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목수 길러 동네 주택 관리
마을목수 길러 동네 주택 관리
  • 대구신문
  • 승인 2017.04.26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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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기현 다올건설협동조합 대표

사회적 안전망 사각지대 놓인

동료·노동자 위해 조합 설립

실업자 대상 교육·집수리 봉사

사회적 가치 실현에도 ‘앞장’

“고령화 시대 공·폐가 문제

마을목수 역할 점차 커질 것”
조기현
다올건설협동조합 조기현 대표
마을목수 조기현씨는 시인이다. 고등학교 2학년이던 1983년 학교를 그만두고 노동운동을 시작했다. 문학서클도 많았던 시절 그는 글쓰는 동아리에서 위장취업한 선배들의 이야기를 접하면서 굳이 대학에 갈 이유가 없다고 생각, 대구 3공단의 한 기계공장에 취업한 사건이 오늘의 그를 있게 했다. 1989년 노조 지부장으로 일하다 구속돼 1년뒤 석방됐지만 경찰의 블랙리스트에 오르면서 더이상 취직은 불가능했다. 감옥에 있으면서 시를 써 1990년 전태일 문학상을 받았다. 지난 2000년 시인으로 등단, 지난해 ‘눈물도 때로는 희망’이라는 두번째 시집까지 냈다.

1998년 IMF 위기 시절 대구지역 건설노조를 만들고 2002년 대구지역 건설노조 위원장이 됐다. 2006년 전국 최초 총파업을 주도했고 다시 11개월간 독방에서 구금되는 죄인이 됐다. 그에게 내려진 형량은 1심에서 징역 3년, 2심에서는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이었다. 유사한 사건과 비교할때 거의 사형선고급의 선고이다. 이후 2014년까지 목수일을 하며 공사감독의 위치까지 오르게 된다.

이 일을 하면서 그에게는 역시 노동과 자본주의의 모순이 눈에 밟혔다. 국민연금 가입율 제로, 4대보험, 퇴직금도 없이 연장을 놓는 순간 도시빈민으로 전락하는 동료들을 보고만 있을 수 없었다. 그해 8월 협동조합에 대해 공부한 뒤 친한 동료들과 조합을 만들었으나 회계처리의 노하우가 부족한 협동조합은 얼마안가 자본잠식에 이르게 된다. 하지만 2015년 사회적 기업 크라우드 펀딩대회에서 1등을 하고 지난해는 대구사회적 혁신가로 선정돼 혁신기금을 지원 받는 등 재기의 기반을 마련했다. 지난해 단순노무 근로자들과 건설업 은퇴자들과 함께 다올건설협동조합(이하 다올)을 설립했다. 다올은 ‘당신과 나 모두다 우리’라는 뜻이다.

조기현 대표는 “좁은 골목동네의 주택관리, 공동체 회복에 마을 목수가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다올은 조합 부설로 ‘대구건설기능교육 훈련학원’을 운영하고 있다. 건설기능을 배우기 위해 찾아오는 사람들에게 집 짓는 기능만 가르쳐 주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경제도 함께 공부하고 있다.

아파트는 관리실이 있지만 주택가의 오래된 집이나 동네 공유지는 관리 해줄 사람이 없다. 조 대표는 대구에도 곧 마을관리센터가 하나둘 만들어질 것으로 확신했다. “10년 이내에 고령화로 인한 구도심 공가·폐가 문제가 대두될 것”이라며 “목수학교를 졸업한 마을 목수들이 각 구마다 사회적 기업형식으로 만들어 진다면 마을도 살고 기술을 배운 은퇴자들도 공동체에서 역할을 하며 살아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다올은 국비 무료교육기관인증을 받아 실업자 과정 교육을 하고 있다. 조합원인 A급 기능사들이 전원주택 신축사업도 수주해 살림을 보탠다. 또 돌봄과 나눔사업에도 열심이다. 거동불편자와 고령자 가정을 찾아 힘닻는데로 무료로 집수리를 해주는데 지난해 칠성동 일대 20여가구에 도움을 줬다. 한겨울 냉방에서 지내는 이들을 도울 방법이 없을까 찾다가 자체개발한 온수매트를 깔아줬는데 반응이 좋아 주문생산도 하고 있다.

현재 조합원은 16명, 프리랜서로 참여하고 있는 회원이 100여명이다.

김종현기자 oplm@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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