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 땅 뚫고 ‘방긋’…가슴 설레게 만드는 봄의 전령사
언 땅 뚫고 ‘방긋’…가슴 설레게 만드는 봄의 전령사
  • 윤주민
  • 승인 2018.01.25 0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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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휘영의 야생화 편지 (6)복수초
‘행복·장수’ 가져다 주는 꽃
음력설 전후 피어나 ‘원일초’
설연화·얼음새꽃 등 이름 다양
‘영원한 사랑·슬픈 추억’ 꽃말
그리스 신화 속에서도 등장
유럽서는 붉은색·핑크색도
주로 뿌리에 유독성분 포함
직접 달여 마시는 일 없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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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의 전령사

새해 벽두부터 우리나라에서 가장 먼저 꽃소식을 알려주는 복수초의 개화 소식이 들려온다. 동해의 냉천공원에 1월 7일경에 개화를 했고 19일경에는 10여 개체 이상이 개화했다고 한다.

성급한 마음에 지인과 함께 인근의 삼성산에 오른다. 그러나 아직 이곳에는 꽃의 기척도 보이질 않는다. 예년 같으면 1월 20일경 한두 개체가 보이곤 하는데 세 번씩이나 헛걸음을 하고 와야 했다. 봄기운 실은 바람에 돋아난 파란 새싹만 보아도 좋은 이른 봄 아직 잔설이 남아있는 곳에서 형형색색의 꽃을 피워 더욱 우리를 설레게 하는 것이 봄꽃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먼저 봄을 알리는 꽃 중의 하나가 봄의 전령사 복수초(福壽草)이다. 복수초는 그 이름처럼 행복과 장수를 가져다주는 꽃이라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사실 이 이름은 일본에서 붙여진 것을 그대로 가져와서 쓰고 있으나 우리식으로 부른다면 수복강령을 가져다주는 의미에서 수복초(壽福草)라 불러야 마땅하다. 그렇게 부르는 까닭은 아마도 이 복수초가 피는 시기가 대략 음력설(元日) 전후가 된다. 하여 원일초(元日草) 또는 삭일초(朔日草)라고도 한다. 새해 첫날 피어나는 꽃이라 해서 복수초라 명명한 듯하다. 눈 속에 피는 연꽃과 같은 꽃이라 하여 설연화(雪蓮花), 눈새기꽃이라고도 하며, 언 땅을 뚫고 피어난다 하여 얼음새꽃이라고도 한다.

설국과 같이 눈이 많은 곳에 봄기운이 찾아들면 복수초는 스스로 발열하여 눈을 녹이고 피어난다. 일본에서는 대개 그러한 경우가 많다. 그러나 적설량이 그다지 많지 않고 건조하고 한랭한 우리의 기후에서는 사실 그러한 경우가 거의 없다. 간혹 복수초가 핀 후에 눈이 내려서 눈과 함께 피어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눈 속에 핀 꽃을 찾아 나선다. 눈을 뚫고 나오는 꽃이니 눈 속에 들어있는 꽃을 내보이고 싶어 할 것이다. 그래서 어디서 눈을 담아오거나 심지어는 아이스박스 같은 것에 빙설을 만들어 ‘눈 속에 핀 복수초’를 연출하는 진사들도 제법 눈에 띈다.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전달하면 좋으련만 그렇게까지 해서 좋은 사진을 만들고 싶은 모양이다. 남부지방 해안가에서는 빠른 것은 1월초부터 모습을 보이고 내륙으로 들어서면 2월 중순경부터 이곳저곳에서 복수초 개화 소식이 전해 온다. 너도바람꽃, 변산바람꽃, 노루귀, 만주바람꽃, 앉은부채 등과 함께 우리에게 가장 먼저 봄을 알린다. 복수초의 개화가 가장 빠르다고는 하나 대개 이러한 꽃들과 거의 비슷한 시기에 피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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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수초 탄생의 전설

복수초는 미나리아재비과 복수초속의 여러해살이풀로 학명은 Adonis amurensis Regel & Radde이다. 속명 아도니스(Adonis)는 복수초의 탄생화를 나타내는 그리스신화의 미소년 아도니스에서 온 것이고, 종소명 아무렌시스(amurensis)는 동부 시베리아의 아무르지방을 의미한다. 따라서 복수초의 영어명도 아무르 아도니스(Aamur adonis)라고 한다. 그리스 신화와 아이누의 전설을 담아 ‘영원한 사랑’, ‘사랑의 기억’, ‘슬픈 추억’ 등의 꽃말을 갖고 있다.

아도니스(Adonis)는 그리스신화 속에 나오는 미소년이다. 여신 아프로디테가 아들인 에로스(큐피트)의 실수로 사랑의 화살에 맞아 상처를 입게 된다. 사랑의 화살을 맞은 직후 미소년 아도니스를 만난 아프로디테가 그와 사랑에 빠져버렸다.

어느 날 사냥을 좋아하는 아도니스에게 다치는 일이 없도록 하라며 아프로디테는 “사자와 같은 맹수를 절대 사냥해서는 안 됩니다.”라고 당부하고는 백조가 이끄는 이륜마차를 타고 자신의 고향 키프로스 섬으로 날아갔다. 그러나 아도니스는 그 당부를 듣지 않고 사냥을 나갔다. 때마침 멧돼지 무리를 발견한 아도니스는 창을 힘껏 던졌다. 창을 맞은 멧돼지는 맹렬하게 아도니스에게 돌진했고 사타구니를 들이받아 그를 공중으로 내던져 버렸다.

