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랩스틱 몸개그에 배꼽잡다 비정한 현실에 쓴웃음
슬랩스틱 몸개그에 배꼽잡다 비정한 현실에 쓴웃음
  • 윤주민
  • 승인 2018.02.01 0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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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상호 감독 신작 ‘염력’
초능력 다룬 판타지 코미디에
강제 철거 맞서는 상인 주제
권력층 사회고발 메시지 담아
‘서울역’ 주역 류승룡·심은경
부녀로 출연 명품 케미 뽐내
자연스러운 감동·웃음 호평
movie_imageC0UJMEIP
영화 ‘염력’스틸 컷.

루미(심은경)는 엄마(김영선)와 함께 작은 동네에서 치킨집을 운영하는 소시민이다. 청년창업자로 나름 성공 가도를 달렸지만 지난 얘기다.

루미의 동네가 중국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 상업지구로 재개발에 들어간 탓에 철거민 신세로 전락한다. 이 때문에 루미는 인근 상인들과 함께 농성을 벌이는 중이다. 그러던 어느 날 야간에 철거를 시도하던 용역 업체 직원에 의해 엄마가 불의의 사고로 죽게 된다.

루미의 엄마가 죽던 날 하늘에서 유성같은 기이한 물체가 떨어지고, 그 기운이 땅속으로 스며든다. 다음 날 아침, 석헌(류승룡)은 약수터에서 물을 떠 마시는데 이때 정체불명의 기운이 물속에 스며들어 몸속으로 들어간다.

석헌은 은행에서 경비를 맡고 있는 지극히 평범한 50대 아재다. 10년 전 보증을 잘못 서는 바람에 아내와 루미를 버리고 야반도주, 현재는 술로 버티며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처량한 신세다.

석헌은 약수터 물을 마신 뒤부터 배탈 증세를 보인다. 그날 자신에게 초능력이 생긴 것을 알게 된다.

루미는 엄마가 유명을 달리하자 석헌에게 소식을 알리고 둘은 그렇게 10년 만에 기쁘지 않은 재회를 한다.

뒤늦게 나타난 석헌은 어린 루미의 삶에 뒤늦게 부모 역할을 자처한다. 자신을 버리고 간 트라우마가 남아 있는 루미로서는 석헌이 탐탐치 않다. 그러나 석헌의 초능력으로 철거민의 안전이 보장되고 힘을 얻게 되자 조금씩 마음을 열기 시작한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피도 눈물도 없는 용역 업체 대표 민 사장(김민재)과 태산건설 홍 상무(정유미)의 방해로 석헌과 루미, 철거민의 상황은 더욱 악화된다. 변호사 정현(박정민)이 사력을 다해 돕지만 쉽지 않다.

영화 ‘염력’은 충무로에서 금기시 될 만큼 국내에서 다루기 어려웠던 소재, ‘좀비물’로 당당히 1천만 흥행을 돌파한 연상호 감독의 작품이다. 그가 메가폰을 잡았다는 데서 이미 세간의 이목을 끌었다. 공유처럼 잘생긴 배우가 등장하지 않고, 마동석과 같은 슈퍼히어로가 나오지 않는다. 그럼에도 영화는 ‘연기파 배우’ 류승룡과 심은경, ‘충무로 스타’ 박정민으로 스크린을 가득 메운다.

연 감독 특유의 ‘부성애’는 이번 영화에서도 맛볼 수 있다.

부산행에서 공유가 자신의 딸을 위해 목숨을 희생하는 것만큼이나 석헌의 부성애 또한 깊다. 어린 루미를 뒤로하고 떠날 수밖에 없었던 자신의 지난날을 후회한다. 억지 눈물을 유발하지 않으면서도 우리가 흔히 겪을 수 있을 법한 아빠와 딸의 사이를 자연스럽게 보여준다.

또 연 감독은 류승룡이라는 캐릭터를 통해 슬랩스틱 코미디도 선보인다. 강렬한 눈빛과 한 번의 손동작으로 초능력을 펼쳐지는 단순함을 지양한다. 손가락과 다리, 혓바닥 등 온몸을 사용하는 우스운 동작을 연출, 관객에게 웃음을 선사한다.

그렇게 ‘염력’이라는 제목 뒤에 다양한 장치를 덧붙이면서 영화는 결말을 향해 달린다. 애니메이션 감독으로서 쌓은 노하우는 이번 영화에서 제대로 빛을 발휘한다.

사회 고발적 메시지도 담고 있다. 다만 힘이 약하다는 이유로 강자보다 도덕적 우위에 있고, 강자가 힘이 세다는 이유만으로 비난받아 마땅하다고 여기는 믿음 즉, ‘언더도그마(underdogma)’의 옅은 냄새가 아쉽다.

난간에 매달린 김씨(유승목)에게 물대포를 쏘는 장면, 단순 아르바이트인줄 알고 가담했다는 한 청년 등 영화는 기어이 공권력의 잘못된 예를 아무렇지 않은 듯 스크린 너머 관객에게 전한다.

영화에서 악역으로 나오는 민 사장과 홍 상무를 차치하더라도 ‘내로남불’이라는 말이 떠오를 정도니 말이다.

진짜 정의가 무엇인지 판단하는 것은 오롯이 관객의 몫이다. 마땅한 보상을 받기 위한 처절한 몸부림인지 법을 집행하기 위한 수단인지 객관적인 판단이 필요하다.

윤주민기자 yjm@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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