자, 그러면 세키구치 이치로 씨가 어떻게 란브르를 시작했는지 알아보자. 1945년 전쟁이 끝나고 동부 군사령부 기술부대에 근무하던 그는, 제대를 하고 영화 기자재를 거래하는 일을 시작했다. 이치로 씨는 매일 그의 응접실에서 고객들에게 차 대신, 그가 손수 만든 커피를 접대했다. 시간이 흘러 그의 응접실은 상담이 없어도 그의 커피를 마시기 위해 선물을 가지고 방문하는 사람들이 북적거려서, 마치 살롱처럼 되어버렸다. 그러나 경제가 어려운 전후시절이어서, 갑작스럽게 거래하던 회사는 도산을 했고, 그가 다시 카메라의 조명기구인 스피드라이트(strobe)를 개발했으나 모든 일이 순탄치 않았다. 회사를 정리하면서 바쁘게 쫒기고 있을 무렵, 그의 살롱을 애용했던 커피 팬으로부터 제안이 들어왔다. “긴자에는 맛있는 커피 가게가 없기 때문에 당신이 오랜 세월동안 연구해서 만든 커피를 팔면 좋겠습니다.”라고 하면서 “손님은 걱정하지 마세요. 우리가 손님을 데려갈 겁니다.”라고 했다. 그는 이 제안을 받고 1948년 ‘서 긴자’의 골목 안쪽에서 커피점을 시작했다. 시작 당시의 일본 커피점 대부분은 미군들이 사용하는 원두커피를 구입해서 사이폰으로 추출했는데, 이 커피가 매우 인기 있었다. 당시, 긴자에서는 커피한잔이 90엔 이었다. 그런데, 란브르의 세키구치 이치로 씨는 커피 한잔을 100엔 받았다. 주변에서는 커피 값이 비싸서 얼마 안가서 문을 닫을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의 커피는 이미 오래전부터 맛있는 커피로 알려져 있어서, 긴자이외의 먼 곳에서도 그의 커피를 마시려고 왔기 때문에, 그의 가게는 항상 손님들로 북적거렸고, 그의 고객들은 “전후(戰後)가 되어, 다시 그의 커피를 만날 수 있어 기쁘다.”고 즐거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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