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계도면 없는 옛 경북도청사, 유지관리 어려움
설계도면 없는 옛 경북도청사, 유지관리 어려움
  • 김종현
  • 승인 2017.01.05 17:14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건물구조 제대로 파악 못해
20억 들여 ‘깜깜이 리모델링’
이사 직후 천정서 물 ‘뚝 뚝…’
난감한 대구시 “관리 어떻게”
지난해 9월 대구시청 전체 직원의 절반 가량이 북구 산격동 옛 경북도청사로 이사했다. 이사한지 며칠 지나지 않아 비가 내렸고, 주말을 지나 출근한 시청 직원들은 사무실에 비가 샌 사실을 확인했다.

이사 오기 전 깔끔하게 칠하고 리모델링까지 한 건물이었다. 그런데 비가 샌 것이다. 비가 샌 이유는 옛 경북도청 건물의 설계 도면이 없어 주먹구구식으로 리모델링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대구시청과 경북도청 공무원들에 따르면 경북도는 지금까지 “대충 어디를 점검하면 될 것”이라는 전임 담당자의 전언에만 의존해 청사 관리를 해 왔다. 수 십년 전 영화화된 미국소설 ‘뿌리’에 나오는 아프리카 원주민 킨타쿤테 부족처럼 원로가 말로 전해주면 후손이 다음 세대에 전하듯 구전으로 도면이 전해졌다는 것이다. 건물 도면이 없는 이유는 1965년 신축 당시 우선 건물짓기에 바빠 도면관리가 허술했고 결국 도면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지금은 건축물 유지개념이 자리잡아 건축비용이 20%이면 유지관리 비용이 80%라고 할 정도로 관리의 중요성이 크다. 그러나 50년 전에는 유지관리 개념 자체가 없었다. 그래도 도청이라는 광역 행정기관 운영자들이 청사 설계도면조차 관리하지 못했다는 건 어처구니가 없다. 당연히 경북도 행정에 대한 신뢰가 반감된다.

심지어 하수배관을 확인하기 위해 도청 공무원들이 빨간 페인트를 부어 봤지만 별 효과를 보지 못했다고 한다. 장비를 넣어 동영상으로 확인하려 해도 장비가 관에 끼여 회수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아 이 방법도 포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구시는 산격동 별관 유지관리에 해마다 3억원 가까운 비용이 들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시청 관계자는 “비오면 건물 천정위 공간에 대야를 받쳐놓고 근무를 했다는 말을 처음에는 믿을 수가 없었다”며 앞으로 관리를 어떻게 해야 할지 난감해 했다.

이에 따라 대구시는 20억원을 들여 리모델링을 하고 평면 설계도면을 부랴부랴 새로 만들었다. 비가 샌 101동 본관 건물은 김대성이 건축한 불국사 석굴암 석축을 본딴 건물 외관 때문에 역사적인 건물로 남겨 놓아야 한다는 건축계의 의견이 있었다.

북한을 포함해 현재 대부분의 옛 도청 건물이 사라졌지만 북구 산격동 경북도청 건물은 현재 상태 그대로 보존이 가능하다고 한다. 이 때문에 부수고 새로 짓는 대대적인 보수도 곤란한 상황이다. 상하수도 시설도 제대로 설치할 수 없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지난 2005년 도청 이전 결정이 내려지고 2006년 경북도에서 한차례 수선을 한 뒤 10년 동안 제대로 된 시설 보수는 하지 않았다.

옛 도청 건물에는 대구시청 직원의 절반이 생활하고 있다. 경북도청은 지난 1965년 대구시 중구 포정동에서 있을 때 산격동 청사 착공에 들어갔고 1966년 준공해 이사했다.

김종현기자 oplm@idaegu.co.kr
  • 대구광역시 동구 동부로94(신천 3동 283-8)
  • 대표전화 : 053-424-0004
  • 팩스 : 053-426-6644
  • 제호 : 대구신문
  • 등록번호 : 대구 가 00003호 (일간)
  • 등록일 : 1996-09-06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대구, 아00442
  • 발행·편집인 : 김상섭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배수경
  • 대구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대구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icbae@idaegu.co.kr
ND소프트
많이 본 기사
영상뉴스
SNS에서도 대구신문의
뉴스를 받아보세요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