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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수 넘긴 반백의 그…고객 앞에 있는 자체가 성공 인생

기사전송 2017-11-02, 21:2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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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규의 커피이야기
(29)카페, 란브르와 ‘세키구치 이치로’의 이야기 (2편)
르오 커피점에서 강연 후 작은 변화
도쿄 다른 곳도 설탕 없는 커피 팔아
애호가들, 그의 이야기에 열렬히 환호
장사꾼 논리에 막혀 강연 중단되기도
세키구치이치로씨
세키구치 이치로 씨.


<프롤로그> 필자가 때늦게 몇 십 년이 지난 일본의 커피이야기를 계속하는 것은, 어쩌면 양적으로 성장을 하던 일본커피의 과거 모습이 우리의 커피업계 현실과 많이 닮았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커피를 배우고 공부하는 과정에서 일본의 커피역사를 우연히 접하게 되었다. 따라서 자연스럽게 일본 커피역사 속 인물들의 족적을 쫒아가면서 그들이 일본커피 발전을 위해 노력했던 사건들을 하나 둘씩 알게 되었다.

지금 우리가 처한 커피업계 현실이 일본의 경제성장기 시절과 어느 면에서 많은 유사성을 가지고 있기에, 이들의 궤적을 살펴보는 것이 커피 마니아들과 커피에 종사하는 사람들에게 하나의 교훈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또한, 커피공부를 하면서 우리의 커피역사의 기록이 많이 부족하다는 것을 느끼면서, 일본의 커피역사를 아는 것이 우리의 커피역사를 이해하고 지금의 우리 커피의 문제점을 깨닫는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보았다.

그래서 오래전부터 틈을 내어서 내어 수십 차례 일본 커피여행을 다녔다.

란브르의간판-2
카페 란브르 간판
#소비자는 무지하고 그 탐욕은 끝이 없다.

그러면, 이제 화제를 바꾸어 전(前) 주에 못다 한 세키구치 이치로 씨의 이야기를 계속해야겠다. 세키구치 이치로씨의 르오 커피점에서의 커피 강연은 어쩌면 당시 일본커피의 현주소를 말하는 하나의 사건이자 해프닝이었다. 그런데 재미있는 점은 이 행사 이후, 행사에 참석했던 사람들을 중심으로 도쿄 커피업계에 작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었다는 것이었다.

그 증거로, 세키구치 이치로 씨에게 거세게 항의했던 간다의 구세군 골목의 ‘S’ 커피점에서도 란브르처럼 설탕을 넣지 않은 커피를 판매하기 시작했다는 것을 란브르의 단골손님이 ‘S’ 커피점을 다녀와서 그에게 알려주었다. 그날, 거세게 항의를 했던 ‘S’ 커피점의 점주는 그날이후, 고객들에게 “우리의 커피는 설탕을 넣지 않아도 맛있게 마실 수 있기 때문에, 시도해보세요.”라고 설탕을 넣지 않고 마실 수 있는 커피를 만들어 판매하기 시작했다.

이런 내용을 전해들은 세키구치 이치로 씨는 ‘내 이야기를 묵과하지 않고 추후에 연구를 하고 납득했단 말인가?’라는 의문을 가졌지만, 어떻든 그 해프닝이 있고 난 이후부터 도쿄의 다른 커피점에서도 설탕을 넣지 않고 커피를 팔기 시작했다는 것은 당시 일본 커피업계의 상황에서 매우 고무적인 현상이었다.

르오 커피점 행사 이후에도, 세키구치 이치로 씨의 커피 이야기를 듣기 위해 그를 초청한 강연들은 계속 이어졌다. 그 강연들 중에 세키구치 이치로 씨가 특별히 기억하는 또 하나의 행사가 있었는데, 1993년도의 일이었다.

그날의 강연은 미국의 LOS ANGELES TIMES지에서 게재될 정도로 호평을 받았다. 그 행사는 JR 유라쿠쵸 역 스바루 거리에 음식점이 모여 있던 시절, 그곳에 메카(メッカ)라는 유명한 커피점이 있었는데 그곳에서 강연이 있었다.

참석인원은 20여명 남짓했지만, 세키구치 이치로 씨는 열과 성을 다해 그의 커피에 대한 이야기를 3시간 정도 진행했다.