아도니스는 비명을 지르며 땅바닥에 떨어져 이내 죽어 버렸다. 아도니스의 비명소리를 들은 아프로디테는 급히 이륜마차를 돌려 되돌아왔으나 그는 이미 피투성이가 된 채로 목숨을 잃은 뒤였다. 아프로디테는 끔찍이도 사랑했던 아도니스가 죽게 되자 슬퍼하며 눈물을 흘렸다. 사랑하는 아도니스를 잊지 않기 위해 아프로디테는 그가 흘린 피에 신들이 마시는 술인 넥타르(Nectar)를 뿌려 꽃으로 피어나게 하였다. 그곳에서 피어난 것이 피와 같이 붉은 복수초라고 한다. 동아시아에서 서식하는 복수초는 노란색이 일반적이지만 실제 유럽에서는 붉은 색, 핑크색, 청백색 등의 꽃이 핀다. 그래서 복수초의 학명에 아도니스(Adonis)가 붙어 있는 것이다.

사할린 섬과 일본 홋카이도에 사는 아이누의 전설도 있다. 옛날 아이누의 나라에 천상의 여신이 있었는데 그에게는 쿠노라는 아름다운 공주가 있었다. 공주가 성인이 되자 부왕신은 사위를 선택하는 일로 고심하게 되었다. 그런데 지상의 신을 살펴본 결과 우연히 지렁이 신이 어울리겠다고 생각하였다. 쿠노 공주도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 혼약이 성립하였다. 그러나 이 쿠노 공주는 못생긴 지렁이 신과 결혼하는 것이 정말 싫었고, 결혼식 도중에 홀연히 사라져버렸다. 어디에 갔을까 부왕신과 지렁이 신은 갖은 곳을 이리저리 찾아 다녔다. 그런데 무성한 풀숲의 꽃 속에서 울고 있는 쿠노 공주를 발견하였다.

화가 난 부왕신은 “너는 나의 뜻을 거역하고 하늘을 배신하여 천상과 지상을 시끄럽게 했다. 두 번 다시 천상의 구름 속 궁궐로 돌아갈 수 없을 것이다. 평생 지상의 풀이 되어 버려라.”라고 하며 벌을 내렸다. 결혼을 거절한 쿠노 공주를 손으로 내치고 발로 짓밟아 버린 것이다. 쿠노 공주는 그대로 차가운 땅 속에서 노란색 꽃을 피우는 복수초가 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지렁이 신은 공주가 못생긴 자신의 청혼을 거절했지만 그녀를 진정으로 사랑하였기에 꽃 주위의 눈을 치워 노란 복수초가 잘 피어나도록 도와주었다. 그래서인지 복수초는 ‘영원한 사랑’, ‘영원한 행복’이란 꽃말을 가진 애틋한 전설 속의 꽃이기도 하다.

#효과

복수초는 독성을 가진 독초이다. 강한 독성을 포함하고 있으므로 충분한 지식이 없이 채취·복용하는 것은 금물이다. 한방에서는 전초와 뿌리를 강심제, 이뇨재로서 이용하고 있다. 독성분은 치마린, 아도니토키신으로 주로 뿌리에 유독성분이 포함돼 있다. 약용을 목적으로 달여 마시다가 사망한 사례도 종종 있기 때문에 직접 달여 마시는 일은 없도록 해야 한다.

# 봄살이식물(spring ephemeral)

눈이 녹는 이른 봄에 일제히 꽃들이 앞을 다투어 핀다. 이들은 주로 낙엽수림의 바닥에서 자란다. 그리고 며칠사이에 꽃이 지고 잎이 나는데 봄이 끝날 무렵에는 잎도 지고 만다. 불과 2~3개월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광합성으로 얻은 영양분을 근경과 구근에 축적한다. 즉 나뭇잎이 돋아나기 전에 햇볕을 충분히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 이후는 땅속에서 영양분을 비축하면서 동면에 들어가게 된다. 이러한 식물을 스프링 이페메럴(spring ephemeral)이라 하는데 봄 한 철에만 산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굳이 우리말로 표현한다면 ‘봄살이식물’이다. 대개 풀꽃 종류의 식물들인데 복수초도 봄살이식물이다. 이러한 부류에 들어가는 것으로 바람꽃, 연령초, 얼레지, 처녀치마, 현호색 등 이른 봄에 피는 꽃은 대체로 이 부류에 들어간다.

이 꽃들은 식물의 몸체에 비해 큰 것이 특징인데 수분(受粉)의 매개체인 곤충의 눈에 띄기 쉽도록 하기 위함이다. 이른 봄 막 활동을 시작한 곤충을 유혹한다. 그래서 꽃이 크고 화려하다. 복수초와 얼레지의 경우 가장 먼저 활동을 하는 여왕벌이나 파리 같은 벌레가 매개충이다. 봄살이 풀꽃은 대개 벌레가 수분하는 충매화(蟲媒花)이다. 아름다운 숲속의 정원을 연출하는 곰배령, 금대봉, 청태산, 태백산 등지에서 우리가 아름다운 ‘천상의 화원’을 볼 수 있는 것도 이들 꽃이 봄살이식물이기 때문이다. 대개 4월 중순에서 5월 중순경에 연두빛 새순이 움트는 낙엽수림 아래로 가면 ‘천상의 화원’을 만날 수 있다.

칼럼니스트 hysong@y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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