끼니 해결 조차 힘들어
“가만히 있으면 너무 춥다. 옷이라도 껴입어야 그나마 한기를 피할 수 있다.”
갑자기 불어닥친 한파로 쪽방촌 주민들이 더욱 힘겨운 겨울을 보내고 있다.
급작스런 한파로 대구의 기온이 영하 4도로 뚝 떨어진 11일 오전 9시 30분께 대구 서구 비산동 한 쪽방촌. 이곳에서 만난 최 모(65)씨는 2평 남짓한 방안에 있는 전기장판 위에서 홀로 밥과 김치 등 소박한 메뉴로 차린 아침식사를 하고 있었다. 방안은 바닥을 제외하고 시린 냉기로 가득했다.
일용직 근로자로 월세 13만원을 주고 이곳에 거주 중인 최씨는 “최근 일거리가 없어 며칠째 일을 못하고 있는데 한파까지 닥쳐 겨울나기가 너무 힘들다”며 “특히 최근에는 가끔씩 받던 쌀과 라면 등의 지원마저 줄어 끼니도 제대로 해결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다른 쪽방촌 주민들의 사정도 마찬가지였다.
인근 골목 또 다른 쪽방촌 주민인 박 모(61)씨는 3평 남짓한 방안에서 깡소주를 마시며 추위를 달래고 있었다. 박씨는 두툼한 외투에 이불로 몸을 감싼 채 술을 마시며 자신의 신세를 한탄했다.
박씨는 “일용직 일을 하며 생계를 유지하고 있지만 일주일째 일이 없어 방값 내기도 어려운 실정”이라며 “추운 날씨 때문에 전기장판을 틀고 싶지만 전기세를 낼 형편도 되지 않아 엄두를 못내고 있다”고 말했다.
인근의 또 다른 쪽방 주민 김 모(50)씨도 두터운 옷으로 중무장한 채 TV만 멍하니 바라보며 냉기와 싸웠다. 다른 주민 보다 조금 사정이 나은 김씨는 이번 겨울에 지원받았던 연탄이 곧 떨어질 것에 대해 크게 걱정했다. 김씨는 “한파가 오면 난방비 때문에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며 “올해는 연탄 지원도 많이 줄어든 데다 가격도 너무 올라 거의 모든 쪽방촌 주민들은 전기장판과 이불에 의존해 겨울을 버티고 있다”고 한숨지었다.
한편 대구시에 따르면 이달 현재 대구지역에는 112개 건물에 1천358개의 쪽방에서 872명의 주민이 거주하고 있다.
문창일·남지혜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