그날의 강연도 커피 애호가들에게 열렬한 환호를 받았다. 그러자, 그날 참석한 사람 중에서 한 사람이 세키구치 이치로 씨에게 또 다른 강연을 제안했는데, 자신의 지역인 신주쿠지역 사람들에게도 같은 이야기를 해줄 수 있는지 물었고, 세키구치 이치로 씨는 흔쾌히 응했다. 그래서 그들은 보다 많은 사람들이 참석할 수 있도록 넓은 신주쿠 구청의 강당을 빌리기로 약속을 하고 강연 계획을 협의하는데, 그날 참석했던 커피업계의 터줏대감 중의 한 사람이 이 행사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세키구치 이치로 씨의 이야기는 정론(正論)으로 참 좋은 이야기이지만, 정론은 우리 장사와 양립할 수 없습니다. 손님이 커피에 대해 잘 몰라야 우리의 장사가 수월합니다. 만일 정론대로 장사를 해서, 우리의 장사가 적자가 되면 누가 도와줍니까?”라고 했다.

이 사람은 옛날부터 도쿄 주오구 신토미초(新富町)에서 유명한 요정을 하던 사람으로, 지금은 긴자에서 ‘W’라는 커피점을 운영하는 주인이었다. 그는 장사에 대한 지론이 분명했는데 ‘소비자는 무지하고 그 탐욕은 끝이 없다.’라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는 무지한 소비자를 상대로 돈을 벌 수 있을 때, 최대한 돈을 많이 버는 것이 장사의 요령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었다. 그는 자신의 커피를 좋은 말로 교묘하게 포장해서 소비자에게 판매만 잘하면 되기 때문에, 고객들이 커피에 대한 지식이 있으면 장사하기가 어렵다고 주장을 했다. 결국, 신주쿠에서의 강연행사는 이런 문제로 중단되었다.

란브르의커피잔-2


#란브르의 의미는?

나는 커피여행에서 란브르의 세키구치 이치로 씨를 만났다. 그리고 도쿄에 갈 때마다 그의 커피를 마시면서 세키구치 이치로 씨의 모습을 지켜보았다. 내가 유독 그를 주목한 것은 커피에 대한 철학이 일본의 여느 커피장인들과는 조금 다른 면이 있어서다. 그렇다고 그가 만드는 커피가 최고의 맛을 가진 커피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커피의 맛을 판단하는 것은 매우 주관적이기도 하지만 그의 커피를 알아가면서 어느 면에서는 일부 동의할 수 없는 면도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그가 만드는 커피가 지금의 일본에서 지존의 위치에 있다는 것을 부정할 생각은 없다.

나는 세키구치 이치로 씨를 만나보면서, 그가 자신의 인생을 걸고 커피연구를 하면서 살아 온 그의 모습에서 많은 것을 배웠다. 특히, 그의 가게 이름인 란브르에 그의 커피철학이 숨어 있음을 알았을 때는 더욱 감동적이었다. 바로, 그가 생각하는 커피가 그 짧은 상호 속에 모두 담겨있었다. 란브르의 정식 상호는 일본어 표기로는 ‘カフェ-ド-ランブル(카페 드 란브르)’다. 그런데 이 말은 프랑스어로 ‘Cafe De L’ Ambre‘ 다. ‘Ambre’는 보석의 일종인 호박(琥珀)을 말한다. 호박은 보석이기 때문에 보기 좋은 연한 브라운칼라를 지닌 투명한 물질인데, 세키구치 이치로 씨는 맛있는 커피가 되려면 보석인 호박처럼 투명하면서도 연한 브라운 색상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나도 오래전부터 그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의심하지 않고 그의 생각을 높이 살 수밖에 없었다.

이제까지 내가 만나 본 성공한 일본의 커피장인들은 거의 모두가 커피사업으로 돈을 많이 번 장사꾼들이 아니었다. 그 대표적인 인물이 바로 세키구치 이치로 씨로, 그가 지금도 란브르에서 백수를 넘긴 반백의 모습으로 의자에 앉아서 자신의 모습을 고객들에게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그는 성공한 인생을 살았다. 그래서 세키구치 이치로 씨가 걸어 온 길은 커피쟁이들에게는 선망의 대상이다. 그는 자신이 커피공부를 하면서 알게 된 것을 곧바로 현장에서 실행하고 알리면서, 일본커피의 잘못된 관행과 정면으로 부딪치며 일본의 커피를 선도했기에 그는 일본 커피업계의 진정한 프런티어였다. 그래서일까? 그는 일본 커피업계에서 이단아(異端兒) 취급을 받았지만, 아직도 살아있는 전설이 되어 일본커피역사에 한 획을 그어가고 있다. 그의 커피이야기는 지금도 진행형이기에, 나는 그의 커피만큼이나 진한 그의 커피인생이야기를 계속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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