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은 수익률을 좇아 언제라도 이동할 수 있는 시중 단기 부동자금의 규모가 급격히 늘어 사상 처음으로 1천조원을 돌파했다.
저금리 기조가 장기화하고 금융시장의 불안감도 커지면서 마땅한 투자대상을 찾지 못한 시중 자금이 단기성 금융상품에만 몰린 탓이다.
12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작년 12월 말 현재 단기 부동자금은 1천10조3천억원으로 집계돼 한 달 전보다 21조8천억원 늘면서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단기 부동자금이 1천조원을 넘어선 것은 처음이다. 1년 전인 2015년 말 931조3천억원과 비교하면 79조원이나 늘었다.
작년 말 현재 시중에 풀린 통화량(M2·광의통화)이 2천407조원임을 감안하면 시중 자금의 약 42%가 현금이나 단기성 금융상품의 형태로 떠도는 셈이다.
단기 부동자금은 2008년 말 539조6천억원에서 이듬해 646조7천억원으로 급증했고 2013년 말 712조9천억원, 2014년 말 794조8천억원 등으로 전반적인 증가세를 보여왔다. 특히 2015년엔 1년 새 137조원이나 급증했고 증가율이 17.2%에 달하는 등 증가속도가 빨라졌다.
이렇게 단기 부동자금이 급증한 것은 무엇보다 장기 저금리 때문에 금융상품에 투자해도 만족할 만한 수익을 내지 못하는 것이 원인이다.
실제 작년 12월 현재 예금은행의 저축성 수신금리는 연 1.56%(신규취급액·가중평균 기준)에 불과했고 신용협동조합, 상호금융, 새마을금고도 모두 1%대에 머물렀다. 최근엔 미국의 금리 인상에 따라 국내 금융시장에서도 금리가 상승세로 돌아섰지만 대출금리만 가파르게 오를 뿐 예금금리는 바닥권에서 벗어나지 못한 수준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