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 안전 관련 설문조사
73% “스크린도어 열 줄 몰라”
절반이상 驛 소화기 위치 몰라
연령 높을수록 대처 요령 미흡
“생애주기별 교육 법제화해야”
또 많은 돈을 들여 당시 불쏘시게 역할을 했던 전동차 시트 등을 불에 타지 않은 불연재로 모두 교체했고 비상유도등, 환기설비, 전기통신 등 허술했던 방재시스템을 재정비하는 등 안전이 강화됐다.
하지만 이 같은 뼈아픈 경험을 겪은 이후에도 전국에서 지하철 사고는 빈번하게 계속 이어졌다. ‘여전히 진행 중’인 것이다. 다시 말해 언제, 어디서든 지하철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이에 따라 시민들은 지하철에서의 비상 상황 발생 시 사고의 위험을 줄일 수 있는 안전대피요령 등을 숙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실제 대구 지하철 참사 당시 전동차 출입문의 여는 방법 등 제대로 된 대피행동요령을 몰라 인명피해가 컸다.
이에 대구신문은 대구 지하철 화재 참사 14주기를 맞아 최근 지하철을 이용하는 시민들을 대상으로 비상 시 전동차 내 비상버튼 위치 숙지 여부 등 10여개 항목에 대한 안전 관련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결과는 부정적이었다. 참사 14년이 흐른 지금도 상당수 시민들이 비상 시 가장 중요한 안전대피요령 중 하나인 전동차 수동 출입문 개폐 방법 등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하는 것으로 조사됐기 때문이다. 이번 조사 결과를 자세히 들여다본다. (편집자 주)
지하철을 이용하는 대구시민 2명 중 1명은 비상 시 전동차 출입문을 수동으로 여는 방법을 모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본지가 대구 지하철 화재 참사 14주기를 맞아 이달 10~13일 지하철 1호선 중앙로역과 2호선 두류역, 1·2호선 반월당역 등 총 3곳에서 이용 시민 100명을 대상으로 직접 서면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이 같이 집계됐다.
본지는 △지하철 화재 시 대피 가능 △전동차 비상버튼 및 소화기 위치 인지 △비상 시 전동차가 멈췄을 때 출입문 및 스크린도어 수동 개폐 작동 숙지 여부 등 총 12개 항목에 대한 OX 설문지를 작성, 지하철 이용객들을 상대로 직접 설문조사 방식을 통해 조사를 진행했다. 전체 응답자는 남녀 50명씩 총 100명이었다. 표본은 지하철 이용객 중 △10대 20명(남 10명·여 10명) △20대 20명(남 10명·여 10명) △30대 20명(남 10명·여 10명) △40대 20명(남 10명·여 10명) △50~70대 20명(남 10명·여 10명) 등 성별 및 연령별로 총 100명을 추출했다.
우선 ‘비상 시 전동차 출입문을 수동으로 여는 방법을 알고 있나’라는 질문에 전체 100명의 응답자 중 절반에 이르는 48명(48%)이 ‘모른다’고 답했다. 이 중 40대 이상은 24명이었다. 연령이 높을수록 비상 시 대처 요령 인지가 미흡했다.
‘비상 시 스크린도어 여는 방법을 알고 있는지’에 대한 물음에서도 전체의 73명(73%)이 ‘모른다’고 응답했다. 10명 중 7명은 스크린도어 수동 조작 방법을 모르고 있었다. 10대 및 20대 각 13명, 30대 17명, 40대 16명, 50~70대 14명 등 전 연령대에서 고른 분포를 보였다.
또 ‘화재 시 역에 비치된 옥내소화전 이용을 통한 초기 진화 방법에 대해 알고 있는가’에 대한 질문에서는 100명 중 17명(17%)만 ‘안다’는 답을 얻는 데 그쳤다. 80%가 넘는 시민들이 옥내소화전 사용법에 대해 몰랐다.
아울러 ‘역사 내 비치된 소화기 및 비상전화 위치를 알고 있나’라는 질문에는 56명(56%)이 ‘모른다’고 답했고, ‘역사 내 비치된 피난 도움 구호용품 보관함 위치를 아느냐’에 대한 물음에서도 51명(51%)이 ‘모른다’는 의사를 표했다.
반면 소화기 사용법 등에 대해서는 상당수 시민들이 잘 알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우선 ‘소화기 사용법을 알고 있나’라는 물음에 전체 중 89명(89%)으로부터 ‘안다’는 답을 얻었다. 또 ‘전동차 내 소화기 위치를 알고 있느냐’라는 질문에는 68명(68%)이 ‘안다’고 응답했다.
이와 함께 지하철 대피방법에 대한 영상 등 홍보 매체 접촉, 지하철 대피 체험교육 참가 여부에 대해 상당수 시민들이 부정적으로 답해 관련 홍보 강화와 교육 참여도를 높여야 할 것으로 지적됐다.
실제 ‘지하철 대피방법과 관련한 영상 등 홍보 매체를 접한 적이 있느냐’는 물음에 100명 중 40명(40%)이 ‘그렇다’고 답했고, ‘지하철 대피 체험교육에 참가한 적이 있나’라는 질문에는 전체 중 10명(10%)만 ‘있다’는 의사를 표했다.
김태일 2·18 안전문화재단 이사장은 “대구 지하철 화재 및 세월호 참사 등 거듭되는 사고를 겪으면서도 아직 우리나라의 안전문화에 대한 관심, 지식, 의식 수준 등은 많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라며 “모든 국민이 생애주기별로 참여할 수 있는 안전교육 의무 법제화를 통한 안전교육 강화, 국가의 실효성 있는 안전대책 마련 및 추진 등이 이뤄져야 하며 국민과 국가 간 유기적인 공동 노력도 절실히 요구된다”고 말했다.
김무진·남지혜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