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또한 지나가리라”…길 잃은 청춘 위한 공감 메시지
“이 또한 지나가리라”…길 잃은 청춘 위한 공감 메시지
  • 윤주민
  • 승인 2018.04.19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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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들 방황 다룬 영화 ‘수성못’
대구 출신 유지영 감독 작품
현실의 벽 부딪힌 20대 주제
스스로 성장하는 과정 그려
훈계 앞세운 기성세대 비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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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수성못’ 스틸 컷.

“저는 여러분들과 젊음을 바꿀 수 있다면 전 재산을 내놓더라도 그렇게 할 수 있을거 같아요.”

어떤 TV 프로그램에 출연한 한 연예인이 한 말이다. 언뜻 듣기엔 젊은 세대들에게 촌철살인같은 말일 수 있다. 그만큼 열심히 또 치열하게 살라는 뜻이다. 그러나 달리 말하면 현재 젊은이들의 사정을 너무 모르는 얘기로 해석될 수 있다. 그렇기에 쉽게 누군가를, 그 세대를 함부로 진단해서는 안 된다는 말이 나오는 게 아닐까. 하지만 한 가지는 명확하다. 허황된 꿈은 절대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

현재 청춘들에게 대한민국은 소위 ‘헬조선’이라 불린다. 뭘 해도 뜻대로 되지 않고, 잘 풀리지 않아서 따른 수식어다.

19일 이런 청춘들의 삶을 조명, 위로와 공감을 건네는 작품이 극장가에 상륙했다. 대구 출신인 유지영 감독의 작품 ‘수성못’이다.

대구에 살고 있는 희정(이세영)에게는 24시간이 모자라다. 지역에 있는 대학교에 재학 중이지만 그녀의 꿈은 서울에 있는 대학으로의 편입. 하지만 부모의 지원이 없는 터라 희정의 삶은 그리 여유롭지 못하다.

꿈을 위해 수성못에서 오리배 관리를 하는 아르바이트를 하면서까지 노력하는 희정의 하루는 빡빡하다 못해 살인적이다.

이와 반대로 하나뿐인 남동생 희준(남태부)은 꿈도 목표도 없이 매일 책만 읽으며 허무한 날을 보내는 존재다.

그러던 어느날 희정에게 예기치 못한 사건이 터진다. 하필이면 희정이 근무 중이던 시간에 한 남성이 몰래 오리배를 끌고 나가 수성못에서 자살을 시도한 것. 이 사건을 계기로 조용하던 희정의 하루에 파열음이 생긴다. 희정은 구명조끼를 나눠주지 않았다는 사실을 은폐하기 위해 무리수를 둔다.

구명조끼를 못에 빠트려는 찰나 희정의 수상한 행동을 지켜보던 영목(김현준)이 그녀에게 접근한다. 핸드폰 판매업자이자 동반자살모임카페회장이던 영목. 희정은 영목의 등장에 조금씩 삶이 변하고 있음을 감지한다.

이 영화는 대구에서 나고 자란 유지영 감독의 데뷔작이다. 유 감독은 이번 영화를 통해 젊은이들에게 뚜렷한 메시지를 던진다. 이와 동시에 청춘들을 향한 기성세대들의 시선도 꼬집는다.

유 감독의 자전적 얘기가 담긴 이번 작품은 ‘수성못’을 둘러싼 세 명의 주인공의 삶을 그리고 있다.

희정은 서울로 가기만 하면 모든 것이 잘 풀릴 것이라 생각하며 치열하게 사는 인물. 이와 반대로 영목은 성공적인 죽음을 위해 사람을 모으고 계획하는 캐릭터다. 희정의 남동생으로 등장하는 희준은 집과 도서관 이외에는 밖으로 나가지 않는 ‘히키코모리(사회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집에만 박혀 있는 사람들을 일컫는 용어)’, 꿈이 없는 철부지다.

어쩌면 젊은 세대들이 모두 겪고 있는 현상을 이 3명의 등장인물로 비추고 싶었던 것일 수도 있다. 그렇다고해서 여기에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영화는 다소 암울한 젊은이들의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표현하지만 끝내 이들의 치기 어린 행동들이 성숙한 어른으로서 성장하는 또하나의 과정임을 말한다.

앞날을 예측할 수 없기에 불안감에 휩싸일 필요는 없다.

하루를, 한 달을, 1년을 내다본다면 그 언젠가 우리가 그토록 바랐던 마지막 퍼즐이 완성될 수 있을지 모르니 말이다. 20대들에게 진한 메시지를 전하는 영화 ‘수성못’. 오롯이 청춘들이 감내해야할 문제가 아니다. 공감과 격려, 그리고 위로 우리가 함께 안아야할 숙제다.

윤주민기자 yjm@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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